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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판 위의 동문들

등록일 2026-03-11 16:38 게재일 2026-03-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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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일여상 동창회 2026년 첫 이사회에서 동문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3월 첫째 토요일, 대구제일여상 동창회 2026년 첫 이사회였다.

“와이래 좋노오, 와이래 좋노오, 와이래 좋노오~오.” 모에 이어 윷이 나왔다. 우리 편 말을 잡더니 또 윷이다. 대세는 상대 팀으로 기울었다. 첫판은 우리 팀이 가뿐하게 이겼지만, 연달아 두 판을 내주었다. 윷인지 모인지 구별도 못 하는 나도 “모야! 윷이야!” 하고 소리 높여 외치며 윷을 던졌다. 네 개를 한꺼번에 잡기 힘든 윷가락이라 두 명이 나와 두 개씩 나누어 던졌다. 윷놀이 한판 속에서 제일여상 동문만의 열정과 끈끈한 유대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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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일여상 동창회 2026년 첫 이사회에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신임 이사들의 자기소개가 있었고, 곧바로 안건 심의에 들어갔다. 안건 중 하나가 ‘선재의 마음 잇기 치팅데이’, 작년 상반기부터 시작한 모임의 취지는 이렇다. 동문이 학교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재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며 격려와 응원을 전하는 자리다. 한 끼 식사를 나누는 동안 선후배 간의 정이 쌓이고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첫 시행 때는 사생활 영역이기에 접근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이 우리의 취지를 잘 이해해주었고 모임 후 반응도 좋았다. 덕분에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모든 학생을 만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는 3학년과 2학년 임원들을 중심으로 선배와의 만남을 시작하고,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모임은 4월과 9월에 열린다. 함께 식사하고 간단한 마음 열기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진다.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선배들은 사전에 멘토 교육도 받는다. 교육은 대구YWCA 회장인 14회 신기숙 선배님이 맡고 있다. 이런 만남을 통해 후배들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든든한 선배들이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기를 바란다. 또한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얻기를 기대해 본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학교에서 논의 중인 교명 변경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상업계 특성화고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거부감이 점점 커지면서 학교 지원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로 인해 학생 모집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교육청에서도 학교의 존립을 위해서는 교명 변경과 함께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리 학교는 1998년에 ‘대구제일여자정보고등학교’로 바꾸었다가 2010년에 다시 원래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는 현재의 교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미 여러 특성화고가 교명을 바꾸거나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뒤 신입생 모집이 늘고 학생 수준도 개선된 사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올해 ‘대명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꾼 대구여상의 경우, 작년보다 신입생 모집이 훨씬 잘 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교육청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교사들 대부분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반대 의견이라 한다. 이제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학교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교명 변경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논의 중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상상 이상의 다양한 교명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상상 이상의 다양한 교명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디 ‘제일’과 ‘여상’이라는 이름을 내려놓더라도 ‘제일다운’ 우리 학교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동문회 회원들도 좋은 교명을 찾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안건 처리와 식사를 마친 뒤 이어진 윷놀이 시간은 팽팽한 승부의 긴장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을 통해 선후배 사이의 친밀감은 한층 더 깊어졌다. 동문 회장님이 선물로 나누어 준 한 줄짜리 로또 복권. 천 원이 주는 작은 설렘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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