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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법의료근절’ 시민단체, 정은경 복지부 신임장관 취임 맞아 변화 촉구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취임을 맞아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국민연대.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은 7월 30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복지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취임한 정은경 신임 복지부 장관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고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겠다”면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도입해 적정인력 규모에 대한 과학적인 추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정 장관이 불법대리수술과 같은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살펴봐줄 것을 당부하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정부의 대응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법 대리수술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범죄행위로,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단순한 위법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서울 Y병원의 무면허 대리·유령수술 의혹 등 사례들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의 경우 수년간 무면허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거나, 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 등을 지시한 혐의로 2024년 5월 29일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연대 이근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는 연 4천 건이 넘는 무면허 대리수술을 방조했고, Y병원의 K원장의 위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이는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닌 조직적 비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이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기대감 어린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이 대표는 “(조 전 장관이) 지난 2023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만 반복했고,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며 당시 국정감사가 형식적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대리수술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즉각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그간 불법대리수술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처리나 처벌이 미미해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대리수술 등 불법의료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현행 대응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김선홍 중앙회장도 “복지부는 지난 2024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연세사랑병원을 대상으로 36개월간의 행정조사를 벌였지만 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정 장관을 향해 △불법 대리·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제화 △수술실 CCTV 설치 확대 및 미설치 병원에 대한 제재 △허위 의료광고 처벌 강화 △은폐 및 방기 책임자에 대한 대대적 감찰 및 징계 △모든 수술기록의 실명 기재 의무화 및 위반 시 형사처벌 등의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Y병원 사례를 들며 “Y병원의 범죄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행정의 무기력 속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이라 지적하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의료행위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은경 장관은 방역 행정에서 보여준 책임감과 철저함으로 복지부 시스템을 바로잡을 적임자”라며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 행동으로 국민에게 복지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집회에 앞서 조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세종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Y병원 K원장의 대리수술과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등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절한 조치 없이 행정조사를 부실하게 수행하거나 방기해 공중보건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책관은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필요한 지도 및 명령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만 건에 달하는 수술 내역에 대해 실질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01

“아이들 머리 위 35도, 발밑은 44도”⋯폭염에 더 뜨거운 땅 가까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도심 아스팔트 위와 사람의 평균 키 높이 사이의 기온 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노인, 밭일을 하는 고령 노동자처럼 땅과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도로에서 이동형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기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도로 노면 온도는 44.3도, 성인 평균 목 높이(1.5m) 지점의 기온은 35.2도로 9.1도 차이를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땅 가까이의 체감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원인”이라며 “고온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실제 느끼는 더위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기상관측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예보될 경우, 대구 도심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폭염 특별관측’의 일환이다. 올해도 동성로, 수성못, 두류공원, 달성공원, 반월당역 인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관측차량에는 기온·습도·기압·강수량 등 기상요소는 물론, 노면온도와 고층 대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특수장비가 탑재돼 있다. 고정형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닿지 않는 지역이나, 열섬현상 등 국지적 기상 현상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대구역, 국채보상공원, 반월당네거리 등 세 곳에서 관측이 이뤄졌다. 같은 시각 대구AWS는 34.63도를 기록했지만, 반월당네거리에서는 35.63도로 1도 더 높았다. 노면 온도는 반월당이 61.82도, 대구역 48.83도, 국채보상공원 40.69도로 확인됐다. 도심 중앙 교차로일수록 열섬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는 차이가 더 커진다. 예컨대 실제 기온이 36도일 때 습도가 70%라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습도가 높을수록 땀 증발이 어려워지고, 몸의 열 방출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계층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는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을 쉽게 흡수하지만 체온 조절 기능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땀 배출이 어렵다. 노인은 땀샘 기능이 떨어져 열을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 같은 관측 결과를 대구시와 대구정책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공동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각 지자체가 폭염 대응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김윤철 대구지방기상청 주무관은 “기상청 내부 정보만으로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자체,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과 협력해 폭염 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7-31

고명환 작가 강연회를 다녀오다

지난 26일에는 고명환 작가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고명환 작가는 2024년 한강 작가와 함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전직 개그맨이 작가가 되어 이룬 성취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고 독서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요즘 독서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설레며 참석했다. 주말 아침 시간인데 참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층도 보였고 중년여성들도 제법 많았다. 작가는 TV에서 볼 때보다는 조금은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힘찬 외침과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독서 전도사로 알려진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는 자신을 관찰해보라고 했다. 두 달 책을 읽고 주변을 관찰하면 매일 보던 것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그것은 내 안에 담긴 언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언어의 폭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가장 좋은 방법인 독서는 무조건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틀 집중해서 책을 읽었으면 그 뒤에는 산책을 하라고 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저 파묻혀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닌 자연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하늘, 나무, 바위, 흙 이런 자연을 몸으로 접하면서 생각하면 사유의 폭이 넓어지고 읽은 내용이 몸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다른 여러 유익한 강의 내용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자신의 한계를 짓고 그 속에서만 살려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할 때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월급 300만 원이면 그 안에서만 자신을 규정하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0만 원 받는 사람으로만 행동하고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에 많은 수긍을 했다. 작가는 하류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라고 말했다. 시민기자도 나이 오십이 넘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런 말이었다. 이 나이에 무얼 하겠나. 이제 누가 써주기나 할까. 이미 사회에서 물러나 더 이상 역할이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말 못하게 되는 것을 볼 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작가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나이 삼십 넘어서 피겨스케이트를 배워서 열심히 연습하면 김연아 선수처럼 할 수 있느냐 물으면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그것과 같다고 했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작가가 된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뜻밖의 일이라 했다. 하지만 자신은 작가가 되었고 여러분들도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고 도전만 하면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의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겠다’고 외치는 확신에 찬 목소리에 많은 힘을 받았다. 아침이면 누가 듣든 말든 큰소리로 긍정 확언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자신도 성장한 작가가 작은 거인처럼 보였다. 무더위로 들끓는 여름이지만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잠시 이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31

우리 곁의 작은 이웃, 길고양이

집에서 나서는 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마다 나는 집 앞 작은 공원에서 고양이를 찾게 된다. 공원 한쪽에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다. 저녁 무렵이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고양이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매일 이 자리를 지키며 고양이들을 챙기는 이는 일명 ‘캣맘’, 고양이 엄마다. 그녀가 돌보는 고양이는 대여섯 마리쯤 되어 보인다. 고양이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살며시 다가가 보지만, 번번이 도망가기 일쑤다.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서 가져다 줘도 녀석들은 눈치를 살피며 다가오지 않는다. 간식을 바닥에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다가와 먹기 시작한다. 신뢰를 얻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걸 매번 느낀다. 어느 날,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던 캣맘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고양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친해지기 어려웠던 고양이, 아픈 고양이, 식욕이 많은 고양이 이야기를 애정있게 전해주었다. 고양이들 대부분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듯, 한쪽 귀 끝이 작게 잘려 있었다. 고양이들과 가까워지고 싶은데 나만 보면 도망간다고 하소연하자, 그녀는 고양이 한 마리를 쓰다듬으며 자신도 신뢰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밤거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골목 구석구석에 작고 부드러운 생명이 숨 쉬고 있다. 담벼락 위를 조용히 오르내리는 발자국 소리, 쓰레기봉투를 뒤적이다가 깜짝 놀라 튀어나오는 그림자, 해가 지면 아무렇지 않게 배를 드러내며 누워 있는 털복숭이들. 이들은 어느새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눈에 익은 존재이지만, 마음으로 다가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묘와는 달리, 길고양이는 오롯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과 도시의 소음,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 굶주림과 질병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더욱 경계심 많고, 민첩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도망간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고양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캣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먹이를 챙겨주는 것을 넘어서, 고양이들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중성화 수술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생존을 돕는다. 과거에는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밤새도록 울어대던 고양이 소리가 익숙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번식력이 강한 고양이의 특성상 개체 수 조절은 필수이며, 중성화는 그 첫걸음이다. 캣맘의 활동은 단순한 ‘고양이 돌봄’을 넘어 지역 생태계의 조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유기 동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생명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기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활동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들이 한 곳에 몰리며 소란스럽다고 느끼는 주민들도 있다. 사료 그릇 주변이 지저분해진다거나, 배설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배려와 규칙이 필요하다. 캣맘 역시 스스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먹이를 주고, 먹이가 남지 않도록 치운다. 사료는 깨끗한 그릇에 담아 위생을 지키고, 배설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모래를 깔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오해를 줄이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단순한 ‘먹이 주기’가 아니라, 생명과 공존에 대한 실천이다. 이 작은 이웃이 우리 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동네를 더 따뜻하고 건강한 공간으로 만드는 시작일 수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31

사유의 방과 의궤 앞에서 우리의 아름다움을 다시 마주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는 지금 두 개의 상설 전시가 많은 이의 발길을 이끈다. 하나는 삼국시대 국보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안치된 ‘사유의 방’, 또 하나는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로 반출됐다가 145년 만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전시다. 두 전시는 MZ세대에게도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로 조용하고 정적인 박물관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며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어 감동을 주고 있다. ‘사유의 방’ 입구 벽면에 쓰인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글에서 이미 숙연해진 마음으로 고요하고 어두운 통로를 지난다, 그 끝에 은은한 황토 빛 속, 아늑한 곡선의 공간이 숨이 멎을 듯 펼쳐지고, 그 한복판에 반가부좌로 앉아 오른쪽 손가락을 뺨에 살짝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국보 중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그 은근한 미소를 마주한 순간, 문득 떠오르는 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다. 진정,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 온조왕 15년 기록에 따르면, 새로 지은 궁궐을 본 온조왕이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평을 남긴다. 이는 조선 건국 초 정도전이 ‘조전경국전’에 인용하면서 통치 철학으로 계승되었고, 현 국립중앙박물관장 유홍준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도 소개되며 널리 알려진다. 우리 문화의 품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사유의 방은 절제된 조형미와 사유의 깊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그 자체로 명상이며 예술이다. 같은 2층 ‘외규장각 의궤’ 공간에는 145년 만에 돌아 온 왕실 기록유산의 정수가 전시 중이다. 의궤란 조선왕실의 중요한 의례, 행사, 건축 등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책으로 왕조의 기억을 담고 있는 보고(寶庫)다. 이러한 귀중한 책들이 잦은 외침(外侵)으로 소실될 것을 우려한 정조가 안전한 강화도로 옮겨 보관한 곳이 외규장각이다. 하지만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로 상륙한 프랑스 군에 의해 외규장각의 많은 책이 소실(燒失)되고 약탈당한다. 그렇게 그 의궤들의 존재는 오랫동안 잊힌다. 그러다 고 박병선 박사가 베르사유 별관(폐지창고)에서 297권의 의궤를 발견하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진다. 한국의 끈질긴 반환요구 끝에 2011년, ‘5년마다 갱신하는 조건의 영구대여’ 형식으로 돌아온다. 이는 전 세계 제국주의 국가들이 약탈 문화재를 쉽게 돌려주지 않는다는 불문율 속에서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하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프랑스에 있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에 있다.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중국서적코너’에서 한국의 고서를 발견한다. 한자로 쓰였다는 것이 중국 서적으로 분류된 이유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80년 먼저 인쇄되어 우리 활자 인쇄술의 정점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지만, 현재 프랑스는 반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는 선사시대에서 근세까지의 유물들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전시되어 있고 2, 3층에는 다양한 기증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전시된 많은 유물들이 약탈한 것 없이 오롯이 우리의 것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것, 어렵게 되찾은 것, 아직도 찾아야할 것들. 두 상설 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그 자체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고 주권이며, 미래를 향한 사유의 공간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31

7연승 하나카드, PBA 팀리그 1R 우승… 김가영 MVP

하나카드가 파죽의 7연승으로 2025-2026시즌 프로당구(PBA) 팀리그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하나카드는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리그 1라운드 최종일 경기에서 휴온스를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7승 2패(승점 20)로 정상에 올랐다. 하나카드는 개막 후 2연패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7연승을 내달리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하나카드는 이번 시즌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했다. 하나카드는 초반 1세트와 3세트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4세트 혼합복식에서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사카이 아야코(일본)가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신정주와 김가영이 각각 남녀 단식에서 승리하며 4-2로 경기를 끝냈다.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는 김가영이 차지했다. 김가영은 단식과 복식을 합쳐 13승 2패, 승률 86.7%(애버리지 1.065)를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통산 세 번째 라운드 MVP 수상은 에디 레펀스(SK렌터카)와 함께 최다 타이다. 김병호 하나카드 리더는 "개막 초 연패로 걱정했지만, 이후 선수들이 힘을 내줬다"며 "2라운드부터는 다양한 조합으로 더 많은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PBA는 내달 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시즌 세 번째 투어인 'NH농협카드 PBA·LPBA 채리티 챔피언십'을 연다. /연합뉴스

2025-07-31

포항-경주 공무원, 고향사랑기부제 상호 기부

동해안 상생협력체 ‘해오름동맹’의 우정이 고향사랑기부제 상호 기부로 이어졌다. 포항시는 31일 포항시 재정관리과와 경주시 세정과·징수과 소속 세무직 공무원 70여 명이 자발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상호 기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호 기부는 실무 교류를 통해 제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지속적인 협력 체계 구축 의지를 담고 있다. 두 도시는 동해안 상생협력체인 ‘해오름동맹(포항·경주·울산)’의 핵심 구성원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상호 기부는 행정 실무 차원에서도 우의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경주시 공무원들도 이번 기부를 통해 △쌀 △건오징어 △약주·막걸리 세트 △포항물회 △사과주스 △천연벌꿀스틱 △ABC주스 등 7종의 포항 특산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기부의 의미를 더했다. 포항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시민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고, 해오름동맹 도시 간 교류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배성호 포항시 총무새마을과장은 “경주시와의 교류 및 협력 차원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었다”며 “이번 상호 기부는 해오름동맹 도시 간 교류의 모범사례로 앞으로도 공무원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제도의 취지와 효과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여름맞이 답례품 이벤트’를 내달 22일까지 진행한다. 포항시에 10만 원 이상 기부한 개인 중 50명을 추첨해 다양한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랜덤 답례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31

대구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 무효 처리된 1표 때문에… 뒤바뀐 당선인

대구시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하 협회) 보궐 선거에서 당선자가 번복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협회가 내홍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선관위 유권 해석과 달리 표 한 장이 무효표로 처리되면서 선거 결과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28일 A후보의 당선을 공고 했다. 하지만 B후보가 선거 결과에 반발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신청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 25일 보궐선거로 치러진 제14대 신임 회장 선거에서 B후보와 A후보 두 명이 등록해 양자 대결로 치러졌다. 선거 결과 전체 34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해 B후보 17표, A후보 16표, 기권 1표로 집계되면서 B후보가 1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B후보가 획득한 17표중 중 1표에 대해 무효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1표는 투표 용지의 이름란과 기표란에 각각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를 두고 협회 내부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이에 협회는 대구 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이어 대구시체육회에도 무효표 처리에 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대구시체육회와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표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선거인의 의사가 명확하게 특정 후보자를 투표한 것으로 보이므로 유효 표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해 사실상 유효표로 인정했다. 협회 선관위는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을 확인하고도 자체 표결을 진행해 2대 5로 해당 표를 무효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투표 결과는 16대 16 동률로 변경됐고, 협회의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당선자는 B후보에서 A후보로 바뀌었다. 대구시 체육회 관계자는 “협회장 최종 인준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동의를 거쳐 대구시 체육회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31

대구경찰, ‘매크로 이용’ 프로야구 암표 판매 40대 검거

야구 경기 입장권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 후 부정 판매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1일 이같은 혐의로 A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A씨는 티켓 예매 사이트에 접속,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해 삼성라이온즈 홈경기 티켓 1매를 9000원에 예매하고, 이를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 1만 5000원에 부정 판매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삼성라이온즈 홈경기 티켓 총 133매를 예매해 120회에 걸쳐 241만 원 상당을 부정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이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른 의심 거래 건에 대해서도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은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 고조와 야구 경기 흥행으로 티켓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 행위 성행이 우려됨에 따라 전담수사팀을 운영 중이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6개월간 ‘매크로를 이용한 온라인 암표(공연, 스포츠 경기 등) 판매행위’를 집중단속 중이다. 또 삼성라이온즈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야구장 전광판에 예방수칙 카드 뉴스를 경기마다 현출하는 등 온·오프라인 예방 홍보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장권을 유통하는 의심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과 수사를 강화하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31

‘달라진 복날 분위기’ 보신탕 대신 ‘염소탕’ 즐겨요

중복인 30일 대구 칠성시장에 있는 속칭 ‘개 골목’ . 이곳은 부산 구포시장,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고기 시장’으로 불렸다. 작년부터 개식용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보신탕 거리였던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복인 이날 점심시간에 가게에는 염소탕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메뉴판에는 보신탕 외에도 염소탕, 전골 등이 함께 적혀 있었다. 식당을 찾은 한 시민은 “보신탕이 이제 곧 법으로 금지돼 먹을수 없을 것 같다”면서 “염소탕이 기가 허할 때 먹으면 좋다고 해서 먹으러 왔다”고 했다. 흑염소가 대체 보양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염소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흑염소탕 전문 식당이나 염소탕 밀키트 제품까지 나올 만큼 대중적으로 소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흑염소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근육 회복과 유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수입량은 작년 8349t으로 전년(6180t) 대비 35% 늘었고, 올해도 5월까지 이미 3857t이 수입돼 지난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반대로 개 사육농장은 빠르게 문을 닫고 있다. 개식용금지법이 시행된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개 사육농장 1537곳 중 623곳(40.5%)이 폐업을 결정했다. ‘개 골목’ 상인들은 보상 금액이 적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임대’라고 써 붙여 놓고 폐업을 한 가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젠 고작 식당 3곳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업주는 “법이 제정된 이후 손님도 10분 1로 줄어든 상태이다”라면서 “250만 원의 보상금으로는 전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칠성시장에 있는 속칭 ‘개 골목’의 상인들 모두 개식용종식법에 따라 작년 8월까지 진행된 전·폐업 지원 신고를 마쳤다. 점포 11곳 중 7곳은 전업을, 4곳은 폐업을 선택했다. 정부는 폐업 시 400만 원, 전업 시 25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30

포항교육지원청 “명확한 실행 계획 없으면 동부초 이전 불가”

속보=포항시가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제2 전시장 확장을 위해 동부초등학교 이전을 제시<본지 7월 1일자 5면 보도 등>하고 있지만, 포항교육지원청은 포항시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지 않는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조차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포엑스 건물 확장을 위해 멀쩡한 학교 건물을 허물고 다른 것으로 옮기는 것은 학교 이전 필요성과 목적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31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1935년 개교한 북구 두호동 소재 동부초는 현재 유치원생을 포함한 13학급 27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지난해 6월 건물에 70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과 디지털 기반 스마트 학습환경 조성 등을 통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꾸몄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외관은 낡았지만, 내부는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아무 불편이 없다“며 “장량동 재개발사업과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마무리되면 학교 인근에 3000가구가 추가로 유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동부초는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고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가 제시한 동부초 이전 후보지 3곳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는 외부용역을 통한 부지 적합성 조사를 통해 A부지(환호공원 서측 부지), B부지(현대제철 사옥), C부지(두호공원) 등 3곳을 교육지원청에 제안했다. 교육지원청은 B부지는 주택사업 승인이 나 매입이 불가능하고, C부지는 공원부지로 학교 건립이 어렵다고 했다. A부지는 동부초와 직선거리로 600~700m 가량 떨어져 있어 등하교 하기에 거리가 다소 멀다는 입장이다. 특히 A부지로 학교 이전을 하면 통학구역 구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학교를 신설할 때 가장 먼저 생긴 동부초를 중심으로 두호남부초, 장량초, 포항해맞이초 등이 잇따라 들어섰는데, 동부초를 이전할 경우 통학 구역 구분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A부지로 이전하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기존 남쪽 맨션(낙원·정원 빌라 등)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원거리 통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런 불편이 지속되면 학생들이 타학교로 전학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지원청은 ‘3년째 동부초 이전 업무 추진에 대해 협의해 왔다’는 포항시의 주장에도 강하게 부인했다. 포항시가 동부초 이전 관련 공문을 보낸 시점은 지난해 2월이고, 이후부터 학교 이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부초 위치는 현 부지가 최적의 장소“라면서 “교육 당국은 컨벤션 사업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 개최와 관련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면 학부모와 학생, 지역 주민만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포항시는 교육지원청의 학교 이전 반대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이 반대하는 부분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반대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포항시 의견을 들어봐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2025-07-30

상주·안동시의회 미국산 사과·소고기 수입 확대 반대 ···한국사과연합회 “통상협상서 농산물 빼라”

8월 1일로 예정된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미국산 사과 수입을 검토하자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상주시의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미국산 소고기와 사과 등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라면서 “산불 피해, 기후 재난, 전염병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우리 농업과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주시의회는 미국산 소고기·사과 등 주요 농축산물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할 것과 농축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존 기반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분명한 원칙을 수립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안동시의회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논의를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회는 생산비 상승 등 복합적 위기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논의는 농업인의 생존과 국민 식탁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의회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농업을 통항 협상의 교환 조건으로 삼지 않는 국가적 원칙을 설정하고 법제화하라고도 했다. 앞서 사단법인 한국사과연합회는 지난 29일 상주시 연합회사무실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추진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결의문을 통해 “통상협상에서 사과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을 제외하고, 정부와 국회는 국내 사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특히 정부와 국회가 국내 사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인규·피현진 기자

2025-07-30

온라인강의 부정적 댓글 후기는 ‘의견표현’⋯법원, 댓글 손배소 기각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를 작성했다가 강의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당한 수강생이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온라인 강의업체 운영자 A씨가 수강생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B씨는 2021년 8월부터 1개월에 30만 원의 수강료를 내고 4개월간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그는 2022년 3월께 A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수강 후기를 묻는 댓글이 달리자 “돈 아까웠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와 관련 A씨는 B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했으나 B씨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면서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 명목으로 1억 원을 청구했다. A씨는 “B씨가 부정적 댓글을 게시해 고객이 이탈하고 매출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를 대리한 공단 측 변호사는 댓글은 수강생의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의견 표현이며, 사실 적시 또는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또 댓글만으로 매출 감소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A씨 측의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댓글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이므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라 보기 어렵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A씨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4500만 원으로 낮춰 항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의 후기와 평가가 표현의 자유임을 확인한 사례”라며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30

‘캠핑·박물관 투어 등 저비용으로 알차게’···바뀌는 휴가 트렌드

고물가에 팍팍한 생활이 이어지며 직장인의 여름휴가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이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저비용으로 알찬 일정을 짜 여름휴가를 보내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야외 캠핑이나 박물관 투어 등 가족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많이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 휴가보다는 짧지만, 효율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여름휴가 트렌드의 변화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나우앤서베이가 실시한 ‘2025년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8.9%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휴가 기간은 ‘3~4일’이 54.2%로 가장 많았으며 ‘5~7일’이 26.4%, ‘1~2일’이 14.2%, ‘8일 이상’이 5.2%등이었다. 긴 휴가보다는 짧고 효율적인 일정이 직장인들의 주요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휴가 방식으로는 국내 여행이 69.6%로 가장 많았고, 해외 여행은 19.1%로 뒤를 이었다. 집에서 보내는 휴식인 홈캉스가 6.1%, 가족·친지 방문이 3.0%를 차지했다. 해외 여행을 계획한 응답자 중에선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가 30.8%로 가장 높았고, 30대 22.2%, 40대 21.4%, 50대 13.3%, 60대 이상 10.8% 순이었다. 해외 여행지로는 일본이 34.7%로 가장 인기가 높았고, 동남아시아가 29.4%로 뒤를 이었다. 중국·홍콩·대만이 10.6%, 북미가 7.1%, 서유럽이 5.9%, 오세아니아가 5.3% 등으로 집계됐다. 여름휴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휴식과 힐링이 46.4%로 가장 많았고, 자연과 경치가 41.2%, 맛집 탐방이 37.4%, 숙소의 쾌적함이 35.9%를 기록했다. 휴가 계획이 없는 응답자 111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휴가철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가 24.3%, ‘재정적 여유 부족’이 23.4%, ‘여름휴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18.9%였다. 휴가를 계획 중인 김지연씨(35·대구 수성구)는 “고물가 시대에 펑펑 돈을 쓰며 멀리 가기에는 부담스러워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장을 예약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예약하려는 사람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다. 올 여름 아이들과 캠핑을 하며 자연을 보고 추억을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상기씨(40·대구 달서구)는 “아이들 방학과 직장 휴가를 맞춰야 하다 보니 긴 여행은 생각하기 힘들다”며 “요즘은 지자체별로 관광하기 참 좋게 조성해 놓았다. 무더위에 돈 쓰고 힘든 것보다 쾌적한 실내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높여 줄 수 있는 박물관 투어와 체험을 시켜줄 생각이다”고 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30

경북소방본부 노후 아파트 긴급 화재 안전대책 추진

경북소방본부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노후 아파트 화재로 아동 4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함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도내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긴급 화재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은 화재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높은 노후 아파트 및 공동주택 약 1200여 곳을 주요 대상으로 단순 점검 수준을 넘어선 입체적·실천 중심의 대응책으로,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현재 경북도 내 건축된 지 3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은 전체의 약 15%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화재 감지기, 자동 소화설비 등 주요 소방시설의 노후화와 관리 미흡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의 핵심은 자동화재탐지설비, 소화펌프, 경보장치 등의 작동 여부 및 관리 상태를 집중 점검하고, 대피로 및 방화문 관리 실태,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을 꼼꼼히 살핀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가스·건축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전방위적인 안전 진단을 실시, 피난통로 내 자전거·가구 등 장애물 적치 관행에 대해선 집중적인 계도와 반복 적발 시 행정처분까지 고려할 방침이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화재 행동 매뉴얼 교육 및 시뮬레이션 훈련도 병행된다. 각 소방서장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입주민 대피 유도 방법 안내, 소방시설의 일상적 관리 방법 지도, 주민 대상 화재 예방 컨설팅 및 소방 안전 홍보물 배포 등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후 아파트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소방안전 교육도 함께 추진되며, 대피 요령, 화재 발생 시 신고법, 연기 속에서의 이동 방법 등 실생활 밀착형 훈련이 이뤄진다. 박성열 소방본부장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참극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회적 경고”라며 “경북소방본부는 긴급 점검과 주민 교육, 제도 개선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화재 예방책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30

도심 공공부지에 옥수수·고추 심고… 무단경작으로 몸살

포항 도심을 비롯한 경북지역 공공부지가 불법 경작에 노출돼 있지만 자치단체는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찾은 포항의 한 도로 옆 공공부지에서는 옥수수, 방울토마토, 대파, 고추 등 각종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주변에는 녹색 그물이 둘러쳐져 있었고, ‘작물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이처럼 포항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무단경작 사례가 확인되지만, 반복되는 주민 반발과 상시 단속이 어려운 행정 여건때문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북 전체가 사정이 비슷하다. 예천군 유천면 하지리 중평천 제방 둑 마루에는 1256㎡(약 380평) 규모의 농작물이 있다. 인근 주민 A씨가 하천 부지를 불법 개간해 사용 중인데, 집중호우 시 제방 유실 위험이 높은 곳이어서 무단경작이 재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주시 중동면에서는 공직자의 무단경작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낙동사격장 인근 하천 부지에서 시의원을 포함한 45명이 무단경작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하천법과 국유재산법을 위반한 채 수년간 공공부지를 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구미시가 강제 행정조치로 관행 근절에 나서 관심을 끈다. 봉곡동 현대아파트 인근 시유지 1652㎡(약 500평) 규모의 불법 경작지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계고장을 발송했고, 11월에는 작물 수확 직후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작물과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이팝나무·배롱나무·산수유·청단풍 등 136그루의 나무를 심어 쾌적한 녹지 공간으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무단경작 방치가 도시 경관을 훼손하고, 향후 토지 활용 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확 후 작물 찌꺼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무단으로 경작한 뒤 해당 토지를 자기 재산처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는 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심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휴 부지나 미사용 공공용지는 일정 절차를 거쳐 등록하고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사용하도록 허용하되, 향후 개발 시 작물 철거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항시 남·북구청 관계자는 “불법 경작지를 확인하면 계고장을 발송하고 자진 철거를 권고하고 있으나 넓은 면적 탓에 상시 단속은 사실상 어렵다”며 “철거 이후에도 재차 경작이 이뤄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민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30

KAAV는 질주하고, 보트는 함께 들었다···여름 해병대 캠프

30일 포항시 남구 도구 해안. “KAAV에 올라탄다, 이동” 조교의 우렁찬 구령이 떨어지자 교육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상륙돌격장갑차(KAAV) 6대에 조별로 나눠 탔다. 장갑차가 굉음을 내며 모래사장을 질주했고 이어 백사장과 바다를 오갔다. 올해 여름 해병대 캠프 셋째 날의 모습이다. 전국 중·고교생과 대학생, 일반인, 재외동포 청소년 등 참가자 300여 명은 KAAV 탑승 체험과 IBS(소형 고무보트) 페더링 훈련을 했다. 장갑차 훈련을 마친 교육생들은 곧바로 해변에 일렬로 배치된 검은색 IBS 고무보트 앞으로 이동했다. 이날 두 번째 관문은 해상 페더링(노젓기) 훈련으로 단체 호흡과 협동심이 시험대에 올랐다. 해안선 가까운 수면 위에서 시작된 페더링(노 젓기) 훈련은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니었다. 조별로 구령을 맞춰야만 보트가 앞으로 나아갔고 누군가가 힘을 빼거나 박자를 놓치면 금세 방향이 틀어졌다. ‘짧은 항해’를 마치고 해안으로 돌아온 교육생들에게 조교는 “이제부터가 진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들어야 한다”며 끝까지 팀워크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지친 몸을 일으킨 교육생들은 물에 젖은 팔로 보트를 들어 올렸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들의 걸음은 분명 무거웠지만 눈빛에는 단단한 변화가 담겨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KAAV와 IBS 훈련은 상륙작전의 기본 전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며 “교육생들이 협동과 인내의 의미를 체험으로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캠프는 오는 8월 1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일정은 천자봉 행군, 전투수영, 이함훈련 등 고강도 프로그램이다. 교육생 전원은 마지막 날 수료식에서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단다. 참가자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최고령 참가자인 최이기씨(78·경기 안산)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가했다”며 “이번이 열 번째 캠프 참여인데 13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삶이 발전되는 느낌이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해병대 출신인 아들을 떠올리며 나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온 재외동포 앤드류 재성 김(21·Andrew Jeesung Kim)은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해병대 훈련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격 훈련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강인한 해병대 정신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병대는 올해 처음으로 재외동포 청소년의 캠프 참여 신청을 받아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6개국에서 온 10명의 청소년들이 캠프에 참가했다. 이들은 훈련 이후 8월 2일 경주·포항 일대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일정도 함께 소화하며 조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높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30

[속보] 캄차카에 진도 8.7 초강도 지진…일본 3m, 한국 0.3m 쓰나미 위험 경보

명태와 오징어가 대량 서식하고 있는 러시아 동부 오호츠크해에 접한 캄차카반도에서 30일(현지시간)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잇따랐다. 한반도 해안에도 소규모 쓰나미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이웃나라 일본은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첫 지진 발생 직후 “한반도 해안에도 최대 0.3m 미만의 쓰나미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미 태평양 연안에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하고,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해안 접근을 삼가고, 주의보 해제 시까지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 24분께 캄차카반도 동쪽 해역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인구 19만 명이 사는 러시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동남쪽으로 136㎞ 떨어진 해상이며, 진원의 깊이는 19㎞로 관측됐다. 약 50분 뒤인 오후 12시16분경에도 같은 지역에서 규모 8.7의 초강진이 다시 발생, 주변 일대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블라디미르 솔로도프 캄차카 주지사도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지진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라고 전했다. 캄차카 반도는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해 있어, 지각 활동이 활발하고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경북 포항과는 2,700여km 떨어져 있는 원거리이지만 이 해역 일원에는 명태와 오징어, 꽁치 등의 보고여서 국내 어선들도 쿼터를 받아 출항, 어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7-30

황영헌 개혁신당 전 대구시당 위원장, 특별당비 사적 유용 혐의 고발 당해

경찰이 수천만 원의 특별당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황영헌 전 대구시당 위원장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황 전 대구시당위원장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운동 당시 당원들로부터 유세차 제작을 위한 특별당비 3000여만 원을 받았지만 이를 개인적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유세차는 무상임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 중앙윤리위는 황 전 위원장이 실제 유세차 제작비용에는 모금된 특별당비의 10% 수준인 388만 원만 지출됐고 나머지 비용은 황 전 위원장과 동생인 회계책임자, 특정 선거사무원 1명 등 3명에게 수당으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사직서를 냈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징계 규정의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해당한 적이 없다”며 “윤리위에서 지적한 절차상 문제도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점, 당내 회계보고 절차를 준수해왔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조만간 황 전 위원장을 비롯한 개혁신당 전현직 당직자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29

“멀어도 국공립”… 어린이집 양극화 심화

속보=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로 지역의 어린이집이 줄폐업<본지 23일 자 3면 보도> 하는 상황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신 시설을 갖춘 국공립어린이집이과 보다 나은 서비스로 입소문이 난 대형 민간어린이집은 대기 수요가 있는 반면에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북에는 1234곳의 어린이집이 있다. 유형별로는 민간 어린이집이 489곳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 어린이집 370곳, 국공립 어린이집 217곳, 사회복지 법인 69곳, 직장 어린이집 57곳, 법인·단체 어린이집 31곳 등이었다. 어린이집 1234곳의 보육정원은 6만676명이며, 정원충족률은 63.7%에 머물렀다.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세한 어린이집별 상황을 살펴보면 확연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전국 어린이집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사랑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포항시 남구 오천 소재 A시립어린이집의 대기자 수는 무려 112명을 기록했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 대형 민간 어린이집 역시 대기인원이 100명을 훌쩍 넘겼다. 경북 지역 대부분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원 보다 많은 인원이 대기하고 있다. 민간 영세어린이집은 정원을 겨우 채우거나 미달되는 곳이 많다. 포항에서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권모씨(40·북구 장량동)는 “민간이 국공립 보다 상대적으로 입소는 수월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어린이집 마다 운영내용의 편차도 크다“면서 “교사 선발 기준 또한 국공립이 훨씬 더 까다로워 거리가 멀더라도 국공립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지역의 보육 사각지대를 책임지던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접근성 좋은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 위주로 원아들이 몰리지만, 구도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등록 원아가 줄고 있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어린이집들은 고령화 시대에 수요가 급증한 노인복지시설로 업종을 바꾸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들이 크기의 경쟁에 집중하기 보다 부모의 다양한 근로형태에 따라 필요한 보육 수요와 그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향 위덕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가정처럼 따뜻한 보육환경을 제공하는 등 어린이집 자체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면서 “국공립 어린이집과 다른 차별화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린이집 존립을 위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7-29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느긋한 하루 즐기기

아침부터 훅하고 열기가 밀려든다. 오늘도 휴대폰에선 어김없이 폭염이 지속되니 건강에 유의하라는 안전안내 문자가 도착한다. 더운 공기를 피해 도망치듯 발길이 닿은 곳은 포은중앙도서관이다. 이제는 이른 아침부터 카페가 아니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오전 9시 전이라 늘 붐비던 지하 주차장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고요하다. 빈자리가 많으니 기분 좋게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섰다.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1층 로비로 향한다. 도서관의 분위기를 먼저 훑는 느낌이랄까. 로비에선 여러 행사 알림 안내판과 어딘가 집의 거실에 있어야 할 소파에 편히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사진 촬영 하는 곳과 도서관을 부지런히 오가는 취업 준비생들,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민기자가 즐겨 찾는 5층으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히 아이에게 부탁받은 반납할 책도 있다. 반납 후, 다시 빌릴 책을 살피지는 않는다. 집에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남아 있으니 읽지 못할 책을 꼭 빌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서가의 책 제목을 눈으로 훑는다.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책 사이를 거니는 그 고요한 기분이 괜히 좋다. 사람들이 말을 아끼는 공간이라서인지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펼친다. 책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읽으며 이 책의 내용도 어렴풋이 짐작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자리를 잡은 창가 책상 앞에 앉았다. 챙겨온 신문과 책으로 무선 노트에 필사할 요량이었다. 마침 챙겨 온 시집은 서효인의 ‘여수’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문장을 따라 쓰다 여수를 떠올렸다. 그러다 새 둥지 모양의 둥근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즐기며 양산을 쓰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준다. 점심시간을 맞아 3층 휴게실로 향했다. 3층의 배움터에선 인문학 강좌를 마치고 수강생들이 막 나오고 있었다. 그 틈에 지난 일 년간 아카데미 수업을 함께 했던 지인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다. 휴게실에선 여름의 열기처럼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앉았다. 점심 후엔 2층 야외공간으로 향한다. 공원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포은중앙도서관에 오면 종종 들르는 곳이다. 긴 벤치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와 아이가 쉬기에도 좋아 보인다. 그 옆을 근처의 직장인이 거닐고 있다. 저녁에는 로비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시민기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에 시작해 두 번째 진행되는 ‘렉처 콘서트, 클래식 비화(秘話)’다. 해설로 진행된 음악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 100년 전 음악이지만 좋아서 지금도 연주되는 것이 클래식(고전)’이라 해설자가 정의하며 헨델과 쇼팽 그리고 베르디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 사이 사이에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소프라노와 테너의 노래도 감상했다. 도서관의 짧은 공연에서도 성악가들이 이렇게 옷을 잘 갖춰 입고 노래를 하니 더 감동이었다. 도서관은 이렇듯 굳이 목적이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곳이고 예약하지 않아도 발길이 닿는 곳이다. 최근에는 여름 인기 휴가지에 도서관이 포함될 정도다.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라던 보르헤스의 말을 떠올리며 폭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도서관에서 느긋한 하루를 즐기는 건 어떨까.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