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스트리아 슈니첼보다 맛있는 ‘그냥’의 돈가스

등록일 2026-03-23 17:30 게재일 2026-03-24 12면
스크랩버튼
K-밥 헌터스 포항 돈가스 맛집 ‘그냥’

소스 가득 돈가스에 익은 양파를 토핑
사이드엔 양배추샐러드에 참깨드레싱
입맛을 당기는 고소한 향 ‘솔솔’ 풍겨와 
Second alt text
오스트리아 슈니첼 코스요리의 수프와 샐러드
Second alt text
슈니첼과 감자튀김

 

Second alt text
그냥의 돈가스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입국해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독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떠나기 바로 전, 개그맨 유재석이 하는 유튜브 ‘풍향고’에서 우리가 가려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먼저 다녀와서 정독했다. 풍향고팀은 패키지인 우리와 달리 자유여행이었고 핸드폰으로 검색 따위 안 하고 숙소도 식사도 기차도 무작정 닥치는 대로 해결했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슈니첼은 꼭 먹어야 한다고, 유명한 맛집 앞에 줄을 섰다가 예약한 사람만 입장 가능하다고 하니 아쉬워하다가 근처 줄 없는 식당에서 맛보았다. 맛있다고 하면서 케첩과 잼을 뿌리거나 가져간 튜브 고추장을 곁들여 먹었다. 우리 패키지는 모차르트가 살았던 짤즈부르크를 둘러보고 모차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는 할슈타트 호수 보러 가는 길, 산골 작은 읍내같은 곳에서 점심으로 먹었다.
 

풍향고 팀이 먹었던 그 슈니첼을 우리도 먹는다니 기대가 컸다. 화장실이 급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달려갔다. 손을 씻고 내 자리로 오니, 수프와 샐러드와 빵이 놓였다. 따뜻한 수프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한 것 같은 라면 스프 맛이 났다. 그래서 다들 맛있다며 먹었다. 샐러드도 경양식집의 그 샐러드였다. 빵도 달콤해서 금방 해치웠다.
 

그러자 본식 메뉴인 슈니첼을 들고 종업원이 들어왔다. 우와아~~, 크기가 얼마나 큰지 서울 남산에서 본 세숫대야 돈가스만 했다. 혼자 먹기엔 진짜 컸다. 우리나라 돈가스와 닮았는데 다른 점은 레몬 4분의 1조각과 감자 튀김이 사이드에 잔뜩 토핑으로 얹혔다는 것, 또 돈가스 소스가 없었다. 
 

슈니첼 맛집이 아닌지, 칼로 썰어 한 입 먹었더니 짜다. 또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서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옆에 함께 나온 감자튀김에 캐첩을 뿌려 배를 채웠다. 옆에 일행들은 반 정도 먹고 남겼다. 워낙 크기가 한국인 여행객들이 다 먹기엔 컸다. 그 위에 돈가스 소스와 오뚜기 수프와 단무지나 깍두기가 있었다면 남기지 않았을지 모른다.
 

여행에서 돌아와 포항제일교회 근처 돈가스 맛집 ‘그냥’에 갔다. 이 집은 메뉴가 돈가스 하나뿐이다. 오르막길에 자리한 곳이라 모르는 사람은 간판도 못 보고 휙 지나쳐 간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니 봄이라고 사장님이 키우는 화분에 꽃이 만발했다. 수선화가 꽃대를 올렸고 연보랏빛 긴기아난이 향을 내뿜었다. 칼랑코에도 햇살을 향해 목을 길게 뽑고 곧 꽃을 피울 기세다.
 

창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따뜻한 물과 기본 반찬 세 가지가 나왔다. 쫑쫑 썬 고추장아찌와 부채를 편 듯 다소곳한 단무지, 잘 익은 깍두기였다. 뒤이어 돈가스 접시가 입장했다. 사각의 접시는 가장자리가 레이스 뜨기 무늬를 닮아 그 자체로 우아했다. 소스를 가득 부었고 그 위에 익은 양파를 토핑했다. 사이드에는 양배추샐러드에 참깨드레싱을 뿌려 고소한 향이 풍겼다. 샐러드 주위에 빨간 딸기와 초록 브로콜리를 둘러 꽃 같았다. 귤 반쪽에 달걀 반쪽과 파인애플 반쪽이 앙증맞게 입맛을 당겼다.
 

고기 냄새에 민감해서 어지간한 집의 돈가스는 입에 맞지 않는다. ‘그냥’의 돈가스는 어떨까 조심스럽게 썰었다. 소스와 함께 한 입 맛보았다. 오스트리아의 슈니첼과 달리 짜지도 비리지도 않았다. 양배추 채가 얌전하고 가지런해 기계로 썰었냐고 사장님께 여쭈니 손으로 해야 일정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소스도 직접 이것저것 넣고 빼보며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맛이라고 한다. 천연 재료만 넣었다고 자랑이 길었다. 나름 장인정신으로 만든 돈가스였다. 그냥 사장님이 할슈타트에 가서 오픈하시면 대박 날 집이 확실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