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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철강 위기 포항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철강산업 불황 등으로 고용불안이 심화하는 포항이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공식 지정됐다. 지난 8월 지정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과 함께 철강기업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물론 지역 경제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포항시는 철강산업 불황이 공장 가동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데다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에도 압력이 누적되면 인위적 감원, 핵심 숙련 인력 외부 유출, 협력업체 연쇄 부실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최근 고용노동부에 신속한 지정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2025년도 제4차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해 경북 포항시와 충남 서산시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신규 지정하기로 심의·의결했다.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 글로벌 공급과잉, 내수 부진 등으로 포항(철강), 서산(석유화학) 등 두 지역 내 주된 산업이 어려워져 고용이 둔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제도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미리 지정해 지원한다. 고용유지 지원금과 직업능력개발 지원사업,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의 지원 요건이 완화되는데다 지원 수준은 확대된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자의 경우 △직업훈련비를 위한 내일배움카드 확대(300만 원→500만 원) △생활안정 자금 융자(2000만 원→2500만 원)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융자(1000만 원→1500만 원)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1000만 원→2000만 원) △국민취업제도(Ⅱ유형) 소득요건 면제(중위소득 100%→지정일전 3개월 부터 퇴사자는 소득요건 면제)다. 기업은 고용유지지원금(휴업수당의 66.6%→80%),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훈련비 단가의 100%→130%) 혜택이 있다. 포항시는 이번 지정을 국·도비 추가 확보의 발판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시 고용노동부 예산 50억 원 편성과 국회 73억 원 증액을 요청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용유지, 전직지원, 직업훈련, 생계안정 등 관련 국·도비 사업을 중점 발굴·확대한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8

일제강점기 포항 인공동굴 드디어 빛 본다···국가등록문화유산 추진

포항시가 남구 오천읍 일대에 방치된 일제강점기 인공동굴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전쟁 등 비극적 역사현장 탐방을 통해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리즘’ 역사 관광지로 활용하기로 해 관심이 쏠린다. 19일 경북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천읍 세계리와 광명리 일대에는 20곳의 인공동굴이 확인됐다. 이중 절반은 해병대 1사단 부지 안에 있고, 나머지는 농지와 민가 담장 사이에 흩어져 있다. 성찬문 광명리 이장은 “제대로 보존된 동굴은 거의 없고, 일부 창고로 쓰이거나 아예 방치돼 무너진 것도 있다”면서 “대부분 사유지 안에 있어 접근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은 “일제강점기 오천읍 일대에는 일본 해군 항공대가 전쟁 대비를 위해 건설한 ‘영일항공기지’가 있었다”면서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조성된 이 기지의 도면을 일본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서 직접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중에서 적함에 돌진해 자폭하는 인간어뢰인 ‘가이텐’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 부원장이 확보한 도면과 자료가 결국 "인공동굴의 역사적 가치가 문헌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인 포항시를 움직였다. 포항시는 내년 초 용역에 착수해 인공동굴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학술조사와 더불어 동굴의 수·규모·위치·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해 5~10년 단위의 단계별 정비계획도 세울 예정이다. 김규빈 포항시 문화유산활용팀장은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크투어리즘형 역사관광지’로 발전시키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인공동굴 대부분이 사유지 또는 군부대 부지에 묶여 있는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사현지 경북연구원 박사는 포항시·해병대·사유지 소유주·전문가·주민이 참여하는 상설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보존·운영·활용이 하나로 이어지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 박사는 특히 “군부대나 사유지 내 동굴은 협약(MOU)을 통한 제한 탐방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병대와 협력해 소규모 예약제 탐방을 운영하면 보안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특별 탐방’이라는 관광적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접근할 수 없는 구간은 VR·AR 기반의 가상탐방 콘텐츠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규제 위주가 아니라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와 활용을 유도하는 덕분에 구조 변경이나 내부 개조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법적 보호와 예산 지원은 제한적이다. 사 박사는 “단기적으로는 등록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핵심 동굴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1-18

대구 노동청, 허위 취득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80명 ‘기소’ 의견 송치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청)은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부정수급한 8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대구 노동청은 올해 3월부터 10월 말까지 ‘2025년 부정수급 정기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건설업 일용근로 내역을 기초로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 약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일하지 않는데도 건설 현장의 인건비 처리 등을 위해 명의를 대여하고 고용보험을 허위로 취득해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125명을 적발하고 부정수급액과 추가징수액 14억 6000여만 원에 대해 반환토록 처분했다. 주요 적발 사례는 건설회사 현장 관리자로 재직 중인 A씨는 작년 2월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배우자 B씨가 현장에서 일용 근로한 것처럼 처리해 본인은 육아휴직급여 1400여만 원을 부정수급하고, 배우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신청하도록 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 모두 육아휴직급여와 실업급여 부정수급 및 공모 혐의가 적용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부정수급액의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추가징수가 가능하며 별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적용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김선재 대구고용노동청장 직무대리는 “실업급여 제도가 앞으로도 취약계층의 버팀목이 되고 노사가 기여한 보험료가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허위 취득 등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11-18

“아침에도 저녁에도 브런치를”

오늘 저녁은 가볍게 먹기로 했다.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메뉴가 있어서 자주 가는 곳이 가까이 있다. 오전 5시, 이른 시간이라 가게 앞에 주차할 곳도 널널했다. 들어서니 단골이라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연두색으로 입은 내 옷을 보고 눈이 환해진다며 웃으셨다. “브런치 두 개요.” ‘다나커피’를 2년 전에 지인에게서 소개받았다. 저녁을 먹자고 하면서 왜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냐고 물으니 가보면 안다고 했다. 실내는 의외로 넓어서 단체 손님도 가능하다. 그때도 브런치 두 개를 주문했다. 아침에도 브런치, 저녁에도 브런치다. 고를 것도 없어 편하다. 최근에 수프도 추가 가능하다. 삼각형의 큰 접시에 가득 무언가 담겼다. 1인 1접시를 받았다. 제일 눈에 들어온 것은 잘 익은 아보카도였다. 얇게 저며서 얌전히 양상추 위에 누웠다. 까만 올리브 두 개, 빨간 토마토 세 조각, 채 썬 파프리카도 여러 색깔 골고루 놓였다. 제철 과일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은 단감이다. 달걀도 어찌 이리 얇게 썰었을까, 렌틸콩과 병아리콩이 소복하게 양상추 밑에 숨었다. 삼각형 치즈와 적양배추가 색깔을 맞춘다. 따로 담은 수제 요거트 위에 바나나와 샤인머스켓이 송송, 견과류도 뿌렸다. 따끈한 통밀빵과 발라서 먹으라고 잼과 크림이 앙증맞은 숟가락과 함께다. 한 접시 가득 대접받는 기분이다. 주문할 때 커피와 허브티 중에 선택하라고 해서 잠을 못 자는 나는 허브티, 남편은 얼죽아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세트 메뉴다. 가볍게 먹자고 왔지만 푸짐한 한 상이다. 브런치는 아침과 점심을 합친 말로 ‘브렉퍼스트+런치’의 합성어로, 1895년 영국 잡지 기사에서 처음 제안된 용어다. 1895년 헌터스 위클리의 가이 베린저가 일요일 늦은 아침 식사를 설명하며 ‘브런치’를 제안했다. 1896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실릴 만큼 오래 사용된 어휘다. 가톨릭의 공복재(예식 전 금식) 전통과 연결된 일요일 늦은 점심에서 유래했다는 설, 영국 귀족의 사냥 후 식사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1920~30년대 뉴욕의 늦은 아침 식사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서구에서는 대개 샴페인이나 칵테일을 곁들여 늦은 아침에 먹는 식사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점’으로 불리며, 1990년대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난 브런치와 함께 나온 커피 향이 그윽하다. 사장님께 언제부터 카페를 시작했냐고 여쭈니 2009년부터였다고 했다. 커피에 빠져 더 맛있는 원두를 직접 찾아다니고, 원두도 누가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니 직접 도구를 만들기도 했단다. 2014년 GSC 커피 수입하는 곳에서 손으로 커피를 뽑는 대회인 수망 로스팅 대회를 열었다. 직접 개발한 도구를 들고 가서 우승했다며 상패를 보여주셨다. 카페 한쪽 벽 장식장에 반짝이는 상패가 놓였다. 상을 타니 드립 커피를 맛보려고 오는 손님도 늘고 곳곳에서 로스팅하는 방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 지금은 카페 옆 공방에서 상을 탄 남편분이 수업도 진행한다. 올해도 서울 코엑스에서 카페쇼가 열린다고 해서 참여한다고 즐거워했다. 2025년 서울 카페쇼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다. 19일과 20일은 비즈니스 데이로 일반 참관객들을 21일과 22일에 입장이 가능하다.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만든 커피 한 잔과 브런치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포항시 북구 장성로 7-1, 장흥초등 삼거리에 자리한 다나커피(050-71410-4040)는 오전 10시-밤 10시까지 영업, 월요일 휴무이다. 새로 생긴 바비큐는 예약하고 가면 맛 볼 수 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18

경주 아이들에게 APEC은 어떻게 기억될까?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관광도시였던 경주는 한동안 축제로 들썩였다. APEC이란 중요 행사를 앞두고 이곳저곳 수선도 해야 했으며 사람들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잦은 축제성 행사도 이뤄졌다.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날들이었다. 특히 교통통제로 인한 피해가 컸다. 경주시는 넓은 행정구역 덕분에 해양도시, 산업도시 역할을 모두 품고 있지만 외부엔 관광도시란 이미지로 주로 알려져 있다.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및 이동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규모가 규모다 보니 시간도 길어졌다.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시민들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이뤄진 행사였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제 여유로운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특히 APEC으로 준비된 몇몇 행사들은 아직도 엄청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은 평일 이른 아침부터 6개의 금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란 주제로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경주국립박물관 내 신라역사관에서 진행된다. 주말엔 엄두도 못 낼 정도다. 어떤 이는 역사적 현장을 기억에 담기 위해 어르신들 중 일부는 황금의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찾는다 했다. 금관 관련 굿즈상품도 인기다. 거기에 새롭게 재단장한 월지관도 열기에 한몫 하고 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및 한중 정상회담의 현장 또한 관람 가능하다. 공개 기간은 11월 6일부터 12월 28일까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정상회담 당시 실제 사용된 집기들을 직접 둘러보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저마다 의미 있는 이유들로 당분간 박물관 주자창은 만차 예약이다. 그리고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는 APEC 본회의장 및 라운지 및 기타 회의장을 11월 7일에서 9일까지 공개했다. 회차별 150명, 하루 12회로 11월 5일 자정부터 관람 예약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기념이 될 만한 추억을 남기고자 낮 12시 정각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공연 예약에 비해 인원수가 넉넉하다고는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긴장감을 안고 대기했다. 그리고 낮 12시가 되자마자 바로 신청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 예매가 가능했다. 당일 오후 아이 친구와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공간이 넓기도 했거니와 정체될 만한 요소가 없다 보니 원래 예약 시간인 오후 4시가 되기 10분 전에 입장이 가능했다. 유달리 폭신한 레드카펫을 밟고 안으로 들어서자 회의장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트인 공간 덕에 서로 불편함 없이 관람이 가능했다. 인터넷 예매자 외에 현장 신청자들도 대기 없이 관람 가능해보였다. 회의장 입구에 들어서니 Republic of Korea란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포토존에서는 봉사자와 행사 담당자가 사진을 찍어줬다. 보통 다음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가족 중 한 명이 촬영을 해야 했는데 편하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친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문득 벌써 오래전 88올림픽이 기억났다. 학교와는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큰 도로에 성화 봉송자가 지나간다고 했다. 많지 않은 시골학교 전교생들은 손을 흔들기 위해 수업도 빠진 채 그곳을 찾았다. 생각지 못한 나들이에 신났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88올림픽이 그랬듯 이 아이들에겐 2025년 APEC이 유년의 추억이 될 것이다. 모두의 고생 덕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18

수능을 추억하며

2026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지난 12년간 열정으로 쏟아부은 시간이 수능과 함께 마침표를 찍은 날이다. 시험을 끝내고 어둑해진 교문을 나서는 수험생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기쁨과 후련함을 맘껏 즐겼다. 아이를 맞은 부모들은 선물을 건네기도 하고 아이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며 행복하기를 바랐다. 이제 학교 정문과 거리 곳곳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수능 대박’이라는 현수막 대신 거리의 상점들은 발 빠르게 ‘수험생 할인’ 광고를 내걸었다. 올해는 황금돼지 띠인 고3 수험생의 재학생 응시자 수가 전년 대비 9.1% 늘었고 N수생도 함께 늘어 지난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했다. 당연히 수능 한파는 없었다. 큰 아이가 내년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 생각하니 올해 수능이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까마득히 지나버린 시민기자의 수능도 추억해 본다. 정확히 30년 전이다. 수능은 시민기자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3년도에 학력고사 대신 처음 치러졌다. 미국식 수능인 SAT를 모델로 삼았다. 처음 수능은 8월과 11월 두 번 치러졌다. 새로 바뀐 입시의 첫 타자가 아니라서 좋다고 생각했고 8월 어느 날 시내엔 시험을 끝낸 수험생으로 와글와글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3년 차였던 1995년에 수능을 치렀다. 후배들의 커다란 응원 같은 것은 없었던 시절이다. 고등학교 때 자취를 했었기에 예비소집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시장에 가서 수능 날 먹을 점심으로 김밥을 미리 샀다. 그리고 수능일 아침 일찍 도착해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아 오늘 칠 시험을 그려보았다. 1995년 11월 수능은 날씨가 추웠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수능 한파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땐 수능 전날까지 괜찮았던 날씨가 수능을 기점으로 추워졌기 때문이다. 교실에 정확히 몇 명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같은 반 친구 한 명과 같은 교실에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언어영역의 듣기 시험이 있었고 기억엔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온 아나운서의 목소리만이 고요와 긴장감의 교실을 가득 채웠다. 교실에는 고3 수험생뿐 아니라 사십 대 후반이나 오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그보다 더 나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도 앞줄에 앉아 함께 수능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많이 낯설어 보였다.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나이 들어서도 공부하고 학생들과 시험을 보는 그 자체가 어린 눈에 조금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점심 후의 3교시 탐구영역은 많이 어려웠다. 쉬운 1번 문제를 틀려서였을까. 시험의 결과는 모의고사 때보다 좋지 않았다. 창가를 뚫고 들어온 오후의 햇살에 살짝 멍해지기도 한 3교시였다. 다시 시험은 못 보았지만 탐구영역 결과가 아쉽기는 했다. 4교시 영어 시험은 마지막 5분을 남겨놓고 답안지를 2번이나 바꾸었다. 덜컥하는 마음이었는데 감독 선생님께서 시간 충분하니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말에 편한 마음으로 무사히 답안지를 작성했다. 선생님의 ‘괜찮아’라는 말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덕분에 영어는 평소보다 결과가 잘 나와 기분 좋은 기억이 되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수능을 치른다는 건 어쩌면 학생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또 앞으로 어떤 점수를 받던 이후의 이야기도 펼쳐질 것이다. 잘 보면 잘 본대로, 못 보면 못 본대로 결과를 잘 받아들여 자신에게 주어진 멋진 이야기를 계속 잘 써 내려가길 바란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18

사단법인 대구학회 4차 학술대회 열려

사단법인 대구학회(회장 권정태)는 지난 15일 오후 대구수성구 신매동 고산도서관에서 김천대학교 남상권 교수 사회로 ‘대구의 근대 문화와 역사’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학회 회원과 내빈으로 대구시의회 이재화 부의장, 수성구의회 황치모 운영위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경북대 전자공학부 오철수 명예교수는 ‘해방공간에서의 대구사회의 변천’이란 주제로 대구의 근대 역사에 관하여 설명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영남대 이동기 교수는 ‘대구의 근대교육 전개과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주로 ‘교남교육회’의 설립 시기의 사회적 배경, 설립 과정과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 좋은 반응을 받았다. 세 번째는 광복회 대구시지부 정인열 사무국장의 ‘일제강점기 대구형무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의 발표가 이어졌다. 일본인의 대구감옥 시작,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삼덕교회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대하여 소개하고 대구형무소의 설립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다음으로 권정태 회장은 ‘대구 사진계의 개척자인 최계복’에 대한 인물 설명과 그가 남긴 수십 개의 사진을 보며 시대상황 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소설가 정만진 작가는 ‘상징과 인물로 본 근대 대구’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그는 근대의 시대 정신을 잘 담고 있는 상징물과 인물을 거론하며 그들을 기념할 기념관 건립을 주장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1-18

구미서 3D 프린팅 엑스포·디자인박람회 잇따라 개최

구미 전시컨벤션센터인 구미코에서 3D 프린팅 엑스포와 디자인박람회가 잇따라 열린다. 18일 구미시에 따르면 오는 19일 ‘디자인페스타 in 경북 2025’가 먼저 개막한다. 행사는 경북 유일의 디자인 박람회로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을 통한 성과물을 6개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전시관에서는 유명 회화, 동양화, 디자인 작가 5인의 작품을 생성형 AI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과 중소기업 우수디자인 약 100여점 및 어린이들이 AI를 활용해 제작하는 ‘AI 동화책’ 체험 등이 마련된다. 디자인페스타는 나흘간 무료로 진행되며 문화심리학자 강연, 디자인·AI 토크콘서트 등도 마련돼있다. 이어 20일에는 ‘제13회 국제 3D프린팅 코리아 엑스포’가 열린다. 이틀 동안 33개 기업과 기관 등이 참가해 금속·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산업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는 산업기술과 첨단 제조의 중심도시에서 문화선도산단 지정을 계기로 산업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페스타를 통해 기업과 디자이너, 청년 인재 등이 어우러진 산업디자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3D프린팅을 비롯한 첨단 제조 산업의 중심도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승완기자

2025-11-18

포항 철강산단 완충저류시설 준공···형산강 유역 수질오염 예방

포항시가 형산강 유역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558억 원을 들여 2017년 착공한 ‘철강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이 성공적으로 준공됐다. 2000㎥의 규모의 저류조인 완충저류시설은 5만6800㎥ 규모의 비점오염저감시설, 9.5㎞ 차집관로 , 펌프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오염수를 먼저 받아 외부 유출을 차단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하천 오염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시는 이번 시설 준공으로 예기치 못한 수질오염 사고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형산강의 수질 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완충저류시설 준공에 따라 포항시는 포항시의회, 포항남부소방서,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환경기술인협회 등 관계 기관과 환경안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수질오염사고, 화학물질 유출, 화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 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각 사업장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운영이 체계화돼 수질오염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 산업단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등에도 연차적으로 완충저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시민의 발 멈추면 어떡하나”···“버스회사 자구책 마련 시급”

포항 유일의 시내버스업체인 (주)포항버스의 운전기사들은 2019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도 받지 못한 연장근로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24일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고, 포항버스는 2019~2024년 근무한 운전기사들에게 이자 등을 포함해 25억 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포항버스는 25억 원의 연장근로수당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포항시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포항시는 표준운송원가에서 정한 가동비 중 운전직 인건비에 2024년도분 연장근로수당 3억8000여만원만 반영했다. 2019~2023년분은 이미 결산이 끝나 지급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23일 열린 버스개선위원회에서 이같은 결론이 났다. 포항시는 시내버스 1대당 실제 운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표준화된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인 표준운송원가에 비해 운송수입금이 부족하면 손실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반대로 수입금이 많으면 보조금을 반환한다. 버스개선위원회에서는 두 갈래 의견이 있었다. 포항버스가 경영난 등으로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가면 포항시민이 최종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 2019~2023년 연장근로수당을 법적 테두리내에서 지급할 방안을 고민하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경영개선을 통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데도 자구책 없이 보조금에만 의존한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포항시는 18일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와 2024년 시내버스 결산 완료 보고를 겸한 간담회에서 버스개선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정보 포항버스 사업부장은 “2021년부터 3년간 운전직 인건비 실비에 못 미치는 수준의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 탓에 우리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퇴직금 미적립 상황도 빚었다”면서 “버스회사가 연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구조 등을 반영해 2024년분 이전의 연장근로수당도 반영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용 포항시 대중교통과장은 “이미 정산완료된 상황에서 추가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어 2024년분 연장근로수당만 줄 수 있다”면서 “포항시의 표준운송원가는 광역시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결코 인건비 실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행정처분과 과징금 등의 지표를 종합해 지급하는 성과이윤, 임원 인건비 삭감을 통한 운전기사 인건비 전환, 친절도 향상 등을 통한 운송수입금 확대 등 자구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고법 제1행정부(곽병수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0시 포항버스가 포항시장을 상대로 낸 ‘보조금 환수 및 반환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6월 포항시가 포항버스에 한 45억5700여만 원의 시내버스 보조금 환수·반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고, 포항버스가 허위로 실적보고서를 작성했다거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청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APEC AI 이니셔티브···포항시,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

포항시가 아시아·태평양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선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 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이차전지와 철강 등 산업 강점을 가진 경북이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삼았다. 포항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 역령과 방사광가속기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 등 최적의 환경을 갖춘 덕분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 등 국제 기초과학·AI 연구기관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점과 AI 산업 육성을 이끌 국가 핵심 연구시설과 포스텍·한동대를 중심으로 한 우수 연구 인재가 모여 있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1996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국제이론물리센터다. 포항은 또, 철강과 이차전지 산업 중심지이자 수소·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하며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융합·실증 생태계가 구축된 점과 200%를 넘는 전국 1위 수준의 전력 자립률과 안정적인 전력망을 바탕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인프라 기반을 갖춘 점도 강점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7일 사사키 미사오 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 박재훈 막스플랑크연구소장, 박수진 포스텍 연구처장, 유환조 인공지능연구원 부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공동 협력과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대학·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추진위원회 구성, 타당성·기본구상 용역, 비전 선포식 등 단계별 로드맵을 신속히 가동해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다면 포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정책과 연구 협력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AI 기반 과학도시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은 오픈AI와 NeoAI Cloud(옛 텐서웨이브코리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동남권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최종 확정돼 연내 착공이 이뤄질 전망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7

“사전 협의 없었다”VS “수년간 협의했다”⋯동부초등 이전 갈등 심화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 2단계 확장의 전제조건인 동부초등학교 이전을 놓고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갈등을 겪어온 두 기관이 최근 2차례 협의회를 열어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으나 학부모 설명회를 계기로 다시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교육지원청은 17일 동부초등 이전을 전제로 한 학부모 설명회를 학교와 교육지원청 사전 협의 없이 진행했다고 반발했다. 학교 이전이 학생 학습권과 통학 안전, 학부모 선택권은 물론 지역 주민 의견까지 연결된 민감한 사안임에도 포항시가 절차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교육지원청은 동부초등 이전 필요성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부초등은 최근 100억 원 규모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조성, 내진 보강 등 주요 사업을 완료해 교육환경이 개선된 상황이고, 포항시가 제시한 3개의 후보지는 통학구역 외곽에 있어 통학 거리 증가와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2~3년 동안 교육청과 협의한 데 이어학부모 설명회도 여러 차례 공동 개최를 제안했지만, 교육청이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설명회도 학부모 의견 수렴 자리였을 뿐이라고 했다. 또 동부초등 부지의 한계도 지적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동부초등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명지탕 앞 산 부지, 현대제철 인근 사업부지, 컨벤션센터 뒤 공원 부지 등 세 곳을 용역으로 살펴보고 학부모에게 장단점을 설명했다”며 “현 부지는 해안가 인접으로 쓰나미·지진 위험이 있고 건물이 낡았으며 사방이 도로여서 통학 안전도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명회 표본 조사에서도 참석자의 74%가 이전에 긍정적이었다”라면서 “학교 이전은 학부모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 교육청이 행정 검토를 시작할 수 있어서 기본 요건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교육지원청측은 “포항시가 학교 이전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확보하고 통학환경·학습여건 개선이 전제된 계획을 마련한다면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17

초록우산-한수원-BGF리테일 결식위험아동 지원 맞손 ⋯ 공공·민간·NGO 협력 사회문제 해결 새모델 제시

초록우산과 한수원, BGF리테일이 결식위험아동 지원을 위해 맞손을 잡았다.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17일 초록우산 본사에서한국수력원자력(주)(사장직무대행 전대욱, 이하 한수원), BGF리테일(대표이사 민승배)과 함께 결식위험아동을 위한 디지털 매칭기부 캠페인 ‘사랑의 간식포켓’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의 이번 협약식은 공기업·민간기업·비영리단체가 협력하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의 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세 기관은 이날 협약 체결 이후 간담회를 갖고 향후 협력 방안과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랑의 간식포켓’은 한수원 임직원이 포켓CU 앱에서 ‘기부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클릭당 1만 원이 기부되는 디지털 매칭기부 캠페인이다. 최대 5000명의 참여를 목표로 하며 기부금은 초록우산을 통해 결식위험아동 500여명에게 간식 금액권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캠페인은 2025년 12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운영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 기관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한수원은 임직원 참여 독려 및 기부금 출연을, BGF리테일은 포켓CU 앱 내 캠페인 개발 및 운영을, 초록우산은 기부금 수령 및 아동지원사업 집행, 성과보고를 맡는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직무대행은 “임직원 참여형 기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함께 채워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이사는 “CU 플랫폼이 디지털 사회공헌 채널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3자 간 협력으로 실질적인 아동 지원과 나눔문화 확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초록우산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한수원, BGF리테일과 함께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나눔 참여 모델을 검증하고 향후 전국 확대 및 상시 운영을 위한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17

‘툭하면 사라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농가 한숨

의성군에서 사과 농가를 운영중인 A씨는 지난 6월 필리핀 출신 근로자 2명을 배정받았지만, 이들 중 1명이 도착 3일 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숙소에 짐은 그대로 있고, 출근 당일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자체에서는 문자 통지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송군의 고추 농가에서도 베트남 출신 근로자 3명이 수확철 직전 무단이탈 했다. 농장주는 “수개월간 준비한 인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니 수확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경북도가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E-8 비자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적극 도입해왔지만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북도는 농촌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성·청송·영양 등 농업 중심 지역은 인력 수급이 지역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무단이탈 문제는 단순한 행정 이슈를 넘어 지역 생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최근 3년간(2023년~2025년 상반기) 경북에서 무단이탈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전국 1944명 중 211명으로 전남 922명, 전북 27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경북 북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무단이탈은 대부분 농가 배정 직후 또는 출국 예정 시점에 발생하고 있으며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 입국한 근로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북 각 지자체에서는 무단이탈 발생시 문자 통지(SMS) 외에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없으며, 법적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브로커 개입, 표준계약서 미비, 보험 미가입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계절근로자에 대한 표준계약서 도입, 보험 의무화, 공공형 사업장 지정, 브로커 처벌 조항 등이 포함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을 직접적으로 막기보다 제도적 보호와 관리 강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탈을 줄이는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다만 개정안에는 운영기관의 책임 강화와 벌칙 조항 도입이 포함돼 제도 운영자나 고용주가 법을 위반할 경우 제재가 가능해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촌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는 불가피하지만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농가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결 방안으로 공공형 농장 확대, 근로자 정착 지원 프로그램 강화, 브로커 개입 차단을 위한 국제 협력, 그리고 농가 대상 교육과 계약 관리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17

경북 전동킥보드 위반 올해 4272건···음주·무면허도 적지 않아

경북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이 크게 늘면서 올해 적발된 법규 위반 건수가 4000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기본적인 안전의식 강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17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 개인형 PM 교통법규 위반은 총 4272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안전모 미착용이 3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행 960건, 음주운전 102건, 정원초과 16건, 기타 위반이 194건으로 확인됐다. 일상적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기본 수칙 준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경북도는 PM 안전을 위해 실태조사와 안전교육 확대, 생활권 중심의 주차공간 확충, 대여사업자의 안전모 비치와 속도관리 의무 강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PM 안전교육과 홍보, 단속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통문화연수원, 경찰청, 교육청, 시군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찰 역시 단속과 홍보 활동을 병행하며 헬멧 착용, 신호 준수, 야간 조심 운행 등 기본 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PM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방심 속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제도적 관리 노력과 함께 이용자 스스로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에서는 실제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영천시 금호읍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던 30대 남성이 도로에서 승용차와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구미시 도량동에서는 지난 1월 보행 신호가 적색인 상황에서 전동킥보드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이 SUV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은 사고를 막기 위한 보조적 수단일 뿐 궁극적인 안전은 이용자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17

대구·경북 17일 체감온도 ‘뚝’ 떨어져⋯이번 주 내내 초겨울 날씨

대구·경북은 17일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체로 구름이 많다가 늦은 오후부터 점차 맑아진다고 예보했다. 울릉도·독도는 밤부터 흐려져 늦은 밤부터 비나 눈이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5~10㎜다. 낮 최고기온은 5~11도로, 전날보다 5도 이상 낮겠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 동해안에는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경북 북부 동해안은 오전까지, 북동 산지는 오후까지 순간풍속 시속 70㎞(산지는 90㎞)에 달하는 강풍이 예상된다.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이 겹치면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오전 한때 ‘나쁨’ 수준을 보이다가 오후부터 점차 개선되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3.5m,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먼바다에서는 1.0~5.0m로 높게 일겠다. 이번 주는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초겨울 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은 아침 최저기온 -5~0도, 낮 최고기온 4~9도, 19일은 -6~0도에서 8~12도로 예상된다. 20일에는 -5~4도, 낮 9~15도 분포를 보이겠고, 주말인 22일은 맑고 23일은 오전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겠다. 기상청은 “오늘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체감 추위가 심해지겠다”며 “일교차도 큰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강풍과 건조로 인한 화재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17

상주영천고속도서 차량 13대 연쇄 출돌⋯2명 사망·4명 부상, 인근 농수로 유출 유류에 오염

새벽 시간대 고속도로에서 다량의 기름을 싣고 달리던 유조차와 화물차, 승용차 등 13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사고 당시 일부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2시간 30여분에 모두 진화됐지만, 현장 수습에 시간이 걸리면서 주변 일대 양방향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17일 오전 3시 12분쯤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신녕IC 인근(63.7㎞ 지점)에서 상주 방향으로 1차선을 주행 중이던 26t 탱크로리 차량(벙커C유 2만4천ℓ 적재)이 2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25t 화물차량의 좌측 적재함을 추돌했다. 이어 14t 화물차가 사고 탱크로리 차량 뒷부분을 추돌하는 등 뒤따라 오던 2.5t 화물차와 승용차, 버스 등 차량 8대가 추가로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탱크로리와 14t·2.5t 화물차 2대 등 차량 3대에서 불이 났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20여명은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상주 방면 연쇄 추돌사고 발생 당시 사고 화물차 1대에 실려 있던 H빔 여러 개가 반대 방향인 영천 방면으로 쏟아졌고 이를 피하려던 승용차와 탱크로리, 13t 화물차 등 3대가 옹벽, 가드레일 등을 충돌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및 충돌 사고로 현재까지 상주방면으로 가던 2.5t 화물차 운전사와 반대편으로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 등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탱크로리 등 사고 차량 3대에서 난 불은 오전 5시 40분쯤 모두 진화됐다. 경찰은 사고 이후 동군위IC∼영천 방향(부산 방면) 5㎞ 구간, 부산에서 상주 방향 3.9㎞ 구간에서 차량 정체가 이어지자 후속 차량들을 대상으로 우회 운행토록 조치했다. 한편 이 사고로 유조차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논밭 수로에 흘러들어, 일대 수로는 까만 기름으로 오염됐다. 영천시청 공무원들은 유·흡착지 등을 이용해 수로 방제 작업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탱크로리에 실린 화물은 벙커C유로 폭발 위험은 없는 상태"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부상자 수를 파악중이다"고 밝혔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11-17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AI와 뉴스의 미래’ 세미나 개최20일 프레스센터…AI 기술과 뉴스룸 혁신 실천 전략 모색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회장 신한수 서울경제 부국장)는 오는 20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AI와 뉴스의 미래: AI 기술과 뉴스룸 혁신의 실전 전략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언론사와 AI 기업의 협력 방안과 뉴스룸의 AI 전환 전략을 모색함으로써 언론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마련했다. 세미나는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위원의 ‘국내 뉴스 생태계와 언론사의 AI 거버넌스’ 기조 강연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언론사와 AI 스타트업의 AI 전환 전략 수립 및 개발 담당자들이 현재 뉴스룸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AI툴 개발 사례를 소개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세계신문협회 총회 등을 통해 기자들이 직접 경험한 해외 주요 미디어의 AI 활용 전략이 발표된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뉴스룸 현장에서 AI 기술 도입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기자들과 뉴스룸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CMS 기술 기업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AI가 뉴스룸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 것인가 등 AI와 뉴스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신한수 회장은 “이제 AI는 논의 수준을 넘어 뉴스룸의 실제 저널리즘 수행 과정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생생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촉발한 뉴스룸의 현재와 미래 변화상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개망초

참으로 억울한 이름이다. 개망초라니. 이 순한 얼굴에 ‘개’자를 붙인 것도 모자라, ‘망할 망(亡)’ 자까지 덤으로 얹었다. 누가 봐도, 이건 꽃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우리 주변 어디에나 흔히 피어 있는 꽃이다. 도심 화단, 아스팔트 틈새, 고속도로 옆, 밭두렁···. 심지어 버려진 집 마당에서도 활짝 웃고 있다. 귀여운 얼굴에 노란 동그라미 하나 톡 찍힌 모습은 계란프라이를 닮았고, 티 없이 맑은 미소는 동네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고 손 흔드는 듯하다. 이런 꽃을 두고 ‘개망초’라니. 누가 이름 짓다가 술김에 그랬는지, 참 짓궂기도 하다. 그 억울한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철도 침목에 실려 온 이 꽃. 한국 땅에 무단 입국한 건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비운의 이름을 달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철로를 따라 일제히 하얗게 피어나자 일본인들이 잔뜩 겁을 먹었다. “이거 조선이 살아나려고 그러나?”가 아니라, “조선이 망할 조짐이다!”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망초(亡草)’가 되었고, ‘개’까지 덧붙여 ‘개망초’로 진급했다. 꽃으로는 처음일 거다. 무슨 중죄라도 진 양 이름을 달게 된 건. 젊은 시절,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복무를 했다. 낮에는 총 들고 뛰고, 밤엔 보초 서며 졸음을 쫓았다. 그러다 문득 초소 앞 언덕에 핀 개망초를 보곤 했다. 하얀 꽃들이 밤안개 속에 소금 뿌린 듯 깔려 있었다. 혼자 피었을 땐 눈에 띄지 않던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으니 제법 위엄도 있었다. 그 하얀 군락을 보며 가끔 나도 모르게 중얼댔다. “야, 너희도 잠 안 자냐?” 그런데 그런 애잔한 기억의 꽃이 ‘망조’라니. 일제가 이 꽃을 싫어한 이유는 아마도 뭉쳐 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망초처럼 조선 사람들이 똘똘 뭉치면 자기들이 곤란하니까, ‘이 꽃 피면 망조’라고 겁부터 먹은 게 아닐까. 꽃에 주술적 의미를 씌운 것도 모자라, ‘개’ 자까지 붙여 기를 꺾으려 했던 것이다. 도무지 일제는 꽃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집요하고 옹졸했다. 그러나 “이제 이름 좀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 망할 망(亡) 자 대신 바랄 망(望) 자로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그 앞에 ‘기쁠 희(喜)’ 자까지 얹어 ‘희망초(喜望草)’! 듣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어딘가 힘이 솟는 이름이다. 개망초가 아니라 ‘희망초’라면, 길가에 피어 있어도 사람들 눈빛부터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개망초야말로 희망의 꽃이다. 화단에서 사치스럽게 가꿔지지도 않고, 비료 한 톨 못 받아도 꿋꿋하게 자란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서조차 굳센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다. ‘개’ 소리 듣고도 주눅 들지 않고, ‘망조’란 이름 붙여도 매년 잊지 않고 돌아온다. 이런 꽃이야말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 때문에, 환경 때문에 주눅 들고 억울한 삶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름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뿌리를 내린 태도가 진짜 그 사람이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억울해도,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고 곧다. 그래서 올해는 화분 하나에 망초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줄 생각이다. “희망초 – 기쁨을 바라는 꽃.” 보는 이마다 궁금해할 것이다. “이 꽃이 무슨 꽃이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옛날엔 개망초였는데, 요즘은 희망초라고 불러요. 시대도 바뀌었잖아요?”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16

대구 달서은빛합창단, 인생의 선율로 감동을 노래하다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 소속 달서은빛합창단(단장 최윤서)은 지난 13일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에는 450여 명의 주민 등이 참석해 합창단의 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달서은빛합창단은 2024년 5월 창단된 평균 연령 70세의 합창단이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청춘 못지않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단원들은 매주 복지관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김우수 지휘자와 표혜창 부지휘자, 현두환 합창단 대표, 반주자 김효경, 트레이너 이성희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하모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졌다. 작년 11월 달서아트센터에서 첫 정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 5월에는 대구합창연합회가 주관한 ‘광복 80주년 기념 815합창대회’에 참가해 두류공원 팔공기념탑 앞에서 장엄한 합창을 선보였다. 815명의 합창단이 만들어낸 대규모 무대 속에서도 달서은빛합창단의 진심 어린 노랫소리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지난달 3일, 월광수변공원에서 열린 박태준 기념음악회에서는 ‘고향의 봄’과 ‘그리운 금강산’ 등 서정적인 선율을 선보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생의 여정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번 제2회 정기공연에서도 그 감동은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흰 셔츠와 은빛 스카프를 매고, ‘청춘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으로’ 등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각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음악과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세월의 깊이와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분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최윤서 단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무대는 단원 한 분 한 분이 흘린 땀과 미소,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가 모여 이룬 결실이다. 우리의 노래에는 젊은 날의 꿈과 지나온 세월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이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 관장은 “달서은빛합창단이 은빛 세대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며 지역사회에 감동을 전하는 자랑스러운 합창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빛 세대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달서은빛합창단의 무대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래로 이어진 세대의 공감이자,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 노래하는 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에도 청룡홀 안에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관객들은 “은빛의 목소리가 오히려 청춘처럼 빛났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16

독용산성, 시간의 벽을 오르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발걸음이 유적지를 향한다. 이런 날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역사의 자취를 더듬어보고 싶다. 성산가야, 혹은 벽진가야라 불리던 고대 왕국의 흔적을 따라, 이름만으로도 여운이 남는 독용산성(禿用山城)을 오른다. 산성은 경북 성주군 가천면 금봉리 산 43번지에 자리한다. 금봉리 숲을 지나 오왕사를 거쳐 오르는 산길은 굽이굽이 이어진다. 어느새 독용산성 안내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의 시간으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독’(禿)은 ‘민둥’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예전에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이었을지 모른다. 숲이 짙고,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웅장한 누각이 눈앞에 나타난다. ‘관성루’라 새겨진 현판이 위엄을 더한다. 이곳이 독용산성의 동문이다. 독용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다. 봉우리를 중심으로 여러 계곡을 따라 성벽이 둘려 있다. 둘레 7.7km, 면적 약 17만㎡로 영남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다. 성안에는 물이 풍부해 장기전에 적합한 요새였으며, 축성 시기는 약 17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성벽은 화강암으로 쌓았다. 아래에는 큰 돌을, 위로 갈수록 작은 돌을 채워 단단히 다졌다. 빈틈없는 구조 속에서 가야인의 노동과 지혜가 느껴진다. 복원된 동문과 일부 성곽 외에는 원형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장엄하다. 성에는 일곱 개의 포루와 아치형 동문, 수구문, 남소문이 있다. 성내에는 연못 네 곳과 우물 두 곳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발굴 당시 군기고에서는 전투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중 쇠 창과 갑옷, 삼지창, 말안장은 당시 치열했던 옛 전장의 기운을 전한다. 임진왜란 때 피란민들이 왜적을 피해 이곳에 숨었다고 전해진다. 숙종 원년(1675년) 경상도 순찰사 정중휘가 4개월 동안 성을 개축했고, 1995년에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해방 전후 성내에는 40여 호의 민가가 있었다. 1960년대 철거되었지만, 한때 이곳에도 삶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재의 관성루는 1997년 성주군이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세운 것이다. 아치형 동문은 옛 돌과 새 돌의 색이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누각에 올라서면 성주의 산세가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뒤편에는 조선시대 선정비와 불망비가 가지런히 서 있다. 세월은 흔적을 지워도 정성은 돌에 남는다. 성곽 오른쪽 길을 따라 걷는다. 복원된 구간은 발걸음이 편하지만, 절벽 끝에 서면 아찔하다. 다리가 후들거려 평탄한 길로 우회한다. 성벽 옆으로 난 길은 돌에 스민 시간이 손끝에 닿는다. 민둥산일 줄 알았던 독용산은 지금 단풍으로 물든 숲이다. 가야의 흔적이 남은 이곳에서 한나절을 보내니 산이 품은 시간이 내 마음에도 내려앉는다. 성산가야의 백성들이 이 산성에 기대어 삶을 지켰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하다. 그들은 이곳에서 삶을 지켰고, 우리는 그 기억을 지켜야 한다.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미래를 그리며 산길을 내려온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11-16

시니어 평생교육 15년 헌신 ‘진정한 교육자’

대구예술대 시니어아카데미 김태호 학장(78)은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2세 교육에 헌신하는 분이다. 늘 인자한 모습에 얼굴에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 학장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대구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를 졸업했다. 교사로 시작해 교감, 교장 등 일선 현장을 거쳤고, 장학사, 장학관, 교육장 등 교육행정 기관에서도 오랫동안 몸담았다. 2009년 고령교육장을 마지막으로 교육계를 떠난 후 그가 찾은 곳은 시니어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사회 교육기관이다. 대구예술대 평생교육원 시니어아카데미 과정을 태동 때부터 참여해 15년째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관여하는 동안 매년 배출한 졸업생 수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이미 지역 내 시니어 교육기관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열정과 왕성한 교육열은 소문나 있다. 그가 야심차게 가꿔온 시니어아카데미는 쾌적한 강의실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매번 새로운 강사들을 초빙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 내 시니어에게 인기가 높다. 매년 수요대학과 목요대학 각각 120명을 정원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교육과정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로 전국 유명 강사들의 교양교육과 신나는 가요 수업으로 진행한다. 특히 매월 1회 실시되는 현장학습은 전국 유명 지역을 답사하여 명승지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고 그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김 학장은 시니어 과정을 운영하면서 현직에서 교육자로서 체험한 교육적 신념을 교육과정에 많이 쏟아 =붓는다. 시니어 대학에 참가하는 대상이 55세 이상 남녀 시니어인 만큼 축제나 교육과정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한다. 오랜 교육 경험에서 나온 그만의 노하우다. 이 같은 소문으로 대구 지역 많은 시니어들이 찾아 온다. 그는 교육 목표를 ‘건강하며 존경받는 어르신 양성’에 둔다. 그래서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하자는 것을 가르친다. 신외무물(身外無物) 즉, 어떤 것보다 몸이 가장 귀하다는 것을 항상 깨닫게 하고 내 행복을 위해서는 남에게 양보하는 삶을 역설한다. 김 학장은 자신의 인생 교훈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대신했다. “흐르는 물은 이끼가 끼지 않고 최고의 선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고 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