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회

1월 고속도로 사고, 화물차·심야시간대 집중…한국도로공사 ‘각별한 주의’ 당부

한국도로공사(이하 공사)는 최근 3년간(2023~202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1월에 화물차 사고와 심야시간대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겨울철 고속도로 이용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5일 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월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28명이며, 이들 중 화물차가 원인이 된 사망자는 17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이는 연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화물차 원인 사망사고 비중이 가장 높은 달은 7월(66.7%)이었다. 특히 1월 화물차 사망사고 중 100㎞ 이상 장거리 운행 중 발생한 사고 비율은 65%(11명)에 달했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과 전방주시 태만으로 분석됐다. 겨울철 장시간 운행에 따른 피로 누적이 사고 위험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1월 하루 평균 화물차 고장 접보 건수는 67건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공사는 한파 시 경유가 연료필터나 펌프 내부에서 고형화돼 연료공급 불량이 발생하거나, 배터리 성능 저하로 시동 불량이 생길 수 있다며 주유 시 경유용 동결방지제 주입과 출발 전 차량 점검을 강조했다. 기상 여건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3년간 1월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4.7도로 연중 가장 낮았고, 한파 특보 일수도 15일로 가장 많았다. 강설과 혹한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만큼 평소 보다 20~50% 감속 운행하고, 사고나 고장 발생 시에는 차량 안에 머무르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뒤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 등을 통해 신고해야 한다고 공사는 당부했다. 시간대별로 보면 심야시간대 사고 위험도 두드러진다. 최근 3년간 0시부터 3시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7명, 3시부터 6시 사이는 5명으로 심야시간대 사망자가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공사는 심야 운행 시 전방 주시를 철저히 하고 충분한 차간거리를 확보해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관계자는 “1월은 한파와 강설로 주행 환경이 악화되고 차량 고장이 잦은 시기”라며 “사전 차량 점검과 안전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1-05

대법원 “회사 자산 경매, 자본시장법상 보고대상 아니다”...손배책임 인정 못해

회사 자산 경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주요 보고서 제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들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1, 2심과 달리 “회사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송이라고 모두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해 말 A 회사 주주 B씨 등이 대표와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코스닥 상장법인 A사는 2014년 12월 법원으로부터 회사 소유 공장용지에 대해 두 건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받았다. A사는 이듬해 1월 이러한 내용을 공시한 뒤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B씨 등은 이후 회사가 중요사항에 관해 뒤늦게 공시해 피해를 봤다며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자본시장법에 ‘상장법인은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는 주요 사항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여기서 쟁점은 주요 사항 대상. 자본시장법은 수시공시 항목 중 특별히 중요한 사항을 분리해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여기서 회사 자산 경매가 포함되는가였다. 1, 2심은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증권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소송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해석했다. 공시의무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소송은 ’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증권에 대한 소송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의경매개시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공시의무 사항으로 규정한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고, A사가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5

‘경상도지리지’ 발간 600주년 기념 특별전

국립대구박물관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오는 2월 22일까지 조선시대 지리지(地理誌)를 주제로 한 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올해로 발간 600주년을 맞은 ‘경상도지리지’의 탄생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전시장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와 ‘대동여지도’, ‘신증동국여지승람’, ‘경상도지리지(모사본)’, ‘대구달성도’, ‘대구부읍지’ 등 87건 198점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시대 국가 통치의 기반이 된 자료는 물론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도 살펴 볼 수 있다. 1부 전시 ‘사람과 땅’에서는 선조들이 땅 위에 새긴 삶의 흔적들을 살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425년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경상도지리지’다. 이는 경상도의 사회·경제 상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지리지로 당시의 행정구역, 연혁, 지세, 인구, 세금, 특산물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가로 45㎝, 세로 85㎝ 크기에 달하는 경상도지리지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 서지학자 마에마 교사쿠가 그 무게를 달아봤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방대한 분량이다. 또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명시한 ‘세종실록지리지’와 더불어 ‘신증동국여지승람’이 공개되며, 암행어사가 휴대했을 법한 소형 지도 등 실용적 유물도 만날 수 있다. 2부 ‘숫자로 보는 국가’는 조선이 철저한 기록과 통계의 나라였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각종 인구·토지·군사 지표를 통해 조선의 국가경영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의 주민등록등본 격인 ‘준호구(准戶口)’ 및 각 고을의 토지와 세금 등 상세한 통계를 담은 ‘읍지(邑誌)’가 눈길을 끈다. 특히 왕과 일부 대신만 열람할 수 있었던 일종의 ‘국정 빅데이터’인 ‘만기요람’에는 국가의 재정부터 무기고의 칼과 총의 개수까지 정밀하게 기록돼 있다. 이 밖에도 산송(묘지 소송)을 위해 그린 ‘산도(山圖)’와 토지 매매 문서 등은 당시 땅을 둘러싼 치열한 사회상을 반영한다. 노비에게 몰래 땅을 팔아먹은 스님을 고발하는 문서도 보인다. 3부 한글 지도첩 ‘전지도’는 독도를 ‘방산도’로 표기했다. 한자 ‘우산도(于山島)’의 ‘우(于)’자를 ‘방(方)’자로 오독해 기록한 흔적이라 한다. 또한 지도의 거리 기점을 한양이 아닌 대구로 삼은 ‘해좌일통전도’도 볼 수 있다. 또 고산자 김정호의 대작들을 한자리에 모은 공간도 볼 수 있다. ‘대동여지도’는 물론, 대동여지도보다 7000여 개의 지명이 더 수록된 ‘동여도’, 그리고 대동여지도 제작의 기반을 다진 필사본 지도인 ‘동여’를 만날 수 있다. 4부 ‘사람과 삶의 흔적’은 기록의 행간에 스며든 삶의 모습들을 조명한다. 시문과 인물, 고적 자료를 중심으로 땅을 터전 삼아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옛 사람들의 생생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박물관 측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QR코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체험물과 수어 해설 영상, 전시장 중간의 퀴즈 코너 등을 마련했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6-01-04

대구에도 힐링하기 좋은 대나무 숲길이 있다

대나무 숲길이라 하면 으레 울산이나 담양 등을 떠올린다. 우리 대구에도 대나무 숲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2호선 강창역과 대실역 사이 강창교 아래 울창하게 뻗어있는 대나무 숲이 있다. 대실 역에 내려 시내 강창교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닿는다. 이곳은 달성군이 지난 2021년 코로나19에 지친 주민들의 힐링을 위해 야심차게 조성한 ‘죽곡, 댓잎 소릿길’이다. 이 지역은 옛날부터 대나무가 많아 지명도 죽곡(대실)이다. 아쉽게도 숲길이 강창교 다리 아래에 숨어 있어 자동찻길로는 잘 보이지 않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4년 전 설치 당시에 총 길이 800미터에 대나무 8000본을 심었지만 지금은 수십 배에 이르는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모했다. 주위에 대구 12경으로 유명한 강정보와 물 문화관 디아크가 있어 하루 코스의 힐링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조깅 장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입구 문주에 ‘죽곡 댓잎 소리길’이란 글자가 기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바람에 댓잎이 내는 ‘싸그락 싸그락’ 소리 들으며 좌우에 우거진 대나무숲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까마득하게 길게 뻗은 숲길이 꽉 막혔던 내 마음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더욱이 맨발 길로 조성돼 있어 직접 맨발로도 걸어보았다. 땅의 기운이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좌우에 대나무로 엮어 만든 울타리가 정감을 느끼게 했고 길을 가다 힐링 장소로 설치한 조형물들이 이색적이었다. 군데군데 대나무 침대, 대나무 의자가 있어 죽림욕을 즐길 수 있게 하여 기자도 한번 침대에 누워 보았다. 온몸을 대나무 숲에 맡기니 내가 주인처럼 느껴졌다. 숲속 작은 광장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조형물 팬더 가족이 정답게 앉아있고 작은 음악회라도 펼칠 수 있는 연단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단 둘아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앙증맞은 독서대가 있어 앉아 보기도 했다. 입구에 마련된 쉼터에는 ‘당신의 뱃살은 표준입니까?’라는 뱃살 측정대가 나이 대 순으로 만들어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찌든 마음을 식힐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2호선 역세권에 있는 ‘죽곡 댓잎 소릿길’을 시민들이 많이 이용했으면 한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6-01-04

“지나온 굽이길, 한 권의 유산이 되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노년의 삶의 질과 자아실현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평범한 어르신들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긴 뜻깊은 결실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대구 비원노인복지관(관장 권덕환)은 구랍 29일 복지관 대강당에서 ‘나다운 삶을 위한 치유 글쓰기’ 자서전 교실 평가회 및 책 발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2025년 1·2기 과정에 참여한 네 분의 어르신이 5개월간의 글쓰기 여정을 마치고 각자의 삶을 담은 자서전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단순한 프로그램 종료를 넘어, 평생을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기록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나다운 삶을 위한 치유 글쓰기’는 어르신들이 기억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며 정서적 안정과 자아 존중감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특히 과거를 회상하고 이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인지 기능을 자극해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업은 작법 기술보다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생업의 현장, 기쁨과 아픔이 교차했던 인생의 굽잇길을 원고지 위에 한 줄 한 줄 풀어냈다.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긴 여정은 방종현 지도교수와 김윤숙 강사의 세심한 지도 속에 진행됐으며 처음에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참여자들도 점차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열었다. 교실은 어느새 배움터를 넘어 공감과 연대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완성된 자서전을 손에 쥔 네 분의 어르신은 깊은 감회를 전했다.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길 수 있어 보람차다”, “과거를 정리하며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다”, “잊고 지냈던 기억이 되살아나 삶이 단단해졌다”는 소회는 글쓰기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삶을 치유하는 과정임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함께한 은윤수 사회복지사는 “글쓰기를 통해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방종현 지도교수 역시 “자서전은 문장력이 아니라, 정직하게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용기로 완성된다”며 “이번 발간은 노년의 삶 또한 존중받고 기록돼야 할 소중한 역사임을 일깨운다”고 평가했다. 비원노인복지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어르신들의 삶과 경험이 다음 세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기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줄의 기억에서 시작해 한 권의 인생으로 완성된 이번 자서전 교실은, 노년기 역시 여전히 성장하고 기록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임을 증명하며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장혜숙 시민기자

2026-01-04

(방종현 시민기자의 유머산책)한국인은 왜 ‘삼세판’에 목숨을 거는가

한국인의 삶은 ‘3’이라는 숫자의 거대한 그물망 속에 놓여 있다.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3은 우리 민족에게 우주를 이해하는 틀이자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법칙이며, 나아가 삶의 고비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흔히 쓰이는 ‘삼세판’이라는 말 속에는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두 번의 우연에 기대지 않으며, 세 번의 과정을 통해 정당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우리만의 독특한 철학이 담겨 있다. 우리 조상들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에서 찾았다.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人)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세상이 온전해진다고 믿었다. 이는 단지 추상적인 관념에 머물지 않고 우리네 인생관으로 확장되었다. 인생을 전생, 금생, 후생의 ‘삼생(三生)’으로 나누어 바라본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생이 다소 고달프더라도 다음 생이라는 희망의 여지를 남겨두는 여유, 그것은 3이라는 숫자가 주는 구원이기도 했다. 인간관계와 사회 구조 역시 3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면 친가, 외가, 처가(혹은 시가)라는 ‘삼족(三族)’의 관계망이 형성된다. 과거 대역죄인에게 내린 ‘삼족을 멸한다’는 형벌은 3이 한 개인을 둘러싼 완결된 세계를 의미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종교와 사상 또한 마찬가지다. 유교의 도덕적 뼈대인 ‘삼강(三綱)’, 불교의 ‘삼존불’과 ‘삼매경’, 기독교의 ‘삼위일체’에 이르기까지, 3은 성스러움과 진리를 상징하는 숫자로 군림해 왔다. 아이의 탄생 순간부터 3의 서사는 시작된다.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할미’의 존재와 출산 후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며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는 ‘삼칠일(21일)’의 관습은 과학적 회복기와 맞물려 3이 생명의 숫자임을 증명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으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작심삼일’이라는 인간적인 빈틈을 허용하는 것 역시 3이 가진 묘한 매력이다.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의지력을 탓하기보다 3이라는 마디를 통해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 국가 운영과 법치에도 3의 원리는 엄격하게 적용된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 체제는 오늘날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으로 이어졌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삼심제도’는 억울함이 없도록 세 번의 기회를 보장한다. 놀이문화에서도 단판 승부보다는 ‘삼판양승’을 선호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한 번의 승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세 번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문화는 공정함과 끈기를 동시에 존중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일상의 의식주와 예술적 균형에서도 3은 빛을 발한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식습관, 제사 때 술을 세 번 올리는 헌작, 빛과 색의 삼원색이 조화되어 만물의 색을 만들어내는 원리가 그러하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짧은 순간은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찰나의 집중력을 상징한다. 솥발이 세 개일 때 지형에 상관없이 가장 완벽한 수평을 잡듯, 3은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가장 견고한 안정을 찾아내는 마법의 숫자다.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세 번 찾아간 ‘삼고초려’나, “참을 인(忍) 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격언은 3이 인내와 진심의 척도임을 보여준다.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3·1 독립선언서의 민족대표 33인,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세삼창’의 울림 역시 우리 민족의 정기가 3이라는 숫자와 결합할 때 얼마나 큰 폭발력을 갖는지 상기시킨다. 결국 3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삶의 방식 그 자체다. 하나는 외롭고 둘은 대립하기 쉽지만, 셋이 모이는 순간 비로소 안정적인 삼각형의 구조가 완성된다. 치우치지 않고, 넘치지 않으며,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균형점. 우리가 오늘도 회식 자리에서 “딱 세 잔만!”을 외치고(비록 그것이 삼차까지 이어질지언정),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삼세판’의 기회를 꿈꾸는 것은 3이라는 숫자가 가진 무한한 포용력과 회복 탄력성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3은 한국인에게 가장 완벽한 삶의 핑계이자, 끝내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희망의 마침표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6-01-04

비번 날 뺑소니 사고 피해자 구조⋯신속한 초동조치로 2차 사고 막아

휴일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신임 경찰관이 도로에 쓰러진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를 발견하고 신속한 초동조치로 생명을 구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4일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동대명지구대 소속 최지수 순경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7시쯤 비번 날 운동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도로 위에 다량의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교통사고 피해자를 발견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차량 통행이 잦은 편도 2차로 도로로, 자칫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최 순경은 즉시 차량을 사고 지점 앞에 정차한 뒤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의 의식 상태와 부상 정도를 확인했다. 이어 피해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말을 건네며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그는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부상자 이송을 위해 119와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차량 통제와 목격자 신원 확인 등 필요한 초동조치를 침착하게 수행했다. 최 순경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현장은 빠르게 정리됐고, 추가 인명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최지수 순경은 “차량을 운행하던 중 도로에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소임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일임에도 시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조치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04

대구·경북 4일 강추위 주춤⋯이번 주 겨울 추위 지속

대구·경북은 4일 대체로 흐린 가운데 강추위가 다소 누그러지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4~10도로, 어제(0.9~6.8도)와 평년(3.2~7.3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울진 평지와 포항에는 건조경보가, 대구(군위 제외)와 구미·영천·경산·칠곡·김천·상주·안동·영주·영덕·경주·경북 북동 산지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대구·경북 전역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2.0m로 일겠고,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먼바다에서는 1.0~2.5m의 파고가 예상된다.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 평년과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이겠으나, 겨울다운 추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은 절기상 소한(小寒)인 5일 구름이 많다가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2도, 낮 최고기온은 2~8도로 예보됐다. 울릉도·독도는 흐린 가운데 오전부터 늦은 오후 사이 가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예상 적설량은 1~3㎝, 강수량은 5㎜ 미만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청정한 북서 기류 유입과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국에서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2.5m로 일겠고, 먼바다의 파고는 1.0~3.5m로 예상된다. 6일은 대체로 맑다가 밤부터 흐려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영하 2도, 낮 최고기온은 3~10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7일은 구름이 많다가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2도, 낮 최고기온은 2~7도로 예상된다. 8일은 아침 기온이 평년(최저기온 영하 7~1도, 최고기온 4~7도)보다 낮겠다. 동해 남부 해상의 물결은 1.0~3.0m로 높게 일겠다. 9일과 10일은 구름이 많겠으며, 아침 기온은 영하 9~영하 1도, 낮 기온은 1~8도로 평년(최저기온 영하 7~영하 1도, 최고기온 4~7도)과 비슷하겠다. 동해 남부 해상의 물결은 1.0~4.0m로 매우 높게 일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가 매우 건조해 산불 등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장갑을 착용하는 등 보행 안전에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1-04

경찰 쿠팡 수사 전담 TF 발족...관련 모든 의혹 동시다발 진행

경찰이 개인정보 유출과 산업재해 은혜 의혹, 국회에서의 위증 등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TF를 발족시켰다. 쿠팡 관련 모든 의혹을 한 번에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에서 대규모로 출범했다. 경찰 TF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을 팀장으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청 사이버수사과, 수사과, 금융범죄수사대·형사기동대·공공범죄수사대가 포함된 광역수사단 등 86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의 TF가 수사를 시작하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등 쿠팡 전·현직 임원들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한 사건도 이곳에서 담당하게 된다. TF는 쿠팡의 자료 보전 명령 위반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사 의뢰 건도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아 내사를 벌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쿠팡이 자료 보전 요구에도 5개월 분량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가 삭제되도록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의 고가 식사 의혹으로 고발된 박대준 쿠팡 전 대표 사건 가운데 박 전 대표 등 쿠팡 관련 사건은 TF가 담당한다. 다만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공공범죄수사대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2

경찰청 공식 SNS ‘새해 독도 해돋이 사진’ 진위 논란

경찰청이 공식 SNS 계정에 1일 게시한 ‘독도에서 보내온 2026년 첫 해돋이 사진‘이 실제로는 일출이 아닌 일몰 사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찰청) 게시물 첫 문장에 ‘독도에서 보내온 2026년 첫 해돋이 사진‘이라고 적혀 있지만, “한 누리꾼이 제보를 해줘서 확인해보니, 함께 게시된 6장의 사진 가운데 첫 번째 사진은 일출이 아닌 일몰 사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어 “두 번째 사진 경우 새해 첫날 독도에 많은 눈이 내려 쌓였는데 사진 속 독도에는 눈이 쌓여 있지 않아 새해 해돋이 사진으로 보기 어렵다. 네 번째 사진 역시 일몰 사진임에도 해돋이로 소개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2020년에도 한 정부기관에서 비슷한 일을 벌여 큰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SNS에 신년 인사와 함께 ‘독도에서 떠오르는 해‘라는 게시물을 올렸으나, 해당 사진이 독도 본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누리꾼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아무튼 대한민국 경찰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 빨리 시정하고, SNS 운영 관리하는 대행사의 실수라는 핑계 대신 관리 감독을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이 본인들 잘못이 아닌 관리 대행업체 실수로 몰아갈 수 있음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하루 전날인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2026년 새해 첫날 독도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가 촬영한 일출 사진을 공개하며 크게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이 사진은 독도가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다. 독도에서의 일출 촬영은 현지에 상주하며 근무하는 우리 국민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적 지배를 보여준다”고 적은 바 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2

2일 너무 춥다...하루종일 따뜻한 옷차림 필요

2일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대구와 경북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한파경보나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매우 추운 날씨가 되겠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대구 경북 기온은 봉화가 –14.8도로 가장 추웠으며, 안동 -11도, 구미 -9도, 울진 -8도, 대구 -7도, 포항 -6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도 –2∼4도로 영하권으로 예보됐다. 한파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의성, 청송, 영양 평지, 봉화 평지, 경북 북동 산지, 한파주의보는 군위, 상주, 문경, 예천, 안동, 영주 등이다. 대설경보가 발령된 울릉과 독도에는 3일 새벽까지 5∼10㎝ 정도 눈이 내릴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의 낮 최고 기온도 -5∼4도로 예보됐다. 충남 서해안과 전남권, 전북 서해안·남부 내륙 등지에는 비나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 3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전라권 2∼7㎝, 제주, 울릉도·독도 5∼10㎝다. 이날 오전 5시 현재 기온은 서울 -10.6도, 인천 -11.0도, 수원 -10.5도, 춘천 -13.6도, 강릉 -7.3도, 청주 -9.2도, 대전 -9.9도, 전주 -8.0도, 광주 –6.1도 등이다. 바다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1.0∼3.5m, 서해 앞바다에서 1.0∼3.0m, 남해 앞바다에서 0.5∼2.0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 먼바다) 파고는 동해 1.5∼5.5m, 서해 1.5∼4.0m, 남해 1.5∼3.5m로 예상된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2

레오 14세 교황이 ‘나눔’의 대명사 ‘대전 성심당’에 전달한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

공동체에 대한 ‘나눔으로 잘 알려진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이 레오 14세 교황으로부터 ’70돌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지난 연말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에 찾아가 교황의 서명이 담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레오 교황은 이 메시지에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대전의 유서 깊은 제과점 성심당에 축복의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교황은 “성심당이 지난 세월 동안 ‘모두를 위한 경제‘ 모델에 입각하여 형제애와 연대적 도움을 증진하고자 시민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이루어 낸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업적에 깊은 치하를 보냅니다. 여러분들이 이 훌륭한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시기를 격려합니다“라고 적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동정 마리아의 모성적 보호와 한국 순교성인들의 보호에 여러분을 의탁하며, 성령의 풍성한 은총의 보증인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라고 말한 뒤 2025년 12월16일 ’교황 레오 14세‘라고 서명했다. 교황의 메시지가 성심당에 전달되자 임영진 대표와 김미진 이사를 비롯한 성심당 임직원들은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며 환호했다고 한다. 교황이 성심당에 보낸 메시지에서 언급한 ‘모두를 위한 경제’(EoC. Economy of Communion)는 인간 중심의 경제와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톨릭 경제 운동이다. 성심당은 수십년째 이를 모토로 삼고 지역상생, 나눔실천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1956년 대전역 광장 노천 찐빵집으로 시작해 한국의 대표 빵집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수십 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빵을 기부해왔다. 이런 공로로 임영진 대표가 2015년 교황청으로부터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기사 훈장‘을, 임 대표의 부인인 김미진 이사가 2019년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성심당은 또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교황이 먹을 빵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메시지가 성심당에 전달된 것은 교황청 장관으로 재직중인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1983년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 수석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대전에서 주로 사목했으며, 2005∼2021년 대전교구장을 지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01

명량해협 울돌목에서 성웅 이순신을 만나다

울돌목에서 나라를 위해 고뇌하는 이순신을 만난다. 그의 손에는 예외 없이 들고 있는 익숙한 장검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도를 움켜쥔 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극도로 불리한 조건 앞에서 분노보다 책임을 먼저 떠안았던 장수. 끝없이 고뇌하는 그의 뒷모습은 40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도 묘하게 든든함을 준다. 13척의 배로 130여 척의 적선(敵船)과 맞서야 했던 그의 시선은 바다를 두려워하지도 얕보지도 않는다. 포항에서 남해 끝 전남 진도군까지 다섯 시간을 달린다.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거리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를 본 후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에서 그와 마주하고 싶다는 일념이 먼 거리를 감내하게 한다. 울돌목은 변함없이 거친 조류에 바닷물이 뒤집히며 용트림을 한다. 직접 함선을 건조하고 군량미 조달과 부상병, 피난민까지 먹여 살리며 전투에 임했다는 이순신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동상으로 돌아와 당시 형용할 수 없이 급박했던 상황을 재현한다. 전율이 인다. 이순신의 기운이 감도는 진도군과 해남군을 둘러보기 위해 관광지도를 펼친다. 누구는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지도를 움켜쥐었고 누구는 저 하나 삶의 무게를 덜고자 지도를 펼친다. 가까이 벽파정에 오르니 ‘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가 눈에 들어온다. 거북이 등에 우람히 올라선 비석은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다는 듯 우리 땅, 우리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다. 나란히 서서 바다를 보니 그냥 뭉클하다. 이어 찾아간 신비의 바닷길. 모세의 기적은 계절마다 나타나는 시간이 달라 겨울에는 보기가 힘들다며 4월 축제를 기약하라는 안내를 듣지만 섭섭지 않다. 바닷길이 열린다는 앞바다에 고깃배들이 장난감처럼 옹기종기 떠 있는 평화스러운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신비스럽다. 일몰이 아름답다는 세방낙조로 향하는 길, 차창 너머로 언뜻 스친 팽목항. 이 바다에서 또 다른 잊지 못할 희생과 마주한다. 먹먹해져오는 가슴을 달래고자 잠시 들러 그들을 위해 묵념을 올린다. 날씨가 흐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없었지만 아쉽지 않다. 해비치 카페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녹이며 바라 본 서해바다는 일몰 없이도 매우 아름답다.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과 소치 허련의 운림산방에서 그들의 정신세계를 탐하고, 법정 스님 생가 터에서 스님이 손수 만들었다는 나무의자에 잠시 앉아 마음의 짐 덜어내 본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던 겨울 햇살 먹은 배추와 파, 당근, 시금치들을 완도군 오일장에서 만난다. 남도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이미 재료에서 완성된 느낌이다. 차 트렁크가 넘치도록 장을 본다. 진도를 떠나기 전 다시 찾은 울돌목. 급히 흐르는 조류는 여전히 무섭게 용트림을 하고 있다. 이순신의 고뇌하는 동상을 본다. 장검을 움켜쥐고 광화문을 늠름히 지키는 거대한 동상만큼이나 지도를 움켜쥐고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 작은 동상의 뒷모습에서도 위풍당당의 전율이 같은 무게로 흐른다. 남도의 바다는 그렇게 오늘도 역사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을사년 한 해가 저물고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역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삶 속에서 계속 숨 쉰다. 울돌목에서 만난 이순신의 고뇌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크고, 그리고 깊게 숨을 고르며 이순신 장군의 후손답게 당당히 새해를 향해 걸음 내딛는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6-01-01

자연이 만들어준 행복, 가족과 함께한 울진 여행

지난 주말 엄마가 계속 타고 싶어했던 울진죽변스카이레일을 타기 위해 경북 울진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동선은 죽변스카이레일에서 시작해 성류굴을 거쳐 국립해양과학관으로 이어졌다. 첫 목적지는 울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죽변스카이레일이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날씨가 많이 추울거라 예상하고 단단히 준비해갔지만, 다행히 춥지도 않고 쨍쨍하게 날씨가 좋았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스카이레일에 몸을 실었다. 죽변스카이레일은 죽변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방향을 바꿔 돌아오는 코스로 운영된다. 레일 위를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울진의 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하트해변은 이름 그대로 하트 모양을 닮은 해안이라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근남면에 위치한 성류굴이다. 울진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인 성류굴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빚어낸 종유석과 석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석회암 동굴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난 종유석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굴 안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자연이 만든 조각 전시장을 천천히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장에서 자라 내려온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 만든 석주들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곳곳에서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성류굴의 매력은 단순히 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하다 보면 통로가 갑자기 좁아지거나, 몸을 낮추고 오리걸음으로 지나가야 하는 구간도 등장한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작은 모험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동굴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동굴 관람을 마치고 차로 돌아와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데에는 성류굴 안내지가 도움이 되었다. 안내지에는 울진을 대표하는 여행 코스가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중 ‘국립해양과학관’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닷속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국립해양과학관은 ‘미래동물: 대멸종 너머의 생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를 주제로 한 영상도 상영 중이어서, 해양 주권과 역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에는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하는 ‘바닷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실제 바다가 그대로 펼쳐지는 구조다. 이날은 파도가 심해 시야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과 유리벽 주위에 붙어 있는 불가사리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유리창 앞에 모여 바다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수족관이 아닌, 실제 바다를 그대로 마주한다는 점이 흥미를 더했다. 울진에서 보낸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스카이레일에서 내려다본 바다, 성류굴에서 만난 자연의 시간, 그리고 국립해양과학관에서 상상해 본 미래의 바다까지.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자연과 사람, 그리고 가족이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었다. 울진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지역이 되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6-01-01

가을 냉이, 그 뜻밖의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냉이 찜이 식탁 위에 올랐다. 12월 아침의 매서운 공기를 뚫고 전해지는 그 구수하고 향긋한 내음, 입안에 한 술 머금는 순간 흙이 품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하다. 올해 우리 과수원에는 빨간 사과 대신 초록빛의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가을 내내 사과나무 사이사이 지천으로 널린 냉이가 우리를 불렀다. 그렇게 우리는 냉이를 캐느라 11월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봄이면 바구니를 들고 들판을 누비던 시간이 어느덧 40여 년이 흘렀다. 3월 10일이 노동절이던 젊은 날, 우리는 시부모님과 아이들 손을 맞잡고 들로 나갔다. 팔공산 수태골 자락과 군위 제2석굴암 언저리의 논밭을 누비며 들꽃처럼 웃던 아이들의 모습, 봄볕에 반짝이며 웃음소리 가득 담던 어머님과 무뚝뚝한 아버님의 미소까지, 그 풍경들은 아직도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밖으로 나가 들녘을 마주하면, 어른·아이 모두 하하 호호 크게 웃으며 한마음이 되었다.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으며 나물을 캐던 그 순간순간이 우리 가족에게 축제였다. 해마다 봄이면 쑥이며 냉이며 달래를 캐서 가족의 밥상에 올리는 일이 연례행사였다. 친정엄마가 “봄나물은 보약”이라며 우리에게 매년 먹이던 것처럼, 나도 봄이면 들로 나가 나물을 캐고 정성으로 다듬고, 들깻가루와 콩가루로 풍미를 더 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 자연의 보약 밥상을 한 해도 거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3월 25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우리의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생활 터전은 쑥대밭이 되었고, 그것을 정리하는 사이 봄날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렸다. 봄을 그렇게 보내 버린 아쉬움 때문일까. 올가을 사과밭은 온통 냉이밭이 되었다. 한 해의 가족 건강을 책임지던 봄나물이 가을의 선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과수원을 둘러보던 남편은 싱글벙글 콧노래를 불렀다. 그날부터 11월은 냉이 캐기의 연속이었다. 낮엔 사과밭에서 농부가 삽으로 냉이를 캐고 아내는 옆에서 흙을 털었다. 저녁엔 밤늦도록 거실에서 고단하게 나물을 다듬었다. 손끝이 새카맣게 물들었지만,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딸에게 주고, 이웃의 새댁도 주고, 대구의 지인들에게 함께 나누리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 냉이를 가장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손이 고단해도 무침과 국을 끓이겠다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으로 손질하셨다. 냉동실에 가득 쟁여 둔 냉이 봉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남들이 보면 보잘것없는 들나물일지라도 나에게는 자연과 가족을 잇는 소중한 삶의 산물이다. 나는 천상 농부의 아내인 모양이다. 들에서 나는 나물을 사랑한다. 고기반찬이 없어도 살 수 있을 듯하다. 봄날의 연두와 가을의 황금빛 들녘, 싱싱한 무청과 배춧잎의 푸른빛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특히, 추위 속에서 고개를 살짝 내민 초록빛 냉이는 그 어느 것보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올봄 만날 수 없었던 그 작은 행복이 가을에 다시 왔다. 얼려두었던 냉이 한 봉지를 꺼낸다. 멸치 육수를 곱게 우려내고, 냉이에 고소한 콩가루를 입힌다. 채 썬 무와 냉이를 냄비에 담고 자작하게 육수를 부어 끓인다. 냄비 옆을 떠나지 않고 불을 살핀다. 잠깐 한눈을 팔면 물이 넘친다. 김이 오르면 뚜껑을 열고 육수를 조금 더 부어 정성을 보탠다. 그렇게 구수하고 향긋한 냉이 찜이 완성된다. 자연이 차려준 소박한 밥상 앞에서 농부도 그의 아내도 행복한 아침을 온전히 누린다. 산불이 훑고 간 자리에 다시 돋아난 저 초록빛 생명, 가을 냉이가 건네는 이 뜻밖의 위로 덕분에, 우리는 다시금 내년의 봄을 꿈꿀 기운을 얻는다. /손정희 시민기자

2026-01-01

“취업·결혼·물가 안정”···적토마의 해, 경북 곳곳에서 일출 보며 소망 기원

병오년(丙午年) 첫날 체감 온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에도 경북지역 해맞이 명소들은 적토마의 힘찬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한반도 최동단 포항시 호미곶에서 열린 ‘제28회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축전’에는 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전 7시 38분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한 시민들은 탄성을 질렀다. 전통 줄타기 공연 ‘2026, 새해를 딛다’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두 손을 모은 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대전에서 호미곶을 찾은 취업준비생 김정민씨(27)는 “작년까지 실패한 취업을 호미곶 일출을 보면서 다시 시작해 꼭 성공하겠다”고 했고, 경기도 수원시에서 온 연인 이상훈(31)·박소연씨(29)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영천에서 왔다는 중년 부부는“2025년은 너무 힘들었다”면서 “올해는 제발 하루 빨리 물가가 안정돼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덜 힘들기를 바란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31일 밤부터 국내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의 호미곶 등대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쇼와 전통 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프로그램 ‘호미곶 범굿’까지 모두 즐겼다는 이재성(47·서울시)는 “밀키트 형태로 나눠준 떡국을 직접 조리해서 먹는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었다”라며 “올해는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3살 딸과 일출 맞이에 나선 최은영씨(45·포항시 북구 흥해읍)는 “올해는 가족이 무탈하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8일 개통한 포항~영덕고속도로 포항휴게소도 ‘해맞이 맛집’으로 등극했다. 1일 오전 1시 30분부터 160면의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경찰이 휴게소 진입 통제를 서두른 탓에 혼잡이 빚어지진 않았다. 260대 정도의 차량만 포항휴게소에서의 특별한 해맞이를 만끽할 수 있었다. 휴게소 식당에서 떡국을 먹고 차량에 있다가 병오년 일출 맞이에 나선 김재동씨(30·대구시)는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에서 마주하는 일출은 색다른 경험이 됐다”면서 “이 좋은 기운이 2026년 내내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대형 해룡 등장 퍼포먼스가 열린 경주 문무대왕릉에서는 시민과 관광객이 떡국 4000인분을 나눠 먹으며 병오년 첫 해를 맞았고, 영덕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에서도 떡국 나눔과 해맞이 걷기 행사가 이어졌다.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해발 328m 화산 정상도 해맞이 인파로 북적였고, 의성군 의성읍 구봉산 봉의정 일대에서는 8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액운을 떨치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황금박 터뜨리기’ 이벤트가 열렸다. 문경시 영강생활체육공원에서는 권정찬 화가의 적마(赤馬) 그리기 퍼포먼스를 비롯해 시민 소원지 드론 퍼포먼스, 폭죽 공연, 복 떡국 나누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웠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01

현역 복무 피하려 ‘극단적 체중 감량’⋯20대 징역형 집유

현역병 복무를 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금식과 과도한 운동으로 체중을 인위적으로 감량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병역판정검사를 앞두고 고의로 신체를 손상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BMI(체질량지수)가 16 미만이면 4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매일 줄넘기 1000개를 하고, 병역검사 직전에는 3일 이상 식사량을 급격히 줄여 체중을 감량한 혐의를 받는다. 신장 175㎝에 체중 50㎏ 이상이었던 그는 같은 해 9월 1차 검사에서 46.9㎏(BMI 15.3), 11월 2차 검사에서 47.8㎏(BMI 15.5)으로 측정돼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체력 증진을 위한 운동이었으며 식사를 고의로 줄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소변 검사 결과 ‘기아 또는 금식’ 가능성이 확인된 점, 지인들과 나눈 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부장판사는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 체중 감량이 명백하고, 지인에게도 같은 방법을 권유한 정황이 있다”며 “다만 물리적 자해에 가까운 수준은 아니었고, 원래 저체중이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01

2년 만에 다시 열린 호미곶 해맞이···붉은 말의 해 첫 해를 맞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 첫날,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제28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리며 새해의 문을 열었다. 무안 참사로 지난해 공식 행사가 취소된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해맞이다. 1일 새벽 포항의 기온은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살을 애는 추위에도 호미곶 해맞이광장 약1만4000평(약4만6000㎡)에는 이른 새벽부터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천년기념관 1층과 쉼터, 주차장에는 매트와 담요를 깔고 일출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밤을 지새웠다. 오전 5시 30분부터는 쉼터와 주차장에 흩어져 있던 인파가 하나둘 광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해맞이 공간은 점차 사람들로 메워졌다. 최은영씨(45·흥해읍)는 “아이에게 새해의 첫 장면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 “올해는 가족이 무탈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맞이 직전인 오전 6시 50분, 올해 처음 선보인 해맞이축전 시그니처 프로그램 ‘호미곶 범굿, 어~흥(興)한민국’ 공연이 광장의 문을 열었다. 호미곶의 전설과 공동체의 흥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새해를 함께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어 샌드아트 퍼포먼스와 함께 2026년 ‘위민충정‘ 사자성어 발표, 해를 배경으로 한 전통 줄타기 공연 ‘2026, 새해를 딛다’가 차례로 이어졌다. 일출 예정 시각을 5분가량 넘긴 오전 7시 38분쯤, 구름 위로 붉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향해 휴대전화를 들거나 두 손을 모은 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대전에서 혼자 내려온 취업준비생 김정민씨(27)는 광장 앞줄에 서 있었다. 그는 “작년엔 계속 떨어졌다”면서도 “그래도 새해는 여기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바라보던 김씨는 “올해는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연인 이상훈(31)·박소연씨(29)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서 더 함께 새해를 맞고 싶었다”며 “올해는 서로 덜 불안해지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해맞이 현장에는 약 5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모였다. 포항시는 강풍과 한파에 대비해 에어돔 형태의 TFS 텐트를 설치하고, 해안가 위험 구간에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행사 기간 동안 안전인력 649명이 배치됐다. 해맞이 이후에도 발길은 쉽게 끊기지 않았다. 오전 7시 30분부터는 새해 떡국이 밀키트 형태로 3000인분 배부됐고, 행사장 일대에는 푸드트럭 8대, 지역 상인이 참여한 ‘호미곶간 팝업스토어’ 7곳이 운영됐다. 해맞이를 마친 시민들은 인근 상권과 해안 산책로로 발길을 옮기며 새해 아침을 이어갔다. 이번 축전은 전날인 12월 31일 오후 2시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었다. 밤 11시 20분 전야 공연 ‘기원의 밤’, 자정 직전 미디어파사드 ‘빛의 시원’, 카운트다운과 불꽃 연출, ‘월월이청청–호마의 춤’이 이어졌고, 심야에는 보이는 라디오와 호미 영화제, 신년 운세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 새해를 기다리는 발길을 붙잡았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