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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신협“새 정부 지역방송 편향적 정책 안된다”

전국의 유력 지역 일간지 29개 사로 구성된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회장 김중석·이하 대신협)는 1일 정부 및 지자체 광고대행수수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및 지역방송발전기금 재원화를 포함한 새 정부의 공적 지원 체계 구축을 지역방송에 편향되지 않고 균등하게 국정 로드맵에 반영시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주권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지역중소방송사 지원 확대와 광고제도 개선을 통한 지역·중소방송사 제작지원을 국정로드맵에 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지자체 광고대행수수료로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신문업계가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등 파장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협은 이날 ‘새 정부 지역방송 편향적 정책 안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새정부의 정부 지자체 광고대행수수료의 지역신문·방송기금 균등 출연을 요구했다. 대신협은 특히 정부·지자체 광고대행 수수료의 상당액이 언론진흥기금을 통해 전 신문·방송업체 및 구성원들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정부 광고대행업무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양 기관으로 분리하면 정부광고 관리․운영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돼 정부광고법의 제정취지인 공익성과 효율성을 현저히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대신협은 성명을 통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저을 위한 지역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새 정부가 지역 언론 활성화 정책을 펴려면 마땅히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을 함께 균등히 다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모든 신문․방송 산업을 아우르며 언론단체 지원은 물론 종사자들의 교육 연수 미디어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언론진흥기금의 감축으로 인해 미디어산업 지원체계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지역방송이 그러하듯 지역신문 역시 지역소멸위기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이라는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무너져가는 지역경제와 지역미디어 산업 기반을 떠받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대신협은 이와 함께 대신협은 아울러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지역신문법 개정안을 근간으로 삼아 지역신문발전기금 및 지역방송발전기금 재원화를 포함한 균등한 공적 지원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또 지역신문 지원 업무를 담당할 사무국 설치와 정부 예산 및 정부·지자체 광고대행수수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출연 명시화 등을 요청했다. /대신협 공동취재단

2025-07-01

한국도로공사, 2025년 길 사진 공모전 개최

한국도로공사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2025년 길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공모전은 △고속도로 부문 △일반도로 부문 △특별 부문(가족과 함께한 길)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는 1인당 최대 5점까지 출품할 수 있다. 접수 기간은 7월 1일부터 31일까지이며, 길 사진 공모전 누리집(http://contest-ex.co.kr)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수상작은 8월 중 발표 예정이며 대상(상금 400만원, 1점), 금상(250만원, 3점), 은상(150만원, 3점), 동상(70만원, 6점), 입선(20만원, 37점)으로 나눠 총 50점의 수상작에 276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특히, 올해는 고속도로 부문에 한해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며, 새롭게 신설된 ‘가족과 함께한 길’ 특별부문에서는 길 위에서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을 조명할 계획이다. 수상작은 한국도로공사 본사, 수목원 및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전시될 예정이며 공모전 누리집에서는 역대 수상작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길 뿐만 아니라 길 위의 시설물이나 사람들도 사진전의 주요 주제가 되는 만큼, 다양한 시각과 개성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길 사진 공모전은 2000년부터 시작해 국민과 함께 길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공유해 온 한국도로공사의 대표 공모전으로, 2023년부터 격년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1

대구·경북 온열질환자 66명… 추정 사망자도 발생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내 온열질환자가 60여 명을 넘어서 시·도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일 질병청의 온열질환발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기간 시작일인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전국 온열환자수는 425명을 기록했다. 이중 대구는 19명, 경북은 47명(추정 사망자 1명) 등 모두 66명이다. 전국 온열질환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전체의 76.5%(325명)를 차지했으며, 여자(23.5%·100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증상을 호소했다. 연령별로 60~69세가 16.0%(68명)에 달해 가장 많았고, 50~59세 16.5%(70명), 40~49세 14.4%(61명) 순으로 질환 발생율이 높았다. 열탈진이 전체의 52.2%(222명)로 절반 이상이며, 열사병 35.0(20명), 열경련 14.4%(61명) 등 순으로 조사됐다. 질환 발생시각은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가 가장 많았으며,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온열질환자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7일 24명에서 28일 52명, 29일 50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일평균 기온이 30.7도를 기록하며 1907년 1월 관측 이래 역대 6월 중 가장 더웠다. 이전 기록은 2005년 6월 25일 30.1도로, 20년 만에 나온 새 기록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폭염경보(오전 10시)가 발효된 후 동구 신암동에서 일 최고기온 36.8도를 기록했다. 이에 대구시는 취약계층 보호 및 도심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긴급 대처에 나섰다. 대구시는 취약 독거노인 1만 5193명 중 6034명을 방문하고, 생활지원사가 2만 3720회의 전화를 돌리며 안부를 물었다. 쪽방주민의 경우 쪽방상담소 직원 또는 자원봉사자 등이 방문 및 안부전화‧상담을 한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7월은 남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으로, 8월은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봄철 유럽의 적은 눈 덮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질병 전문가들은 “무더위가 계속되는 만큼 물을 자주 마시고,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외출을 삼가며 헐렁하고 밝은 색 옷을 입는 등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01

5일부터 ‘대구 2025 세계 대학 태권도페스티벌’

‘대구 2025 세계대학태권도 페스티벌’이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계명대에서 펼쳐진다. 세계대학태권도 페스티벌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세계태권도연맹(WT)이 공동 승인한 G1 등급 국제대회이다. 올림픽 랭킹포인트를 부여되는 공식 경기다. 특히 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로 통합되면서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의 명맥을 이어가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인도, 대만, 중국, 일본 등 26개국에서 1500여 명의 선수단과 지도자들, 그리고 300명 이상의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가한다. 대회는 공인품새(G1, Division 2, Division 3), 자유품새(G1), 겨루기(G1) 등으로 구성되며, 대학생 엘리트 선수 뿐 아니라 클럽팀도 참가해 열띤 승부를 펼친다. 승부를 넘어 각국의 문화를 공유하는 장이며, 청년세대가 스포츠를 매개로 우정을 쌓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은 6일 오전 11시부터 계명대 성서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다. 행사에는 각국 참가선수들의 소개와 신일희 계명대 총장이 조직위원장으로서 대회사를 한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이태훈 대구시 달서구청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도 함께 한다. 대구시는 2024년 7월 1회 대회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3년간 행사를 유치했다. 매년 2000여 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에게 대구의 문화와 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회 장소인 계명대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태권도학과와 태권도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계명대 코리아태권도센터는 세계 각국 올림픽 대표팀의 전지훈련장으로 활용될 만큼 우수한 태권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조직위원장인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전 세계 청년 태권도인들이 계명대에 모여 실력을 겨루고 우정을 나누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대학과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1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 극복 머리 맞대

포항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 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시는 30일 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 이벤트홀에서 ‘인구 감소 시대, 20년 후 포항시 미래는’을 주제로 2025년 인구정책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포항시가 나아갈 현실적인 대응 방안과 미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 시민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심포지엄 1부에서는 인구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진단과 제언이 이어졌다. 김한곤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인구 절벽과 포항시, 인구 감소 원인 진단 및 미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청년 인구의 유출, 낮은 출산율, 주거 및 일자리 문제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는 청년 정주 여건 개선, 고용 창출, 가족친화 도시 기반 마련 등 중장기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훈 경희대학교 교수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포항시 인구 변화 원인·전망·대응 방안’을 주제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항시 인구 구조의 변화를 분석하고, 과학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2부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웹툰 ‘닥터베르’의 이대양 작가는 ‘엄마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야’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어 현실적인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손동광 포항시 청년정책조정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 패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정책 제안을 자유롭게 나눴다. 패널로는 다둥이 엄마이자 포항시 홍보대사인 강한진 씨, 김정혜 선린대 총학생회장,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을 대표하는 서지안씨, 30대 기혼 직장인 이가영씨가 참여했다. 장상길 부시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저출생과 고령화 등 국가적 인구 문제는 물론 포항시가 직면한 지역적 문제에 대해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6-30

“시민과 함께한 37년, 보람되고 행복”

송영희 포항시 평생학습원장이 30일 37년간의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정년퇴임 한다. 1988년 포항시 사서직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송 원장은, 전국 최초로 사서직 지방사무관에 이어 경북 최초 사서직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하며 공직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송 원장은 포항시민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헌신해왔다. 2015년 포은중앙도서관을 시작으로 연일도서관, 구룡포도서관, 포은오천도서관 등 지역 특성에 맞춘 도서관들을 개관하며 문화와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2025년에는 음악·AI 시스템을 갖춘 포은흥해도서관을 개관해 남북구 거점 도서관 생태계를 완성,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는 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문화와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독서의 달 행사,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했다. 이러한 노력은 포항을 ‘평생학습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2023년 평생학습원장 취임 후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간 1만여 명이 참여하는 500여 개의 강좌와 특화사업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였고, 모든 시민이 평생학습을 누릴 권리를 강조하며 소외계층 지원과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 기반 마련, 2025 경상북도 평생학습 박람회 등 포용적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의 노력은 2024년 대구·경북 최초로 열린 전국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 성공 개최로 이어졌고, 2025년 한국도서관상 개인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겼다. 이는 오랜 기간 지역 독서문화 환경 조성과 도서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불자이기도 한 송 원장은 포항시 공무원불자회 회장을 역임하며 신심과 실천을 겸비한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였다. 송영희 원장은 “공직자로서 시민 곁에서 함께한 37년은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퇴직 후에는 더욱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한다”고 퇴직 소회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타버린 옛날 집 그립지만⋯모듈러 주택서 하루하루 살아가”

불은 꺼졌지만, 그날의 흔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너무도 길었고 누군가에겐 한순간 같았던 100일. 나무는 다시 잎을 틔웠고 들판엔 풀이 무성하게 자랐지만,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29일 검붉은 화염이 첫 발자국을 찍었던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산자락을 다시 올랐다. 당시엔 적막만이 감돌던 곳, 생명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발화지 초입엔 허리춤까지 자란 풀이 바람에 일렁이며 싱그러운 풀내음을 풍겼다. 풀숲 사이에선 인기척에 놀란 오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발화 지점에는 폴리스라인이 그대로 둘러쳐져 있었다. 무덤은 비바람에 씻겨나간 재 대신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우거져 제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산불 발화지 의성 안평면 괴산리 묘지, 출입통제 속 잡초만 무성 안동·청송·영양·영덕 임야 등 잿빛 흔적… 피해 복구 ‘더딘 걸음’ 문화재 탄 고운사·대출 막막한 공장·농사는 지었지만 생계 위기 타는 냄새만 나도 손 떨림 등 트라우마 심각… 상담 효과도 없어 모듈러 주택 노인들 “여기가 이제 우리집… 이웃과 함께라 위로” 인근에 사는 이숙자(99) 할머니는 그날의 상황을 떠올리며 되새기기 싫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씨가 눈앞에 날아다녔어요. 불이 담장을 넘어오는 게 보이니까, 정신이 아찔하더라고. 손에 뭐 하나 못 챙기고 그냥 뛰었지요. 그날 이후 자꾸 그 장면이 떠올라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할머니는 외지에 사는 딸이 자주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딸 덕에 많이 진정됐어요. 딸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떻게 살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다른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수확 철을 맞은 마늘밭에서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한 농민은 땀에 젖은 셔츠 소매로 이마를 훔치며 말했다. “밭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는데 마늘이 작아요. 물도 부족했고, 연기 탓인지 생육이 영 안 좋았어요. 창고는 홀라당 탔고 지금은 비닐하우스 옆에 임시 건조대를 세워 말리고 있어요. 마늘이 우리 집 수입의 전부인데 이래선 남는 게 없어요.” 고운사로 향하는 숲길. 입구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산불 피해로 치료 중’이란 팻말을 건 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고운사 경내에는 ‘안전제일’이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주저 앉은 처마, 여기저기 흩어진 기왓조각, 종각에서 떨어진 종은 쪼개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보장 스님은 무너진 전각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보물로 지정된 건물도 다 탔어요. 국가유산청에서 다녀갔지만, 복원 일정도 예산도 아직 없습니다. 그저 절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게 위안이에요. 절은 무너졌지만, 마음을 지키는 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안동시 일직면.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모듈러 주택 단지 입구에는 ‘나눔합니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방이 놓여 있었다. 박씨 할머니(90)는 아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 “불에 다 타버렸죠. 집 철거는 끝났는데, 새로 지을 돈이 없어요. 공사는 시작도 못 했고. 그래도 아들이 옆에서 잘 챙겨줘서 살고 있어요. 옛날 집이 그리워도, 여기가 지금 내 집이에요.” 남후농공단지에서는 포크레인과 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안휘철(69) 사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출이요? 담보물이 다 타버렸는데 뭘로 받겠어요. 도지사, 시장님이 보증해준다고 해도 막상 은행 가면 안 돼요. 사유지라서 규정상 어렵다나 뭐라나. 지금까지 받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공장 운영 재개도 쉽지 않았다. “현행 대출 제도론 엄두가 안 나요. 소상공인 3억 대출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는 사이 영업은 못 하고 시간만 흘러가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합니다.” 그는 복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사면 문제’를 꼽았다. “불에 탄 공장 뒤 사면이 위험한데 시는 ‘사유지라 못 해준다’는 말만 해요. 분양받을 땐 몰랐는데 쓰지 못하는 땅이 수백 평이에요. 이제 와서 알아서 하라니 답답하죠.” 청송군 달기약수터 옆 공영주차장 한켠에는 불에 탄 트럭이 녹슨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참혹했던 화재 당시 잔해만 남아있던 식당가는 모두 철거됐고, 일부 터에선 보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잠시 멈췄던 약수터엔 다시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약수를 빈 통에 채우는 동안 사람들 사이엔 짧은 안부와 웃음이 오갔다. 주민 조창재(90)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찾은 약수터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여긴 내가 30년 넘게 다니던 곳이에요. 물맛이 좋아서 한 달에 몇 번씩은 왔지. 불나고 나선 발길을 끊었는데 다시 이렇게 오게 되니 가슴이 좀 풀리네요. 사람도 조금씩 돌아오고, 식당도 다시 짓고.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것 같아요.”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는 눈길이 닿는 산자락마다 아직도 검게 탄 흔적이 선명했다.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대화의 주제는 여전히 산불이었다. 김정자 할머니(70)는 식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불 난 뒤로는 맛을 몰라요. 탕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는데도 도무지 회복이 안 돼요. 음식 타는 냄새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손이 덜덜 떨려요. 트라우마 때문이에요.” 그는 트라우마 상담도 받아봤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몇 달에 한 번 전화 와서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요. 근데 그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사는진 아무도 몰라요. 진짜 필요한 건 옆에 있어 주는 건데, 말뿐이니까요.” 할머니는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지만 뭐, 크게 기대는 안 해요.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요? 없어요. 돈이 없으니까.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죠.” 영덕군 지품면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자 까맣게 탄 나무들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옆에선 벌목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산과 산 사이 도로 갓길에는 ‘산사태 주의’, ‘낙석 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지난봄 산불 피해를 호소했던 문성규씨(67)의 표정은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나무는 일부 죽고, 일부는 살아서 다시 가꾸고 있어요. 사과꽃이 피긴 했는데, 열매가 잘 안 맺혀서 걱정했죠. 그래도 살아있는 나무들이 있어 다행이죠. 도장지도 받고 있어요. 2~3년 더 가꾸면 다시 사과가 열리겠죠. 뭐,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석리 따개비마을에는 예전엔 펜션이 있던 이 자리에 임시 모듈러 주택들이 들어섰다. 볼품없이 탄 주택들은 모두 철거됐고 집터엔 산사태와 낙석을 막기 위해 덮은 방수포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모듈러 주택 앞, 이불 꾸러미를 들고 걸어오는 전춘자 할머니(80)는 집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이 난 날, 딸이 부산에서 전화 왔어요. 엄마 집에 불났대요. 그 소리 듣고 결국 울었어요, 딸도 울고 나도 울고. 다 태워 먹었는데 어쩌겠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이웃들과 함께 견디는 지금의 시간이 위로가 된다고도 했다. “혼자가 아니니까 그나마 나아요. 서로 걱정해주고 음식도 나눠 먹고 같이 회복해가요. 햇반이라는 것도 여기 와서 처음 먹어봤어요. 누가 나눠줘서 먹었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요.” 100일 전 ‘화마’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삼켰다. 산도, 집도, 사람들의 일상도 한 줌 재로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그 잿더미 위에서 다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복구는 단지 건물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다.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견딜 수 있도록 삶을 붙드는 과정이다. 불은 꺼지고 그날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바람결에 실린 새순처럼, 말없이 피어난 능소화처럼, 삶은 그렇게 조금씩 다시 이어지고 있다. /글 단정민, 사진 이용선 기자

2025-06-29

주역의 나무란

대구시 문화재 지킴이회(명예회장 이종원)는 지난 19일 이정웅 전 대구시 녹지과장을 초청해 ‘주역의 나무’를 주제로 회원 교육을 실시했다. 이정웅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周易)의 나무란 주제가 재미있고 유익해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의 나무란 주역에 등장하는 “지가관자, 막가관어목(地可觀者, 莫可觀於木)”이라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이 말의 뜻은 “지상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나무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군 신화의 신단수(神壇樹)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마을의 당산나무는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다. 나무의 씨앗은 비옥한 곳에 떨어졌든 메마른 땅에 떨어졌든 주어진 환경에서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산다. 온갖 장애물이 있어도 불평 없이 스스로 극복해 낸다. 주변의 사물을 특별히 의식하지 아니하고 과시욕이 없다. 그가 뿌리를 내린 곳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다양성의 아름다운 숲을 만든다, 피어나는 꽃의 색깔도 다양할 뿐 아니라. 항상 다른 나무와 공존하며 살아간다. 지혜롭게 후손을 남긴다. 수양버들은 종자의 솜털을 통해 멀리 날려 보내고, 참나무는 다람쥐나 새들을 도토리로 유혹해 땅속에 묻어 싹이 트게 하여 모수(母樹)와 경쟁을 피하게 한다. 지구상에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생명체다. 모하비 사막의 브리슬콘소나무는 5천 년을 살고 레드우드는 수고가 100m가 넘는다.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해치지 아니하고 공존하며 산다. 물과 태양만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으며,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기록 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후한의 채륜이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불경, 성서 등을 만들 수 있어 인류문명에 큰 변화와 학문의 대중화에도 이바지했다. 팔만대장경도 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강사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땔감이나 산사태 방지, 대기 중의 유해가스 흡수 등 공익적 가치로만 알지만 주역에서는 나무가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6-29

바람과 물길 따라, 청춘을 만난 하루

고산노인복지관(관장 박헌수)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노케어, 도서관 봉사, 스쿨존 교통지원, 보육시설 봉사 등 5개 사업단에 참여하는 373명의 어르신들을 인솔해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를 성공리에 마쳤다. 6월 4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와 울산 울주군의 대운산 치유의 숲을 무대로 했다. 매 여정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통도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적송들이 장관을 이루며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았다. 노송의 향기와 산속의 맑은 바람이 어우러져, 어르신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듯 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 고찰로,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린다. 특히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로, 대웅전에는 불상 대신 금강계단이 자리하며 부처님의 법신을 상징적으로 모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고요함과 신성함은 어르신들에게 평소와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점심은 따끈한 불고기 전골로 위로를 받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운산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울산 온양읍에 위치한 이곳은 온 몸을 감싸는 편백 숲의 향기와 맑은 공기로 유명하다. 어르신들은 해설사의 안내로 아로마테라피 체험에 참여했다.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편백, 라벤더, 유칼립투스의 향기를 조합하여 직접 천연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마음을 달래고, 편백 숲 산책과 체조로 몸과 마음이 한껏 활기를 찾았다. 아로마테라피는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 완화, 수면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은 “맑은 공기와 향긋한 나무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체험을 하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김기향, 정영화, 이성호, 김유나 복지사들이 한 분 한 분을 세심하게 챙겼다. 고산노인복지관은 매년 일자리 및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들이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어르신들이 다시 한 번 청춘을 느끼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람과 물길이 이끄는 대로,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도 푸른 희망이 흘러가길 바란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6-29

대구시민 향토대학, 새 둥지서 새 출발

대구시민 향토대학(학장 변시우)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대구 중구 명덕로타리 인근 대명빌딩 5층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1995년 출범한 향토대학은 그동안 지역 시민들의 평생학습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이전은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명덕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며, 쾌적한 강의 환경까지 더해져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요 오전반, 수요 오후반, 목요 오후반 등 3개 반으로 운영되며, 반별 주 1회, 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1교시는 인문학, 사회, 건강,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리고, 2교시는 음악 시간으로 꾸며져 흘러간 가요부터 최신 유행가까지 함께 배우고 부르며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배움과 여가가 어우러진 이 프로그램은 특히 중·장년층 수강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립 31주년을 기념한 개관식은 지난 6월 10일, 새 강의장에서 열렸다. 윤용희 원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향토대학을 위해 함께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더욱 활기찬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용원 원장은 “변시우 학장의 열정과 뚝심이 오늘의 새 출발을 가능하게 했다”며 “향토대학의 더 큰 발전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행사에서는 방종현 교수와 전선재 교수가 하모니카 연주와 축가를 선사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박재일(81세, 수성4가동) 씨는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바쁘게 지내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향토대학 덕분에 요즘 책을 읽고 음악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재일(81· 수성4가동) 씨는 “젊었을 땐 늘 생계에 쫓겨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향토대학 덕분에 책도 읽고 음악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김홍열(82) 씨는 “매달 마지막 주에 떠나는 고적지 답사가 마치 수학여행처럼 기다려지며, 이번에 새로 마련된 강의실은 깔끔하고 편리해 마음에 쏙 든다” 고 전했다. 향토대학의 강사진은 전·현직 교수, 지역 문화 인사,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강의 주제는 인문학, 사회복지,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 폭넓게 다루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분야까지 아우르며 수강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재등록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변시우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의 장이 아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1년간 시민들과 함께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왔다”며 “새롭게 마련된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 학장은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배움터를 제공하며, 배움의 즐거움이 삶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토대학이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시로 수강생을 모집 중이며,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10-3501-7027. /방종현 시민기자

2025-06-29

원동해 씨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원동해씨는 국영기업체에서 정년을 마치고 은퇴했다. 퇴직하고 얼마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늦잠을 즐길 수 있고 점심엔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부인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복지관 휴게실에서 신문을 보는데 로또복권을 다루는 심층 기사가 실렸다. 돼지꿈을 꾸고 샀더니 당첨되었다느니 두꺼비 꿈이 좋다느니 조상 꿈이 좋다는 둥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꿈에 나타나서 지난 주에 로또 복권을 한 장 사두었던 것이 생각나 확인도 할 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내 음성이다. “응 나요 책상에 지난주 사둔 복권이 있는데 찾아봐요.” 하니 잠시후 “찾았어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러보세요.” 준비가 된 모양이다. “알았어 그럼 부를 테니 잘 봐요“ 하며 당첨 번호를 부르기 시작한다. “13.14.17.32.41.42” 단숨에 부르자 그렇게 빨리 부르면 어쩌냐며 천천히 부르란다. “알았어 천천히 부를게 13은 있어?”하자 있다고 한다.“ 다음 14. 17은 있어?” 하자 있다고 한다. 원동해 씨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32는 있어?” “예, 그것도 있어요.” 아니 그럼 이거 다 맞는 거 아냐? 원동해 씨의 가슴 뛰는 소리가 자기 귀로 들리는 듯하다. “임자 천천히 잘 봐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마누라의 숨소리도 떨려온다. “사십일 일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41 있어요 그것도 있어요.” 재확인까지 한다. 이제 하나 남은 숫자 42가 문제다. 이것마저 맞는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42 있나 봐 봐 요.” “예 그것도 있어요.” 일순 머리가 하얘진다. “사사십 이 이가 확 확실해?” “예 42 맞아요.”원동해씨 목소리가 떨리다 못해 더듬기까지 한다. 이게 꿈이 아닐까 봐 허벅지를 꼬집어도 보았지만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옥황상제님, 일월성신님, 정녕 제게 이런 복을 주시는군요. 현직 때 눈 한번 딱 감으면 퇴직 후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친 보상을 이렇게 해주시옵니까?. 정녕 제가 814만 분의 1의 행운을 잡았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며 속으로 되뇌어 본다. 신문에는 이번 회 차는 두 사람이 당첨되어 당첨금액이 무려 68억 원이라고 나와 있다. 원동해 씨의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진 게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던 박 영감도 발아래로 보인다. 원동해 씨의 귀에 탄성 소리인 듯 마누라의 소리가 들려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여보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마누라가 진정이 되지 않는 눈치다. “임자! 내가 바로 집에 갈 테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복권 잘 가지고 있어요.”하자 “복권은 당신이 갖고 있잖아요” 한다. 아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두 사람은 지금 신문에 난 복권 일등 번호를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부인은 남편이 복권 가지고 당첨 번호를 부르는 줄 알았고 남편은 집에 두고 온 복권을 부인이 보고 부르는 줄 알았다. 원동해 씨의 꿈이 남가일몽이 되는 순간이다. 잠깐 동안이지만 68억 원을 가져보았다. 그 짧은 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하얘져 혼란을 느꼈다. 일등 당첨이 아니란 걸 알고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원동해 씨의 자조적인 넋두리가 이어진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내 이름을 가지고 ‘원통해’ 라고 놀렸는데 그때 이름을 ‘원일등’ 으로 바꿀 껄 헛! 헛! 헛! 웃음소리가 허공에 맴돈다.

2025-06-29

포항민들레로타리클럽, 새 비전과 함께 도약

국제로타리 3630지구 포항민들레로타리클럽(회장 정소영)은 25일 티파니웨딩홀 3층에서 제15·16대-17대 신·구 임원 및 이사 이·취임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약 15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클럽의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비전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신입회원 17명이 공식 입회하며, 지역 내 로타리 봉사의 중심축으로서 민들레클럽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1부 이임식에서는 15.16대 김수민 회장과 임원진의 헌신에 대한 공로패 및 감사패 전달이 진행됐으며, 회장 메달과 의사봉, 클럽기 이양식 등을 통해 클럽의 바통이 17대로 넘겨졌다. 이어 2부 취임식에서는 제17대 회장으로 취임한 정소영 회장의 취임사와 함께, 신입회원 입회식 및 각종 시상이 이어졌다. 신임 정소영 회장은 “앞으로의 임기 동안 이 클럽이 더 따뜻한 공동체가 되도록 더 의미 있는 봉사로 연결되는 우정의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회원 한 분 한 분이 민들레의 씨앗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고, 서로를 북돋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클럽, 소속됨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취임 포부를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6-29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급증···경북경찰청 현장 점검 통해 대응체계 강화

정신질환 응급입원이 급증하는 가운데, 경북경찰청이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직접 나섰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을 비롯해 생활안전부장 등 관계자는 지난 25일과 26일 24시간 정신응급 대응이 가능한 청송 진보병원, 구미 미래로병원, 영천 동승병원 등 거점정신응급의료기관 3곳과 응급입원 합동대응센터를 방문해 현장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진 및 경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자·타해 위험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경찰과 유관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보다 공고히 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실제로 경북지역 내 정신응급 입원건수는 2019년 419건, 2020년 569건, 2023년 1123건, 2024년 1213건으로 최근 4년간 약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5월 말까지 487건을 기록 연말에는 역대 최다 기록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찰 단독으로는 대응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2023년 11월부터는 ‘응급입원 합동대응센터’를 운영,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기개입팀이 협력해 신속한 현장 개입과 치료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는 실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병원 측은 “정신질환자는 응급상황 시 의사결정이 늦어질 경우 환자 및 주변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며 “경찰과의 유기적 협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부명 청장은 병원 종사자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있어 여러분의 헌신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북경찰청 최미섭 생활안전부장은 “정신질환 대응은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기관, 복지센터, 소방 등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조해 신속한 개입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순히 ‘안전’을 넘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사회에선 이번 현장 점검이 정신응급 상황에 대한 공적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6-29

오전 조사 응했던 尹 전 대통령, 오후 조사는 거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속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출석 불응으로 간주하고 형사소송법상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전 조사가 잘 진행됐고, 점심 식사 이후 조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실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고인석이 아니라 방청석에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저지 혐의를 조사하고 점심 이후 오후 1시 30분부터 조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변호인단이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신문을 진행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총경은 불법 체포를 지휘한 사람으로 고발돼 있다”며 검사가 신문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특검보는 “지휘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조사 대상과 무관한 사실로 피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업무에서 배제한다면 사실상 형사 사법 절차가 마비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특검보는 이어 “전직 대통령이라고 경찰 수사를 받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며 “(검사로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경찰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또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면서 “내란특검법에는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조사자를 교체해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 특검보는 “‘누가누가 저를 수사해 주세요’라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며 “충분히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조사를 받자고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속 조사실에 들어오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계속 이렇게 평행을 달리면 대기실에 있을 필요는 없다”며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한다. 조만간 (조사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냐”라고도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28

尹 전 대통령 특검 공개 출석…특검 “尹, 진술 거부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내란 특별검사팀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와 10여분간 사전 면담 후 조사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진술거부권 행사 등) 그런 것은 아직 없다”며 “충분히 진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10시 14분부터 시작됐다. 박 특검보는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진행하고, 최상진·이장필 경감 2명이 참여 중”이라며 “박 총경은 경찰 내 대표적 엘리트 수사통으로, 이 사건 수사를 처음부터 이끌어 왔다. 오로지 수사 논리, 수사 효율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박 총경은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의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대통령 경호처에서 지시한 혐의와 계엄 직후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의 수사를 지휘했다. 변호인 중에서는 채명성·송진호 변호사가 입회했다. 고검장 출신 김홍일 변호사도 이날 함께 출석했으나 경찰 수사 단계 혐의 조사에 직접 입회하지는 않았다. 특검은 시간이 허락되면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관한 내용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박 특검보는 “조사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나, 국회 의결 방해나 외환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가급적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특검 조사 출석 직후 ‘공개 소환’한 특검팀을 비판하는 별도 입장을 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말장난과 존재하지 않은 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조작을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치적 선동이자 여론몰이일 뿐”이라고 했다. 대리인단은 또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때 피의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사 일시·장소에 관해서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출석 장면을 공개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수사기관에 대한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령으로 수사기관에 부여된 법적 의무”라며 “특검은 이런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출석을 앞두고 특검과 비공개 출석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으나, 결국 공개 출석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28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인천서 조찬간담회

전국 29개 주요 지역 일간지가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는 27일 오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열고, 지방분권 강화와 지역신문 역할 제고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2025년도 제3차 사장단 정기회의 공식 일정 중 하나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제18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초청돼 대신협 사장단과 함께 자치분권 중요성과 지역신문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유 시장은 평소 지방분권형 개헌을 포함해 실질적 자치분권 실현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대신협과 유 시장은 인천을 비롯한 각 지역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지역신문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역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대신협 회장인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을 비롯해 박현수 인천일보 대표이사, 서승인 기호일보 사장, 신항철 경기일보 회장, 김광범 중부일보 인천본사 사장, 고영진 경남일보 회장,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 김종석 무등일보 사장, 경민현 강원도민일보 사장, 신효균 전북도민일보 사장,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 엄주호 경상일보 사장, 오홍식 제민일보 사장 등 지역 언론사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유 시장은 “대한민국은 단군 시대부터 나라를 먼저 세우며 중앙집권적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지역 중심의 특화된 정책으로 국가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자칭 ‘지방자치론자’로서 지역신문과 힘을 모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신협 공동취재단

2025-06-28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기초노동질서 꼭 지켜주세요”

경북 동부지역에서 임금 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외식업계와 함께 기초노동질서 준수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지청장 신동술)은 27일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북 포항시남구지부(지부장 이미양희)를 방문해 기초노동질서 준수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포항지청에 따르면 경북 동부지역 신고 사건은 2023년 5341건에서 2024 5월 말 기준 5879건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신고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2057건 중 1068건(51.9%), 2024년 2469건 중 1228건(49.7%), 2025년 2371건 중 1165건(49.1%)으로 비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식업은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업종으로, 임금 체불을 비롯한 기초노동질서 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자율적인 법 준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날 포항지청은 남구지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임금명세서 교부 △임금 체불 예방 △최저임금 준수 등 ‘4대 기초노동질서’의 중요성을 안내하고,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포항시남구지부 역시 기초노동질서 준수의 중요성에 적극 공감하며, 소속 회원사 1940여 개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 등 협업을 약속했다. 앞서 포항지청장은 지난 24일 경북 경주시 소재 제조업체 현장을 방문해 노무관리 전반을 지도하고, 근로자 권익 보호와 체불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신동술 지청장은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역내 유관기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노무관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의 기초노동질서 준수 의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