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인한 현수막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쇄 업계와 6·3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수막의 주재료는 석유 화학 제품인 나프타에서 추출한 기초 유분을 합성해 만든 폴리에스터 원단이다. 국내 수입 나프타의 절반 이상(54%)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자 나프타 가격은 톤(t)당 1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3주 만에 1.5배 뛰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규격(가로 5~6m) 현수막의 개당 제작비는 기존 6만 원대에서 8만 원대로 약 33% 일괄 상승했다.
일부 원단 공급처는 인상된 가격에 물량을 넘기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구의 한 인쇄 업체 대표는 “가격이 대폭 오른다는 통보에 난리가 났다”며 “물량을 제때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유세를 앞둔 예비후보 사무소들은 건물 외벽을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현수막 전쟁’에 돌입했지만, 치솟는 단가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해진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은 그대로인데 홍보물의 핵심인 현수막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선거 예비후보는 “현수막 제작 예산이 1000만 원대를 훌쩍 넘어간다”며 “홍보가 생명인 후보 입장에서 가격이 올랐다고 현수막을 안 걸 수도 없으니 예산 부담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게첩비(내걸어 붙이는 비용)를 포함할 경우 장당 단가는 조만간 11만 원 선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원자재 가격 폭등과 국가적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무분별한 현수막 정치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공장들이 가동을 줄이고 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거리 곳곳을 도배한 정치 현수막이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이모 씨(34)는 “상업용 현수막은 생계형이라지만,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내거는 현수막까지 이 비싼 원자재를 써가며 게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치권부터 불필요한 현수막 제작을 줄여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철영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수막 난립은 단순한 시각적 불편을 넘어 도시의 품격과 정치 문화의 민낯을 드러내는 지표”라며 “이번 기회에 현수막에만 의존하는 낙후된 선거 풍토를 과감히 바꾸고 온라인 플랫폼이나 디지털 전광판 같은 효율적인 매체로 홍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