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들이 주목한 디저트, 이제 AI 옷 입고 세계 무대로 나가는 ‘호랑이 바나나’
“대구로 와주시면 안 돼요? 부산도, 서울도 안되나요?”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작은 제과점주 강단(43) 대표의 명함첩엔 전국에서 날아온 제안이 빼곡하다.
대형 이커머스 쿠팡부터 현대·롯데·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까지 연이어 상시 입점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전부 고사했다.
“로컬 브랜드라면 마땅히 그 지역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2023년 개업한 ‘구룡포 호랑이 바나나글라세’는 창업 2년여 만에 포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일본인 가옥거리 외곽, 적막했던 이 골목은 이제 전국 인파로 ‘30분 대기’가 일상이 됐다.
서울에서도 통할 실력파 팀이 연고 없는 어촌을 택한 비결은 ‘역발상’이다. 평소 바다를 좋아하던 이들은 부산처럼 이미 거대 도시화된 곳 대신 고유한 정체성을 간직한 어촌 마을 구룡포에 매료됐다.
강 대표는 “서울엔 좋은 게 다 모여 있지 않냐”며 “서울 사람도 지방에 왔을 때 이곳에서만 경험하는 새로운 맛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로 일부러 중심가를 벗어난 외곽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주민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말렸지만, 그의 뚝심은 골목을 완전히 살려냈다. 적막했던 자리에 새 가게 5곳 이상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너희 덕에 동네가 살아났다”며 고마워했다.
제품 기획도 지역색을 듬뿍 녹였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보았을 때 동쪽 끝 꼬리에 해당하는 지형적 특성에서 착안해 호랑이 꼬리를 닮은 부드럽게 굽은 바나나 모양 제과를 고안하고 호랑이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했다.
여기에 프랑스 전통 ‘글라세’ 기법을 입혔다. 내부 크림 대신 겉면을 시럽으로 코팅해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제품은 세 종류로 레시피 특허출원도 마쳤다. 과자 한 알에 구룡포의 정체성을 담아낸 셈이다.
강 대표 부부는 세종대 졸업 후 프랑스 국립 제과학교(INBP)에서 공인 제과사 자격을 땄다. 아내 박서연 파티시에는 파리 100년 전통 제과점과 서울 가로수길 ‘에투알’의 제과총괄을 지낸 베테랑이다.
이들의 내공은 가파른 성장으로 증명됐다. 2024년 5월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스위트파크’ 팝업에 초청돼 하루 300상자 이상을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고객의 90%는 외지 관광객이다. 매일 4000~8000개를 생산하는 이 매장은 신선도를 위해 미리 포장해두는 법이 없다. 갓 구워낸 최고의 식감을 온전히 건네기 위해서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 SOMI에 포항 청년기업 대표로 초청됐고 포항시 공식 대표 베이커리 12선에도 뽑혔다.
올해는 AI를 활용해 캐릭터를 3D 구현하는 영상·IP 사업을 전개하며 관광형 굿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대표의 마지막 한마디는 묵직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기회가 있습니다. 젊은 창업가들이 서울만 향하기보다 로컬 고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도전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