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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 이상민

등록일 2026-01-22 18:04 게재일 2026-01-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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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불후의 명곡 영일만 친구로 평생을 잘 먹고 살았다는

가객 최백호 형님을 보면서

저 얼굴로도 잘 산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노래가 깊다고 짐작했지

우리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고 낄낄대며 우리를 위로했지

누군가의 평가에 머물지 않고

너는 네 쪼대로 살았기에 자못 훌륭했다

최백호를 강제소환한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나 빚을 지고 살지만

시장 사람들 뜻 모아 그 소박한 살림 부풀리려

자네 아버지의 지극한 계 모임의 꿈이 파산되었어도

그 모든 빚을 자식된 도리로 다 갚은 일은 참으로 탁월했다

재래시장의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온전하게 성실하고도 충분히 지불을 했다

그리하여 지금 너는 헐벗고 아프다

그러나 최대한 뭉개고 살면 발바닥에 땀이라도 나서

그 열기로 내일을 기약하리라

다만 다시 못 올 세상에 대해

미련은 미련없이 팽개치고, 그리고

흉기에 가까운 얼굴로도 우리 그럭저럭 잘 살았다

우리가 생업(生業)에 몰두하다 보니 조금 구려도

그것도 나름의 향기라 생각한다

행주든 걸레든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 돌보며 살았다 자부하자

삶이 초라했어도 누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도 짐이 되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후의 자잘한 햇살을 쬐면서 담배를 꼬나문다

인생은 저 파릿한 연기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 때리고

노을 속으로 잠입하여 우리를 바사삭 태워 버리자,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꾸나.

…..

아버지의 빚을 아들이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법을 잘 몰라도, 그런 정도는 안다. 상속을 거부하면 되니까. 이 친구는 거액의 모든 빚을 다 갚았다. 아버지의 명예가 아니라 아들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으니. 가족의 명예까지 생각했으니,. 이 나라의 장남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 일이 끝났을 때 그는 병들고 말았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병들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행복하다고 입술 질끈 깨물고 말한다. 그 궁핍을 고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근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술집이나 식당에 가면 거지 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가끔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수승한 겸손은 어디까지인가?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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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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