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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등록일 2025-01-22 18:18 게재일 2025-01-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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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집 소속 짜장면 배달원
50CC 오토바이가 주무기
그래도 이동수단이면 세상 어디를 못 갈까
다른 건 몰라도
죽도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제일 잘 안다
그 첨단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제법 일류를 지향한다
지름길을 알고 흐름을 알아
적재적소에 시간을 배분하며 끼니를 공급한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
중식의 배달신공 마치고 잠시 휴식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 한 대 꼬나문다
푸른 연기가 의지의 표현으로 대기에 스민다
스스로 숭고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고맙게 소중한 나날
단무지와 양파 몇 조각의
춘장 옆구리 찌르기의 현란한 기술을 설파하며
내일을 구축한다는
소박한 보람, 소명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단촐함으로 휘황함을 대신한다
땀냄새야 어떠리
그것도 향기인 걸
삶의 깊이를 다시
생각했다, 삶에 매진하며
직진의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무시로 이웃들의 안녕을 불심검문하는
그런 특권을 부여 받은
나는 도시의 라이더
고속도로는 없어도
곡선과 직선의 조화로운 날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나의 삶을 책임진다는
단순극명한 사실
증명하리라
후세의 평가
그 무엇이라도.
 
굽은 길의 의미를 생각한다. 모퉁이가 좋을 때가 많았다. 각진 세상살이 정면돌파도 좋지만 오롯이 사람들의 뒤에서 치다꺼리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 마음을 내지 못하면 못하는 일이다. 짜장면 배달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안도현 식의 표현으로 당신은 누군가에게 따스한 흑심을 품은 적이 얼마나 많았냐고 짜장면이 묻는다. /이우근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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