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새벽 세 시
자연산 잡어를 받아
여섯 시에 좌판 아지매들에게
도매로 넘기고 나서 해장술 하면
하루의 생업은 대충 마무리
그러나, 수줍게 한 할마시 다가오셔
아재, 혹은 죽은 거, 경매 안 되는 거
좀 주면 안 되것나
망설임 없이 즉답(卽答)한다
알았니더, 슬그머니 골목 뒤에 가서
남은 활어를 기절을 시키거나 아예 분질러
선뜻 팔라고 내어준다
시장의 교란이긴 하나 물러섬이 없다
경쟁은 비교의 우위가 아님을 몸으로 설파
뜻 모를 살생으로 하루를 구축함
오만 원이 이만 원이 되어도
그 잔잔한 거래,
그것이 적절한 환희가 된다
먹고 사는데
지름길이 있는가
직선이 곡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리 없다.
새벽 어시장 경매장에는 집어등을 보고 몰려드는 은빛 찬란한 오징어처럼 싱싱한 사람들로 눈이 부시다. 그렇게 삶은 치열하게 진행이 된다. 나는 경매가 정직한 거래라고 생각하지만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나의 편견이리라. 경매를 떠나 간혹 상식을 벗어나는 이상한 거래를 하는 후배가 있다. 그는 스스로 약자이면서도 더더욱 약자의 편에서 살려고 한다. 그는 시장을, 세상을 아름다운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