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들의 홍어처럼
포항의 개복치 역시
잔치집과 초상집에
빠지지 않는다
그 투명하고 탱탱한
그야말로 아무 맛도 없는
이 음식의 정체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그 투명함의 상징으로,
복잡하고 혼탁한 시대일수록
마음의 좌표로서
선험(先驗)으로 배겨 있는
알짜배기 토박이의 정신으로
떡 하니 한자리를 차지하는
저 도도함, 포항에 가면
그 개복치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존재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물상(物像)들이 있다. 기표(記標)와 기의(記意)를 동시에 간직하는 존재가 있어, 그 가치가 불변이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소중한 존재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