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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대

등록일 2024-12-25 18:30 게재일 2024-12-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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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 作
박계현 作

포항 동해면 마산리와 입압면의 경계에

하잇돌이라고도 불리는 하선대가 있다.

왜 풍광이 좋은가 살펴보니 아득한 전설이 있다.

하늘의 내려옴

바다와 인간의 조화 그 궁극의 합일,

하선대는 바로 그런 곳이다.

연오랑 세오녀의 바다이기도 한 그곳은

드넓게 사람들의 넉넉한 삶의 배경이 된다.

윤슬이 반짝이는 곳

사람들이 천천히 거니는 곳

의식과 안목이 넓어지는 곳,

하선대에 서면

신화와 역사와 전설이 펄럭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꼴 잘난 포악한 용왕이 개과천선하여 사람의 길을 따라

지극한 마음공부를 통해 지상의 평화를 열고

하늘의 근엄함은 이곳에서는 다정한 풍경이 된다.

하늘과 바다가 결혼을 한 곳, 이곳 하선대에서는

인간의 꽃이 핀다.

시시비비를 알고 수오지심을 알고 측은지심을 알라고

하늘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하늘과 바다와 어울려 성장한다는 사실에

하선대의 바다는 자못 비장하지만 겸손의 끝에 선다.

열린 마음의 자세로 물길을 다듬고 바람을 길들여

하선대는 존재의 마지막에서 우리 곁에 남는다.

풍악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우리 마음의 소리가

이미 각자의 가슴에 스며들어 있으니,

이 파도 소리가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발 더 나아가 하늘과 바다가 우리를 궁휼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또 그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향하는 착한 연민임을 상기시키는 따스한 호흡임을

하선대는 증명한다.

그리하여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지나

우주를 뚫을 기세로 당당하지만 하선대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누이와 같고 어머니와 같고

아, 아!

아버지와 같다.

평범한 바다라고 할 수도 있다. 전설이 보태지면 의미가 다를 것 같지만 암만 살펴봐도 평범한 바다다. 그런데 물소리가 좋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무책임하지만, 그냥 물소리가 좋다. 묻지 마라, 귀찮다. /이우근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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