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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등산 그리고 무릎

등록일 2026-02-11 18:16 게재일 2026-0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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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밖을 향한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따뜻한 햇볕을 따라 깨어나듯 산은 다시 활기와 생기가 돌고 등산객들의 숨결이 퍼진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뿐만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스트레스를 줄여 자율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발밑의 흙냄새와 새싹이 올라오는 기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우리 몸과 마음을 함께 일깨운다. 봄철 등산의 이로움은 분명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심장은 적절한 자극을 받고 폐는 더 깊고 규칙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겨울 동안 정체되었던 신진대사도 살아난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걷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낮추고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졌던 것을 바로 잡아준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잡념은 옅어진다.

그러나 봄철 등산에는 반드시 함께 따라붙는 숙제가 있다. 바로 무릎 관리다. 겨우내 활동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갑자기 산을 오르면 무릎 관절과 주변 근육, 인대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과부하를 받기 쉽다. 특히 하산 길이 문제인데 올라갈 때는 심폐 기능이 힘들지만 내려올 때는 무릎이 힘들게 버텨야 한다. 체중의 몇 배에 해당하는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연골과 인대에 미세 손상이 쌓일 수 있다. 실제 초음파로 무릎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등산을 즐겨 온 분들 중 상당수가 한쪽 무릎만 유난히 많이 닳아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떤 경우에는 7~80대 노인의 무릎에서 보일 법한 연골 마모와 골극(뼈가 뾰족하게 자라난 형태)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나타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한쪽 무릎이 더 심하게 망가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몸의 중심을 한쪽으로 더 실어 걷거나 통증이 있는 쪽을 보호하려다 반대쪽에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과정이 누적된 결과다.

한쪽 무릎이 자주 아픈 사람이라면 통증을 참고 무작정 산에 오르기보다 먼저 제대로 치료하고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관절이나 연골 문제라면 방치한 채 반복적으로 하중을 주는 것은 회복을 늦출 뿐 아니라 구조적인 손상을 키울 수 있다. 봄철 등산은 잘 올라 가는 것 보다 잘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리막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상체를 너무 앞으로 숙이지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스틱을 사용해 무릎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다. 무릎보호대를 준비하고 무릎에 통증이 오면 바로 무릎 보호대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등산 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근육이 유연할수록 관절이 받는 충격이 완화된다.

봄에 시작하는 등산의 핵심은 균형이다.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되 몸의 신호를 존중하고 빠르게 정상에 오르기보다 안전하게 다시 내려오는 것에 신경을 쓰자. 그리고 아픈 무릎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고 먼저 돌보고 그렇게 걸을 때 비로소 등산은 우리에게 건강과 평온을 동시에 선물한다. 봄바람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무릎을 아끼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면 이 계절은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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