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스크가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무릎 연골이 닳으면 통증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사 결과에 디스크나 퇴행성 변화가 보이면 그 순간부터 몸을 더 쓰지 않으려 하고 운동을 피하며 아픈 부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오랫동안 환자들을 보다 보면 이 생각이 반드시 맞지는 않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같은 디스크 소견이 있어도 어떤 사람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어떤 사람은 통증으로 고생한다. 무릎 관절이 꽤 닳아 있어도 등산을 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미한 소견에도 통증을 크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근육이다. 근육이 충분히 발달해 있으면 디스크나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분산된다. 허리 주변의 코어 근육과 둔근 다리 근육은 척추와 관절을 직접적으로 지탱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구조적으로 약해진 부분이 있더라도 근육이 그 부담을 대신 받아주면 통증이 훨씬 줄어든다. 실제로 허리 통증이나 무릎 통증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도 영상 소견 자체보다 근력과 기능 상태가 통증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근육이 단순히 힘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육이 잘 작동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염증 물질이 빠르게 제거되며 손상된 조직의 회복도 개선된다. 근육이 약해지면 움직임이 줄어들고 관절은 더 경직되며 통증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진다. 가만히 쉬기만 하면 통증이 나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서 허벅지 근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벅지 근육이 약하면 보행 시 무릎 관절에 직접적인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통증이 쉽게 발생한다. 반대로 근력이 충분하면 관절이 닳아 있어도 움직임이 안정되고 통증은 덜 느껴진다.
디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보다 그 디스크를 둘러싼 근육과 신경이 어떤 상태인지가 통증을 좌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영양 특히 단백질이다. 근육은 운동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육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쉽게 줄어든다. 특히 중년 이후나 만성 통증을 겪는 사람들은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량이 빠르게 감소하는데 이때 단백질 섭취까지 부족하면 통증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접근은 단순히 아픈 부위를 치료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디스크나 관절의 구조적 문제를 관리하는 것과 함께 몸을 지탱하는 근육을 회복시키고 유지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통증 치료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치료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통증은 단순한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기능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다. 디스크가 있고 무릎이 닳아도 근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통증은 덜할 수 있다. 통증을 관리한다는 것은 몸을 더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이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