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흔한 증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지러우면 빈혈이거나 잠이 부족해서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하지만 임상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빈혈이나 피로가 원인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상당수가 자율신경 불균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는 심장 박동, 혈압, 호흡, 소화, 체온 조절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스템이 있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스트레스가 많거나 수면이 부족하거나 몸이 과도하게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과항진 된다.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불안정해지며 뇌로 가는 혈류 역시 미세하게 흔들리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어지럼증이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어지럼증이 일반적인 검사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검사, MRI, CT를 해도 특별한 이상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분명 어지럽고 일상생활이 불편한데 검사 결과는 정상이니 답답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환자들이 내 몸 어디가 잘못된 건가라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검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검사 방식이 구조적 이상을 보는 데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 문제 즉 자율신경의 불균형은 영상검사나 일반 혈액검사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임상에서 어지럼증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공통된 패턴이 보인다. 잠을 깊이 못 자거나 스트레스 과다, 그리고 목과 어깨가 심하게 뭉쳐 있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율신경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몸은 계속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손발 냉감, 두통, 소화불량 등이 동반된다.
이럴 때 한의학적으로 하는 접근은 환자의 증상과 신체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한의학은 지엽적인 문제보다 자율신경의 균형 자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초음파 가이딩 약침 치료를 활용해 자율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부위 예를 들어 성상신경절 주변이나 미주신경을 보다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침 치료를 넘어 자율신경의 과도한 긴장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더해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춘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어지럼증의 재발을 줄이고 전반적인 컨디션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물론 모든 어지럼증이 자율신경 문제인 것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은 이석증일 가능성이 있고 한쪽 팔 저림이나 발음 이상이 동반된다면 뇌혈관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또한 심한 빈혈, 부정맥, 저혈압도 어지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겪는 심한 어지럼증이나 점점 악화되는 증상은 반드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해서 신경성이다 말로 끝내기에는 어지럼증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어지럼증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몸이 미리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잠이 부족한 현대인일수록 그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