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플 때 우리는 흔히 근육이 뭉쳤다, 염증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특히 어깨, 목, 허리, 무릎 등 일상에서 자주 겪는 만성 통증은 ‘자세 탓’, ‘노화’, ‘디스크 때문’이라며 넘기기 쉽다. 그러나 자세를 고치고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계속되고 재발한다면 단순한 구조 문제가 아닌 더 깊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바로 교감신경의 항진이라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신호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내장, 혈류, 호흡, 체온, 호르몬을 조절한다. 이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며, 교감신경은 긴장과 활동을, 부교감신경은 회복과 안정을 담당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정신적 긴장 속에서 거의 24시간 교감신경 항진 상태에 놓여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하며 심박수는 증가하고, 위장 기능은 억제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이 나빠지고 노폐물과 젖산이 쌓이면서 만성적인 통증이 유발된다. 목과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뻐근하고 턱이 뭉치고 머리가 조이듯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교감신경의 과도한 항진은 수면장애, 소화불량, 안절부절 못함, 가슴 답답함, 안면홍조, 잦은 소변 등 다양한 자율신경 실조 증상을 함께 동반한다. 결국 통증은 단순한 국소 문제라기보다는 교감신경의 비명이자 몸 전체가 보내는 구조신호인 셈이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전신 상태를 기울, 간기울결, 담음, 어혈 같은 개념으로 설명해왔다. 스트레스로 기가 정체되면 간의 소통 기능이 저하되고 열이 위로 치받으며 혈류가 막히고 담음이 쌓인다. 자율신경의 교란이 말초에 미치는 영향을 풀어낸 한의학적 표현이다. 치료의 핵심은 통증 부위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침 치료는 경혈을 통해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초음파 가이딩 약침을 활용한 자율신경 치료는 성상신경절과 미주신경 등에 작용하여 교감신경의 과흥분을 진정시키는 데 탁월하다. 몸의 전신적인 자율신경만 조절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비염이나 턱관절 두통 요통 등 몸의 각 부분의 문제와 통증도 그 부위의 자율신경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약 역시 중요한 치료축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울결에는 소시호탕에 치자를, 울화가 열로 변한 경우 황련이 들어가는 처방을, 불면과 심계에는 산조인탕이나 천왕보심단을, 담음과 어혈이 얽힌 통증에는 반하백출천마탕, 계지복령환 등을 체질과 증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진통이 아닌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우리는 종종 통증을 참고 넘긴다. 그러나 지속적인 통증은 교감신경의 과흥분이라는 경고일 수 있다. 통증을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 몸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신체와 정신, 구조와 에너지, 자율신경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감신경의 비명을 듣고 제대로 응답할 때 통증은 비로소 가라앉는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도움을 받는 것이 몸을 살리는 길이다. 오늘 당신의 통증도 자율신경의 언어일지 모른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