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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화 방지를 위한 한의학적 생활 관리

노화는 인체의 모든 조직과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그 속도와 양상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생활 습관과 체질 관리에 따라 상당 부분 조절이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노화를 단순히 피부의 주름이나 머리카락의 변화로만 보지 않고 오장육부의 기능 저하와 기·혈·정의 소모라는 전신적인 관점에서 이해한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신은 선천의 근본이라고 하였고 신장의 정을 노화와 직결된 핵심 요소로 보았다. 정은 생명 에너지를 저장하고 성장, 발육, 생식, 회복을 담당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또 간은 혈을 저장해 눈과 피부의 윤택을 유지하고 비위는 영양을 전신에 공급해 근육과 피부를 튼튼하게 한다. 결국 신, 간, 비의 균형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노화 방지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음식은 한의학에서 약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신장을 보하는 검은콩, 흑임자, 검은깨, 검은쌀 같은 흑색 식품은 기와 정을 보강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간과 혈을 보하는 대추, 구기자, 당근, 시금치 등은 피부의 윤기를 회복시키고 눈의 피로를 줄인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현미, 기장, 고구마, 호박은 소화력을 높여 영양 흡수를 돕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기름지고 단 음식 과도한 음주는 습열과 담을 쌓이게 하여 피부 노화를 촉진하므로 멀리하는 편이 좋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이 필수다. 특히 밤은 음이 충만해지고 정과 혈이 회복되는 시간인데 현대인들처럼 늦게 자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신장과 간의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노화가 빨라진다. 가능하면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7시간 내외의 숙면을 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정한 생활 리듬은 자율신경계 안정에도 도움이 되어 피부 탄력과 면역력 유지에 유리하다. 이와 함께 계절에 맞춘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여름에는 땀을 어느 정도는 흘려야 면역력이 올라가고 겨울에도 적당하게 산책을 해 면역력을 올리는 것이 좋다. 너무 덥거나 춥다고 에어컨 바람만 쐬거나 따뜻한 집에만 있으면 면역력이 더 떨어지게 된다. 기혈 순환이 원활해야 피부와 모발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 30분 이상 가볍게 땀이 나는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칭, 기공, 태극권처럼 완만한 움직임을 꾸준히 하면 기와 혈이 잘 순환된다. 목과 어깨, 등 근육이 굳어 있으면 얼굴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안색이 칙칙해지므로,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근육을 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음가짐 역시 노화 속도에 영향을 준다. 한의학에서는 희로애락 같은 감정 변화가 오장육부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 특히 스트레스는 간기울결을 일으켜 혈류 흐름을 막고 피부 트러블이나 탈모, 노화를 촉진한다. 명상과 복식호흡, 취미 활동을 통한 정서 안정은 신체 회복력과 피부 건강을 함께 높여준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한의학적 생활 관리로 그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신, 간, 비의 균형을 유지하고 올바른 음식과 수면 규칙적인 운동 마음의 안정을 실천한다면 외형뿐 아니라 내면까지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를 더해갈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8-20

명상과 침치료 뇌파를 바꾼다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한 불면, 불안, 두근거림, 소화 장애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히 이상하다. 병원 검사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들 대부분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 자율신경의 흐름과 장부의 기능 정서의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서 접근하고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긴장, 각성, 활동을 담당하고 부교감신경은 이완, 회복, 수면, 소화 등을 담당한다. 이 둘이 균형을 이룰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현대인들은 일상에서 계속되는 자극과 정보 속에 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늘 흥분된 상태에 놓이기 쉽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 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불안, 집중력 저하 같은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단순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뇌파를 긴장 상태인 베타파에서 이완 상태인 알파파나 세타파로 유도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호흡을 천천히 고르게 하면서 감각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신경계는 반응하기 시작한다.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몸 전체가 회복 모드로 전환된다. 뇌에서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흥분이 줄어들고 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살아나면서 감정이 안정된다. 하지만 명상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몸에 긴장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명상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앉아 있으려 해도 초조하고, 잡념이 끊이지 않는다. 이럴 때 한방치료 특히 자율신경에 직접 자극을 하는 약침치료가 자율신경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성상신경이나 미주신경 익구개 신경절에 있는 혈자리를 약침으로 자극하면 뇌와 장기 사이의 긴장된 신경 회로가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약침을 맞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거나 긴장된 게 풀리면서 잠이 스르륵 오기도 한다. 이건 부교감신경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여기에 더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한약을 병행하면 치료의 지속성과 깊이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처방들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복령, 시호, 치자, 황련 등이 있고, 이들 한약은 심장과 간 신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몸 안의 기혈 흐름을 부드럽게 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높여준다. 단순히 불안함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명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훌륭한 자기치유법이지만 몸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명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억지로 혼자 해보려 애쓰기보다 우선 간단한 걷기나 운동 혹은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이완시킨 후 명상에 드는 것이 좋다. 5분 10분 천천히 명상의 시간을 늘려 나가면 된다. 만약 안정이 안된다면 한약과 약침으로 몸의 긴장을 먼저 풀어주는 게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명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깊은 이완과 집중의 상태는 한방치료와 함께할 때 더 안정적으로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8-13

몸이 차가우면 감정도 차가워진다

‘마음이 시리다’는 말은 단순한 표현 같지만 실제 몸이 차가워지면 감정도 함께 차가워지고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고 식습관이 불규칙하며 냉음료를 자주 먹는 환경에서는 속까지 냉해진 사람들이 꽤 많다. 겉은 멀쩡한데 손발이 차다, 가슴이 답답하다,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눈물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 중 많은 경우가 바로 몸이 차고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단순히 몸이 찬 체질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오장육부가 약해지고 균형이 맞지 않으면 몸의 중심과 에너지를 담당하는 장부가 허약해지고 냉해졌을 때 기혈이 제대로 돌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 몸의 오장육부에서 말초 혈관까지 순환이 떨어지고 몸의 대사가 전체적으로 느려진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몸이 계속 긴장된 상태로 유지되고 자율신경계는 점점 균형을 잃게 된다. 결국 교감신경은 계속 흥분돼 있고 부교감신경은 제 역할을 못 하게 된다. 이게 바로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서 감정 기복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의학에서도 이런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체온이 낮으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기분 조절 물질의 생성이 줄어든다. 또 위장 운동이 느려지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몸이 많이 차가운 사람들은 소화도 잘 안 되고 장도 예민하고 항상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계절마다 감기에 걸리고 몸살이 온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감정이 자꾸 가라앉고 불안해지기 쉽다. 실제로 몸이 차갑고 가슴이 답답한 여성 환자들 중에는 불면· 불안장애·공황장애까지 겪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럴 때는 단순히 마음을 다스리는 상담이나 정신과 약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은 육체가 좋아지면 안정된다. 즉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감정도 안정된다. 한방에서는 속을 데우는 약재들과 함께 기혈 순환을 돕는 치료를 병행한다. 예를 들면 건강, 육계, 황기 같은 따뜻한 성질의 약재들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몸의 활력이 살아나고 기분도 같이 살아난다. 여기에 복부 찜질, 좌훈, 뜸 같은 물리적인 자극을 함께 하면 더 효과가 좋다. 몸이 많이 찬 사람일수록 치료는 일정 기간 꾸준히 받아야 하고 생활 습관도 함께 교정해줘야 한다. 음식도 매우 중요하다. 몸이 찬데도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자주 복용하고 찬 샐러드나 생과일을 자주 먹는 식습관은 냉증을 더 심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따뜻한 생강차나 계피차를 커피 대신 마시고 익힌 채소와 따끈한 국물 요리처럼 몸을 데워주는 음식 위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식사량은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것이 좋고 식후 간단하게 30분 정도의 동네 산책과 함께 잠을 자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맞춰야 한다. 감정이 흔들릴 때 무조건 ‘내 멘탈이 약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기 전에 몸 상태를 먼저 점검해보는 게 좋다. 몸이 아프고 찬 상태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시들해지고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돌보고 순환을 살려주면 마음도 다시 온기를 되찾는다.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돌보는 게 곧 감정을 돌보는 길이고 내 삶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8-06

더운 날인데도 손발이 차요

손발은 늘 차갑고 가슴은 뜨겁고 답답하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소화도 잘 되지 않으며 조그마한 일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병원에서 많은 검사를 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본인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이런 증상은 단순히 피로 누적이나 체질 문제로 보기보다는 화병과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이로 인한 체내 열 분포의 비정상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화병은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신체 증상으로 드러나는 상태다. 화병이 있는 사람은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르는데 그 열이 체표로 발산되지 못하고 흉곽 내부에만 정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일러가 지나가는 관이 막히면 한쪽은 뜨겁고 다른 쪽은 냉골이 되는 것처럼 가슴은 답답하고 열이 나지만 손발은 늘 차갑고 시리다. 이런 열의 정체는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항진시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위장관 운동과 수면 리듬까지 무너뜨린다. 전신적으로는 자율신경 실조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단순한 냉증이나 열증이 아닌 속에 울체된 열과 이로 인해 말초로 흐르지 못하는 기혈의 정체로 본다. 심화가 흉중에 치밀고 스트레스로 인한 간열이 기혈순환을 막으면 몸속의 열은 위로 뜨고 기운은 아래로 가지 못한다. 그래서 가슴은 뜨겁고 답답하며 손발은 차가워지고 소화는 더디며 마음은 불안하고 잠은 깊이 들지 못한다. 이는 마음과 몸 내장과 신경이 서로 얽혀있는 복합적인 불균형 상태이며 반드시 전신적인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치료는 단순히 열을 내리거나 기를 보하거나 몸을 따뜻하게만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주고 기혈순환을 원활히 하며 자율신경의 교란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억울함과 분노가 중심이 된 화병에는 가미소요산이나 소시호탕 등 시호가 포함된 계열 처방들이 쓰이고 두근거림과 불면이 동반되면 감맥대조탕 천왕보심단 같은 심신안정 처방의 합방을 고려할 수 있다. 속열과 말초냉증이 동시에 있는 경우에는 가슴의 열을 내리는 황련이나 피부를 따뜻하게 하는 육계 등을 상황에 따라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복합 증상에 한약 처방과 더불어 약침이나 자율신경 조절 치료도 병행된다. 성상신경절 익구개신경절 대후두신경 같은 부위에 초음파 가이딩으로 정밀하게 약침을 시술하면 교감신경의 긴장을 낮추고 말초 혈류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약과 더불어 시술하면 심장의 두근거림이나 가슴의 압박감을 줄이고 불면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증상은 단순한 스트레스나 예민함 때문이 아니라 이는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가 실제로 깨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전문적인 조절이 필요하다. 손발이 차가운 것도 가슴이 뜨거운 것도 잠을 못 자는 것도 모두 따로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흐름이다. 몸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흐름을 읽고 조율하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화를 억누른 채 살아온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한약과 약침 그리고 자율신경의 회복은 그 흐름을 되돌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7-23

나는 왜 쉬어도 피곤할까

요즘처럼 과로하지 않아도 분명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선 신체 전반의 조절 이상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런 상태를 기가 허하다 또는 진액이 부족하다라고 설명을 했고 최근 과학은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본다. 현대인의 생활은 겉보기에는 편해졌지만 내면의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알림, 업무 압박, 대인관계의 부담은 교감신경을 항상 깨어 있게 만드는데 이는 반대로 부교감신경의 회복 시스템을 억제한다. 부교감신경은 우리 몸이 재생하고 회복하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잠을 자는 동안, 식후에 쉬는 동안, 혹은 명상이나 호흡을 할 때 이 신경이 작동을 하는데 늘 긴장 상태에 놓인 사람의 경우 이 회복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지치는 상태를 정기가 약해진 상태 혹은 진액이 고갈된 상태로 보고 약을 썼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와 과도한 발한, 식사 불균형, 야간 활동의 증가 등은 체내 수분과 기운을 빠르게 소모시키고, 비위장의 소화 및 흡수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럴 때는 충분히 쉬더라도 회복을 위한 에너지가 없기에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환자한텐 진액을 보충하고 기를 채워주는 처방을 활용한다. 맥문동이나 당귀 숙지황 같은 약재들로 진액과 기를 동시에 보충해준다. 비위가 허약하여 기운이 오르지 않고 항상 나른한 경우에는 인삼과 황기 같은 약재를 사용해 비위를 보하면서 기를 끌어올리는 약을 사용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심화가 위로 치솟아 잠을 방해하고 심신을 피로하게 만드는 경우에는 산조인 복령 등 안신 작용을 가진 약재를 활용해 뇌와 신경계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일상에서는 기계처럼 쉬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는 휴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가벼운 산책과 복식호흡, 땀을 너무 많이 흘리지 않도록 체온 조절하기, 단 음식이나 인공 감미료 섭취 줄이기 등이 모두 부교감신경을 되살리는 실질적 행동이다. 명상이 가능하면 명상을 하루에 30분 가량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명상은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 신경을 올리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명상이 힘들다면 걷기나 천천히 달리기 같은 육체 운동을 꾸준히 해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한방치료가 병행된다면, 단순한 휴식보다 훨씬 깊고 근본적인 회복이 가능해진다. 쉬어도 피곤한 사람은 이미 몸의 회복 회로가 마모된 상태다. 단순히 잠자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에너지를 쌓을 수 있는 몸의 조건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한의학 치료가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디. 한의학의 처방들은 수천 년간 이런 쪽의 회복에 효과적인 것이 검증되어 왔다. 기혈진액의 밸런스를 조절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춰주는 방향으로 치료한다. 피로는 단순의지력 부족의 문제로 보지 말고 몸이 도와달라고 보내는 구조신호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와 휴식으로 부교감신경의 회복 능력을 올려 보자.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7-16

감정성 통증의 이해와 한방 접근

사람은 단지 근육과 뼈, 신경만으로 이뤄진 기계가 아니다. 몸에 느껴지는 통증은 물리적인 자극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종종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숨어 있다. 특히 분노, 억울함, 외로움 같은 감정은 몸의 기운을 울체시키고 혈류를 막아 결국 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70%는 신체증상을 겸하고 있으며 신체증상과 감정의 문제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 임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이, 통증의 발단이 특정 사건이나 스트레스, 억눌린 감정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한의학에서 분노와 화는 간과 심장의 기운을 상하게 한다. 한의학에서 간은 소통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기운을 매끄럽게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화를 참거나, 표현하지 못한 분노가 누적되면 이 간기의 흐름이 막히고, 기운의 흐름이 막히면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긴다. 이때 아픈 통증의 대표적인 예가 옆구리의 당기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 늑간신경통, 편두통이다. 환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화가 나면 꼭 어딘가가 아파요.” 이럴 때는 단순한 근골격 치료 뿐만 아니라 감정의 근원이 되는 간이나 심장의 화를 식히는 약을 같이 복용 시키면 더 빨리 그리고 확실히 치료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억울함이나 서운함 같은 감정은 더 깊은 체내 울체를 만들어낸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담과 어혈의 형태로 체내에 머무를 수 있다. 특히 목과 어깨의 긴장, 명치의 뻐근함, 그리고 생리통과 같은 하복부 통증도 이런 억눌린 감정과의 연결성을 의심할 수 있다. 실제로 억울한 상황을 겪은 후 찾아오는 만성 통증 환자들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속에 쌓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밥먹다가 안좋은 말을 듣고 체해서 오는 경우도 이런 경우다. 감정의 무게가 몸의 통증으로 옮겨간 것이다. 외로움과 상실감은 부교감신경을 약화시키고, 교감신경을 만성적으로 항진시킨다. 이런 상태에서는 근육이 풀리지 않고, 수면의 질이 나빠지며, 통증 민감도가 올라간다. 똑같은 자극에도 더 아프고, 더 예민해진다. 이런 환자들은 혈액순환과 기혈 순환이 모두 약화되기 쉬우며, 맥이 약하고 설태가 끼는 경우도 흔하다. 신경을 쓰면 더 아프고, 혼자 있으면 통증이 더 부각된다. 몸의 통증은 결국, 감정과 환경의 반영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감정의 문제에서 한약과 침술을 사용해서 같이 치료한다. 대부분은 화를 풀어 주는 시호나 황련 그리고 억울 된 감정을 풀어주는 치자 같은 약재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처방한다. 감정과 신체를 분리하지 않는다. 침술로는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혈 자리에 약침을 놓는 것으로 화가 난 감정이나 억눌린 감정을 치료한다. 실제로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을 조절 할 수 있는 곳에 약침을 꾸준히 맞으면 수면 가슴 두근거림 소화 불량 등의 감정으로 인한 증상들이 개선된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본질이다. 통증은 단순한 말초 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가 보내는 신호다. 이를 그냥 보내지 말고 몸의 치료와 함께 마음의 치료를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7-09

만성 통증, 교감신경의 비명

몸이 아플 때 우리는 흔히 근육이 뭉쳤다, 염증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특히 어깨, 목, 허리, 무릎 등 일상에서 자주 겪는 만성 통증은 ‘자세 탓’, ‘노화’, ‘디스크 때문’이라며 넘기기 쉽다. 그러나 자세를 고치고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계속되고 재발한다면 단순한 구조 문제가 아닌 더 깊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바로 교감신경의 항진이라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신호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내장, 혈류, 호흡, 체온, 호르몬을 조절한다. 이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며, 교감신경은 긴장과 활동을, 부교감신경은 회복과 안정을 담당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정신적 긴장 속에서 거의 24시간 교감신경 항진 상태에 놓여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하며 심박수는 증가하고, 위장 기능은 억제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이 나빠지고 노폐물과 젖산이 쌓이면서 만성적인 통증이 유발된다. 목과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뻐근하고 턱이 뭉치고 머리가 조이듯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교감신경의 과도한 항진은 수면장애, 소화불량, 안절부절 못함, 가슴 답답함, 안면홍조, 잦은 소변 등 다양한 자율신경 실조 증상을 함께 동반한다. 결국 통증은 단순한 국소 문제라기보다는 교감신경의 비명이자 몸 전체가 보내는 구조신호인 셈이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전신 상태를 기울, 간기울결, 담음, 어혈 같은 개념으로 설명해왔다. 스트레스로 기가 정체되면 간의 소통 기능이 저하되고 열이 위로 치받으며 혈류가 막히고 담음이 쌓인다. 자율신경의 교란이 말초에 미치는 영향을 풀어낸 한의학적 표현이다. 치료의 핵심은 통증 부위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침 치료는 경혈을 통해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초음파 가이딩 약침을 활용한 자율신경 치료는 성상신경절과 미주신경 등에 작용하여 교감신경의 과흥분을 진정시키는 데 탁월하다. 몸의 전신적인 자율신경만 조절 가능한 것이 아니라 비염이나 턱관절 두통 요통 등 몸의 각 부분의 문제와 통증도 그 부위의 자율신경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약 역시 중요한 치료축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울결에는 소시호탕에 치자를, 울화가 열로 변한 경우 황련이 들어가는 처방을, 불면과 심계에는 산조인탕이나 천왕보심단을, 담음과 어혈이 얽힌 통증에는 반하백출천마탕, 계지복령환 등을 체질과 증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진통이 아닌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우리는 종종 통증을 참고 넘긴다. 그러나 지속적인 통증은 교감신경의 과흥분이라는 경고일 수 있다. 통증을 단순히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 몸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신체와 정신, 구조와 에너지, 자율신경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감신경의 비명을 듣고 제대로 응답할 때 통증은 비로소 가라앉는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도움을 받는 것이 몸을 살리는 길이다. 오늘 당신의 통증도 자율신경의 언어일지 모른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7-02

여름철 배앓이와 설사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설사와 복통이다. 갑작스레 배를 싸매며 화장실을 찾게 되는 날들이 늘어나고 식사는 잘했는데도 금세 더부룩하거나 설사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장이 약하거나 혹은 음식을 잘못 먹어서라고 생각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 시기 반복되는 복부 이상을 단순한 장기 문제가 아니라 자연환경의 습기와 인체 내부의 수습(水濕)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본다. 특히 장마철처럼 공기 중 습도가 높고 체표 양기가 약해지기 쉬운 환경에서는 몸속 수습의 흐름이 정체되며 장 기능이 무너지기 쉽다. 현대 의학적으로도 장마철은 급성 장염 발생률이 높아지는 시기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음식물이 상하기 쉬우며 식중독균이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통, 발열,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장염 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장염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장마철 소아 장염 환자 중 상당수가 설사와 함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밤새 울거나 보채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들은 복부에 찬 기운이 쉽게 침투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잘 때는 배를 따뜻하게 덮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찜질이나 합곡 같은 손부위 마사지를 활용하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장마철 복부 이상을 ‘습(濕)’이라는 병리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습은 물처럼 무겁고 끈적이며 흐름을 막는다. 이것이 장 안에 머물면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수분 재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설사로 이어진다. 여기에 냉방과 찬 음식 섭취가 겹치면 비위 기능이 약해지면서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대해 한의학은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오령산, 향사평위산, 반하사심탕 등이 있다.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후박, 진피, 의이인, 복령, 백출 같은 약재들을 가감해서 처방을 구성할 수 있다. 아이들은 체질과 연령을 고려해 순한 약재 위주로 쓰고, 뜸이나 복부 찜질 등 순한 처치도 병행한다. 이 시기에는 생활습관 관리도 무척 중요하다.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고, 조리 후 오래 방치된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찬 음료나 얼음 아이스크림처럼 몸을 차게 만드는 음식은 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고 평소 따뜻한 차나 소화를 도와주는 음식(매실차, 생강차, 미음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냉방기기 사용 시 직접 몸에 찬 바람이 닿지 않도록 하고 아침 기온이 낮은 날엔 복부를 가볍게 덮는 습관도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결국 장마철의 복통과 설사는 단순히 장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인체 수습 균형이 맞지 않아 장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아이들은 면역력과 장 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배앓이를 자주 하기에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음식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적 접근으로 습을 제거하고 비위를 돕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습관을 조금만 조절하면 장마철도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다. 내 몸 안의 습기를 다스리는 것 그것이 여름철 장 건강의 시작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25

다한증과 자율신경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땀을 흘린다. 이는 체온을 조절하고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생리적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거나, 더운 상황이 아님에도 땀이 멈추지 않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체질이 아니라 다한증이나 자율신경실조 같은 병적 상태로 볼 수도 있다. 여름철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특히 더위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기운이 부족해 땀구멍을 조절하는 기능이 약해져 발생하는 기허형 다한증과 열이 많은 체질이 더욱 과항진 되어 땀이 나는 열독형 다한증 그리고 갱년기나 화병처럼 스트레스를 받아 열이 훅 오르면서 땀이 나는 음허형 다한증이 있다. 기허형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땀이 나며 땀을 많이 흘린 후엔 머리가 어지럽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열독형은 평소에도 땀이 많긴 하지만 열이 과항진 되면 시도 때도 없이 땀이 나서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이다. 밥을 먹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체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갱년기나 화병으로 인한 다한증은 열이 순간 오르면서 땀이 훅 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의 경중에 따라 하루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 발생하고 이런 경우는 수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두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귀결되며 치료는 각 증에 맞게 자율신경을 회복하는 한약과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약침을 쓰면 해결할 수 있다. 기운이 허한 사람은 황기나 인삼같은 약재를 써 기력을 보충하고 빠져나간 땀을 보충할 진액을 생성한다. 열이 많은 사람은 석고나 황련을 써서 처방을 해 몸의 열을 식히고 심장의 열을 식힐 수가 있다. 화병 같은 스트레스 관련은 치자나 시호를 이용해서 처방을 하면 불면과 가슴 두근거림 열이 훅 뜨면서 땀이 나는 증상 등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약침요법도 병행할 수 있다. 우리 척추는 오장육부와 대응이 되는데 실제 흉추에서 나오는 신경은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이 신경에 약침을 놓으면 오장육부의 상태를 개선시킬 수가 있다. 이와 함께 경동맥 밑에 있는 성상신경과 근처의 부교감 신경에 약침을 놓아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도 있다. 생활 관리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덥다고 차가운 음료나 냉방을 과도하게 이용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져 체온조절과 열 배출에 어려움을 겪어 다한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실내 온도는 외부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하고 반신욕이나 족욕을 통해 체온을 안정시키고 하루 30분 가량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통해 몸의 면역력을 올리는 것이 좋다. 여름은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다. 몸 안의 열과 수분, 기혈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는 시기다. 땀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율신경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이 계절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의학은 그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고유한 치료의 원리가 있다. 기와 음을 보하며 교감과 부교감의 리듬을 되찾아주는 섬세한 한방적 접근이야말로 여름철 다한증과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18

여름과 더위 관리

여름이 시작됐다. 낮의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어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조심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강한 햇볕 아래 오래 서 있거나 밀폐된 실내에서 일하는 동안 체온 조절 기전이 무너지면 신체는 마치 증기로 가득 찬 압력솥처럼 내부 열을 배출하지 못한다. 심부 체온이 40℃를 넘어서면 단백질이 변성되고 효소의 촉매 활동이 멈추며 뇌∙간∙신장 같은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 어지럼, 두통, 피부 홍조와 건조감이 경고 신호인데, 의식 혼미나 경련까지 나타나면 일사병에서 열사병 단계로 치닫는다. 응급조치는 간단하면서도 즉각적이어야 한다.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 땀 증발을 돕고, 얼음팩을 목·겨드랑이·사타구니에 대어 중심부 혈관을 식힌다.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미지근한 물로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로 열이 치솟고 진액을 소모한다는 관점으로 본다. 열을 식히고 진액을 채워야 장기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이 맹렬하게 치솟을 땐 석고가 주약인 백호탕 계열이 열독을 꺼 주고, 붉고 건조한 피부에 답답함과 초조한 증상은 황련해독탕으로 심화를 내려 해결한다. 땀을 지나치게 흘린 뒤 맥이 약하고 갈증이 계속되면 인삼·맥문동·오미자를 배합한 생맥산을 먹으면 기운이 나고 진액이 차오른다. 노인의 경우 열사와 함께 기혈 손상이 동반되기 쉬워 황기·당귀·백출을 더한 청서익기탕을 써서 체력 회복을 돕는다. 차로 즐기기 좋은 녹두·연교·금은화는 가슴의 열을 내리고 약성이 부드러워 가정 상비 음료로 무리가 없다. 한약 관리 못지않게 생활 관리를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 가장 먼저 수분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한 번에 벌컥 마시면 위장만 늘어나고 흡수가 늦어지니, 미지근한 물이나 염분이 약간 섞인 보리차를 15~20분 간격으로 소량씩 나누어 마신다. 몸 안 열기를 빼려면 체표 순환을 원활히 해야 하므로 얇고 땀 흡수가 좋은 면∙마 소재 옷을 선택하고, 모자나 양산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한낮 실외 작업은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4시 이후로 미루고, 꼭 밖에 있어야 한다면 그늘에서 10분씩 휴식하는 ‘쿨링 브레이크’를 습관으로 만든다. 실내 온도가 30℃ 가까이 오르면 선풍기만으로는 대기 온도 자체가 내려가지 않으니 에어컨을 26~27℃로 가동해 습도와 열을 동시에 잡는다. 발에 열이 몰리면 수면의 질도 떨어지므로 자기 전 미지근한 물에 발을 10분 담그는 족욕이 도움이 된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야외에서 평소보다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면 즉시 그늘로 들어가 몸을 식히고 물을 마셔야 한다. 이미 열사병으로 진행된 경우엔 응급조치 후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 고열과 의식 저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름볕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내리쬐지만, 그 열기를 이겨낼 준비를 갖춘 사람에겐 더 이상 공포가 되지 않는다. 자신을 식혀 줄 물 한 모금, 그늘 아래 짧은 휴식, 그리고 진액을 보충해 줄 한방 차 한 잔을 곁에 두면 긴 여름도 충분히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11

냉방병의 관리와 치료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하지만 시원함을 찾다 보면 몸의 면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히 냉방병이라고도 불리는 질환에 걸릴 수 있는데 단순한 감기와는 다르다. 더운날 갑자기 그리고 장시간 너무 찬바람을 많이 맞아 일시적으로 몸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로 한의학에서 보면 체온조절 기능의 교란, 기혈의 순환 장애, 그리고 장부의 기능실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두통, 코막힘, 오한, 피로감 등이 주로 나타나고 증상이 심한 사람은 위장 장애, 생리불순, 관절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여름엔 외기에 맞춰 적당히 땀을 흘려주도록 인체 시스템이 형성되는데 에어컨은 아주 강력하게 피부 표면을 차갑게 해 이를 막아 버린다. 순환의 관점으로 보면 피부 밖으로 나가야할 땀이 못나가고 막힌 피부로 인해 소통되어야 할 기혈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피부와 근육 표면은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어 막히고 속은 오히려 열이 차서 체내 에너지가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위장이 냉해져 소화력이 떨어지고, 어깨나 무릎 같은 관절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몸이 찬사람 혹은 비위가 약하거나, 한랭한 음식을 즐겨 먹는 체질의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치료는 피부를 따뜻하게 하는 약재를 사용해 냉기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장부의 기능을 조화롭게 맞춰주는 것이 관건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계지탕 시호계지탕이 등이 있고 속에 열이 많으면 석고나 치자 등으로 가미를 한다. 습이 많이 끼어 있는 경우 오령산 같은 몸의 습과 물을 제거하는 처방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처방은 피부 쪽을 따듯하게 하면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습기를 제거하며 기혈 순환을 도와 전신의 기능을 회복시킨다. 만약 관절 통증이 동반될 경우 독활이나 강활 같은 약재를 추가하는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여름철에는 “한약을 먹어봤자 땀으로 다 빠져나가서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약의 유효 성분은 대부분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고 땀을 통해 배출되진 않는다. 오히려 여름처럼 체온조절과 수분, 기력 소비가 많은 시기에는 더더욱 장부를 보호하고 기를 보충해주는 한약이 도움이 된다. 여름철에는 기허로 인한 식욕저하, 과도한 땀 배출로 인한 탈진 소화장애 등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보중익기탕, 생맥산, 사군자탕 계열의 처방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하로 유지하고, 장시간 에어컨 아래에 있지 않도록 하며 특히 배와 허리를 덮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은 현대인의 여름을 견디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만큼 체온 조절이라는 생리적 부담을 우리 몸에 안겨준다. 한의학은 이 부담을 자연스럽게 해소해주는 조율의 의학이다. 차가운 바람 아래서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여름철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04

오장육부-정신과 육체

오장육부(五臟六腑)에는 몸과 마음, 그리고 삶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거대한 지도가 담겨있다. 장(臟)은 에너지를 저장‧변화시키는 본체이고 부(腑)는 그 에너지를 순환‧배출시키는 통로다. 이 둘이 서로 호흡을 맞추면 기와 혈이 전신을 부드럽게 흐르고, 사람의 몸과 마음은 동시에 튼튼해지고 가벼워진다. 반대로 간이 울체되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화(火)가 치밀며, 신장이 허하면 요통과 무릎 통증이 찾아오는 동시에 두려움이 증폭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전통적 관찰이 현대 의학의 언어로도 설명된다는 점이다. 장(腸)과 뇌를 잇는 ‘장–뇌 축’ 연구는 장에서 합성된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뇌의 감정 회로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는 곧 비위(脾胃)와 심(心)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의 덩어리다. 일상에서 깊고 일정한 호흡으로 폐를 충분히 사용하면 산소 포화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과다한 교감신경 흥분이 잦아들어 불안이 완화된다. 반면 수면이 부족해 비위 기능이 흐트러지면 달콤한 음식이 당겨 체중이 늘고, 뇌의 보상 회로는 과각성 모드로 돌입해 짜증과 집중력 저하가 뒤따른다. 규칙적으로 걷거나 달리는 전신 운동은 간의 기혈 순환을 촉진해 근육 뭉침을 풀어 줄 뿐 아니라 정체된 감정까지 배출한다. 이처럼 ‘좋은 컨디션’은 특정 장부 하나를 집중 관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가 빈틈없이 협연할 때 비로소 꽃피는 총체적 상태다. 정신 건강 역시 장부 균형에 달려 있다. 한의학은 마음의 근거를 심장만이 아니라 간‧비‧신장까지 오장육부 모두가 폭넓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간은 욕구와 창의성, 비는 사유와 기억, 신은 의지와 생명력의 뿌리를 맡는다. 과로로 비위가 허하면 사소한 일을 곱씹는 사려과다가 생기고, 간에 열이 오르면 작은 자극에도 짜증과 분노가 폭발한다. 반대로 장부가 조화를 이루면 감정 기복이 완만해지고 정신적 몰입과 통찰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명상과 복식호흡이 주목받는 이유도 폐‧심‧간‧신의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장부 균형을 지키는 첫 걸음은 몸의 언어를 듣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혀의 색과 설태를 살피고, 첫 소변의 색과 냄새를 관찰하며, 오후쯤 찾아오는 피로의 위치와 강도를 기록해 보면 어느 장부가 과부하를 받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이어서 하루 한 끼만이라도 따뜻한 밥과 채소 위주의 간소한 식사를 하고, 점심 후 10분 산책으로 기와 혈의 순환을 깨우며, 잠들기 전 5분간 복식호흡과 명상으로 정신의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찾으면 몸은 자연스레 건강해진다. 여기에 주 2~3회 가벼운 땀이 맺힐 정도의 운동을 더하면 오장육부에 생기가 돌고 머릿속 구름이 걷히듯 기분이 맑아진다. 결국 오장육부는 낱낱의 장기가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움직이는데 그리고 감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신과 육체의 주체다. 숨을 제대로 쉬고, 땀을 흘리고, 잘 씹어 먹고, 편히 잠드는 평범한 실천과 간단한 명상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오장육부를 만들 수 있다. 오장육부가 건강하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은 따라온다. 오늘부터 걷고 움직여 명상하며 육체와 마음을 다스려 당신의 오장육부에 작은 격려를 건네 보자.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28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코에 염증이 생겨 콧물이 흐르는 병’이 아니다. 코 점막의 과민반응은 전신 면역계의 불균형이 빚어낸 결과이며, 피로‧수면 부족‧스트레스 등 생활 리듬이 조금만 흔들려도 증세가 요동친다. 한방에서는 이처럼 과잉 흥분한 면역 시스템을 다시 균형점으로 돌려놓고, 차가워진 비강 내부의 기혈 순환을 회복시키는 것을 근본 치료의 목표로 삼는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체력이 떨어지고 감기에 잘 걸리는 환자에게 먼저 쓰는 처방이 시호계지탕이다. 면역을 올려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으로 이 약을 복용하면 환자들은 ‘몸이 덜 찌뿌드드하다’ ‘야근 뒤에도 코가 덜 막힌다’는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 면역 토대가 어느 정도 다져졌는데도 아침 기상 직후 맑은 콧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재채기로 기침을 하면 면역과 함께 차가운 습기가 문제다. 몸이 마르고 약한 사람은 몸을 보하면서 한습을 제거 하는 소청룡탕을 사용한다. 약이 맞으면 재채기 횟수가 줄어들고 콧물이 더 이상 목뒤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몸도 따뜻해지고 멍했던 정신이 맑아지는걸 느낄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소청룡탕이 비점막 내 히스타민, IL-4, IL-5 분비 자체를 억제해 재발 빈도를 낮춘다는 결과도 확인되어 약을 충분히 복용하면 먹을 때만 효과 나는 약과는 다르게 완치 가까이 된다. 약침 치료는 익구개신경절을 초음파로 정밀 타깃팅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이 신경절은 코와 부비동 점막을 지배하는 교감 부교감 신경이 뒤엉킨 교차로라 이 부분에 직접 약침이 들어가면 부교감성 혈관확장을 억제하며 점막 충혈을 가라앉히고 교감성 섬유 흥분을 완충해 즉각적인 코 뚫림을 유도한다. 초음파 화면으로 내·외익돌근, 상악동, 내경동맥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므로 시술 안전성도 높다. 2024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4주 동안 주 1~2회 초음파 유도 SPG 약침을 받은 환자군의 총 비증상 점수가 대조군 대비 40% 이상 감소했고 뿐만 아니라 야간 수면 질 지표도 유의하게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침 치료와 부항요법은 이러한 약침 효과를 묶어주는 실타래다. 침으로 코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부항으로 등의 폐와 심장을 자극하는 신경에 사혈을 하면 약침 효과가 한층 더 증대된다. 집에선 37 ℃ 약염수로 하루 두 번 가볍게 비강을 세척하면 염증 매개물질이 빠르게 씻겨 나가 재발 곡선이 완만해진다. 수면 역시 방어막을 세우는 데 빠질 수 없다. 성인 기준 7시간 이하의 부족한 수면은 단 하루 만에 자연살해세포 활성을 30%나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어, 충분한 숙면은 어떤 약물·약침보다 강력한 면역 조절제다. 시호계지탕으로 면역을 올리고 소청룡탕으로 급성 증상을 잡고, 익구개신경절 약침으로 신경·혈관 반응을 조정한 뒤 침·생활요법을 병행하면 대부분의 알러지 비염은 큰 효과를 본다. 제대로 치료가 되면 일시적인 증상의 개선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큰 재발 없이 지낼 수 있다. 다만 체질과 동반 질환에 따라 약의 처방 구성이 달라지며 몸의 면역을 올리고 보하는 약재를 같이 처방을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21

장마철에 심해지는 관절통

비가 오거나 장마철이 오면 진료실엔 관절이 쑤시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기압이 내려가면 바깥 공기가 팽창해 조직 내부의 액체가 상대적으로 밀려 올라오고, 이때 관절낭과 근막 사이에 미세한 부종이 생겨 신경 말단을 압박한다. 서양의학 연구에서도 10헥토파스칼 이하의 급격한 기압 하강은 관절통 발생률을 두 자리 수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의학은 이런 현상을 풍·한·습 사기가 기혈 순환을 막아 ‘비증(痺症)’을 일으킨 것이라 설명한다. 특히 여름 장마에는 ‘습’이 주도권을 쥐는데, 습기는 묵직하고 끈적거려 상하를 막고 근육을 곤하게 하며, 관절액과 윤활막에 고여 둔중한 통증을 만든다. 비가 올 듯 흐린 날에는 무릎뿐 아니라 손가락·발목처럼 작은 관절까지 욱신거린다는 호소가 잦다. 이는 외부 습기가 모공을 통해 몸속으로 스며들어 이미 존재하던 내부 습담과 뒤섞이며 배출 통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창출·강활·독활 등이 들어간 강활승습탕이 교과서적인 선택이다. 약재들이 풍·습을 몰아내 관절 주위를 말끔히 건조시키기 때문이다. 부종이 뚜렷하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라면 방기황기탕으로 기표를 열어 수분 배출을 도와주고, 관절액이 많아 뻣뻣하면서 무거운 경우에는 의이인과 창출·복령을 주약으로 한 의이인탕 가감으로 수분 배출을 돕는다. 이런 처방들은 몸의 수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는 덤이다. 한약 처방만큼 중요한 것이 치료다. 장마에 고여 있는 습은 관절 주위 미세 공간을 막기 때문에 먼저 습부항으로 어혈과 습기를 제거해 아픈 부위를 풀어주고 관절에 침을 놓아 기혈 순환을 촉발하면 관절 내부 압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 특히 초음파 가이드 약침으로 정확한 곳의 인대와 힘줄 근육을 풀어주면 무릎 통증엔 특히 효과적이다. 특히 반복적 부종으로 관절 간격이 좁아진 중증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겐 효과가 아주 좋다. 수술을 하기 전에 한번 시도해볼만한 치료다.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려면 생활도 중요하다. 생강·대추·의이인을 넣어 은은하게 끓인 따뜻한 미음은 몸을 따듯하게 하고 습을 제거하니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을 만하다. 땀을 살짝 내는 것은 효과적이니 40도 이하의 반신욕으로 땀구멍을 부드럽게 열어 체표 습기를 날려주는 것도 좋다. 짠 음식은 조직액 저류를 악화시키므로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체내 펌프 작용을 유지하되 관절 압박을 줄이는 가벼운 걷기가 좋다. 이때도 땀을 살짝 내자. 날씨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내부 습도 관리는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 장마철마다 찾아오는 묵직한 관절통은 기압 변화라는 자연 조건 위에 습기가 겹쳐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치료의 관건이 ‘배수’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습을 걷어내는 한약과 습부항·침·초음파 가이드 약침을 활용하고, 생활 속에서 땀구멍과 소변·배변의 길을 활짝 열어주면 관절의 무게감과 통증은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내 몸속 물길부터 정비해 두면, 관절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14

출산 후 몸과 마음의 회복

출산이 끝났다고 해서 몸과 마음이 곧바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구 정신의학계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사춘기에 견줄 ‘마트레센스(matrescence)’라 부르며 산후 변화를 단순한 회복이 아닌 성장 단계로 재정의한다. 분만 직후 여성의 몸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떨어지며 냉증, 관절통, 과한 발한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은 이를 혈허와 어혈이 겹친 상태로 설명하면서 어혈을 풀고 양기를 돋우는 생화탕, 오로탕류를 산후 첫 두 주에 집중 투여해 왔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산후풍의 증상이 심하면 계지가황기탕이나 황기계지오물탕의 가미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심리적 변화는 더 미묘하다. 산모의 절반가량이 ‘베이비 블루스’를 경험하고 15% 정도는 산후우울로 이어진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최근 뇌 영상 연구들은 이 시기의 회로 재편이 장기적으로는 회복탄력성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때 관리를 잘하면 다시 건강상태를 회복하고 좀 더 나은 정신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다. 한의학은 혈허·담음을 배경으로 불면과 정신영역을 설명하며 귀비탕·가미온담탕으로 심장과 비장을 보하고 담울을 풀어 왔다. 백회·신문·삼음교에 침을 놓아 자율신경을 조절하면 심박변이도가 의미 있게 개선된다는 국내 데이터도 있다. 회복 과정은 시기별로 겹쳐 흘러간다. 분만 직후 나흘간은 체온 유지와 어혈 배출이 핵심이기에 따뜻한 미음과 계지탕의 어혈방을 사용하고 유즙 분비를 돕는 가벼운 흉부 마사지가 권장된다. 이어지는 한 달은 인대와 근막이 늘어나 관절통이 잦으므로 황기계통으로 몸의 기력을 보해주는 처방을 사용한다. 출산 후 여섯 달쯤 되면 수유, 수면 리듬이 가장 불안정한 정점에 이르는데 귀비탕 계열 한약으로 기억력과 수면 깊이를 보강할 수 있다. 식생활은 기혈을 보하면서 소화가 편한 오리고기와 붉은 살 생선 장-뇌 축을 안정시키는 발효 곡물·콩이 핵심이다. 2023년 국내 조사에서 산후 여성의 70% 가까이가 비타민D 부족 상태였는데 하루 30분 햇빛 노출이 세로토닌과 골밀도를 동시에 높여 주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 역시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이 변하며 양육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데 부부가 함께 호흡 명상이나 가벼운 산책 루틴을 만들면 관계 만족도와 공감 지수가 유의하게 높아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산모의 회복 속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산후조리원은 편의 서비스에 머물러 치료 연속성이 약한 편이다. 특히 환자가 아프거나 산후풍과 같은 병이 있는 경우엔 그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 근처 병원이나 한의원에 찾는 것이 우선이다. 산모는 모유수유도 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고 안정성이 입증된 한방 치료를 받은 것이 나은 선택이다. 본인 몸에 맞는 치료로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과 정신이 같이 건강해진다. 결국 출산은 원래 모습으로 복귀하는 관문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빚어 가는 길의 시작이다. 어혈, 혈허, 담음 이론과 뜸, 한약 같은 생활 요법이 호르몬, 뇌 신경 과학과 손을 맞잡을 때 한방 산후 케어는 모성과 삶 전반을 새롭게 조직하는 통합적 성장 기술이 될 것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07

한약의 과학적 효능, 어디까지 밝혀졌을까?

한약은 수천 년간 동아시아인들의 건강을 지켜온 전통의학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얼마나 검증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전통 지식이 현대 과학의 언어로 얼마만큼 설명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최근 한약의 과학적 연구로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황기(Astragalus membranaceus)는 대표적인 예로 한의학적으로 기를 보강하고 면역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황기에는 폴리사카라이드,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등의 활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이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나 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부 연구는 암 환자의 보조 치료제로 황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작약(Paeonia lactiflora)은 진통 및 진정 효과로 널리 쓰여왔으며 근래에는 그 안의 파에오니플로린 성분이 항염증 및 신경 보호 작용을 한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 생리통, 신경통 등의 질환에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작약의 효능을 현대적으로 설명해주는 근거가 된다. 감초는 거의 모든 한약 처방에 등장하는 약재다. 감초의 글리시리진 성분은 항염, 항바이러스 작용뿐 아니라 간 보호 효과까지 보고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일부 연구자들이 글리시리진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실험실 단계의 결과이며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유명한 약재들인 천궁, 당귀, 인삼, 오미자 등 다수의 약재들이 혈액순환, 항산화, 스트레스 조절, 간 기능 개선 등 다양한 생리 작용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곧바로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약은 단일 약재보다는 복합 처방을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개별 약재 간의 상호작용이나 복합적 효능을 분리해서 연구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같은 약재라도 산지나 채취 시기 가공 방법 등에 따라 성분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표준화된 품질 관리를 위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주목할 점은 최근 연구들이 단순히 개별 약효를 밝히는 것을 넘어서 약리 작용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경험과 관찰에 기반 했던 한의학의 이론이 현대 과학과 접목되어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동물실험, 세포실험, 임상시험 등을 통해 한약재의 효과가 재확인되면서 의학적 신뢰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한약의 과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본격적인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전통의 지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인류의 지식 자산이며 이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은 앞으로도 큰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한약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 의학과 건강 산업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4-30

어지럼의 진짜 원인을 찾아서

어지럼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가진 흔한 증상 중 하나로 빈혈부터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내이 질환, 경추 이상, 심리적 요인까지 폭넓게 연관될 수 있다. 어지럼은 크게 회전성 어지럼(빙글빙글 도는 느낌), 체위성 어지럼(자세를 바꿀 때 핑 도는 느낌), 실신성 어지럼(깜깜해지며 쓰러질 듯한 느낌), 그리고 균형 장애형 어지럼(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어지럼은 그 원인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하며 치료의 핵심은 증상 자체보다 그 배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있다. 최근 많은 연구와 임상 사례에서는 어지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를 꼽는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이 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혈류, 심박, 혈압, 소화 기능 등 다양한 생리기능이 흐트러지게 된다. 어지럼 역시 이런 불균형의 신호 중 하나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교감신경 항진 상태는 스트레스, 수면 부족, 경추 긴장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회복력과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만성화되기 쉽다. 치료는 증상의 완화와 근본 원인의 조절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상부경추 추나는 어지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추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경추 1번과 2번 사이의 미세한 위치 이상은 척수 신경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는 추나 요법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 회복을 돕는다. 또한 초음파 가이딩 하에 정밀하게 시술되는 약침 치료는 성상신경절이나 미주신경 부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자율신경계를 조율할 수 있다. 성상신경은 교감신경계를 대표하는 부위이며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계의 핵심으로 이 두 부위를 조절함으로써 어지럼의 근본적 원인인 자율신경 불균형을 치료할 수 있다. 한약 처방은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자율신경 조절 및 체내 순환 개선을 돕는다. 영계출감탕은 몸이 차고 습담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위장의 기능을 도와주고 수분대사를 개선하여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이 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는다. 소시호탕은 스트레스로 인해 화가 차 있을 때 사용하는데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당귀는 혈을 보하고 순환을 돕는 효능이 있어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어지럼증을 개선하는 데 자주 쓰인다. 당귀가 포함된 여러 복합처방은 어지럼증뿐 아니라 동반되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의 증상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어지럼은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자율신경계의 조절과 전신적인 균형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적 치료법인 추나, 약침, 한약 요법이 매우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되찾는 것은 단순히 어지럼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건강 회복과 스트레스 대응 능력 향상, 면역력 강화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어지럼증 치료의 진정한 목표이며 이 과정에서 한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4-23

심폐 기능 강화를 위한 유산소 운동

우리가 하루하루 숨을 쉬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심장과 폐의 조화는 실로 정교한 생리적 기적이다. 이 두 기관이 담당하는 심폐 기능은 단순히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걷고 뛰며 움직이는 것부터 생각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인의 일상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심폐 기능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필수적인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한다. 걷기와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비교적 낮은 강도로 일정한 시간을 지속하는 것이 특징으로 근육은 꾸준히 수축하고 이완을 반복하면서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심장은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전신으로 더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 더 강하게 더 효율적으로 뛴다. 이 과정에서 심장의 근육을 단련시키고 폐는 점점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적응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의 안정화와 폐활량의 증가, 모세혈관의 확장을 유도하며 산소 전달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며칠 만에도 시작되지만 수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실천할 경우 눈에 띄는 체력 향상과 신체 내구성 증가로 이어진다. 심폐 기능의 향상이 주는 효과는 물리적 조건의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특히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 조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시작하면 교감신경이 활발히 작용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오르고 에너지를 빠르게 동원하는 등의 전투 상태가 된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면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심박수와 호흡수는 서서히 안정되고 몸은 휴식과 회복을 위한 상태로 전환된다. 이 두 신경계의 교차 작용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기복과 수면의 질까지 개선되는 결과를 만든다.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몸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이러한 심폐 기능의 강화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매우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해도 쉽게 지치지 않고 계단을 오르거나 장시간 걸어도 숨이 가쁘지 않으며 땀이 흐르는 여름날에도 체온 조절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운동 직후 찾아오는 상쾌함과 안정감은 단순한 만족감이 아닌 실제로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되찾으며 몸이 최적화된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과정은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예방은 물론 면역력의 향상과 정신 건강의 회복에도 크게 기여한다.유산소 운동이 주는 효과는 숫자로 측정되는 것 이상이다. 매일의 삶을 조금 더 가볍게 한층 더 활기차게 만드는 변화를 만든다. 현대인에게 유산소 운동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하루 20~30분의 가벼운 걷기 혹은 일주일에 몇 번 가볍게 흘리는 땀방울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 투자다. 마음을 다잡고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우리의 심폐 기능은 다시금 깨어나고 건강증진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2025-04-16

한방으로 다스리는 호흡기 건강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코와 기관지는 현대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호흡기 문제 중 하나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 같은 요인들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건조한 환경과 실내 공기 질의 저하도 호흡기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호흡기 질환은 폐와 관련된 문제로 보이는데 폐기능이 떨어지고 담(痰)이 쌓이면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폐는 본래 건조한 것 보단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이므로 습도가 부족한 환경이나 찬바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호흡기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한의학에선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한약 처방이 대표적이며 폐의 기운을 보강하는 맥문동탕이나 갈근탕 같은 처방이 자주 사용된다. 맥문동탕은 폐를 윤택하게 하여 마른기침을 완화하고 갈근탕은 폐에 쌓인 열을 내려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담이 많고 가래가 끈적거리며 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하후박탕을 활용하여 담을 제거하고 기침을 줄일 수 있다. 기관지 질환은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환자의 체질과 병력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한의사의 진료를 통해 맞춤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코 안의 염증인 비염 축농증 같은 류의 병들엔 한약뿐만 아니라 약침 요법을 활용 할 수도 있다. 약침 요법은 한약 성분을 직접 경혈에 주입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특히 초음파를 활용하면 정확한 위치에 약침을 투여할 수 있고 또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자율신경까지 조절할 수 있다. 비염과 축농증 등으로 코가 막히는 질환은 익구개 신경절에 직접 약침을 주사하면 코와 눈 주변의 자율신경이 조절되어 막혀 있는 코가 뚫리고 잘 낫지 않는 비염이 개선된다. 성상신경과 미주신경에 약침을 주입하면 자율신경이 조절되어 피로함이나 수면장애 소화 장애 등이 개선되어 면역력이 향상 된다. 생활습관 개선도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먼지나 곰팡이 등의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되며 도라지차와 배즙은 폐를 보호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다. 생강차나 귤껍질차도 호흡기를 따뜻하게 하고 기침을 완화하는데 사용된다. 냉 음료 섭취를 피하고 찬바람을 직접 맞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키우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것도 호흡기 건강 유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에선 질병을 단순히 증상만으로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소 폐의 기운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강화 하고 아프면 한약과 약침 치료 등의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만 아니라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같이 실천한다면 호흡기 건강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건강한 폐와 기관지는 단순히 호흡기의 문제를 넘어 신체 건강과 면역력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관지 건강을 위한 꾸준한 관리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5-04-09

이성과 감정의 조절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인간의 뇌는 감정과 이성을 조절하는 두 가지 주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전두피질은 논리적 사고, 판단, 충동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과 같은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영역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균형이 깨질 경우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스트레스와 불안 반응이 증가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는 심박수 증가, 근육 긴장, 호흡 속도 증가 등의 신체적 반응을 일으키며 지속될 경우 만성 스트레스, 불안장애, 수면 장애 등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전전두피질이 충분히 기능하면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되어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신체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박수가 낮아지고 호흡이 깊어지며 근육이 이완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한의학적 치료 방법으로는 한약 요법과 초음파 약침 치료가 있다. 한약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균형을 맞추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약을 환자의 증상에 맞게 처방하면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강화되어 스트레스가 조절되고 또 편도체의 과활성을 억제하여 불안과 긴장을 완화 할 수도 있다. 이는 신경계의 균형을 맞추어 감정 조절과 수면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한약 처방은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처방되므로 한의원에 가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한다. 초음파 약침 치료는 성상신경절에 약침을 주입하여 교감신경의 과활성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성상신경절은 교감신경 과항진을 억제 하는데 한약재를 증류한 약침을 놓으면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고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하면 성상신경절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성상신경절을 치료 하면서 부교감 신경을 제어 하는 미주신경까지 같이 약침 치료를 할 수 있다. 명상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을 하면 편도체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감정적 반응이 완화되고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충동 조절과 이성적 판단력이 향상된다. 또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심박수를 낮추고 호흡을 안정화시키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복식호흡을 통한 명상은 편도체의 반응성을 낮추고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명상 습관을 유지하면 전반적인 신경 균형이 개선되면서 긴장 완화에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한약 치료와 초음파 약침 치료를 병행하고 명상을 통해 뇌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면 더욱 효과적인 자율신경 조절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규칙적인 실천이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