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파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 없고 신경성이라고 해요” 진료중에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신경성이라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다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도 디스트레스(distress·나쁜 스트레스)가 있고, 유스트레스(eustress·좋은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라틴어 strictus(꽉 조이는), stringere(단단히 죄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에 반응해서 신경을 바짝 긴장 시켜서 나의 생존과 안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스트레스(stress)인 것이다.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분 나쁜 일, 억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수시로 겪는다.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인간은 놀람-저항-기진맥진의 단계를 천천히 거치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것을 디스트레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할 때 그 스트레스다.스트레스는 심장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로서 급성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고혈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의 작용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목덜미가 아프다, 어깨가 쑤신다,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사방이 결린다 등의 만성통증증후군 역시 스트레스 때문에 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 요구량이 증가하여 당뇨병이 악화된다. 간 경화증, 간암 발생이 증가한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기종, 만성기관지염, 폐암 발생도 증가한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기고, 비만을 일으키고, 불감증, 월경불순, 발기불능 등의 성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디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하다.한방에서는 디스트레스를 화병, 울화 등으로 표현한다. 향부자, 황련, 황금, 계지, 소엽 등의 약재를 활용하여 울체된 기를 풀어주는 약을 쓰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수면과 배변 상태 등이 좋아진다. 침과 사혈요법, 추나 요법 등을 잘 활용하면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디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각종 통증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일만 겪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상황이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면, 긍정적인 일에는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이것을 유스트레스라고 한다. 어릴 때 달리기 시합 전에 느끼던 (기분 좋은)긴장감, 설렘, 흥분 등이 유스트레스의 대표적인 반응이다. 유스트레스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동기부여와 성취욕을 높이며, 집중력 증가, 신체 활력 증가, 면역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자주 만든다면, 기분 나쁜 긴장감인 디스트레스가 쌓일 틈이 없어질 뿐 아니라, 쌓여 있던 디스트레스도 없어진다. 악기 연주, 노래 배우기, 춤 배우기, 외국어 배우기 등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유스트레스가 늘어난다. 등산, 여행, 산책, 수영 등의 운동을 할 때도 유스트레스가 늘어난다.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