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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주민 딸 베트남 왕족과 결혼···신랑은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의 29대손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7-06 10:13 게재일 2025-07-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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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찬 군과 김은비 양의 베트남 결혼식 장면./ 김광수 씨 제공

울릉도 주민의 자녀가 베트남 왕족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울릉도 주민 김광수·황외숙씨 부부(북면 죽암)의 딸이 최근 한국과 베트남에서 베트남 왕족과 결혼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김씨 부부의 장녀 김은비씨(31). 신부 김씨는 1226년 한반도에 귀화한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李龍祥·리 롱 뜨엉)의 29대손 이혁찬씨(33)와 결혼을 했다.

이혁찬 군과 김은비 양의 서울 결혼식 웨딩 사진. /김광수 씨 제공

이들 신랑·신부는 지난 6월 21일 서울 월드컵컨벤션 임페리얼 볼룸홀에서, 베트남에서는 6월 28일 FURAMA RESORT DANANG에서 각각 결혼식을 올렸다.

이 두사람의 인연은 신부 김은비씨가 2022년 여름 베트남 여행 중 여권을 분실했고 신랑이 여권을 주워 이를 페이스 북에 올리면서 만나게 됐다. 

베트남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오른쪽이 신부 부모). /김광수 씨 제공 

그 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우다가 3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신랑은 현재 베트남에서 ‘빗썸(코인거래소)’에서 근무 중이다.

신랑 이혁찬씨의 아버지 이창근씨 (66)는 현재 주한베트남관광대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랑 이혁진씨의 조상은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결혼식에서 신부 기념사진. /김광수 씨 제공

‘리 왕조’(1009~1225년)는 중국 책봉 체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국왕을 결정한 최초의 베트남 왕조다. 200여 년간 번영하며 베트남의 기틀을 다졌고 현 수도인 하노이를 도읍으로 정하기도 했다. 

‘리 왕조’는 9대, 216년 만에 몰락했는데, 다음 왕조인 쩐 왕조는 ‘리 왕조’ 후손을 정적으로 몰아 탄압했다. 리 태조의 7대 왕자인 이용상은 가까스로 도망쳐 남송과 타이완, 금나라, 몽골 등을 거쳐 지금의 황해도 옹진에 상륙했다. 

베트남 결혼식 장면. /김광수 씨 제공

이때문에 이용상을 ‘베트남 최초의 보트피플(boat peop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려 조정은 이용상을 크게 환영했다. 고려 여인과 결혼시켰고, 옹진 일대의 땅을 식읍으로 하사했다. 

또, 그가 정착한 곳인 ‘화산’(황해도 옹진군)을 본관으로 삼게 했다. 현재 이용상의 후손인 ‘화산 이씨’는 약 13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창근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는 양국을 오가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신부 부모 김광수 씨 부부. /김광수 씨 제공

2000년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이주한 뒤 2010년엔 베트남 국적을 취득했다. 이 대사와 화산 이씨의 이야기는 1995년 KBS 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정상화한 뒤 1995년 베트남 정부는 화산 이씨의 존재를 확인하고 한국에 있는 종친회 주요 인사를 초청했다. 

신부 시아버지 이창근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 /김광수 씨 제공

당시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공항까지 마중나가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이용상 왕자가 대규모 살육을 피해 고국을 떠난 지 769년 만에 그의 후손인 화산 이씨는 그렇게 조상의 땅인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신부의 아버지 김광수씨는 울릉도 서면 태하리가 고향으로 태하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났다가 40년 만에 귀향했다. 그는 현재 울릉도 북면 죽암에서 생활하면서 독도아카데미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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