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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숙면 중심체온 관리에 달려

등록일 2023-06-14 18:26 게재일 2023-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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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택포항 행복한의원장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다. 여름에 열대야가 시작되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확 늘어난다. 날씨가 더운데 왜 잠을 못 자는 걸까?

사람의 수면은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리활동이다. 바이오리듬과 비슷한 ‘일주기 리듬’에 따라 잠이 들고 잠이 깨는데, 대체적으로 지구의 낮과 밤 주기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수면 뿐 아니라 혈당 조절, 각종 호르몬 합성 조절 등 수많은 생리 기능이 일주기 리듬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의 체온도 일주기 리듬을 따라서 움직인다. 항상 36~37.5도 사이를 유지하는 중심체온(몸 속 중심부의 온도)은 저녁 7시경 가장 높고, 새벽 5시경 가장 낮다. 일주기 리듬을 따라서 체온과 수면의 패턴을 관찰해보면, 밤 10시를 전후해서 중심체온이 높은 상태에서 낮은 온도로 떨어질 때 졸음이 오고, 수면중에는 조금씩 떨어지면서 낮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새벽 5시경 가장 낮은 온도에 도달하고, 이후 서서히 중심체온이 오르면서 잠이 조금씩 깨게 된다.

심장, 간 등의 내장이 활동하느라 생긴 열은 중심체온을 높이는데, 이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중심체온이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다. 중심체온이 높아지면 이 열을 밖으로 빼내려고 혈액이 피부쪽으로 많이 이동한다. 그런데 여름이 되어 바깥이 더워지면 피부 쪽으로 이동한 혈액이 열을 많이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심체온이 잘 낮아지지를 못하게 되고, 중심체온이 낮아지지 못하면 잠을 잘 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즉, 속이 더우면 잘 잘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여름이 아닌데도 중심체온의 발산이 잘 되지 않아서 불면증이 오는 경우에는 심장의 열을 줄여주는 황련, 치자 등의 약재와 간의 열을 줄여주는 황금 등의 약재가 배합된 황련아교탕, 갈근황금황련탕, 치자시탕 등의 처방이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에 한방에서 양허라고 부르는 저체온자나 고령의 노인들, 체력 허약자가 깊은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애초에 중심체온이 상승하지를 못하기 때문에 중심체온이 떨어지는 현상도 없어서 잠을 들기도 어렵고 깊은 잠도 못 자게 된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중심체온을 높여주는 인삼, 건강, 부자 등이 배합된 처방을 사용해야 몸이 따뜻해지면서 잠을 더 잘 자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열체질과 냉체질인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은 때로는 곤혹일 수도 있다.

위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 기침이나 복통, 심장병 등의 질환으로 인해 체온의 변화와 상관없이 못 자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노력과 기저 질환에 대한 치료가 병행 되어야 불면증이 없어지게 된다.

불면증이 심하고 장기화 된 경우 한방의 불면증 치료는 중심체온을 조절하고 신경의 화를 식혀 주어 자연스레 수면패턴이 안정되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회복력을 키우기 전까지는 불면 증세가 금방 좋아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회복하면 재발의 확률이 적고, 수면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좋아지니 인내심을 가지고 한방 치료를 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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