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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대장, 무른변, 설사

등록일 2023-07-12 19:36 게재일 2023-07-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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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진이 자는 것, 먹는 것, 싸는 것이다. 이 셋 중의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환자는 불편을 호소하고 증상이 심할 때의 고통은 더욱 크다. 많은 사람들은 대변의 상태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무른 변을 보는 사람은 변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무른 변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건 그 사람의 건강을 체크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의 변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특히 변비로 고생하는 것 보다 변이 무르거나 설사, 혹은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 가는 경우가 많다. 너무 화장실을 자주 가면 복통과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져 불편함을 호소해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대변의 모양은 퍼지지 않고 적당한 강도로 바나나처럼 나오는 게 좋다. 볼 때마다 무른 변을 보거나 설사를 하거나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에 가는 것은 대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리다.

변비가 심하면 병이라 생각을 해도 변이 무르고 쉽게 나오는 걸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장의 기능 장애가 생긴 것으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점점 심해지면 하루에도 여러 번 복통과 설사 등으로 고생하고 나중엔 과민대장증후군으로 진단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방과 치료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한국인에겐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식생활에서 빼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를 빼야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변이 물러지고 설사를 하게 된다. 야채의 섬유질은 소화가 다 되지 않고 변으로 나오는데 고춧가루도 이와 마찬가지다. 고춧가루는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가 붉게 되고 오래 놔두면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일으킨다. 우리 장도 마찬가지다. 고춧가루가 다량 들어오면 장엔 염증이 생기고 수분 흡수가 안되어 설사를 하게 된다. 매우면 매울수록 이 현상은 심해진다.

한두 번은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매운 음식을 너무 자주 많이 먹게 되면 장은 항상 탈이 난 상태가 된다. 밥 먹을 때마다 혹은 긴장할 때마다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을 가게 되는 과민대장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끊어야 하고 줄여야 한다. 특히‘불’자가 들어간 매운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유 관련 식품도 먹지 말아야 한다. 한국인의 60~70%가 유당을 분해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은 우유 관련 음식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우유가 안 맞는 사람이 다량으로 오랜 시간 먹게 되면 장의 기능이 떨어진다.

한의원에선 보통 황련이 들어간 약으로 치료를 하는데 황련은 심장의 열을 내려주고 대장의 열도 식혀 준다. 오랫동안 문제가 생겨서 항상 염증상태가 있는 장의 열을 식혀주면 대변이 굳어진다. 설사가 줄어들고 복통도 같이 감소한다. 심한 경우는 세 달,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음식 조절하면서 한 달가량 복용하면 많이 개선이 된다.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매운 음식,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최대한 피해줘야 한다. 나의 먹는 식습관에서 오는 질병이라 치료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하다. 관리는 좋은 걸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걸 안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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