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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록일 2023-04-05 18:25 게재일 2023-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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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택포항 행복한의원장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한의원 내원 환자의 상당수가 국가에서 노인으로 인정하고 치료비를 줄여주는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건강한 중년으로 처음 만난 분들이 몸과 마음이 모두 쇠약해진 노인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가끔 환자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확인되어 치매 검사를 권하게 되는 경우는 내 마음도 많이 불편해진다.

100여 년 전 알츠하이머 박사가 치매로 사망한 사람의 뇌를 해부해보고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침착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거대 제약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치매를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00년이 지난 2021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등의 약이 개발되어 치매 증상의 일부분을 호전시키고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소 운동이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경도의 인지 장애가 있는 65세 이상 308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진행한 연구에서도 유산소 운동의 효과가 나타났다. 주 1회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은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됐고, 뇌의 위축이 멈췄다. 그러나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의 인지 기능은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뇌가 위축된 사람이 많았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세포의 에너지원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나이가 들면 이 물질이 점점 줄어드는데, 치매에 걸린 사람은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유산소 운동은 무리한 시간과 강도로 하기보단, 일정한 심박수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 조깅, 수영, 등산 등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치매를 癡呆(치매) 呆病(매병)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대의 한의학에서는 치매를 3종류로 분류한다. 아직은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뇌경색과 뇌출혈의 예방과 치료를 통해 발병을 막을 수 있는 혈관성 치매, 우울증, 약물, 내분비 이상, 감염 등 기타의 원인으로 생기는 치매로 분류한다. 우울증이나 내분비 이상 등으로 생기는 치매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발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억간산, 반하백출천마탕 등의 처방이 신경세포 보호, 기억과 학습 능력 개선, 베타밀로이드 독성 완화 등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전침, 약침 등을 활용하여 뇌신경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일생을 성실히 살고 마지막이 아름답기를 꿈꾸는 것이 보통 사람의 희망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자주 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습관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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