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택포항 행복한의원장
“한약을 오래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데, 제 약은 괜찮을까요?”“건강 유지 목적으로 1년에 한두 번 한약을 먹었는데, 양방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해서 먹을 수 없어요”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진료 중인데, 이상하게도 2∼3년 전부터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한약 먹으면 간이 상하거나 건강이 나빠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타난 것인가? 여러 통계 자료와 논문들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5년간 의료행위 조정 사례 중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0.3%로 극히 낮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에서 ‘한약재 중금속 모니터링’을 통해 중금속, 이산화황, 납, 수은, 카드뮴 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쌀보다도 낮고 안전함이 밝혀졌다. 2021년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대구 약령시장 한약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금속 안전도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더욱 엄격한 한약의 안전성 관리를 위해 2015년부터는 한약재 GMP 기준이 의무화되어 농약, 중금속 기준 뿐 아니라 ‘의약품용 한약재’의 경우에는 제조시설과 기구, 원료의 구매 제조 및 품질검사, 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생산 공정 전반을 표준화한 절차를 거쳐야 한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한약재 자체의 오염으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현행 규정상 한약재는 뛰어난 효능과 함께 독성도 가지고 있어서 전문가인 한의사와 한약사만 다룰 수 있는 ‘한약’과 독성이 거의 없어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식품(농산물)’으로 나뉜다. 한약에는 마황 부자 대황 세신 시호 행인 (살구씨) 황련 등 뛰어난 효능이 있지만 체질이나 증상에 맞지 않게 투약되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식품에는 도라지 구기자 산수유 산약(마) 오미자 계피 황기 갈근(칡) 등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것들이 많다. 식품류 한약재라도 한의원 등의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것은 식약처에서 허가한 공인 기관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효성분 함유 여부와 중금속과 농약의 잔류 여부를 검사해서 합격된 것만 사용 가능하므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하고 안전한 약재가 사용되고 있다.이쯤 되면 한약을 오래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오는 걸까?한약으로 인한 부작용의 대부분은 복용을 중지하고 3∼4일이 지나면 자연소실 된다. 다시 말하지만, 한약을 먹어서 간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음식이든 한약이든 양약이든 뭔가를 먹었을 때 불편한 느낌이 생겼다면 일시적으로 간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이 때 그것의 복용을 중지하고 처방한 의사 또는 한의사와 상의해서 약의 내용물이나 복용량을 조절하면 간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기후가 급격하게 변하는 요즘이다. 면역 저하로 인해 각종 전염병과 질병이 만연하다. 한약은 오랫동안의 사용으로 각종 효능이 입증되어 있다. 게다가 요즘은 국가에서 약재 관리의 기준을 정해 놓음으로써 안정성도 확보 되었다. 한약과 함께 여러 질병을 예방하거나 잘 치료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란다.
202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