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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린이와 보약

강미선 이강부부한의원장 예전에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의 학교생활 후 다시 봄방학을 하던 학사 일정이 요즘은 겨울방학을 늦게 시작해서 봄방학까지 쭉 이어서 보낸 후 새 학년을 맞이하는 학교들이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학기 중에는 늘 바쁘고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한약을 먹이기에는 좋은 시간이다.한의학에서 보(補)한다는 것은 우리 몸의 기능 중 부족한 부분을 치료하는 방법, 즉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몸의 조화를 돕는 일이다. 그리고 보약이란 그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일체의 한약을 말한다.일반적으로 아이에게 보약이라 함은 녹용을 가미한 약으로 알고 있다. 물론 녹용은 인삼과 함께 신체의 기능을 보강하여 몸이 허약한 것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보약으로 주로 근골을 강하게 하고 정혈을 생기게 해주며 생장발육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의 저항력(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는 필수적인 보약이다. 하지만 꼭 녹용을 복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증상에 맞추어 알맞은 약을 복용시키는 것이 더 좋다.그렇다면 보통 소아 보약은 몇 살 때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아이가 생후 6개월쯤 되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나 외부 자극에 쉽게 감염되는 등 여러 가지 허약 증상이 나타난다.따라서 보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는 가장 적당한 시기는 생후 6개월부터 1년 6개월이 되는 때이다. 만약 녹용을 가미한 약을 복용시키려고 하면 대개 만 1세가 지난 후부터 매년 만 나이에 맞추어 먹인다. 예를 들면 만 3세의 아이의 경우 3첩을 먹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그럼 보약을 먹는 계절은 따로 있을까?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기로, 가을은 영양분을 저장하여 체중이 느는 시기로 인식하여 보통 봄과 가을에 보약을 먹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는 오히려 ‘여름에는 기력을 보충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라며 여름철 보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호흡기가 다소 편안해지는 여름철이 오히려 보약을 복용하기에 적당하다. 또한 환절기나 겨울철에 감기에 잘 걸리는 경우 잠시 감기에 걸리지 않은 시기에 보약을 복용함으로써 이후로 감기의 빈도를 줄이거나 증상의 심한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그러나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요즘 소아청소년들은 하루 두세 번 약을 챙겨먹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체질적으로 허약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전반적인 상황에 맞추어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합리적인 방법이다.새 학년을 맞이하기 전 이번 2월에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2023-02-08

건강하고 오래 사는 법

김영준 포항 약전부부한의원장 예전엔 노인이 하는 ‘어휴, 죽어야지’라는 말이 삼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아파서 힘들다 하는 하소연이지만 그럼에도 내심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일 것이다.옛 원전에도 이러한 장수와 관계된 구절들이 있다.‘상고시대에는 도를 알았기 때문에 음식에는 절도가 있었고 생활에는 법도가 있어 함부로 힘을 쓰지 않아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이야기이다.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동공은 확장되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는 위급한 상황에 소화기로 도는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어 빠른 판단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다.문제는 요즘 우리가 겪는 생활에서 이러한 상황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부담, 가족들과의 불화 등 생활 전반에 걸쳐서 신경 쓸 일은 자꾸만 늘어간다. 스트레스에 과다 노출되면 자주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지며 불안감도 심해지고 불면증도 생긴다.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져 만성 위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건강 악화는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코르티졸이 분비되는데 이는 일종의 면역 억제 상태를 유지시켜 감염성 질환이나 암 등의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것이다.‘황제내경’에서는 ‘뜻을 가라앉혀 욕심을 적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게으르지 않게 하면 기가 순조로워져서 각기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모두 원하는 바를 얻었다’라 하여 스트레스의 원인을 멀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해 욕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떠한 일을 해내기 위한 추진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마음이 편안할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행동하면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동의보감’에는 장수하는 섭생법으로 고치법(叩齒法·치아를 부딪히는 것)과 호흡법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이는 일종의 명상법으로 편향 집중된 생각을 환기시키고 고치, 호흡 등의 부담없는 동작들로 주의를 돌림으로써 만성 스트레스의 상태를 빠져나오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를 실천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다른 작은 일에 신경을 쓰는 편이 훨씬 쉬운 것이다.수천년 동안 많은 사람의 관심사였던 오래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우리는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를 곁에 두고도 먹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아 그간 너무 오래 달리기만 하여 내 마음이 지친 것은 아닌지 올해는 다른 무엇보다 나를 좀 더 아껴주는 한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3-01-18

코로나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기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코로나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확진자가 2천7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2명 중 1명은 걸린 셈이다.작년에는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코로나 발생 초기의 위험성과 공포감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후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일반 독감은 타미플루(알약)나 페라미플루(주사약)라는 특효약이 있어서 비교적 후유증 없이 빨리 회복할 수 있으나, 코로나의 경우는 치료제가 일반화 되어 있지 않아서 해열제 등으로 나을 때까지 버티다보니 후유증이 심하면서 오래 가고 있다.코로나 후유증은 단순한 ‘불편감이 남아 있다’가 아니라, ACE2 수용체를 통하여 전파되는 염증 반응과 섬유화 반응에 의해 실제적인 손상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혈액 응고 체계에 작용하여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코로나 후유증을 ‘시간 지나면 나을거야!’라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적절한 조치를 해서 손상된 조직의 빠른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피로감은 가장 흔한 후유증이다. 여러 가지 염증으로 인해 피로감이 지속된다.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염증 반응이 남아 있다는 얘기이므로 꼭 치료를 해야 한다.호흡곤란, 기침, 가래 증상은 코로나 급성기에 폐와 호흡기관의 내피세포에 일어난 손상 때문에 생긴다.심장 불편감은 심근염 등으로 심장 근육에 무리를 주어 맥박이 너무 빨리 뛰거나, 가슴 답답함, 가슴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머리 증상은 신경염증 증상이 낫지 않으면, 머릿속에 안개 낀 듯이 멍한 느낌이나 두통 등으로 나타난타.후각 및 미각 기능 장애는 후각 신경과 맛을 느끼는 수용체에 손상을 주어 냄새와 맛을 못 느낀다.한의학에서는 대병(大病) 후에 소진된 기력과 진액을 보충하여 인체가 스스로 정상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 주는 방법이 있다. 인삼 황기 숙지황 당귀 녹용 등의 약재가 주로 사용된다. 아울러 항염증 작용이 강한 황련 황금 시호 등의 약재, 폐와 호흡기관의 손상된 내피세포의 회복을 도와주는 맥문동 천문동 사삼 등의 약재, 심장 근육의 기능을 돕고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삼칠근 단삼 등의 약재, 신경염증의 증상을 완화하여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천마 백지 박하 등의 약재, 후각과 미각 기능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신이 유근피 창이자 등의 약재를 후유증의 종류에 따라 적절히 가미하여 처방한다.개인의 체질과 후유증의 종류에 맞게 처방된 한약을 복용한 분들은 증상이 빠르게 소실되어 쉽게 일상으로 복귀한 경우가 많았다.코로나 후유증은 인체 내부에 실제적인 손상을 일으킨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쉰다고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격리가 끝나면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해서 후유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한약 처방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새해에는 코로나가 종식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코로나가 계속 된다면 몸에 좋고 부작용 없는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와 친해져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 해를 잘 보내시길 기원드린다.

2023-01-11

추워지는 날씨, 내 몸 같지 않은 손과 발

김영준 포항 약전부부한의원장 지난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함부로 집 안에만 있어서 잊고 있었을까. 올해는 유독 겨울이 추운 느낌이다. 이렇게 찬 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하고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질 때가 되면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단골 증상이 있다. ‘손과 발이 시리고 저리다’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손과 발의 감각 이상을 여러 가지 표현으로 호소하게 된다. ‘저리다’ ‘시리다’ 또는 ‘발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다’ ‘아프다’ ‘내 발 같지 않다’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증상을 ‘수족냉증’ ‘수족비증’이라고 한다.‘불통즉통(不通則痛·흐름이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이라고 하였다. 날이 추워지니 몸이 움츠러들게 되고 이로 인해 혈관 또는 신경이 눌리면서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손발의 감각 이상의 주된 원인이 혈액 순환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인지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것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먼저 증상이 발생할 때 실제 손과 발이 차가워 지면서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또한 손과 발 양쪽으로 사지 모두에서 나타난다면 혈액 순환의 문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며 시린 근육통을 많이 느끼고 마른 편에 속한다면 체질적으로 수족 냉증이 생기기 쉽다. 여성의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은데 위 증상과 더불어 생리통, 아랫배가 항상 찬 경우, 어지럼증 등이 있는 경우는 단순히 손발의 증상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몸 전체의 혈액 순환이 고려되어야 한다.몸 전체의 혈액 순환이 저하되는 경우 반신욕, 족욕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외출 시에 외투, 장갑, 목도리 등을 챙겨 방한에 더 유의하는 것이 좋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에는 찬 음식이나 찬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체온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되도록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한쪽 손 또는 발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때에는 주위의 구조적 질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협착증’, ‘추간판탈출증’, ‘손목터널증후군’, ‘흉곽터널증후군’ 등 손, 발로 주행하는 신경이 목, 허리, 골반, 어깨, 손목 등에서 압박되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질환들은 평소 직업적으로 많이 하는 동작이나 자세, 습관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악화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좋지 않은 자세와 습관이 유지될 경우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재발하기 쉽기 때문이다.한의학적 치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치료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몸이 차고 추위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 진단 요소가 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순환시켜주는 한약재를 처방하는 것이 중요한 처방 포인트가 된다. 또한 근골격계의 치료에도 경피경근온열요법, 경피적외선조사법, 뜸치료 등 온열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날씨가 추워져서 더 심해지는 수족냉증, 수족비증에 이러한 한열 개념을 고려한 한의학 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