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노인이 하는 ‘어휴, 죽어야지’라는 말이 삼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아파서 힘들다 하는 하소연이지만 그럼에도 내심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일 것이다.
옛 원전에도 이러한 장수와 관계된 구절들이 있다.‘상고시대에는 도를 알았기 때문에 음식에는 절도가 있었고 생활에는 법도가 있어 함부로 힘을 쓰지 않아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동공은 확장되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는 위급한 상황에 소화기로 도는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어 빠른 판단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다.
문제는 요즘 우리가 겪는 생활에서 이러한 상황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부담, 가족들과의 불화 등 생활 전반에 걸쳐서 신경 쓸 일은 자꾸만 늘어간다. 스트레스에 과다 노출되면 자주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지며 불안감도 심해지고 불면증도 생긴다.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져 만성 위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건강 악화는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코르티졸이 분비되는데 이는 일종의 면역 억제 상태를 유지시켜 감염성 질환이나 암 등의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것이다.
‘황제내경’에서는 ‘뜻을 가라앉혀 욕심을 적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게으르지 않게 하면 기가 순조로워져서 각기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모두 원하는 바를 얻었다’라 하여 스트레스의 원인을 멀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해 욕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떠한 일을 해내기 위한 추진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마음이 편안할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행동하면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동의보감’에는 장수하는 섭생법으로 고치법(叩齒法·치아를 부딪히는 것)과 호흡법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이는 일종의 명상법으로 편향 집중된 생각을 환기시키고 고치, 호흡 등의 부담없는 동작들로 주의를 돌림으로써 만성 스트레스의 상태를 빠져나오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를 실천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다른 작은 일에 신경을 쓰는 편이 훨씬 쉬운 것이다.
수천년 동안 많은 사람의 관심사였던 오래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우리는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를 곁에 두고도 먹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아 그간 너무 오래 달리기만 하여 내 마음이 지친 것은 아닌지 올해는 다른 무엇보다 나를 좀 더 아껴주는 한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