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가진 흔한 증상 중 하나로 빈혈부터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내이 질환, 경추 이상, 심리적 요인까지 폭넓게 연관될 수 있다. 어지럼은 크게 회전성 어지럼(빙글빙글 도는 느낌), 체위성 어지럼(자세를 바꿀 때 핑 도는 느낌), 실신성 어지럼(깜깜해지며 쓰러질 듯한 느낌), 그리고 균형 장애형 어지럼(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어지럼은 그 원인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하며 치료의 핵심은 증상 자체보다 그 배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있다.
최근 많은 연구와 임상 사례에서는 어지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를 꼽는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이 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혈류, 심박, 혈압, 소화 기능 등 다양한 생리기능이 흐트러지게 된다. 어지럼 역시 이런 불균형의 신호 중 하나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교감신경 항진 상태는 스트레스, 수면 부족, 경추 긴장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회복력과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만성화되기 쉽다.
치료는 증상의 완화와 근본 원인의 조절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상부경추 추나는 어지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추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경추 1번과 2번 사이의 미세한 위치 이상은 척수 신경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는 추나 요법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 회복을 돕는다. 또한 초음파 가이딩 하에 정밀하게 시술되는 약침 치료는 성상신경절이나 미주신경 부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자율신경계를 조율할 수 있다. 성상신경은 교감신경계를 대표하는 부위이며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계의 핵심으로 이 두 부위를 조절함으로써 어지럼의 근본적 원인인 자율신경 불균형을 치료할 수 있다.
한약 처방은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자율신경 조절 및 체내 순환 개선을 돕는다. 영계출감탕은 몸이 차고 습담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위장의 기능을 도와주고 수분대사를 개선하여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이 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는다. 소시호탕은 스트레스로 인해 화가 차 있을 때 사용하는데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당귀는 혈을 보하고 순환을 돕는 효능이 있어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어지럼증을 개선하는 데 자주 쓰인다. 당귀가 포함된 여러 복합처방은 어지럼증뿐 아니라 동반되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의 증상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어지럼은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자율신경계의 조절과 전신적인 균형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적 치료법인 추나, 약침, 한약 요법이 매우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되찾는 것은 단순히 어지럼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건강 회복과 스트레스 대응 능력 향상, 면역력 강화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어지럼증 치료의 진정한 목표이며 이 과정에서 한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