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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침치료 뇌파를 바꾼다

등록일 2025-08-13 18:06 게재일 2025-08-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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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한 불면, 불안, 두근거림, 소화 장애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히 이상하다. 병원 검사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들 대부분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 자율신경의 흐름과 장부의 기능 정서의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서 접근하고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긴장, 각성, 활동을 담당하고 부교감신경은 이완, 회복, 수면, 소화 등을 담당한다. 이 둘이 균형을 이룰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현대인들은 일상에서 계속되는 자극과 정보 속에 살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늘 흥분된 상태에 놓이기 쉽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 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불안, 집중력 저하 같은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단순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뇌파를 긴장 상태인 베타파에서 이완 상태인 알파파나 세타파로 유도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호흡을 천천히 고르게 하면서 감각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신경계는 반응하기 시작한다.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몸 전체가 회복 모드로 전환된다. 뇌에서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흥분이 줄어들고 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살아나면서 감정이 안정된다.

하지만 명상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몸에 긴장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명상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앉아 있으려 해도 초조하고, 잡념이 끊이지 않는다. 이럴 때 한방치료 특히 자율신경에 직접 자극을 하는 약침치료가 자율신경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성상신경이나 미주신경 익구개 신경절에 있는 혈자리를 약침으로 자극하면 뇌와 장기 사이의 긴장된 신경 회로가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약침을 맞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거나 긴장된 게 풀리면서 잠이 스르륵 오기도 한다. 이건 부교감신경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여기에 더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한약을 병행하면 치료의 지속성과 깊이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처방들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복령, 시호, 치자, 황련 등이 있고, 이들 한약은 심장과 간 신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몸 안의 기혈 흐름을 부드럽게 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높여준다. 단순히 불안함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명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훌륭한 자기치유법이지만 몸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명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억지로 혼자 해보려 애쓰기보다 우선 간단한 걷기나 운동 혹은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이완시킨 후 명상에 드는 것이 좋다. 5분 10분 천천히 명상의 시간을 늘려 나가면 된다. 만약 안정이 안된다면 한약과 약침으로 몸의 긴장을 먼저 풀어주는 게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명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깊은 이완과 집중의 상태는 한방치료와 함께할 때 더 안정적으로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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