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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이유

등록일 2025-12-10 16:29 게재일 2025-1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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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겨울이 되면 평소보다 통증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단단하게 굳으며 허리, 무릎, 손목 같은 관절까지도 예민해지는데 이를 단순히 날씨 탓이라고만 넘기기에는 그 안에 많은 생리학적 기전이 숨어 있다. 

핵심적인 요소는 혈류와 근막이다. 우리 몸은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 유지를 위해 말초 혈관부터 빠르게 수축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과 관절 주변으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고 산소 공급이 떨어지며 노폐물 배출도 지연된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근육은 빠르게 굳는다. 굳은 근육은 스스로 풀리지 못해 더 단단해지고 그 긴장 자체가 통증 수용체를 자극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평소 같으면 별문제 없이 지나가던 작은 자극도 겨울에는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근막의 변화는 더욱더 상황을 악화시킨다. 근막은 근육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이 아니라 온몸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하는 연부조직이다. 근막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섬유가 수축하면서 그 안에 있던 작은 긴장이 전체 근육군으로 확대된다. 결국 움직임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의 미세한 긴장까지도 증폭되어 통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목과 어깨 등은 근막이 넓고 민감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겨울에 목과 어깨 통증이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근막의 온도 반응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변화도 통증을 증가시킨다. 추위는 교감신경을 자동으로 활성화시킨다. 교감신경이 항진하면 혈관이 더 수축하고 근육 긴장은 더 높아진다. 혈류는 줄어들고 조직의 움직임은 더 제한되고 통증 수용체는 예민해진다. 추위가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이로 인해 혈관 수축, 근육과 근막 긴장으로 인해 통증 증가라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겨울 통증 치료의 핵심은 단순하다. 굳은 조직을 풀고 막힌 곳의 혈액순환을 잘되게 하고 항진된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근육층이나 힘줄을 정확히 찾아 침과 부항 약침으로 치료하면 즉시 혈류가 회복되고 근육의 긴장이 빠르게 풀린다. 매선은 수축된 근막을 직접적으로 이완시키며 반복된 긴장으로 틀어진 정렬까지도 잡아줄 수 있어 겨울철 통증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어느 한 부위를 풀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근막 네트워크 전체가 유연성을 되찾으면서 통증이 가라앉는 것이다. 치료 후 환자들이 몸이 따뜻해졌다거나 가벼워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체온 때문이 아니라 조직의 기능이 회복된 결과다.

샤워 후 찬 공기 맞으며 오래 서 있는 행동은 혈관이 수축되어 통증이 악화된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근막이 긴장되므로 주기적으로 목 어깨를 가볍게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하루에 1~2분만 움직여도 혈류가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겨울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니고 몸이 갑자기 나빠져서도 아니다. 우리 몸이 추위에 반응하는 아주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겨울철 통증 관리가 훨씬 명확해진다. 결국 겨울 통증은 기온 변화 → 혈류 감소 → 근막 수축 → 자율신경 항진이라는 연결 고리에서 시작되고 이를 반대로 풀어주면 치료가 된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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