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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덕은 일찌감치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너무 과열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히 군수 선거판은 다른 지역과는 결이 다른 비장함이 감돈다. 이번 군수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의 복구와 민생경제 회복, 원자력 유치 등 ‘먹고 사는 부분’이다. 과거 그렇게 반대했던 원자력 유치 건이 최근 급부상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영덕은 종전 대통령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보수 텃밭’으로 꼽힌다. 이번 본지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무려 80%에 달해 여전히 이를 입증했다. 영덕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장’은 곧 ‘당선 보증수표’와 다름없기에 각 후보들도 6월 본선이 아니라, 4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당내 후보 경선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군수, 절치부심하며 귀환을 바라는 전직 군수, 그리고 지역 기반을 다진 정치 신예가 나서는 ‘외나무다리 승부전’ 이 펼쳐질 것으롤 보여 지역 정가의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현재 판세의 주도권은 김광열 현 군수가 쥐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이 (주)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영덕군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 군수는 39.6%의 지지율로 경쟁자들을 일단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김 군수의 강세 요인은 ‘현역 프리미엄’과 ‘세대 확장성’으로 요약된다. 통상 보수 텃밭의 현역 단체장들이 고령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과 달리, 김 군수는 30대(56%)와 18~29세(46.8%) 등 청년층에서 50%를 넘거나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4년 전 선거에서도 젊은 층의 지지가 높았던 김 군수가 그간 군정을 펼치면서 이 네트워크를 잘 관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군수는 특히 북부권인 나 선거구(지품·축산·영해·병곡·창수면)’에서 42.3%의 지지율을 기록, 2위권 후보들 보다 15%p 이상 격차를 벌렸다. 이 지역은 지난 선거에서도 김 군수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었다. 김 군수는 이 기세를 몰아 최종 경선까지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 군수를 위협하는 추격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2위로 올라선 조주홍 전 국회부의장 선임비서관(28.4%)이다. 조 전 선임비서관은 전체 지지율에서는 뒤처져 있지만, 선거의 ‘캐스팅보트’라 할 수 있는 남부권인 가선거구(영덕읍·강구·남정·달산면)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약 60%가 몰려 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 전 선임비서관은 32.3%를 기록, 김 군수(37.6%)를 오차범위 내인 5.3%p 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인구가 밀집한 남부권의 표심이 요동친다는 것은 약간의 충격에도 선거 판세가 뒤집어 질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조 전 선임비서관은 ‘새로운 리더십’을 앞세워 현직과 전직 군수의 리턴매치 피로감을 파고들며 부동층과 남부권 표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재선 군수를 역임한 이희진 전 군수(22.0%)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4년 전, 여론조사 재실시라는 초유의 사태 끝에 김 군수에게 석패했던 그는 이번 선거를 명예 회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당초 김 군수와의 1대1 재대결을 목표로 하고 지난 4년을 준비했으나 중간에 조 전 선임비서관이 끼어들면서 구도가 바뀌어져 고민이 깊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만 놓고 보면 비상이 걸린 상태지만 8년간 군정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20%대의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 선거전이 펼쳐지면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도 있다.
영덕군수 국민의힘 공천 경선에서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는 ‘룰’이다. 현재 5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들을 2~3배수로 압축하는 ‘1차 컷오프(예비 경선)’를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당심 반영 비율이다. 최근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예비 경선 1차 컷오프 땐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식을 정할 수 있다”고 언급, 불을 붙였다. 만약 1차 관문에서 일반 여론조사보다 ‘책임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진다면, 대중적 인지도보다 탄탄한 당원 조직을 갖춘 후보가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영덕의 선거 과열은 국민의힘 당원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2월 현재 인구는 3만 3000여명으로 매년 감소하는데 반해 책임당원은 4000여명이나 되고 있다. 최근 각 후보들이 3000여명을 더 가입시켜 경북도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나면 영덕에서 국힘 책임당원은 7000여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21% 선으로, 군민 5명당 1명이 국민의힘 당원이 되는 셈이다.
김 군수와 조 전 선임비서관·이 전 군수 진영에서는 일단 ‘컷오프’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결선 투표(당원 50%+여론 50%)에 오를 수 있기에 앞으로 ‘조직표 단속’과 ‘당심 파고들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결선 구도도 어떤 주자들로 짜여 지느냐가 변수다. 경선에 유력 후보 3인 중 2명을 올릴 수도 있고, 3명 모두 내보낼 수도 있다. 3명이 최종 경선을 벌인다면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김 군수가 다소 유리하고, 2명으로 압축된다면 예측 불허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사만 놓고 보면 김 군수는 다자대결 뿐만 아니라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경쟁자들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김 군수는 도내 국민의힘 소속 시장, 군수 상대평가라는 벽을 넘어야 해 도전자들보다 한 단계 더 심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4년 전 단체장 선거에서는 3선 도전 현역들만을 상대로 평가, 일정 수를 탈락시켰지만 이번에는 초·재선 도전까지 포함시키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에 하나, 결선투표에 조 전 비서관과 이 전 군수 중 1명이 나가지 못할 경우 이들이 ‘반(反) 김광열 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항이다. 다만,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반(反) 김광열 연대’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중론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영덕군의 정당 지지율을 볼 때 당분간은 이 구도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중앙당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80.4%로 집계돼, 더불어민주당(10.1%)을 무려 8배 차이로 압도했다. 두 정당 간 격차가 70.3%p에 달하는 가운데 보수 텃밭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세대별 지지율 격차’도 영덕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했다. 18~29세(20대)가 78.2%, 30대 66.7%, 40대 78.8%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등 전 세대가 ‘보수’로 결집한 모양새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경북매일신문이 (주)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영덕군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유·무선(유선전화는 RDD, 휴대전화는 가상번호 활용)을 혼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1%p다. 응답률은 10.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남·고세리·박윤식 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