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굴이나 해산물을 먹고 갑자기 구토와 설사를 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인데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걸리면 너무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노로는 굉장히 작은 바이러스지만 감염력이 강해서 아주 소량만 들어와도 감염되고 잠복기가 짧기 때문에 먹은 지 몇 시간 만에도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장염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열이 거의 없거나 미열만 있어서 감기와 비슷하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조개류 특히 굴에서 자주 검출된다. 굴은 바닷속에서 많은 양의 물을 여과해 먹으면서 자라는데 그 과정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농축되어 껍데기 안에 쌓이기도 한다. 문제는 굴을 살짝 익히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다. 노로바이러스는 100도씨에서 1~3분 끓여야만 사멸하는데 겉만 익히고 속이 덜 익은 상태에서는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증상이 시작되면 구토·설사·복통이 갑자기 몰아치고 하루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못 먹으며 탈수 상태가 되기 쉽다. 특히 노로는 장 점막을 강하게 자극해서 장이 단시간에 예민해지고 설사가 멈춰도 며칠 동안 속이 더부룩하거나 찬 음식만 먹어도 배가 아플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하루 아프고 끝이 아니라 이후 회복 과정까지 관리를 해줘야 재발이 적다.
한방에서는 노로 감염 후 나타나는 급성 위장염을 습열과 외부에서 들어온 사기의 문제로 본다. 바이러스 자체의 자극은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으로 보고 설사와 구토로 몸의 수분·전해질·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은 습열의 상태로 본다. 그래서 한약 처방에서는 수액대사를 조절하고 열을 내려 장 점막을 진정시키고 동시에 잃어버린 기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치료한다. 급성기엔 보통 오령산 류의 처방을 써 장을 안정시킨다. 장이 민감해져 찬 음식만 들어가도 다시 통증이 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사가 멈추고 나면 배는 따뜻하게 해주는 처방을 며칠 복용한다.
급성기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먹기 어렵지만 조금 나아지면 따뜻한 흰죽·미음·계란찜·삶은 감자 정도로 부드럽고 소화 잘되는 음식 위주 먹고 우유, 커피, 기름진 음식, 생야채, 과일 같은 자극되는 음식은 며칠 동안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굴·회·초밥·해산물·차가운 음식은 회복기에 먹으면 장이 다시 예민해져 증상이 재발하기 쉬우므로 최소 1~2주는 조심해야 한다. 노로 바이러스는 특별한 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바이러스를 밀어내는 과정을 기다려야 회복된다. 그래서 한약·침·약침 치료는 이 면역 회복 과정에서 배탈·설사·구토를 완화시키고 장 기능을 빨리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치료를 받으면 소화가 금방 회복되고 복통이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회복이 훨씬 수월하다.
겨울철 굴이나 해산물은 맛있고 영양도 좋지만 노로바이러스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항상 충분히 익혀 먹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만약 구토와 설사가 갑자기 심하게 시작되었다면 노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탈수되지 않도록 수분을 조금씩 자주 보충하고 필요하면 한의원에서 장을 진정시키는 치료를 받아 회복을 앞당기는 것이 좋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