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연구진 보고서 계기 불안 확산···스트래티지 공매도 40% 급증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양자컴퓨터의 해독 능력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12일 주요 외신과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6만6000달러대에서 거래되며 2025년 10월 기록한 최고가(약 12만60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미국의 규제 완화 지연 등이 하락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논란의 계기는 지난해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소속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로선 데이터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거래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한 뒤 충분한 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터로 분석할 경우 해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당장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1월 이후 비트코인 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구조적 위협 요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에서 가상자산 강세론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우드 글로벌 주식투자 총괄은 1월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될 경우 비트코인 코드가 해독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데이터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기업 중 비트코인 최대 보유사로 꼽히는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해 9월 이후 40% 증가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S3는 전체 유통주식의 10% 수준까지 공매도가 확대된 배경 중 하나로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른 비트코인의 취약성 우려”를 지목했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과 거래소 업계는 위기론을 일축하고 있다. 스트래티지를 이끄는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5일 “양자컴퓨팅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비트코인의 실질적 위협이 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자컴퓨터에 대비한 보안 강화 연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디지털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스도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기술 혁신이 있더라도 공격 대상은 구형 보안 체계를 사용하는 일부 비트코인에 국한될 것”이라며 “당장 닥친 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일러 회장의 발언 직후 스트래티지 주가는 하루 만에 30% 가까이 급등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일 종가는 126달러로 연초 대비 약 20% 떨어졌다.
비트코인 역시 한때 7만달러선을 회복했으나 11일 다시 하락하며 6만600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