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틱톡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오다 기본적인 틀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미국과 중국간의 ‘틱톡’ 문제는 일개 글로벌 기업의 글로벌 플랫폼이 죽고 사는 것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자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경제 질서까지도 뒤흔들 직·간접적인 파급력을 가진 사안으로 봐야한다.
이번 합의가 지니는 의미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자국 내 플랫폼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동시에 중국이 지닌 IT부문의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도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사수하겠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패권’은 추상적인 가상의 세계가 아닌 국가와 경제주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실 속 이야기임이 재확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안을 포항, 경주 등 지역경제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포항·경주·울산으로 맺어진 ‘해오름동맹’ 경제권은 철강, 자동차, 조선, 원전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제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 3곳의 지자체들이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DX), 이차전지, AI 기반 신산업들이다. 포항에서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AI·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고, 울산은 수소경제와 친환경 모빌리티에, 경주는 원자력과 관광·MICE의 융합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글로벌 플랫폼과 연결 또는 같은 방향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저 ‘반쪽짜리 혁신’에 그칠 수 있다. 이번에 미·중 양국이 플랫폼과 데이터, 콘텐츠를 둘러싸고 격한 충돌과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을 보면 더욱 자명하다. 지역경제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하려면 기술 표준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주변 강대국들과 엇비슷한 수준의 궤도에 올라타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틱톡’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합의는 단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신호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주권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또 지금의 미·중 디지털 전쟁의 여파가 지역 기업들의 수출 여건과 투자 유치에도 직결되기에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울산 등 한반도 동남권 지역은 이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험난하겠지만 이 파고를 넘어가면 전통적인 제조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디지털 제조‘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중심지역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지역 상공회의소와 대학·지자체들은 미·중 디지털 패권 다툼을 우리와는 상관없는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앞으로 지역이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싱크로율을 미세 조정한다는 산업전략 마련 차원에서 접근 할 때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