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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성 없는 21대 대선, 이대로는 안된다

이번 6·3 조기 대선은 단순한 대통령 교체가 아니라 정치적 혼란 이후 국민이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대선 후보들은 최근 잇따라 정치·경제·사회 분야 공약들을 발표하면서도 ‘여성의 삶과 경험’을 의제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여 만에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7일 2023년 우리 국가성평등지수가 65.4점으로 전년(66.2점)보다 낮아졌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특히 감소 폭이 가장 큰 지표는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 인식 수준(60.1점→43.7점)이었다. ‘경제적 부양 및 가족의 의사결정은 남성이 하고 가사·가족 돌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에 동의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의 인구 정책, 노동시장 구조, 경제성장 전략과도 직결된 요소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간담회에선 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집담회의 부제이기도 한 ‘여성 없는 21대 대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정치 현실에 대한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계엄 사태 이후 지난 몇 달간 광장과 거리의 중심엔 청년 여성들이 있었다”면서 “이번 조기 대선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들은 그들의 목소리와 의제에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성 의제들은 저출생·노동시장·고령화 사회 돌봄 이슈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에도, 대선 후보들은 최근 잇따라 다양한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여성 의제에 침묵하면 여성 유권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는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부를 폐지하고 가족 관련 사무를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했다가 이후 2010년 3월에 다시 개편된 역사를 갖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실현, 청소년 및 가족 지원, 다문화 및 한부모 가족 지원, 여성 폭력 예방 및 지원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여성의 권리와 가족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고, 성평등 정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가족의 복지를 위협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과 가족의 복지 향상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성평등과 가족 복지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국민은 이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에 여성들은 여성, 젠더, 성평등, 가족, 질적인 여가부 기능을 확대하고, 그에 따른 예산 수립에 힘써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희정 편집부국장 대우

2025-05-06

정치의 사법화, 우려된다

윤희정 편집부국장대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개되는 정국 현상은 마치 온 국민이 어지러운 불량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형국이다. 허점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일인 만큼 ‘시급성’ 못지않게 ‘신뢰성’에도 무게를 두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진행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변론기일을 통지했다. 헌재가 발표한 변론기일은 오는 14일부터 2월 4일까지 5차례다. 일정대로라면 주당 2회꼴로 재판이 진행되는 셈이다.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후 국회 측 대리인단은 “예상대로 변론기일을 진행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 측은 “방어권을 제한하고 신중한 심리를 저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된 것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이날 탄핵 사유에 적시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일이다.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등 중대 범죄’가 탄핵 핵심 사유로 명시돼 있다. 이를 제외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탄핵을 주도한 야당이 재판 속도를 앞당기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 탄핵 심판은 내란죄 성립을 토대로 한 것인데, 내란죄를 뺀다면 탄핵소추 의결 자체가 무효 아니냐”며 반발했다. 헌재는 국회 측에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내란죄’ 포함 여부는 오는 14일부터 진행되는 정식 변론기일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학계에선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내란죄를 임의로 배제한다면, 심판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소추 사기’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은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빼려면 국회의 예비 심판인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학장은 “헌재는 이번 탄핵을 즉시 각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의 정국에서 헌법재판소의 존재감이나 역할은 다른 기관을 압도한다. 마치 이 나라의 운명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통째로 맡겨진 듯한 상황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치변동을 주도하는 주체는 소수의 정치지도자에서 사법부로 넘어가는 추세다.‘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시점에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사법부가 극단적인 정치분위기에 휩싸여 흔들리는 것이다. 이미 두 차례나 대통령 탄핵소추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그 이후 얼마나 뒷말과 혼돈이 깊었는지를 반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닉슨 대통령을 탄핵할 때 조사를 2년간이나 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1년 이상 조사를 진행했다. 최소한 국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와 법리를 확보한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여야갈등을 겪는 국가 주요현안마다 정치과정이 아닌 사법절차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정치의 사법화가 크게 우려스럽다. 하루빨리 극단적 진영정치가 청산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복원되길 기대한다.

2025-01-05

이 가을, 한 권의 책

윤희정 부국장대우 2017년 이후 6일이라는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보냈다. 전국이 모처럼의 고향 방문에 즐거운 표정을 짓는 가족 단위 귀성객들로 내내 활기가 넘쳤다. 전통시장은 추석선물이나 차례 용품을 사려는 지역민들로 붐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푸근한 인심을 나눠야 할 시간에, 존속 간 다툼과 살인이 벌어지는 안타깝고 딱한 뉴스도 접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고 복잡하다. 서로 다른 모양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원인일까.머슬러는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욕구는 인간을 성장하고 발달하게 하며, 인간 자신을 실현시키고, 성숙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심리적 건강과 성숙을 향한 인간의 잠재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다는 얘기다.반면에 천주교 교리는 ‘인간 성숙은 그 시초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삶의 한순간 갑자기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수용의 자세로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상적 목표로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인간의 삶은 성숙을 위한 여정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인격은 인간 성숙에 기반한다. 인성, 성품, 품성, 성격, 기질, 개성, 사람됨 등으로 설명되는 인격은 개인이 자기 자신을 유일한 특정적인 자아로 생각하는 작용이자 자아의식이다. 브리태니커 세계 백과사전은 ‘인격적인 사람’을 도덕적 행위의 주체이자 진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를 지닌 존재로 정의하면서 성격에 도덕을 추가한 것이 인격이라고 했다.성숙한 나의 실현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하게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격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은 바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능력을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다.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건강과 행복은 간과하고 각종 질병과 불행에 괴로워한다. 그것이 단지 외생변수 때문이 아니라 만약 자신의 가치 상실이나 성격상의 문제라면, 개인의 정체감 확립이 당면과제다.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름 속을 방황하는 이상주의자처럼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불안과 괴로움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명료한 언어들을 만나게 되면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된다.가을이 깊어간다. 요즘 서점가를 휩쓰는 ‘슬로 텐션(slow tension)’ 소설도 좋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하는 에니어그램 관련 도서도 좋다.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직관학으로 변화와 성숙이라는 삶의 묘미와 진수를 경험하게 하는 에세이들도 괜찮다. 그런 책들은 읽을수록 마음을 편하게 한다. 분주한 일상도 내려놓고, 긴장도 풀고, 나만의 삶의 속도를 되찾아 줄 한 권의 책을 손에 쥐어보는 여유를 찾아보자.

2023-10-03

쇼맨십이 필요한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대목이 바로 국정홍보분야가 아닌가 싶다.문 정부 초기에도 우리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실업 문제가 심각했다. 문 대통령은 열심히 경제를 살리겠다며 재계인사들과 각종 회의를 열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고, 일부 유치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상황판’을 청와대 사무실에 설치, 매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문 정부 임기말엔 일자리 상황판이 어디로 갔는 지 말없이 사라지는 민망함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정부가 일자리창출에 노력하고 있구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이에 비해 취임 2달 남짓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혹자는 좌파성향의 방송 언론환경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남탓만 해선 안 된다. 필자 생각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국민들이 가장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경제·인사문제에 대해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액션이 없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대통령이 민생을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데도 국민들에게는 이런 사실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데, 아직도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등 경제부처 공무원출신 장관들에게 경제를 맡겨 놓은 줄 아는 국민들이 많다.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민생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 바로 대통령실 홍보전략의 부재다. 대통령이 뛰고 달리는 모습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는 언론의 속성을 고려한 홍보전략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예를 들어보자.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을 보살피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려면 복장이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야전 점퍼차림에 전시체제에 걸맞는 배경음악, 특정 부서 장관에 대한 질책에 이어 뜨거운 토론 분위기…. 국무회의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하더라도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을 만한 헐리우드 액션 연출이 필요하다.나라살림이란 게 단편적 조치로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겠지만 정부가 민생을 위해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쇼맨십이라도 보여야 한다. 얄팍하게 남을 현혹해 그때그때의 효과만을 노리는 수완으로서 쇼맨십이 아니라 특이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혼자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하는 태도로는 안된다.대통령의 손짓 하나하나에 스팟 조명을 비추고, 현 정부에서 잘 하고 있는 현상들을 적극 알리고, 덕담하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쇼가 필요하면 쇼라도 해야 한다. 그게 국정홍보요, 민심돌보기다.

2022-07-14

‘尹心’, ‘朴心’보다 중요한 ‘民心’

정상호경북취재부장 대구시장 선거 과정에 ‘윤심’과 ‘박심’이란 말이 등장해 정치적으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윤심’이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음속으로 지지하거나 후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심팔이, 박심팔이 하지말라’는 것은 대통령 당선인과 전직 대통령 이름을 팔아가며 시장에 당선되려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는 정치공세로 보인다. 곧 청와대에 들어갈 차기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있는 정치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출소 후 달성군 사저로 입주한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정치적으로 무시 못한다. 출마자 입장에선 ‘윤심’, ‘박심’의 지지를 받는다면 어느 쪽이든 대구시장 선거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나쁠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시장 선거에만 ‘윤심’과 ‘박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중 상당수는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윤 당선인과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캠프에서 얻은 각종 직함을 내밀며 ‘윤심 마케팅’에 열심이다. 일부지역에서는 그런 윤심마케팅을 하는 후보가 공천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도 나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윤심’도 좋고, ‘박심’도 좋지만 지방 선거가 그런 것에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진정 지역민과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일할 수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정치구도상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민심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국민의힘 공천에만 사활을 건다.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덕성과 능력, 경륜을 공천의 기준으로 삼아 침체된 지역현실을 타개할 인물을 찾기보다 자기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공천이 아니라 사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기준도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기준 미달 후보를 골라내는 컷오프라는 것도보기에 따라 국회의원이 칼 자루를 쥐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껄끄러운 후보를 쏚아내는데 활용되는 것처럼 비쳐진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후보를 골라 주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쓸 요량으로 정치적 갑질을 일삼는 행태로 풀이된다. 경북도 인구의 5분의1이 살고있는 포항시도 요즘 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온갖 말들이 시중에 나돈다. 포항시장은 51만 도시의 수장으로 포항 시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다. 앞으로 포항을 어떻게 이끌어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시민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인물이 다음 시장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방법으로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그 책임은 공천권을 행사한 사람이 향후 져야 할 것이다. 선거는 축제라고 한다. 포항시민 모두가 환영할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게 ‘윤심’, ‘박심’보다 중요한 ‘민심’이다.

2022-04-21

BTS와 노병(老兵)

정상호경북취재부장(국장대우) 방탄소년단(BTS)의 병역면제 여부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BTS는 월드 스타다. BTS가 공연 할 때는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BTS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화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이로 인해 BTS에 대한 병역면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국위선양을 한 만큼 병역면제를 해주자는 이야기를 일부 정치인들이 제기했지만 성사단계 까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BTS 관계자가 해외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 “병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멤버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국회에서 어느 방향이든 조속히 결론을 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멤버 중 최연장자인 92년생 한 명이 병역법 개정이 불발되면 내년에 입대할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다급해진 소속사가 이 문제를 들고 나선 것 같다.정치권은 즉각 화답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이들을 위한 병역특례법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찬성하는 의원은 “BTS가 군대에 가지 않고 계속 공연을 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찬성하는 쪽 만큼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2030세대들은 “국위선양 기준이 뭐냐” “명백한 특혜고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아무리 월드스타라 해도 엄연히 대중가수인데, 돈은 돈대로 벌고 거기에 병역면제 혜택까지 주는 것은 공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참혹한 전쟁을 경험하고 남북으로 갈라져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최근 경북매일신문에서는 6·25전쟁 당시 영덕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생존 노병들을 찾아 그들의 잊혀진 전공을 재조명하고 있다.‘장사상륙작전’은 6·25전쟁의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작전이다.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다. 700여 명의 학도병들이 이 작전에 동원됐다. 이들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됐지만 상륙작전의 임무를 100% 완수해 냈다. 군번이 없기에 훈장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백척간두에 섰던 조국을 내 손으로 지켰다는 가슴속 자부심은 훈장보다 더 값질 것이다. 꿈 많은 앳된 10대 학생이었던 이들 중 지금 남아있는 생존자는 거의 90대다. 어느 참전용사는 100살에 한 살 모자라는 고령이다.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이가 어려 입대를 피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자원입대했다는 점이다. 이영희 옹(91·전 옥천교육장)은 대구로 피난 온 아버지가 가문을 이어갈 금쪽같은 장남인 자신에게 입대를 권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조국을 위해 싸우는데, 내 아들만 군대에 보내지 않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수면 위로 떠오른 BTS 병역면제 찬반논란의 와중에 ‘장사상륙작전’ 노병들의 애국심이 새삼 오버랩 된다.

2022-04-14

석곡기념관 건립 의미와 과제

윤희정종합취재부장(부국장대우) 포항시가 석곡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0일은 시민들에게 무척 뜻깊은 날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석곡기념관의 청사진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석곡(石谷) 이규준(1855~1923)은 포항이 낳은 근대 한의학의 선구자이자 실학자인 조선 후기의 대표적 유의(儒醫)다. 석곡기념관은 그의 역사적 업적과 남긴 모든 발자취를 조명하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교육·문화·체험·관광자원으로의 창출을 목적으로 건립이 추진돼왔다. 하지만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변화추세에 비추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내년 5월경 시민들에게 선보일 기념관은 이규준의 생애와 학문, 업적을 담은 전시공간으로서 석곡 생가가 있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주민과 향토사학자, 석곡 제자들의 모임인 소문학회 등이 소원해온 20여 년 염원의 결실이다. 기념관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548호로 지정된 이규준의 저술 목판 364장을 보관할 수장고, 선생의 각종 유품을 전시할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을 구비한다. 또 영상관과 휴게공간인 카페테리아도 마련한다.이 같은 문화재는 지역주민에게 문화적으로 예술문화 정체성·문화생활에 도움을 주고, 사회적으로 공동체·사회통합·사회자본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또 교육적으로 전통문화·인문정신문화·지역사회를 이해시킬 뿐 아니라 나아가 경제적으로 관광·문화경제·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 문화진흥의 핵심 동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특히 최근 지역 문화산업은 창조산업의 영역 확대 등 지속적, 근본적인 변화과정을 맞고 있다. 가히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번 석곡기념관 건립을 지역 문화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용해 보자. 50여억 원으로 지어지는 제1종 박물관인 기념관이 과연 지역 문화산업의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기념관의 글로벌화의 확장 모드를 고려해 건립했어야 마땅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최근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다시 달라지고 있다. 지역의 경쟁자는 인근이 아니라 세계 어딘가에 있는 지역과 문화 콘텐츠들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산업정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로 방향성이 바뀌어 가고 있다.소중한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전·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한 곳도 없는 포항에서 접근성이 좋은 석곡기념관은 민족의 앞날과 민생을 염려한 유학자의 신념을 면면히 기억하고 계승하는 또 다른 문화 콘텐츠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산 교육장이 되리라 믿는다.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예산 추가확보를 통한 체험실 등 공간의 확충 노력과 함께 인근에 있는 석곡서당 및 생가 등과 연계한 석곡 문화벨트를 조성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전시물을 더 발굴해 볼거리를 늘리고, 즐길 거리도 함께 제공해 유익한 교육의 산실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선조들의 발자취를 체험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의미 있게 찾는 글로벌 메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2022-04-04

5년간 망가진 나라 바로 세워 주길

정상호경북취재부장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윤 후보에게로 모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당선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지치고 실망한 국민이 투표로 준엄한 심판을 한 것이다.지난 5년 간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치보다 자신의 지지 세력만 바라보며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로남불로 대변되는 위선과 불공정에 국민들 가슴은 부글부글 끓었다. 국민과 야당이 그토록 반대해도 임기 내내 자기 사람을 정부 곳곳에 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외향적 경제지표와 달리 국민들 입에선 지난 정권보다 살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지 오래다. 내놓는 정책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면서 이제 서울은 물론 지방마저 월급 모아 집 사는 꿈은 멀어졌다. 규제를 풀고 공급을 늘려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재건축에 온갖 조건을 갖다 붙이고 대출을 옥죄면서 집값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반시장적 정책을 참사의 원인으로 꼽는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있었더라면 나았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부동산정책만은 자신 있다고 큰 소리 치더니 결국은 국민에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생소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선무당 사람 잡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은 되레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의 주름살만 가중시켰다.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근로시간 단축에 투자의욕이 꺾이고, 그 바람에 젊은이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쪼그라들었다.영화 한편에 감동해 시작된 탈원전은 50년간 쌓아온 원전강국의 위상을 흔들고 수많은 원전 강소기업들이 고사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제와선 탈원전 정책을 편적이 없다고 강변하니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국민들이 윤석열 후보에 표를 던진 요인 중 안보 불안이 큰 작용을 했다.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무수한 도발행위에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 남매의 심기가 더 중요한지 말 한마디라도 단호하게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애초 북한이 주적인지 물어도 대통령은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우리 안보의 절대적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국민이 보기에 문재인 정부 내내 불안불안해 보였다.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은 우리 생존에 필수적 사항이 아닌가. 그런데 사드 배치를 비롯한 각종 사안마다 문재인 정권은 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야당의 반미, 친북, 친중, 친러 정권이라는 성토가 국민의 가슴에 더 와닿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재인 정권이 5년간 망가뜨린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훼손된 정의와 공정을 바로 잡아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화 시키고 튼튼한 국방력을 회복시켜 국민의 안보불안을 잠재우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 다음은 각종 규제를 타파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워 침제된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무엇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방 유세 때 약속했던 사안들을 실천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뤄주길 바란다. 지방소외란 말이 윤석열 정권에선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2022-03-10

44번 버스의 교훈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중국 오지의 한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다.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던 청년이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운다. 2시간이나 기다렸다는 말에 젊은 여성 운전사는 친절한 미소를 짓는다. 이후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다시 2명의 남성을 태웠고, 잠시 뒤 이들은 강도로 돌변한다. 두 강도는 승객들의 금품을 모두 빼앗고 폭행까지 한다. 그러다 여성 운전사를 훑어보고는 성폭행을 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서 끌어 내린다. 청년은 승객들에게 그냥 두고 볼 거냐고 소리치지만 승객 모두 고개를 돌린다. 청년 혼자 강도들을 막아 보려 하지만 오히려 강도의 칼에 찔려 부상만 당하는 등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운전사는 승객들을 말없이 돌아본다. 뒤늦게 청년이 버스에 타려 하지만 운전사는 청년을 매몰차게 버려둔 채 버스를 몰고 떠나 버린다. 허탈한 청년은 다른 차를 얻어 타고 길을 가는데,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경찰이 보인다. 청년이 탔던 44번 버스가 교각을 들이받고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운전사와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경찰의 말에 청년은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이 여성 운전자는 이 버스에서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청년 한 명이라고 생각했고, 나머지 모두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의 길에 동반시켰다. 한마디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비겁한 방관자의 최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 내용은 중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으로, 지난 2001년 홍콩에서 영화 ‘버스 44’로 제작돼 알려졌다. 러닝타임 11분 밖에 안되는 독립영화지만 너무나 강력한 메시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지금 우리나라는 향후 수십년을 좌우할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시기에 도래했지만 국민은 어느 때보다 참담한 상태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골라야 하나 후보마다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비리 의혹에다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최근 아들의 도박 혐의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시장·군수 후보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검찰 총수까지 올랐지만, 아내와 장모 리스크에 공정과 정의라는 본인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고, 어정쩡한 사과 등 대통령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를 기대하기는 부족해 보인다.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고, 서로의 치부만 들추어내는 네거티브가 극에 이르고 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상당수의 젊은층을 비롯 중장년층도 투표에 무관심해 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다. 하지만 후보가 우리의 마음에 들지않을수록 국민이 이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44번 버스의 방조자가 되어 함께 자멸의 길을 걸을 수는 없지 않은가.플라톤은 말했다. “정치를 외면하다 보면 오히려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고. 문득 랭보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오 성(城)이여, 계절(季節)이여,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었으랴’.

2021-12-21

잡초를 두려워하라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덥다, 너무 뜨겁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핫한 날씨에 도로를 걷다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이맘때면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또다른 반대급부도 얻는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나 인도블록의 작은 틈속에서 어김없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본다. 블록의 작은 틈바구니와 찢어진 콘크리트 땅속에서 이름모를 풀들이 자신의 머리를 내밀고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소위 이름도 잘 모르는 잡초다. 흔히 잡초는 주로 산과 들판에서 스스로 번식하는 잡다한 풀들을 일컫는다.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결코 나쁜 의미도 아니고 특정한 식물 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것을 흔히 잡초에 비유하는 등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다. 농사에 있어선 재배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먹는 주적이고 제거대상일 뿐이다.하지만 잡초는 무조건 제거대상이 아니다. 뿌리를 깊이 내려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분을 퍼 올리는 역할과 더불어 표토층을 보호하는 등 땅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다.“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보리밭에 밀이 나면 밀이 잡초이고, 도라지 밭에 산삼이 나면 산삼 또한 잡초인 것이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잡초와 주초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지쳐가고 있는 국민은 요즘 더 힘이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터널 속에 갖힌 채 가마솥 더위 속에서도 부족한 전력 때문에 냉방기 온도도 맘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등 그야말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이 민초들이 감내해야 한다. 답답한 현실 앞에서 새삼 지도자의 중요성을 느낀다.현 정부는 백성을 잡초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집권이래 지금까지 야당과 지겹도록 투쟁만 했을 뿐 국가를 위한 백년대계에 어떤 디딤돌을 놓았는가. 안보불안에다 코로나 대처 미흡, 공수처 갈등, 검찰수사권 문제 등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관련, 멀쩡히 완공된 원전 가동을 수년째 미루고 앞선 정부에서 계획된 원전까지 백지화로 돌리는 등의 정책은 국민에 대한 오만이다. 악법도 법이듯 과거정부에서 기획된 정책은 존중되야 하고 바꾸거나 폐기할 경우 보다 엄격히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등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위정자의 이념이 국익에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잘못된 정치로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를 빼앗기는 것을 경험하는 등 지도자의 중요성을 수천년동안 지켜보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정치시대는 이미 끝났다.흔히 잡초는 민초로 여겨진다. 잡풀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듯 민초들은 위정자에 밟히고 치이더라도 이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십명의 잠룡들이 각자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진심으로 민초들을 어루만지고 또한 두려워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민초(잡초)는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는 것을 위정자는 알아야 한다. 잡초는 괄시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할 지어다.

2021-08-10

여야 대선 예비후보의 ‘원팀’ 실종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다.최근 대선 예비후보들의 행보는 폭염과 열대야에다 동남아 스콜이 복합된 날씨만큼이나 정제되지 않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특히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 모두 이른바 ‘원팀’을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하면서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도출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명목상 ‘원팀’을 강조하면서 이재명·이낙연 두 예비후보를 필두로 후보 검증이라는 말로 이전투구를 넘어 과열 비방전 상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하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격하는 배우 김부선씨를 선거판에 출연시켰고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친분설을 제기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등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가열됐다.여당 내 대선 예비후보 중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의 삐거덕거림은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잡다한 집안싸움으로 비치기 충분하다.후보들 간 선을 넘은 상황에서 원팀이라는 구호가 아득하게만 보이는 것은 불문가지다. 과거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서로 적자임을 강조하며 밥그릇 싸움을 하던 양상과 거의 비슷하게도 보인다.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이같은 행보에 동참했다. 4일 국민의힘은 대선주자들의 제1호 행사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생수와 마스크, 삼계탕 등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실시했다.이 자리에 김태호·안상수·원희룡·윤희숙·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 등 8명의 대선주자만 참여하고 나머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박진 의원은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다만, 최 전 원장은 부인인 이소연씨가 대신 참석했다.당 대선 경선 과정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도 함께 했지만, 5명의 대선주자 불참으로 당내 첫 대외행사는 결국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마는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이에 하태경 의원 등은 SNS를 통해 불참한 대선주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원팀’이미지가 사라졌음을 알렸다. 여야 할 것 없이 이같이 당내 대선 주자들 간 엇박자 행보는 결국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자신만의 정치일정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이 노출된 셈이다.여당은 서로 친문의 적자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상태고 국민의힘은 당보다는 개인의 일정이 우선되는 아이러니를 표출해 ‘뭐가 중한디’라는 말이 나오기 충분하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은 결국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은 국민과는 상관없는 ‘자신들만의 리그’라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여야 모두 요즘 날씨처럼 뜨거운 열기만 있고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주장하는 구호처럼 당내에서부터 먼저 정립돼야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그동안의 선거가 증명했다.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로서 말해줄 일만 남았다.

2021-08-05

대월동화와 공룡뼈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대월동화(大月東火)란 말이 있었다. 한자사전이나 사자성어 모음집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문을 좀 안다고 해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단어다. 하지만 대구에서 학교나 청장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대구백화점은 월요일이 휴무고 동아백화점은 화요일에 쉰다는 뜻으로 일반인이 만들어낸 인조단어다. 대구와 동아백화점은 지역의 대표 유통기관으로 대구시민을 비롯 비교적 가까운 구미 경주 포항 등 인근 시군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성장을 함께 해왔기 때문으로 그만큼 시민들과 더불어 기업경영이 지속됐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양 백화점은 토종으로 지역경기의 큰 축을 담당해 왔지만 거대자본을 앞세운 수도권의 대형백화점이 몰려오면서 변화하는 세태를 극복하지 못한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더불어 대월동화라는 단어도 지워졌다. 수십년동안 함께 해왔던 기업이 영원히 같이갈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결국은 문을 닫는 사태를 보면서 시도민들도 많은 상념이 교차됐다.경북도에는 박물관 등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다. 도청 앞마당에 있다가 청내 어린이집 옆으로 이동해 전시중인 공룡뼈다. 공룡 몸체가 아닌 뼈를 전시한 것은 ‘변화지 않으면 이렇게 앙상한 뼈만 남게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이철우 지사는 2018년 도지사 취임 후 다음해 세계적 기업인 구글 본사를 방문해 큰 감명을 받은 후 길이 10.5m, 높이 3.5m 크기의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조형물을 설치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후기 백악기에 생존한 육식공룡으로 가장 힘이 세 당시를 주름잡았던 공룡이다.이 지사가 공룡뼈를 설치한 것은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는 것을 강조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 지사는 취임 초 “경북도 공직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활력이 없고 변화에 대한 의욕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일부 불평을 잠재우고 해피댄스와 맨발걷기, 간편복장 등을 도입한 것을 비롯 급기야 공룡뼈까지 가져다 놓았다. 이는 공직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한 이 지사의 몸부림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도정에 만족할 만한 변화가 보인다면 이 공룡뼈를 검무산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대월동화와 공룡뼈에 대해 재삼 반추해본다. 지역의 버팀목이었던 대구와 동아백화점도, 백악기를 주름잡았던 공룡도 변화하는 세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라졌다. 이 지사가 그렇게 강조한 변화의 바람이 도정내에서 과연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는가를 한번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 됐다. 내년이면 이철우 지사도 4년간의 지사 임기가 끝난다. 물론 재선의 길이 있겠지만 초임 임기 내 화두로 삼은 ‘변화의 길’이 그만큼 험난하고 어려웠던 만큼, 과연 어디까지 변화했는지 중간 결과물이라도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다. 지금 공룡은 도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가 완성돼 공룡이 도청을 떠나 검무산으로 가는 날이 언제일까. 진정 이 날이 오긴 올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도청에서 뼈만 앙상한 채 지나가는 길손의 눈팅대상으로만 있을 것인가. 오직 도청 공직자와 이 지사만이 해답을 낼 뿐이다. 많은 시도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1-06-08

시드니의 개나리

이창훈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고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도 시간을 멈추지 못한 채 세월을 지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춘 3월을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개나리가 샛노란 잎을 틔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개나리는 봄의 전령뿐 아니라 샛노란 꽃으로 무장해 오고가는 길손의 눈길을 사로잡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에 더욱 아련하다.개나리를 보면서 문득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이민을 가 호주 시드니에서 성공한 교민이 있었다. 그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삶을 누렸지만, 항상 향수병에 시달리는 등 마음속 깊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이듬해 봄이 됐고 그는 개나리가 만개하기를 기다렸다. 깨끗한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개나리의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더욱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첫 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됐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가 아예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뿌리가 일정한 저온기간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용어로 ‘춘화현상(Vernalization)’이라 하며 튤립과 백합, 라일락,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봄철 한때 지나가는 자그마한 식물도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거친다.개나리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판과 정치판을 들여다 봤다.지금 지역의 화두는 어떤가. 사라져 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군위의성에 유치했지만, 첫삽도 뜨기 전에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굴러들어온 돌에 튕겨나갈 위기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초법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결과다. 이는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권이 법과 이성을 깡그리 무시한 채 힘의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정상적으로 거치면서 성장해 온 이성과 합리성을 갖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야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다.올바른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휴지통에 들어간 좌파사상으로 무장된 세력들이 진보라는 미명 아래 대거 정관계에 진입하면서 선무당이 생사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이들은 철저한 사상무장으로 각종 분야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로 자신들의 논리가 최고의 선인양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면서 국책사업마저 뒤집고 있다. 이런 판을 깔아준 국민도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는 정치인은 자신의 당리당략보다 먼저 국익을 생각해야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이들 정치인을 ‘춘화현상’을 거치지 않은 시드니의 개나리로 보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시드니의 개나리도 일정기간 냉장고에서 저온기간을 거친 뒤 심으면 꽃이 핀다고 한다. 작금의 정치인을 냉장고 넣어 저온숙성을 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있다. 이로움(利)이 보이면 의로움(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2021-03-02

백약이 무효인 부동산 대책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정부의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미친듯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한해는 코로나19로 대부분 산업은 기나긴 어둠의 터널이었지만, 유독 아파트 분양시장만은 활기가 넘쳤다. 그동안 정부는 대출규제와 각종 세금 인상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상하게도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았다. 정부의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하다 곧바로 반등세로 돌아서는 현상이 이어지며 ‘똘똘한 한 채’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더 양산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구로 묶으면 이른바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지역들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까지 나왔다.대구 수성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이후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했고 지난해 11월 조정지구라는 규제까지 함께 발동했지만, 범어동과 만촌동 등은 끝 간 데 없이 가격 폭등세로 정부대책에 응답했다.심지어 수성구 인근의 경북 경산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풍선효과로 인해 들썩이는 등 백약이 무효라는 말 그대로였다. 이후 수성구 아파트 매물은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씨가 말랐고 계약한 매매 물건마저 집주인이 2배로 위약금을 물고 취소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매매 가격을 낮게 게시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현수막까지 나붙으며 일부는 소송으로 번지는 진풍경까지 나타났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결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헛심만 쓴 셈이 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만든 머리 좋은 국토부의 공직자들이 정말 부동산을 잡을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의문이다.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이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곧바로 막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한 방법이고 현재의 아파트 분양방식을 완공이나 시공 이후 분양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분양권 전매는 지난 1999년 3월 IMF경제위기에 따라 최악의 상태에 빠진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발표했다. IMF를 졸업하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제한 범위만 일부 조정될 뿐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분양권 전매를 완전히 제한하면 부동산 투기자금이 들어설 수 없어 진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돌아가고 아파트 가격 급등세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선 완공 후 분양제를 도입하면 살집이 필요한 이들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면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이들이 더이상 발붙일 방법이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건립된 아파트를 직접 볼 수 있어 모델하우스 건립비용이 없어지고 ‘억지 춘양격’인 발코니 확장을 비롯한 각종 부대설비 비용 등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아파트 시행사도 최대한 분양가를 낮춰야 다른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 가격은 담당 구청이 조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억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이 중 하나라도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다면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대책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국토부는 모르고 있을까.

2021-01-19

이상한 대구 부동산 시장

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부국장 대우)대구 부동산 시장이 이상하다. 특히 수성구의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미쳤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의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한국감정원이 지난 2일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주택매매 가격은 지난달에 비해 0.75% 상승했다.대구 부동산의 상승폭은 세종(1.43%), 대전(0.81%)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세번째이고 전국 평균 상승률 0.32%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대구 수성구는 1.91%가 올라 전국 지자체 중 상승폭 1위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후 특정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심지어 ‘학세권’과 ‘초품아’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수성구 중 이른바 ‘범4만3(범어4동, 만촌3동)’의 집값은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고공행진에 접어들었다. 지난 8월 ‘빌리브 범어’ 84㎡형이 15억3천만원에 거래돼 비수도권 최초로 15억원을 돌파했고 준공된 지 40년을 앞둔 범어4동 한 아파트 84㎡ 매물의 호가는 이미 지난달 18억원을 넘어 얼마까지 오를지 짐작할 수 없다.대구 수성구는 부동산 매매는 물론이고 전세마저도 거의 자취를 감췄고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가끔 등장하는 급매물도 내놓기가 무섭게 소진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구지역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채’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이런 기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새임대차법 시행이후 대구지역 집값 상승의 기대가 오히려 더 팽배해졌고 전월세 물량 급감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대구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에는 허위매물처럼 호가보다 낮은 가격을 표시하는 부동산 중개인과의 거래하지 말자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내붙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실제로 대구 동구, 수성구, 달서구 등지에는 ‘허위부동산 매물 퇴출, 저가매매 유도 아웃’이라는 현수막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이유다. 현재 대구의 모 아파트의 경우에는 단지 입주자 대표와 부동산 중개인 간 소송으로 번지는 극한 대립 양상마저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이런 상황은 정부의 부동산규제 발표가 있을 때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성구 쏠림현상과 가격 폭등 등을 지적했고 그 결과가 그대로 재현되는 상황이다. 또 대구지역 부동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며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이 발표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도외시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정부 정책이 서울 강남3구의 집값을 잡기 위해 집중되다보니 지방에서는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오히려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결국 현재의 대구 부동산 시장의 이상 현상은 정부의 각종 규제가 성장세를 키운 셈이며 앞으로의 정책이 또 어떻게 전개될지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이 더 이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오히려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기대하면 무리일까.

2020-11-03

진실, 성실 그리고 절실

이창훈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여우가 토끼를 쫓고 있었다. 여우는 토끼보다 힘도 세고 속도도 훨씬 빨랐지만 결국 토끼를 잡지 못했다. 왜일까. 여우는 한끼의 식사를 위해 뛰었지만 토끼는 살기 위해 뛰었기 때문이다. 바로 간절함의 차이다.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흔히 세가지 ‘실’ 이 필요하다고 한다. ‘진실’ ‘성실’ 그리고 ‘절실’이다. 주어진 상황을 불평하지 않고 ‘이 벽을 반드시 넘고 가겠다’는 간절함이 클수록 눈앞에 놓인 한계는 작게 보인다.베토벤은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스물일곱 무렵 귓병으로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깊은 절망 속에 급기야 죽을 결심까지 했다. 위대한 작품은 그때부터 꽃피기 시작한다.교향곡 3번 영웅, 5번 운명,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등 대작은 대부분 청력이 무너진 이후 탄생했다. 특히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은 청력이 완전히 소멸된 후에 나왔다. 음악에 대한 그의 눈물겨운 간절함이 만들어낸 승리로 밖에 볼 수 없다.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어 내듯 ‘세상의 모든 일은 간절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말이다.경북도는 각고의 노력끝에 통합공항 후보지를 결정했고, 더 나아가 대구경북행정통합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어 메가시티를 만들어 수도권에 대항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통합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은 아직은 이에 무관심하다. 이에 따라 시민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전환시키는 보다 상세한 당위성과 절실함을 만들어내, 직접적으로 시도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뿐만 아니라 행정대통합은 향후 크고 작은 파고를 넘어야 하는 등 난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실과 성실, 절실’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아직 초반이어서 그런지 진실은 보이나 절실함은 약하게 느껴진다.며칠전에 통합에 대한 첫 의회보고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때 분위기는 통합에 대한 거시적인 고찰보다는 지사에 대한 의원들의 섭섭함이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사는 300만 도민의 대표 집행기관이지만 도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을 먼저 만나 이해를 구해야 함에도 부족했다.그동안 공항문제에 집중했고, 또 코로나로 인해 대외적인 활동에 한계가 있었지만, 행정통합의 로드맵에 앞서 우선 의원들에게 통합의 대의명분을 알리는 등 소통이 아쉬웠다는 생각이다. 중차대한 행정통합을 특정언론을 통해 알게되는 등 그동안 의원들은 상당한 섭섭함을 가졌고 이날 표출됐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의원들도 차제에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비전을 우선 순위에 두고 상생을 위한 큰 그림에는 여야를 비롯 북부권 동부권 등 따로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 궁극적으로 통합결정은 시도민의 손에 달려있다. 통합신공항 입지결정이 경북도민의 절실함이 뿜어져 나왔기에 성공을 거뒀듯, 행정통합이라는 시도민의 손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진실, 성실, 절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10-13

대구·경북행정통합과 메가시티

이곤영대구취재본부장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2000년 46.3%였던 수도권 인구가 지난해 말 50%를 넘어서면서 수도권 집중이 현실화 되고 있다. 게다가 강원도, 충북, 충남 등 수도권 접경지역도 범 수도권화가 되는 등 실제 수도권은 더 넓어지고 있다.반면 지방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광역시를 둘러싼 대도시권 외곽의 시·군에서 인구가 유출돼 광역시 중심의 대도시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권 바깥의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광역 대도시권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또 광역 대도시권에서는 수도권으로 유출하는 새로운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지방쇠퇴가 현실화 되면서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세종·충남북, 광주·전남 등 광역시 중심으로 행정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을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들자는 ‘대구경북행정통합’이 21일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김태일·하혜수 공동위원장 등 30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21일 오후 4시 대구시청 별관 1층 대강당에서 출범식에 이어 분과별 회의를 갖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비전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했다. 공론화위는 통합자치단체의 방향·방식·절차에 관해 지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대구경북행정통합은 ‘소멸하고 있는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반해 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을, 서울과 경기를 넘어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거대 지방자치단체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통합지자체는 대구시와 경북도를 폐지하고 완전자치를 지향하는 인구 500만명 규모의 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대 1의 대등한 통합으로 기존 권한과 지위를 유지 또는 상향하는 방향으로 기본틀을 잡았다. 내년 5월 이전 주민투표에 이어 같은 해 9월 정기국회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 제출 등을 거쳐 2022년 7월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그로나 벌써부터 경북도청이 위치한 경북 북부지역과 대구지역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 북부권은 도청 신도시가 성장거점도시로서의 동력을 잃을 것을, 대구시민들은 광역시 지위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관련 법 제정도 난제다.게다가 통합이 조직축소에 따른 인적, 물적 자원도 줄고 각종 분야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 등 단순한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통합 보다는 메가시티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행정구역통합에 앞서 광역 교통 등 인프라 마련과 환경처리시설 입지, 산업입지와 도시개발 등 광역사업에 대해 메가시티 차원의 협의체 구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광역시와 50만 명의 대도시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의 중추기능을 모으고 시·군, 시·도 간 상호협력하고 연계할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해 실현 가능한 광역경제권부터 실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2020-09-22

국민의힘 당의 과제

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부국장 대우)미래통힙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했다. 새 당명을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를 염두에 둔 작명이라는 말부터 당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이 회자됐고 당내 불만도 제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동안의 경험상 정당명과 관련해 여당은 특별한 의미를 포함하기도 했고 야당은 선명성과 투쟁성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는 데 주력했다.여야가 모두 당명변경 시 심혈을 기울인 데는 대통령 선거나 이슈가 되는 선거 등을 목전에 두고 이미지 쇄신에 주안점을 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야당은 주로 대여 투쟁강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과거 민주당은 항상 ‘민주’라는 부분에 애착을 보이며 즐겨 사용했다. 이는 야당의 대여 압박카드로도 사용되는 등 야당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국민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뜻에 따르겠으니 국민의 힘을 보여달라는 주문성 명칭으로 판단된다.당명처럼 되려면 국민의힘 당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수적 우세를 통해 밀어붙이기를 강행하는 여당에 대한 견제와 실질적인 대안, 수구화되는 여당에 일침 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나머지 야당들 역시 이 같은 부분에 매진해 창당의 목적인 정권창출을 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야당에는 이른바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실행하지 않을 때 압박하는 대여투쟁의 한 방법인 ‘저격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팩트를 바탕으로 여당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물증과 증거를 토대로 여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국민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코로나19 정국인 현 정치상황에서 별다른 이슈거리가 없어 여러 저격수의 등장은 꽉막힌 정국의 돌파구가 되고 국민의 관심을 이끄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정상적인 정치 기사가 실종되다시피한 현정국에서 뜨거운 감자 역할은 물론이고 여당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현 여당이 과거 야당시절에는 이름난 여당 저격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 현실은 곽상도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만 저격수로 나서는 상황이다. 적은 의석이지만, 과거 민주당이 집요하게 한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여당의 항복선언이나 그 직전까지 치받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치 상황은 야당이 이런 방법을 사용할 시기임에도 적극적으로 여당을 공격하는 저격수는 많지 않다.지난 총선 당시에도 여당발 각종 악재가 발생함에도 야당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별다르지 않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원내대표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의 반복은 곧 국민에게 식상함만 제공할뿐이고 야당발 악재가 터지면 곧바로 잊혀진다는 사실은 그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불문가지다.현재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여당발 의혹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동시다발적인 저격수의 등장해야 하는 무대는 이미 보기 좋게 마련돼 있다.

2020-09-08

제가치국(齊家治國)이 필요한 때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삼국시대 제갈공명은 위나라를 정벌하고 중원을 통일하기 위해 전진기지인 기산으로 수차례 출병했다. 이 와중에 한번은 가장 좋은 호기를 포착해 연전연승하며 중원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때 본국에서 급히 귀국하라는 소환장이 날아왔다. 공명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머금은 채 퇴각한다. 본국에 와 일의 전말을 알아보니 방탕한 신하들이 어린 황제의 귀를 막고 공명이 전쟁에서 이기면 역심을 품을 것이라는 선동질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때 공명은 한탄했다. 병사들은 수 만리 먼 전쟁터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전투를 수행중인데 반해 주색에 찌들은 살찐 신하들이 나라를 망치는구나라고. 공명은 내부기강과 단합이 전쟁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 당분간 전쟁을 접고 내치에 접어들었다. 이후 몇 년 동안 국력을 다진 후 공명은 다시 기산으로 진출한다. 이 고사는 국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조직, 심지어 가정 등에서 내치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고 있다.현재 경북도의 경우를 보면 최고 수장이 지역의 백년 미래를 결정하는 신공항에 매진하는 사이에 내부 기강이 상당히 흐트러지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또 조직원 간의 불협화음은 고위, 중하위직 등에서 골고루 일어나고 있어 조직 안정화가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구세대와 사고가 상당히 변화된 젊은 세대가 도청에 대거 진입하면서 이들 사이를 잘 조화시키는 여러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도청 토론방에서 확인되지 않은 댓글이 난무, 피해자가 악플러를 고소하는 등 경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젊은 직원들이 확인되지 않은 일에 악플을 단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고, 정확한 내용은 관계 당국의 조사 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이에 앞서 한 중간 간부급의 부적절한 처신이 올라와 댓글 수 십개가 달리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또 얼마 전에는 절도사건으로 공무원이 경찰수사도 받았다. 한 여직원이 소지품을 분실한 사건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남자직원이 일부러 훔쳐 주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올 초에는 인사와 관련, 지사를 겨냥한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공개된 방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사업소에서 상당한 문제를 일으켰으나 오히려 본청으로 발령받아 근무중이다.경북도에는 약 2천명의 직원이 북적이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내의 갈등 속에서 순기능적인 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경북도내 조직분위기는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강 해이에 대해 감독 부서도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지사가 백년대계를 위해 매진하는 동안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직원들 사이에 반목과 질시가 길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다.제갈공명의 고사가 보여주듯, 경북도도 내부 안정화와 더불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작은 불씨 하나가 마을 전체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20-08-11

터무니없는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옵션 비용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최근 대구 신규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뜨거운 청약률을 보인 대구의 신규 아파트는 최근 1년간(2019년 5월∼2020년 4월) 3.3㎡당 평균 가격은 1천510만800원으로 1년 전 (2018년 5월∼2019년 4월) 평균 가격 1천324만9천500원 보다 13.9%(185만1천300원)나 상승했다.수성구 신규 분양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천55만6천원으로 2천만원을 넘어섰고 달서구는 1천844만원을 기록하는 등 분양가 상승을 주도했다.경북지역 최근 1년간 신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880만7천700원으로 1년 전 864만2천700원보다 1.9% 상승하는데 그친 것과도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이런 현상은 우선 땅값이 비싼 대구 도심지역 재개발을 통한 신규 분양이 많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건설업체들이 유독 대구에서 발코니 확장비와 시스템 에어컨, 냉장고, 바닥재 등 유상옵션 가격을 올린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발코니 확장비는 최고 3천만원을 넘었고 유상옵션비도 최고 4천437만원까지 치솟아 결국 소비자들은 추가로 7천만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올해 남구와 달서구 3개 단지가 1천만원 전후의 발코니 확장비 책정한 것 이외에 나머지 5개 단지는 평균 2천500만원을 웃돌았다.특히 지난 4월 중구에서 전용 면적 84.08㎡ 타입의 한 아파트 확장비는 3천180만원을 기록한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달서구 같은 면적의 한 아파트는 850만원이었다.또 다른 원인은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인 중구와 수성구에 대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도 한 몫을 하고 있다.시세만큼 분양가를 높일 수 없자 건설업체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 확장비 및 유상옵션을 늘이는 것으로 정부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발코니 확장 전문업체들도 최고급 자재만을 고집하면 3천만원대 발코니 확장비가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1천∼1천500만원이며 충분히 시공하고도 남는다고 했다.건설업체들은 열선과 온돌 마루판 및 벽 도배 추가 비용 등도 만만찮다고 항변하지만, 신규 아파트는 철거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데다 벽체와 거실 미닫이문을 만들 필요가 없어 오히려 공사비가 감소할 수 있어 별도의 확장비가 들지 않는다.최근 대구지역 청약 열기에 편성해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옵션 비중을 늘리는 것은 결국 건설업체들이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횡포에 가깝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정부의 각종 규제가 발표되면 이를 피할 다른 방법을 찾는 건설업체들의 꼼수를 계속 봐 왔다.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허가 관청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편법으로 분양가 상승을 이끄는 건설업체들을 제지할 수 있는 최일선이기 때문이다. 이어 대구 소비자들도 눈을 크게 뜨고 분양 공고문 한쪽 귀퉁이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터무니없는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옵션 가격에 이의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

202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