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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지 클루니와 100만 달러 현금 선물

▲ 홍성식 문화특집부장만약 당신의 친구가 어느 날 “그간 너무 고마웠다. 네가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며 아무런 조건도 붙이지 않고 10억 원을 준다면 어떤 심정일까?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10만 원짜리 요리 하나 선뜻 사주기 어려운 보통의 서민들로선 짐작하기도 어려울 듯하다.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게 제자 중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인간에게 친구란 무엇입니까?” 당대의 현자로 불렸던 철학자는 긴 고민 없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친구? 그건 네 몸 안에 깃든 또 하나의 영혼이지.”친구가 육체에 내재한 정신의 알짬이라 할 `영혼`과 다를 바 없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사실 서양만이 아닌 동양에서도 서로의 영혼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상대방을 지극히 아꼈던 고사(故事)는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백아와 종자기`에 얽힌 백아절현(伯牙絶絃)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종자기와 백아는 서로의 영혼을 바라보고 이해했던 친구다. 중국 전국시대를 살았던 둘은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정을 쌓았다. 누구보다 거문고를 근사하게 연주하던 백아는 명망 높은 음악가. 그러나 모두가 백아의 연주를 깊이 있게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종자기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몇 마디로 백아의 거문고 연주를 평가했을 뿐. 하지만, 입을 다문 종자기 앞에서 거문고의 줄을 뜯을 때면 백아는 행복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친구` 종자기는 백아가 말하지 않은 것들까지 이해하는 예민한 귀와 명석한 해석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백아가 푸른 산 아래를 날아가는 새를 떠올리며 거문고를 연주할 때면 종자기는 `우아한 학의 날갯짓`을 이야기했고, 출렁이는 강을 상상하는 백아의 음악이 이어지면 종자기는 그 강물 속 비늘 선명한 잉어의 유영을 논했다.서로가 서로의 영혼을 바라보며 공유하던 이들이었으니, 백아가 종자기에게 주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10억 원이 아니라 100억 원이라도 주고 싶었을 터.뿐이랴, 목숨을 주기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귀애하던 종자기가 예기치 않게 죽음을 맞은 날, 백아는 스스로 악기의 줄을 자르고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의 사라짐을 세상이 무너진 것으로 본 것이다.얼마 전 `친구란 무엇인가`를 새삼 고민하게 하는 뉴스 하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마이클 클레이튼` `오션스 13`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는 친구 14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 달러(한화 10억9천만 원)를 선물했다. 받는 사람이 세금 문제 때문에 고민할까봐 증여세까지 자기가 부담했다고 한다.10억9천만 원이면 가난한 아시아 국가에선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돈`이다. 물론 미국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 금액이면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조지 클루니가 친구들에게 그처럼 큰돈을 선물한 이유는 하나였다. “너희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배우인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었기 때문. 이 믿음은 `영혼의 공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백아와 조지 클루니의 친구 입장에 서본다. 그들은 `또 다른 자신의 영혼`인 사람, 즉 친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으며, 상대를 향한 희생의 마음을 지녀왔던 것일까.백아와 조지 클루니는 바보가 아니다. 친구에게 진정성이 없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인 거문고의 줄을 끊고,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흔쾌히 내놓았겠는가.그러니 “조지 클루니의 친구들은 로또복권에 당첨됐다”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이라고 부러워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자문할 일이다. `나는 친구가 겪는 영혼의 고통을 함께 아파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친구는 좋은 사람 곁에 존재하는 것이다.

2017-12-20

최저임금 해법은 없나

▲ 김명득 편집부국장“정말이지,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운영하자니 속만 상하고….”포항철강공단에서 조그만 기업체를 운영하는 J(58) 사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4% 오른 시급 7천530원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상률이야 이미 결정된 것이어서 돌이킬 수 없지만 연봉 4천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도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여금 등을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필수적인데,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찮아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생각다 못한 J 사장은 묘안을 짜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밖으로 나가 있는 상여금을 쪼개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으로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을 고칠 수 없다면 3~4개월 꼴로 한 번씩 지급하는 상여금을 쪼개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규정에 짜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의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정비하는 경영수법이었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일종의`꼼수`이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J 사장의 생각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전 산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실제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상여금은 물론이고 숙식비까지 포함해 최저임금을 산출한다. 하지만 한국은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할 뿐 상여금, 비고정 수당은 제외시키고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봉 4천만원이 넘는 대기업 직원도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대기업 고임근로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고 영세 중기 경영자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제도라는 것이다.J 사장의 또 다른 고민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적어도 2년 동안은 올해와 같은 수준(16.4%)으로 계속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부담이다. 평균 인상률을 초과한 9% 포인트에 상응하는 12만원과 노무비용 등 추가 부담액(1만원)을 합한 금액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는 “보조금 지원은 한시적”이라고 했다가 “내년에 시행해 보고 계속 지원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최저임금에 대한 노동계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경총 등이 주장하는 4천만원 최저임금은 과장된 것이라며 월평균 근무시간은 240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등 적절치 않은 사례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작업현장에서는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임금 구성 항목만 사용자 임의로 변경해 최저임금에 맞춰 주는 탈법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최저임금의 복잡한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서로 꼼수라며 맞서고 있고, 정부와 국회도 미적거리고 있다. 당장 묘안이나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보름후면 2018년의 새아침이 밝아온다. 새해 희망을 논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이런 여건이라면 누가 기업을 하겠느냐, 당장 내일이라도 회사 문을 닫고 싶다”고 한 J 사장의 넋두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2017-12-13

“이게 나라다”

▲ 정철화 편집부국장포항 하면 가장 먼저 철강도시, 포스코, 해병대란 단어가 연상된다. 그러나 여기에 지진이란 단어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에서 발생하며 전국을 지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지진관측 이래 2번째로 큰 지진, 피해액 최대,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등 지진과 관련한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졌다. 4일 현재 포항 지진 잠정 피해액은 971억6천700만원으로 경주 지진 피해액 120억원의 8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공공시설, 공장, 상가 등을 제외하고 주민 생활안정과 직결된 주택 피해액만 429억6천여 만원에 달한다. 건물 폐쇄 결정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420세대 가운데 177세대가 임대아파트 등 임시 거처로 이주했다. 임시거처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건물 개보수가 필요해 대기 중인 이재민이 여전히 860여 세대에 달한다. 지진 피해주민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내몰린 채 매서운 겨울 추위와 지진의 공포에 떨고 있다.남은 과제는 이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느냐이다. 현행 재난관련법으로 이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돈은 건물이 전파되어도 900만원이 전부이다. 지진피해 성금 역시 전파 기준으로 최대 500만원이 고작이다. 융자지원 등은 어차피 갚아야 할 빚이고 임시 거처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나가야 한다. 결국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개보수할 수밖에 없지만 현행법상의 보상 기준으로는 집의 처마도 하나 교체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이 대로면 지진 피해자들은 본인 부담으로 주택을 복구하고 각자의 힘으로 자활을 해야 한다. 나라에서 보상해 줄 방법이 없으니 내가 사는 곳에 지진이 난 것을 한탄하며 지진을 나게 한 하늘을 원망하고 살라는 말과 다름없다.국가의 가장 첫 번째 기능이 전쟁과 재해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포항지진은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자연재해이다. 홍수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예측도 할 수 있고 국가나 재해보험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지진은 예측이나 피해 규모 면에서 풍수해와 많이 다르다. 지진 선진국인 일본에서조차 지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포항 지진에 대한 예측도, 사전준비도 전혀 없었고, 1천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유가 어떻든 국가는 지진재해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뒤 `이게 나라냐`란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는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뒤덮였다.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데 따른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이었다. 포항지진도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중대한 재난이다. 자연재해로 길거리에 내몰린 지진 피해자들을 국가가 제대로 보듬지 못한다면 이곳 역시 `이게 나라냐`는 원망이 터져 나올 것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항을 지역구로 하는 김정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최근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부분 풍수해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재난관련법이 지진재해를 지원할 수 없어 지진 피해주민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법안의 내용은 지진 파손주택 복구를 위한 국고지원을 최대 3억원으로, 현행 국고보조율 30%에서 80%로 상향 조정하고 지진재해지역 풍수해보험료 국가지원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제 국회가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가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만 남았다. 국가를 이끌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이게 나라냐`는 원망이 아니라 `이게 나라다`는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2017-12-06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께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께.홍 대표 성격상 빙빙 돌리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대구·경북에서 `홍 대표 사당화` 논란이 되는 두가지를 언급하겠습니다.우선 최근 대구·경북에 `홍`자가 들어가는 자칭 비선조직이라는 인사들이 대거 설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런 추문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홍 대표의 언급이 나온 이후부터 입니다. 과거 쌍팔년도에나 있을법한 괴상망측한 이야기를 하고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진위여부를 젖혀두고라도 결코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최근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홍 대표는 `홍`자가 들어가는 조직에 대해 직접 `조직은 없고 그냥 친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날과 울산 방문시 `당 지지도보다 낮은 단체장은 경선에서 배제하겠다`고 강하게 언급했습니다. 이러자 자칭 홍 대표의 비선조직이라는 이들은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조직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과거 사천·조직·측근·밀실 공천 등의 단어가 떠오르기 충분합니다.대구·경북지역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상당히 신경이 곤두서는 부분이며 걱정스러워하는 문제점입니다.또 홍 대표의 대구·경북지역 특보라고 지칭하는 이들도 있다는 정보입니다. 대구·경북지역 정치부 기자들이야 홍준표 대표의 특보라고 자칭할 수 있는 측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인사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이미 `홍`자가 들어간 조직을 자칭하는 이들은 은밀한 만남을 요청하거나 가진 바 있으며 전화를 걸어 와 내년 지방선거 운운한다는 푸념마저 들립니다.우파를 대표하는 자유한국당 홍 대표의 막강한 카리스마를 알기에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 인사들 중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급을 제외하면 한마디로 좌불안석, 전전긍긍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심지어 대구에서 `홍`자가 들어가는 한 단체는 성대한 발대식까지 실시하려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시도당이 나설 수 있는 한계를 지난 것 같습니다.홍 대표의 그냥 친한 사람들이라는 언급으로는 더이상 지나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기에 이른바 `홍`자가 들어간 조직 아닌 조직과 이른바 비선조직이라고 자칭하는 것에 대해 명료한 답변을 하실 때가 됐습니다.나머지 한가지는 최근 중앙당에 대기발령이 난 당료들에 대해 명예퇴직 신청 건입니다. 야당이 된 만큼 중앙당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을 위해 청렴하게 헌신하고 노력한 일부 인사들이 해직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홍 대표께서 지난 아시아포럼21과 간담회는 물론이고 기회있을 때마다 한국의 전략 핵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토로하고 자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홍 대표가 자주 언급한 한국 전략핵의 당위성을 직접 기안한 당료는 외국인과 통역없이 대화하고 당의 영문공문 대부분을 담당했을 정도로 두루 능력을 인정받았는데도 해직 대상자에 포함됐습니다.경상도 사투리로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습니다.역시 정치는 당의 충성도나 헌신도 보다는 줄을 잘서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앙당에서 홍 대표 사당화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고 남는다는 평가입니다.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님,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2017-11-29

원자력안전연구단지 경북에 와야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포항 지진으로 인해 지역에 엄청난 고통이 닥쳤지만 경북도가 추진하는 지진방재연구원 등 원전안전시설이 경북에 와야 된다는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지난해 경주에 이어 지난 15일 오후 강력한 지진이 포항에 덮쳤다. 지진강도가 경주 5.8에 이어 포항이 5.4로 엄청났을 뿐 아니라 동해안지역이 지진빈도가 높고 위험지역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증명했다. 현재까지 인명을 비롯 시설물 피해 등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큰 피해를 입었다.더욱이 사상 최초로 자연재해로 인해 수능이 연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이재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험을 앞둔 수능생들이 `멘붕`에 빠지는 등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 채 현재 진행형이다.포항과 경주 등 동해안에 지진이 빈번한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지진은 나지 않아야 될 자연재해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들 지역은 원전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사태가 이렇듯 확산되면서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여야 당수 등 정치권이 잇따라 포항을 찾았다. 이에 발맞춰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들 주요 인사들에게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지진방재연구원 등의 경북유치 필요성을 적극 건의하고 나섰다.한마디로 경북도가 추진중인 지진방재연구원 등을 포함, 원자력안전연구단지 등이 경북에 와야 된다는 당위성이 더욱 커진 셈이 됐다. 경북동해안에는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밀집돼 있고 이번 11·15 지진과 지난해 9·12지진으로 인해 지진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확인된 만큼 국가차원의 지진대응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된다는 것이 경북도의 판단이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진방재연구원을 비롯 원전안전센터 등을 몇 년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해 왔고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중이다.경북도는 경주에 2021년까지 4년간 총사업비 3천억원을 투입해 지진방재연구원 추진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지진과 관련한 연구를 맡고 있지만 해저자원, 광물자원과 같은 지질자원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진방재에 대한 연구는 `센터` 규모의 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으로, 독립된 지진 전문 국책연구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특히 김관용 도지사는 “지진이 가장 빈번한 경북 동해안을 `지진대응 국가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정부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을 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단계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경북도는 지난해 `경북도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지진대응팀이 일본 고베를 벤치마킹해 경북형 지진매뉴얼과 지진대응 안전앱 개발, 지진·해일 종합 DB구축 등 종합대책의 구체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이미 타 시도를 압도하고 있다.지진방재연구원은 원전안전연구센터의 한 축이다. 지진방재연구원과 국립안전문화교육진흥원을 비롯 제2원자력연구원, 원전해체연구지원센터, 원자력기술표준원, 방사선융합기술원 등이 원자력안전연구단지 내에 세트로 들어와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당초 경북도는 원자력 시설이 집중한 동해안에 원자력클러스터를 만들어 관련 산업을 집중 키운다는 구상을 세웠다.하지만 새 정부 들어 탈원전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애초 계획한 원자력 산업 육성과 인프라 구축보다는 안전과 미래기술 연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경북에 이러한 시설이 들어와야 된다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현재 부산과 울산 등과 맞붙어 피를 말리고 있는 형국으로, 결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경북도는 이번 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이론으로 정부를 설득시켜 지금까지 총력을 쏟아온 과정에 종지부를 찍고 경북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17-11-22

적폐청산이 성공하려면

▲ 이곤영 대구본부장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적폐청산일 것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의 사전적 의미인 적폐의 청산은 사회적으로 불합리하고 나쁜 관행 등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일 것이다.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적폐 청산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적폐청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마 국민 대다수도 적폐청산에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들여다 보면 그 대상 선정과 청산이 보수에 국한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에서는 정치보복이니 보수궤멸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진보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 특권을 바로잡고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보수에서는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다시 정권이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뒤바뀔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편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청산`을 제시하고 지난 6개월 동안 국정농단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 등 광범위한 적폐청산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일 서훈 전 국정원 차장을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하면서 국정농단의 온상으로 전락한 국정원 전면 개혁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임명하는 등 적폐청산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검찰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좌천된 윤석렬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법무부 장관에는 비 검찰 출신인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임명하는 등 적폐청산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모든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정권의 모든 정책과 행위에 대해 비리 여부를 전방위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는 물론이고 검찰에서 `혐의없음` 결론까지 난 BBK사건까지 재수사와 검찰 구속까지 들먹이면서 압박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은 물론 권력의 가운데 있었던 사람 가운데 비리가 있다면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하지만 적폐청산 대상을 보수정권만 국한하는 것은 분명히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보수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부분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을 포함해 역대 정부의 모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사하고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비롯해 국정원의 정치개입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미림팀이라는 도청팀이 2천명에 가까운 인사를 24시간 도청하기도 했다.돈과 권력의 유착을 확실히 끊어내는 적폐청산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수에서는 바다 이야기와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사건 등 노무현 정권도 적폐청산에서는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적폐청산은 부패의 꼬리를 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식의 적폐청산은 곤란하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보수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역대 정부가 자행한 적폐를 동일한 잣대로 청산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보수가 주장하는 정치보복이니 한풀이 정치공작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보수정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진보정권에 대해서도 제대로 적폐청산을 해야 할 것이다.

2017-11-15

`욜로시대`의 나홀로 여행자들

▲ 홍성식 문화특집부장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혼밥족`, 친구나 선후배와 함께 마시지 않고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족` 등이 21세기를 규정하는 신조어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지난 시대와 달리 21세기형 혼밥족과 혼술족은 더불어 먹거나 마실 사람이 없어 `나홀로`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홀로 먹고 마시는 행위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고 여유 있게 삶을 살겠다는 지향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보다 구체화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욜로의 삶을 지향하는 이들에겐 “미래를 위해 현재가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견디라”는 부모 세대의 충고는 받아들이기 힘든 잔소리다.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레 직장이 생기고, 그 직장에서 정년을 보장받으며 10년쯤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해 집을 살 수 있던 시대는 오랜 전 기억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실업률과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은 젊은이들을 절망과 비탄에 빠뜨리고 있다.“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겠다. 삶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겠다”는 욜로족들의 선언은 청년세대가 벼랑 끝에서 선택한 궁여지책일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욜로족들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월셋집에 살면서도 방과 거실을 예쁘게 꾸민다. 또한, 건강한 음식이 아닌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지향하고, 미래가 아닌 현재에 투자하는 건 욜로족의 특징이다.기업들도 증가하는 욜로족을 겨냥한 상품을 줄지어 내놓고 있다. 레스토랑엔 혼자서 즐기는 고가의 식사 메뉴가 등장하고, 욜로족의 소비 패턴에 맞춘 신용카드도 생겼다. `색다른 경험`과 `자신을 위한 투자`를 중시하는 이들의 취향을 파악한 `체험·테마형 가전제품 매장`과 `유기농식품 매장`도 증가 추세다.혼술과 혼밥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욜로족들은 여행도 혼자 떠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들은 이런 욜로형 나홀로 여행자를 잡기 위해 출발이 임박한 항공권과 다양한 숙박권을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여행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기자는 `나홀로 여행자`가 돼 제주도를 돌아봤다. 욜로의 삶을 지향하는 나홀로 여행자는 비단 20~30대 젊은층만이 아니었다. 40대, 더 나아가 50대 남녀들도 익숙한 듯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그들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에서 가족 단위 여행자들 사이에 앉아 당당하게 `1인 메뉴`를 주문했고, 렌터카 없이 버스를 갈아타며 성산일출봉에서 협재해수욕장, 서귀포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를 음악이나 책을 친구 삼아 거침없이 오갔다.제주공항에서 만난 관광안내원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교통 인프라도 좋아지고 있고, 음식점이나 카페에도 1인용 좌석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태국에서 제주를 찾는 나홀로 여행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나홀로 여행자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사람살이의 따스함을 경험하기도 한다.인적이 드문 대평항 버스정거장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기자에게 “생선을 구워줄 테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청했다. 일정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안타까워하며 자신이 먹으려던 감 하나를 기어이 손에 쥐어주던 주름진 얼굴.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던 그분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일부에선 “자기애와 이기심에 빠지는 게 아닐까”라며 욜로족과 나홀로족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대평항 할머니처럼 나이 먹어갈 수 있다면 `홀로 인생을 즐기며 산다는 것`이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다.

2017-11-08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주철뚜껑

▲ 김명득 편집부국장“이건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죄에 해당됩니다.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어 이렇게 기자님을 찾아왔습니다.”지난 9월 23일 밤 포항 북구 환여동 모 횟집에서 만난 제보자 A씨는 격분했다. 그는 자신도 주철뚜껑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열변을 토했다.A씨가 건네준 중국산 저가 오수받이 주철뚜껑 관련 제보 자료를 밤늦도록 보고 또 봐도 생소하기만 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이렇게까지 속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만 더 커졌다.포항지역 3곳에도 저가 중국산 오수받이 주철뚜껑이 설치돼 있다는 제보 자료의 내용을 직접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었다. 다음날 오전 제보 자료에 나와 있는 3곳을 찾았다. 남구 대송면 지역은 중국산 주철뚜껑을 찾을 수 없었다. 곧바로 동해면 약전리로 향했다. 약전리 한 민가에서 제보자료에 실린 사진과 비슷한 주철뚜껑을 발견하고는 사진을 찍어 A씨에게 보냈다. “이게 중국산 주철뚜껑이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A씨의 답은 “아닙니다. 그건 우수받이 주철뚜껑입니다. 그 보다 더 작은 375mm 오수받이 주철뚜껑을 찍어 보내주세요….” 다시 민가를 뒤진 끝에 `오수받이`라고 쓰여진 주철뚜껑을 발견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번엔 “예, 맞습니다. 틀림없는 중국산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룡포 석병리 일대에도 이와 똑같은 주철뚜껑이 민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포항시 하수과 담당 직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주철뚜껑 구매는 감리단이 일괄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감리단장과 통화를 해 본 결과, “생산 공장과 납품처에서 실사할 때만 국산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뿐 실제 현장에 투입된 제품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을 피해 마지막 과정에서 이렇게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감리단의 생산공장 실사를 받을 때에는 국산제품을 표본으로 내놓았다가 확인을 거친 뒤 실제 공사현장에 납품할 때는 저가 중국산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관급공사 조달등록을 할 때 국산 오수받이 주철뚜껑의 경우 현재 조달등록 가격은 직경 375㎜ 기준 개당 5만5천원에 납품된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의 경우 개당 수입가격은 1만8천원에 불과하다. 저가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될 경우 개당 3만7천원의 폭리를 얻게 되는 셈이다.이 같은 불법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해당 시·군은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등 관리감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포항시도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서 3곳의 주철뚜껑을 수거해 전문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하는 뒷북을 치고 있다. 시는 이번 시험 결과가 적합으로 판정받게 될 경우 조달청 고시 공급가액의 차액만큼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조달청에 환수조치를 요청하고, 불합격 판정시에는 이미 시공된 주철뚜껑 전량을 수거, 교체한다고 한다.문제는 폭리를 취한 돈이 업자 혼자의 배만 채웠는지, 아니면 또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다. 검경은 이번 사례를 철저히 파헤쳐 규명해야 한다. 조달청도 이번 사례를 교훈삼아 관리를 더욱 세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엉뚱하게 빠지는 국민 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런 불법사례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도 많다. 이는 분명 국익에 위배되는 행위다.“기자님, 저는 아직 명함을 드리지 못합니다. 나중에 이런 불법사례들이 사라진 후에 다시 찾아뵙고 정식으로 명함을 드리겠습니다.” 그가 누군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제보해 준 A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2017-11-01

집단 이기주의

▲ 정철화 편집부국장우리나라가 군부독재에서 민주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로 `갈등`을 꼽을 수 있다. 갈등의 어원은 칡(葛)과 등나무(藤)에서 유래했다.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칡과 등나무처럼 갈기갈기 얽혀 있다는 뜻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했던 군부독재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 우선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결과이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포항 남구 송도동과 북구 항구동을 잇는 포항 동빈대교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국비 등 총사업비 662억원을 투입, 240m의 교량을 포함해 전장 1.35km의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남북간 왕복도로가 2개뿐인 포항시가지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숙원사업이지만 교량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지난달 초 서울의 부자마을인 강남구에서 한 장애학생 어머니가 주민들에게 특수학교를 설립하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강남주민들이 집값 하락과 주거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특수학교설립을 반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이러한 집단이기주의는 탈원전, 사드배치, 군공항이전 등 국가와 지역, 세대간, 계층간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병적으로 확산되어 있다. 집단이기주의를 무조건 탓할 일도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다수의 폭력일 수 있다. 재산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존중해줘야 한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갈등 구조를 조정하고 합치된 의견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더 발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집단이성의 핵심인 지도자와 사회시스템 기능이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국가와 지역의 지도자들은 허구한 날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서 싸움질만 하며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 조정자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 조장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국가 전체에 암세포처럼 번져 있는 집단이기주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현재 이러한 집단이기주의의 병폐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공동체주의가 눈길을 끈다. 공동체주의는 개인이나 소속된 공동체의 이익이 지역사회나 국가 등 더 큰 공동체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동체를 둘러싼 더 넓은 공동체의 이익을 살필 수 있는 지성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공동체주의를 말하면 인근 일본의 국민성이 먼저 떠오른다. 일본 대지진 때 수많은 이재민이 학교 등지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방송됐다.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이고 각국에서 구호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당시 상황을 미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방송 인터뷰에 응한 이재민이 환하게 웃으며 “기관에서 구호물품을 나눠줄 때까지 참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일본 사회의 최대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 이지메(왕따)의 어원에서도 일본의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지메는 공동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협조하지 않는 구성원에 대해 잔혹하게 배척한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사무라이 정신이 현재의 일본 국민성으로 깊숙이 스며 있다. 일본은 지금 이러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의 국민성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국가체제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중앙집권적 강력한 통치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나라 전체가 갈기갈기 찢겨 있는 우리의 현재 사정과 대조적이다. 공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국가의 기능을 강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2017-10-25

광주 최경환 의원께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역사를 전공하신 광주의 국민의당 최경환 국회의원께.경북 경산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동명이인이라 이렇게 서두를 꺼냅니다. 연합뉴스에 보도된 `호남 SOC 예산 역소외`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최경환 의원이 호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광주를 사랑하는 의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부산, 울산, 경남 지역민들은 부글거립니다. 특히 대구·경북은 SOC 예산이 반토막 이상 난 상황에서 최 의원의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도 모자라 기름을 끼얹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이들까지 있습니다.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 고위직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것도 모자라 SOC 예산마저 대폭 삭감이라는 악재를 안고 있어 울고 싶은데 뺨까지 때린 격인 상황입니다. 적확한 분석이기보다는 단순한 수치적인 해석에 가까운 최 의원의 발언에 영남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달빛동맹을 통해 더 가까워지는 대구와 광주 사이에 다시 케케묵은 영호남 갈등이라는 생채기를 내고 오는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옵니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대구·경북에 공들여온 노력이 최 의원의 한마디로 와르르 무너진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가진 광주의 모 언론과 인터뷰에도 “SOC예산 중 대구권, 부산권, 울산권 다 합해 광주권과 10배나 차이 나게 설계를 했다”며 “지역 불균형의 원인, 동일한 비율의 삭감은 또 다른 호남에 대한 차별이라는 부분을 지적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해 10배 차이가 나서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영호남의 면적과 인구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SOC예산 배정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시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광주와 대구의 전체 SOC규모나 한번이라도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했다면 이런 SOC 역소외 이야기는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광주와 여수, 목포, 광양 등 호남 여러 지역을 방문했을 때 지역과는 달리 구석구석까지 잘 놓여진 도로와 각종 SOC시설들에 놀랄 따름입니다. 전남 목포에 막역하게 지내는 대학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올여름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때마다 느끼지만 대구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아파트만 늘었지, 대학때 왔을때와 바뀐 게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대구만 해도 동구 팔공산 주위, 달성군 등 외곽지에는 시내버스마저 다니지 못하는 오지마을이 산재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자전거 트레킹이나 노거수 탐방 코스로 각광 받을 정도입니다.경북은 대부분 산지인데다 지자체 청사가 있는 곳과 안동, 포항, 경주, 구미시 및 몇몇 관광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지에 속할 정도로 SOC예산이 시급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과거 여러 명의 대통령이 배출된 지역인데도 SOC 현실은 이렇게 암담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주권과 10배의 차이가 나는 대구·경북을 위해 출향인사까지 포함된`TK특별위원회`로 대구식수원 이전 문제, 달빛철도 등 현안을 챙기고 있을까요?혹자는 조선시대 때부터 영남은 득세하면서 실익을 취했다지만, 당시 이익을 취한 이들은 기호지방에 사는 영남인으로 오늘의 서울 TK 인사와 같으며 실제 대구·경북 지역은 거의 유배지나 다름없이 홀대를 받았습니다.그래서 영남사림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전국의 사림을 대표할 수 있었다는 분석 등은 역사를 전공하셨으니 더이상 언급치 않겠습니다.영남이 조금 득세한 것도 최근 몇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구·경북 입장은 최경환 의원의 말이 오히려 영남 역차별로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대구·경북의 오지상황을 최경환 의원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길 정중히 요청합니다.

2017-10-18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의 필수 조건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지난달 28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 방위력을 토대로 한 전작권 환수는 우리 군의 체질과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재차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안보를 미국의 등에 기대고 있는 것은 항상 불안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국민 모두도 안보주권에는 찬성할 것이다.하지만, 북핵을 두고 유엔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미국이 연일 북한의 목을 죄고 있는 시점에 문 대통령의 전작권 회수 발언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회의적일 것이다. 북핵을 두고 미국과 북한 두 정상 간에 막말이 오가는 등 현재 한반도 주변 분위기는 험악한 상황이다. 10월 위기설도 나돌 정도로 심각하다.한반도의 긴장은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다.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의 탈퇴를 선언하자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 유지 대가로 경수로를 지원하는데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않았고 2000년대까지 갈등 양상이 계속됐다.북핵 갈등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강력 규탄의사를 밝히고 대북제재 이행과 제재위원회의 구성을 결정한 안보리 결의 제1719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본격화 됐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적인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은하 2호 장거리로켓`을 시험 발사해 장거리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과시한데 이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다시 한 번 국제사회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2012년 `은하 3호 장거리로켓`을 발사했고 2013년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갔고 지난 9월 15일에는 역대 최장거리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괌에 대한 공격능력을 과시했다.이에 미국은 총 10개 은행과 26명의 개인을 포함한 대북 제재 명단을 공개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 제재)` 성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명단을 공개했다.미국의 이번 조치는 완전한 북한 고립화 전략이 한 단계 더 진전된 것이다. 그동안 대북 제재를 반대해 온 중국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북한과 합작해 만든 중국 하나은행과 진명합영은행·진성합영은행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직접 제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군사 옵션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은 남과 북 대결에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론과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이어 전작권 조기 환수 등을 재차 강조해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북핵 위협에 미국이 김정은 정권에 선제타격 등 전쟁 시나리오를 펼치려는 이 시기에 굳이 전작권 회수를 거론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전작권 회수 발언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제대로 생각하고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우리 국토를 우리 군이 작전권을 갖고 지킨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선진무기체제가 미흡한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할 경우, 북한의 대남도발에 우리 군이 효율적으로 방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든 전작권 환수 발언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전작권 환수를 말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방위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제시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다.

2017-10-11

임청각 복원, 지역정치권이 뭉쳐야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안동을 넘어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산실인 임청각 복원을 위해 지역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청각 복원과 관련, 김광림 의원이 최근 국회예결위에서 국무총리를 상대로 예산증액을 건의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구의원으로서 당연히 최일선에서 노력해야 하겠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의원들이 힘을 모아 임청각복원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임청각은 어떤 곳인가. 올해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까지 이런 곳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이들이 상당수 였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하지만 이곳은 독립운동가 9명이 배출된 독립운동의 성지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일제강점기때 전 가산을 팔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상룡 선생 본인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곳이 임청각으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다.일제는 이런 상징성을 알고 있었기에, 99칸 임청각 중심에 철길을 내고 반토막 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소위 민족정기 말살 차원이었다.이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최근 제동이 걸렸다. 당초 임청각 복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8월 문화재청이 `일제 강점기 훼손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부터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확정한 데 이어 임청각 복원관련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하는 로드맵을 밝혔다.주무부처도 속도를 냈다. 국토부는 광복절 축사 직후 “임청각 복원 사업을 위해 2020년까지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임청각 앞에 놓인 중앙선 철도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앞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임청각을 방문한 것을 비롯,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낙연 총리 등 정부 거물급들이 잇따라 방문하는 등 복원에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임청각 복원 사업은 중앙선 복선의 전철·직선화사업이 완공돼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중앙선 사업은 2010년 시작돼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3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고, 올해까지 1조7천700억원이 투입된다. 계획대로 2020년까지 임청각 앞 철길을 걷어내자면 약 1조9천억원(3년간 평균 6천5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그런데 새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 중앙선 복선화사업 예산이 올해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천500억원으로 급감했다. 매년 약 6천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임청각의 복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문 대통령 임기 만료인 2022년까지도 임청각 복원은 어렵다.필자는 지난 주 임청각을 찾았다. 그날은 평일이라 일반 관광객은 별로 없었고, 경북도 새마을재단에서 초청한 키르기스스탄 새마을 연수단 관계자들이 임청각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때 긴 고동소리를 울리며 철마가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질러 북쪽을 향했다. 철마가 지나가는 동안 가이드의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임청각 복원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일본이 조선의 독립의지를 끊기위해 훼손한지 80년이 다되도록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민족정기를 지키는 일도 복지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17-09-27

`야하게` 살아갈 자유

▲ 홍성식 문화특집부장이달 초.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스스로 택한 죽음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사회에 충격을 던졌다.수십 년에 걸쳐 지식인사회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비틀어 조롱해 오면서도 자신의 지향과 뜻을 꺾지 않았던 사람이 왜 갑작스레 세상을 버렸을까. 첫 번째 충격은 이런 의문에서 왔다. 예순여섯 적지 않은 나이에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약해졌던 것이 이유였을까?두 번째 충격은 마광수의 사망 후 우리 사회가 보인 반응이었다. 학계의 동료 교수는 물론 적지 않은 독자들도 그간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그를 힐난해왔던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저렇듯 왜곡된 성의식이 담긴 소설을 쓰다니…” “마광수의 작품은 문학의 가면 뒤에 숨은 포르노그래피다.”죽음 바로 전까지 마광수는 유교적 엄숙주의가 엄존하는 이 땅의 공적(公敵)으로 취급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한국 지식인사회와 선후배 작가들이 보인 태도는 그가 살아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또 다른 방식으로 권위와 부조리한 질서에 저항해온 용기 있는 소설가” 또는, “실험되기 어려웠던 서구 문학의 전위성을 작품 속에서 구현한 선구자였다”는 뉘앙스가 담긴 뒤늦은 후회의 조사(弔詞)가 신문과 방송, 인터넷 SNS 등에 쏟아졌다.기자는 기억한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세이) `가자 장미여관으로`(시집) `즐거운 사라`(소설) 등 마광수의 작품이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마다 한국사회가 보인 호들갑과 “그를 격리·단죄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 높이던 사람들을. 실제로 1992년엔 언필칭 `즐거운 사라 외설 파동`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중 긴급체포 된 마광수가 구속되기도 했다.한국은 1960년대부터 오래 지속된 군사독재 탓에 `정치적 필화사건`이 적지 않았다. 남정현의 소설 `분지`와 조태일의 시집 `국토`, 이산하의 장시 `한라산` 등은 우방인 미국을 모욕했다는 이유, 노동자와 농민의 반란을 선동했다는 이유, 북한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작품화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판매금지 됐고, 시와 소설을 쓴 문인들은 대공수사기관의 조사실이나 감옥에서 고초를 겪어야했다.`이데올로기의 적`이었던 작가를 정치적으로 박해한 것이 무소불위의 정권이었다면, 마광수의 `자유분방한 성적(性的) 상상력`을 강제로 억누르려 한 것은 우리 사회의 경직된 도덕관념이었다.머릿속으로는 오만가지 음탕한 생각을 해도 괜찮지만, 그걸 글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 그 올가미에 걸린 마광수는 `음란문서 제조·반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이 단죄 받은 것이다. 이후 그가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학계와 문단의 `왕따`로 살아야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다. 판검사가 되기 위해 육법전서(六法全書)를 외우건, 농부로 살기 위해 파종법을 고민하건, 시인이 되기 위해 은유를 공부하건 그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일 뿐, 그 지향에는 높낮이가 없고 귀하고 천함도 없다.마광수의 `자유롭고 야하게 살아가겠다는 선언`이 몇몇 사람들의 도덕률에는 거슬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시집과 소설이 사람들에게 물리적 피해를 끼친 경우가 있었던가? 타인의 지향과 선택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다.마광수의 죽음은 외설잡지로 불리던 `허슬러`를 발행해 1970년대 미국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래리 플린트(Larry Flynt)의 법정 진술을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전쟁은 인간을 죽인다. 당신들에게 물어보자. 내가 만든 포르노그래피가 인간을 죽인 적이 있나? 내가 전쟁광보다 나쁜가?”

2017-09-20

영일만대교의 비애

▲ 정철화 편집부국장정부는 내년도 우리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매년 전국 기초자치단체들 경제유발효과가 큰 대형 국비사업 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포항시의 가장 큰 국비사업으로 영일만대교를 꼽을 수 있다. 교량 길이 8.8㎞, 접속도로 9㎞, 총 사업비 1조7천700억원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애시당초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봤지만 역시나였다. 영일만대교는 사업이 구상된지 올해로 벌써 25년째지만 여전히 잠만자고 있다. 영일만대교는 지난 92년 초 포스코에서 발표한 `영일만 광역권 개발 기본구상`에서 출발했다. 서울대학교에 용역 의뢰해 만들어진 이 기본구상에는 영일만 해상도시(인공섬)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영일만에 인공섬을 조성해 국제공항과 항만시설, 주거지역, 위락시설 등을 입주시키고 이 인공섬과 육지 양쪽을 교량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이 제안됐다.영일만대교는 이처럼 포항의 새로운 희망으로 힘차게 출발했지만 그해 3월에 치러진 제14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거용이란 비난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총선에서 여당후보가 패배하며 출발부터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더욱이 영일만대교를 기획했던 고 박태준 전 포스코명예회장이 그해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과 정치노선을 달리한 죄로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며 영일만대교 구상도 사실상 백지화됐다.이후 김대중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박 전회장도 정계에 복귀하며 영일만대교 건설 계획도 되살아났다. 영일만대교는 이처럼 어렵게 희망을 되찾았지만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동안 경제성분석의 덫에 걸렸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SOC사업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문민정부 출범한 이듬해 도입됐다. 예타 운용지침은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평가주체, 평가시점이나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민주당 집권 10년동안 서해대교를 비롯한 호남지역의 왠만한 섬이면 교량이 가설됐다. 여기에 적용된 예타기준은 국토균형발전론이었다. 반면 영일만대교에는 경제성분석의 잣대가 적용돼 매번 사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영일만대교는 포항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으로 기회를 얻었다. 매번 족쇄가 됐던 경제성분석 대신 국토균형발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 30대 선도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됐다. 순항할 것만 같았던 영일만대교는 여당내 친이, 친박 계파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덩달아 영일만대교 사업은 아예 말도 꺼내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영일만대교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와 국토부 타당성조사까지 마친 상태지만 지난해부터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SOC사업 감축 방침으로 미뤄 볼 때 역시 수상쩍다. 또다시 경제성 부족 등 족쇄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영일만대교는 이처럼 국내 정치 상황에 휘둘려 왔고 상대적으로 포항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크다. 정치에 대한 소외감과 불신, 배신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영일만대교는 북방물류거점항만으로 건설된 영일만항의 남쪽 통로이다. 영일만항과 포항철강산업단지, 울산공업단지, 부산항을 연결하는 물류수송 기능이 막중하다.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발족시킨 데 이어 6, 7일 러시아를 방문,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극동지역 개발과 북극항로 개척을 협의하는 등 북방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영일만항은 러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북방외교를 성공시킬 수 있는 교두보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정치논리나 지역차별성에서 벗어나 영일만대교의 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7-09-06

포항을 누가 체육도시라 했나

▲ 김명득 편집부국장`체육도시 포항`이란 말을 이제 사용하기가 쑥스럽게 됐다. 포항시의 안일한 체육행정도 그렇고, 포항의 유일한 프로축구팀인 포항스틸러스의 성적도 더위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 영 시원찮다.포항시는 지난 4월 영천에서 열린 경북도민체육대회에서 구미시에게 종합우승을 내주면서 9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경북 최고 도시 포항시민들의 자존심을 상당히 구기게 했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핑곗거리도 찾지 말아야 한다. 졌으면 그냥 깨끗이 진 것이다.포항 체육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 모든 책임은 수장인 이강덕 시장에게 있다. 박승호 전 시장이 8년 동안 쌓아 놓은 7번의 종합우승이 무색하게 됐다. 스포츠맨(유도) 출신인 박승호 전 시장이 포항 체육에 쏟은 애정(?)에 비해 현 이강덕 시장은 체육을 홀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구미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체육예산이 종합우승을 내 준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포항시의 올해 체육예산이 12억5천만원으로 구미시 33억3천여 만원 보다 3분의 2 가량 적다. 하지만 박 전 시장 때에도 구미시보다 적은 예산으로 구미시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일곱 번이나 일궈냈기 때문에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문제는 시장의 확고한 의지이고,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다. “시장이 체육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뭐 대충대충 하지…”, “체육예산이 구미시의 3분의 1도 안되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등 공무원들의 자조적인 비아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이강덕 시장은 취임 2년만에 체육지원과를 전격 해체하고 새마을과 안에 흡수시키면서 이름도 생소한 `새마을체육산업과`로 변경했다. 체육지원과 단일부서로도 업무가 많은데 새마을과 안에 일개 계(係)단위로 격하시켜 체육인들의 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포항 체육인들은 처음부터 체육지원과의 해체를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강덕 시장은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체육지원과가 해체된 이후 첫 도민체전에서 구미시에게 종합우승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체육인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구미시에 1위 자리를 내주고도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체육회에 비(非)선수출신의 사무국장만 바꾸고 해당 과에 `꼼수인사`를 하는 선에서 그친 점이다.최근 포항시장기 클럽대항축구대회 공고를 하면서 예산이 줄었다는 핑계로 40대들만 출전하도록 규정을 짰다. 각 클럽에 속해 있는 20, 30, 50대는 출전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됐다. 40대 외엔 축구를 하지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강덕 시장의 시민구단 포항스틸러스에 대한 사랑이다.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스틸야드를 찾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일정이 바쁘겠지만 포항 시민구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강원, 대전, 수원 등 타 도시의 시장들을 보라. 홈 경기 때마다 구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시민구단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이렇게 가다간 구미시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은 예산도 문제지만 시장의 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근 경주시의 체육행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체육예산을 증액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체육행정을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여기엔 이미 해체한 체육지원과를 원래대로 환원시키는 것도 포함된다.포항시가 내년 도민체전에서 또다시 구미시에 종합우승 자리를 내준다면 그해 6월에 치러질 시장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도민체전은 이강덕 시장에게는 또 다른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2017-08-09

욜로족과 시발비용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현재 한국에 사는 20대는 이제 7포 세대를 넘어 인생 대부분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지칭된다. 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 심지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를 넘어 이젠 전부를 포기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이러다 보니 20대에는 요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과 `시발비용`, `겟꿀러`, `탕진잼` 등의 신종용어가 등장하고 있다.욜로족이란 인생을 단 한번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사는 20대를 통칭한다. 겟꿀러는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꿀같은 소비를 얻는다는 말이다. 이는 점잖게 표현한 것이지만, 결국 한 번뿐인 인생을 자신만을 위해 그냥 막살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기성세대는 충격인데 반해 20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욕설에다 비용이라는 말이 합성된 시발비용은 20대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수도권의 20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발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62.5%이고 기분전환을 위해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과소비하는 `탕진잼` 경험도 45.7%가 있다고 응답했다.부모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소비 형태로 가성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20대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태는 최근 맛집 경향도 정말 맛있는 집이 아니라 SNS의 영향으로 사진찍기 좋은 식당으로 변모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는 훍수저에 속한 20대들이 잠시나마 금수저가 돼 보겠다는 행동이며 눈물겹도록 처절한 N세대의 저항이라는 분석이다.한국의 경제 구조상 금수저는 영원히 금수저이지만, 흙수저는 로또나 갑자기 돈벼락을 맞지 않는 한 은수저나 금수저로 올라갈 수 없고 영원한 흙수저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자괴감이 포함돼 있다.일부 금수저의 갑질 횡포에 대해 언론 등에서 아무리 질타하고 단죄를 하더라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음서제처럼 영원히 떵떵거리는 금수저로 남는 현실을 흙수저 20대들이 욜로족과 시발비용으로 항변하고 있는 셈이다.최근 한 지상파에서 욜로족을 주제로 한 내용이 방영됐다.이 프로그램도 금수저로 불리는 사람들 앞에서 먼저 소비를 한 이들은 상당히 큰 돈을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했지만, 뒤쪽으로 밀린 이들은 컷오프에 걸릴까봐 편의점에서 20원짜리 종이컵을 카드로 긁는 처절한 상황까지 보여줬다. 연예인들이 컷오프에 전전긍긍하는 단순한 재미가 포함됐지만, 어쩌면 N포세대인 20대의 자화상임을 간파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2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같은 상황이 그냥 동네 불구경만은 아니다. 흙수저를 자처한 한 시인은 `내 새끼를 위해 매주 로또를 산다`고 말할 정도로 욜로족과 시발비용은 정말 가슴이 저리게 다가온다.지금의 20대가 20여 년 후 한국을 짊어질 금쪽같은 세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치기어린 반항으로만 몰고 갈 수는 없다. 그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이들을 달래왔지만, 요즘 이 말은 `아프면 환자`라는 말로 되돌아 올 정도로 더는 20대에게 위안이나 희망거리가 아닌 조롱거리로 바뀐지 오래다.그동안 청년일자리를 외치며 득표에만 몰두했던 정치권의 철저한 반성과 청년 취업을 수치상의 상승 위주로 발표했던 행정권의 화려한 말잔치는 이제 끝나야 한다. 기성세대와 정치권 및 행정이 더 이상 포기세대가 아니라는 극단적인 전개가 없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

2017-07-12

칼레의 시민상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14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인 칼레시를 포위해 1년여 동안 공격을 했으나 성안에 있던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함락시키지 못했다. 포위된 채 계속된 전쟁으로 식량마저 다 떨어진 칼레시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사절단은 영국 왕에게 칼레시와 시민들에게 관용을 요청했고, 1년여 동안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에드워드 3세는 칼레시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지역 대표 6명의 목숨을 요구했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도시는 혼란에 빠졌다. 혼란 속에 칼레시의 최고 부자와 시장, 법률가 등 상류층 인사 6명이 시민과 도시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섰다. 사형 집행일에 나타난 시민 대표들은 단두대에 올라서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왕비가 이들의 사형 집행이 임신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왕에게 사면을 요청했다. 이들의 희생정신을 높이 산 왕은 왕비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단두대에 올라선 6명의 목숨은 물론 시민들도 살게 됐다. 이 사건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지켜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다.수백년이 흐른 후 프랑스 정부는 칼레 시민들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6명의 자발적 희생정신과 행동이 미래의 프랑스 정신이라며 조각가 어귀스트 로뎅을 선정해 동상을 건립하게 됐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2014년 재벌가인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라면상무 사건, 빵회장 사건 등으로 전 국민의 분노를 샀던 갑질사건이 있은 후 국내 언론마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강조했고 이후 한동안 잠잠하는듯 했다.그러나 최근 치킨 회장, 피자 회장,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깎기 등 기업의 갑질을 비롯해 경비원 폭행, 연구비 횡령 교수 등 지도층 갑질이 신문과 방송에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돈과 명예, 학력와 지위를 가지는 소위 사회 지도층을 비롯해 생활 속에서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회 전반에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최근 새 정부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하청업체·중소기업 갈취행위를 겨냥한 사정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에 대해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회장은 친인척 회사를 중간납품업체로 끼워 넣어 가격을 부풀리고 가맹점을 탈퇴한 업주에 보복행위를 해 업주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에게 공분을 샀고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계열사 현대위아는 최저가 경쟁입찰을 응찰한 수급사업자와 추가로 금액인하 협상을 통해 이익을 챙겼다.기업만 갑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식당과 콜센터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아파트 경비원 등 자신보다 사회적인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기면 함부로 무시하는 것은 상류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갑질 없는 사회의 핵심가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맹자는 “거지에게 적선을 하더라도 개나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처럼 준다면 받기를 꺼릴 것이다”라며 거지에게 적선을 하더라도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흔히 하는 말로 상대방을 대할 때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실제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말로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성인과 깨어 있는 이들이 먼저 배려의 DNA를 실천하고 널리 퍼뜨려야 사회가 변한다. 오늘 당장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이나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기를 권해본다.

2017-07-05

지역문화콘텐츠 선도하는 `엄마까투리`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오래된 탑과 교회종, 그리고 오두막이 있는 마을의 숲 속 까투리 둥지. 올망졸망 모여 있다가 나무 위에서 푸드덕 내려앉는 엄마 까투리를 보자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꺼병이(꿩 병아리) 9남매. 엄마 까투리는 꺼병이들의 작은 부리마다 잡아온 벌레들을 하나씩 넣어준다…. 그런데 산불이 일어나면서 숲 속의 평화가 깨어지고 화마로부터 꺼병이들을 지켜 내려는 엄마 까투리의 사투가 벌어지는데….”경북이 배출한 3D 애니메이션 TV시리즈 `엄마까투리`의 인기몰이가 대단하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를 연상시킬 정도다. 경북 안동의 문화콘텐츠 자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가 지역 문화콘텐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엄마까투리`는 안동이 배출한 고(故) 권정생 선생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TV시리즈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지원하고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 지난해 8월 EBS TV에 정규 편성돼 방영 중이다. `엄마까투리`는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이번의 TV시리즈물은 진일보한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에다 효(孝)·환경보호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엄마까투리`는 방송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4~6세 대상 6.28%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는 현재 EBS의 유아·어린이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고, 방송 첫해 5% 시청률을 올렸던 `뽀로로`를 웃도는 수치다.방송 성공에 힘입어 `엄마까투리`는 캐릭터를 활용한 산업화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케이블 `IPTV` 모바일과 해외 시장 등으로 미디어 채널을 넓힐 계획이며 인형, 완구류, 도서, 화장품, 어린이뮤지컬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엄마까투리`는 지역문화 성공사례 기록뿐 아니라 산업화 성공에 따른 이득을 지역민과 공유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지역 기업·단체가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을 신청할 경우 무상으로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캐릭터 산업화 참여를 희망하는 지역 기업·단체에게는 로열티도 할인해주기로 했다.캐릭터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2016년 말 현재 국내 문화콘텐츠시장 규모는 약 94조원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중 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도 단위에서는 가장 높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은 `엄마까투리` 등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20년까지 이 비중을 3%까지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북지역 캐릭터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엄마까투리`에 기대가 쏠리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경북콘텐츠진흥원의 김화기 총괄본부장은 “`엄마까투리`의 성공은 중앙이 아닌 안동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애니메이션 산업문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 대표 캐릭터로 성장과 더불어 지역이미지 상승 효과와 부대 사업을 통한 일자리창출 등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도록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말했다.이렇듯 `엄마까투리`의 성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문화산업도 서울 등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최대의 수확이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즉 지금까지 문화는 지방이 어렵다는 인식이 전제, 처음부터 자신감이 배제된 채 대충 면피용으로만 하던 관행에서 탈피, 우리도 `이제는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배양시킨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에서 아시아의 변방이라는 등식을 깨고, 세계 4강에 오른 한국축구의 기적과 비교해도 될 성 싶다.이에따라 경북도 등 관련기관은 제2, 제3의 `엄마까투리`의 배출을 견인하고, 지방의 부활을 알리는 프로그램에 보다 심도있는 지원으로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2017-06-14

`선진한국` 언제 가능하나

▲ 윤희정 문화부장우리도 선진국 한번 만들어 보자는 소리가 나온 지가 10년이 족히 지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5년 새해 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진국 진입`을 새해 화두로 꺼내면서 `선진국에 맞는 의식과 문화, 시스템의 정비`를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선진화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꺼냈다.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실현을 내건 뉴라이트(New Right·신우파) 운동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에 가세했었다.하지만 이들의 `선진한국` 외침은 많은 국민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었다. 경제와 민생이 워낙 어려워 선진이란 말 자체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정권 측이 2, 3년 안에 선진국을 이뤄낼 듯이 말은 크게 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설계를 보여 주지 못하니 국민의 감흥이 더욱 약했던 것이다.요즈음 항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 대중적인 모습이 좋으니, 안 좋으니, 그런척하느니 해석이 구구하다. 그런 중에서도 문 대통령의 모습이 좋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나라가 너무 찢기고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져 대통령의 변화에서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기 때문일 게다.하지만 선진국 진입이건, 경제 최우선이건, 분열 아닌 통합이건, 집권 측의 구체적 선택과 결행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언행(言行)이 일치된 동반성장을 기대한다. 말뿐이라면 제19대 대통령 당선용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의지만 있다면 임기 내에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격 소통 협치 등의 여러 부문에서 국민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자리 문제, 외교 안보 등의 문제가 복잡하고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해도 선진화 합창의 마이크를 꺼서는 곤란하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가 급할수록 선진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는 게 실은 `질러가는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진국 진입은 과거를 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과거사 논쟁이나 하며 지새운다면 나라의 현상유지는커녕 후진을 면할 수 없다.우선 `선진한국`이라는 화두를 국민 속에 심화시키고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누가 이런 역할을 할 것인가.병을 고치려면 의사의 처방이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선진화의 시기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우리 눈을 안에서 밖으로 돌려야 한다. 비좁은 삼등칸 안에서 자리싸움 할 것이 아니라 일등석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려면 성장과 분배의 논쟁을 끝내야 한다. 성장 없이는 선진국가가 될 수 없다.경쟁을 피해서는 안 된다. 경쟁만이 창의력과 효율성을 높여 준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경쟁을 회피하고 자기들만의 성을 쌓는다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정부가 경제의 주체가 되는 선진 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기업가의 모험심과 창의력만이 부를 증대시켜 준다.`전망은 틀리기 위해 한다`는 농담같은 말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삶의 질을 따지기엔 생계의 한계에 내몰린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일을 향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다. 국민을 더 자유롭게 하고 더 신바람나게 하는 통치, 대한민국의 힘을 모아내는 리더십만 가능하다면 멀지 않아 민생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대기업 길들이기, 법인세 인상, 왜곡된 분배정의, 고용의 경직성, 귀족노조의 끝 없는 요구, 사회주의 경제학자들의 중용, 이런 정책들은 외자유치를 방해하고, 국내 기업을 외국으로 쫓아낸다. 그래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남미나 남유럽 여러 나라들이 왜 망했는지를 우리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런 열린 통치를 하는 정부를 기대해 본다.

2017-05-31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눈 돌리는 대통령이기를

▲ 홍성식 기획특집팀장얼마만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건, 어떠한 형태의 열광과 우려를 발생시켰건 결론만을 말하면, 정권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다. 누구라 특정인을 지목할 필요도 없다. 기자의 기억 속에서 취임식 단상에 오른 대통령 모두는 예외 없이 `국가의 품격`과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제는 이름 앞에 `전직` 혹은 `고(故)`라는 단어가 붙어 불리는 사람들.그들이 말한 `국가의 품격`이란 뭘까? 한국은 전례가 없을 만큼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뤄온 나라다. 한적한 시골에도 쭉쭉 뻗은 아스팔트길이 깔리고, 고속열차가 허리 잘린 국토의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를 2시간 30분이면 달려간다. 초등학생부터 칠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의 상향평균화 시대`를 누리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율은 영국과 미국을 가뿐히 넘어선다. 문맹률도 세계 최저 수준. 뿐인가. 서울 하늘을 찌를 듯 들어선 마천루(摩天樓)는 외국인 관광객의 탄성을 불러낸다.그러나 이런 외형적·양적 성장만으로 `국가의 품격` 즉, 국격이 높아지는 것일까? 이 물음에 흔쾌히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 품격은 내면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동반해야 그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때문. 경제적 발전과 양적인 팽창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적 역량강화와 질적인 변화다.프랑스 전직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1916~1996)은 `하나로 이어지는 유럽`의 초석을 깔았던 사람이다. 사후 20년이 넘었지만 그의 정치·경제적 혜안과 외적 카리스마를 부정하는 프랑스인은 드물다. 그러나 그를 보다 깊이 있게 기억하는 이들은 “미테랑은 대통령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틈만 나면 엘리제궁 조그만 방에서 소설을 썼던 사람”이라고 말한다.과문해서인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된 한국의 대통령 중 연설문에 이름 없는 시인의 시를 인용하거나, 근사한 소설의 문장을 기자회견에서 사용해 문화적 소양을 보여준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한국정치가 문치(文治)가 아닌 막말과 멱살잡이의 `부끄러운 추억`으로 남은 것은 통치권자의 문치(文癡)가 이유이지 않았을까? 이번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에게 감히 권유한다. “예술인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를 만들 시간에 시집을 펼치고, 소설을 맛보시라. 그 안에 국가의 품격을 높일 해답이 들어있으니.”그리고 전직 대통령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해온 나머지 하나 `인간다운 삶`. 인간의 존엄을 지킬 기본조건 중 하나는 `타의에 의해 죽음을 맞지 않을 권리`다. 그러나 세상엔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흔하다. 특히, 저항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 부재한 아이와 노인의 죽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인류의 비극이다.비행기를 타고 20시간이면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는 21세기. 이제 세계는 `한 지붕 아래 식구`다. 그렇기에 한국에서의 죄 없는 죽음만이 슬픈 건 아니다.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 젖먹이 아기와 팔순 노인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러시아와 미국의 미사일에 매일을 눈물과 한숨 속에서 보내고 있다. 이미 수천, 수만의 아이와 노인이 죽었다.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1965~)의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중동 지배정책의 일환으로 시리아 반군을 돕는 미국. 한국은 그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아이들의 처참한 상황을 모른 체하며 등 돌리고 있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변명을 내세우며.바뀐 한국의 대통령은 이 무관심과 반인본주의에 맞서 이렇게 말했으면 한다. “대체 어떤 국익이 아이들의 목숨에 우선할 수 있는가? 미국과 러시아는 당장 포격을 멈추고 평화협상에 나서라. 이것이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우리 국민들의 뜻이다.”

201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