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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거사상 초유의 8가지 사태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오는 4월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역대 선거사상 초유의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우선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지역구 분실에 따라 한순간 모든 후보들이 없어지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대구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당내 경선이 짧게는 한달, 길게는 5개월여까지 길어지면서 전력투구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법정 선거자금 소진, 건강 이상 등의 사태를 몰고 왔다. 이는 당내 경선을 위해 선거문자 발송은 물론이고 자체 여론조사 등에 상당한 선거자금을 사용했고 각종 행사에 무조건 참석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 당시에도 예비후보들은 건강이상으로 병원 신세를 질 만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이에 따라 정작 본선에 오른 새누리당 후보는 경선을 통해 이미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출전한 상황에 부닥쳤다.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에서 그동안 예우 차원에서 면제를 시켰던 당대표가 다른 예비후보들과 함께 참석해 공관위원장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다 친 박근혜 대통령계를 지칭하는 각종 단어들도 난무했다. 특히 동구을처럼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던 여당의 무공천도 초유의 일에 꼽힌다. 심지어 대구의 경우 과거 특정고교 출신들이 독식하다가 그 고교 동기끼리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가는 등 초유의 사태가 이번 총선에서 여기저기 드러났다.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경우 법원이 여성우선공천에 대해 새누리당의 잘못을 일부 인정한 것도 선거사상 초유의 사건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 그동안 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맺힌 한을 풀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백색 열풍`까지 더해졌다.우선 손꼽히는 내용만 뽑아도 무려 8가지에 달해 과거 선거와는 다른 분위기로 흐를 수밖에 없는 여건은 조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과거 새누리당이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지역에서 최소한 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그동안 여당의 오랜 금맥이었던 대구·경북의 달라진 모습을 언론은 연일 이상징후처럼 소개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없고 다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바뀌었다는 정도로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대구·경북 지역민 역시 역대 총선과는 다른 모습에 놀라면서 그 추이를 지켜보지만 이제는 그럴 만도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위에 언급한 8가지가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18·19대 총선에서 친이계니 친박계니 하면서 공천 경쟁을 벌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도 정권을 잡은 계파가 공천을 독식하는 양상을 보였고 지난 19대 때는 이른바 일부 지역은 후보마저도 예상치 못한 메뚜기식 공천이 자행됐음에도 대구·경북지역은 전석 모두 여당이 당선되는 결과를 냈다. 그래서 TK지역은 여당의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거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전국적인 볼멘소리와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이로 인해 대구·경북민은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고 과거 야당의원이 발언했던 이른바 `수구 꼴통`이라는 단어의 재 등장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려갔다. 이런 분위기를 접한 20대 총선을 준비해온 여당 정치인은 특히 지역구 관리보다는 중앙당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풍토로 이어졌다. 결국 여당의 예비후보들은 경선기간 내내 누구나 할 것 없이 지난번같이 유권자에게 각종 친박 관련 문구를 사용하거나 대통령, 청와대 등 본인이 관련있는 것은 있는대로 다 사용하기에 이르렀다.유권자들도 이제는 식상할 때가 됐고 이런 분위기가 이제는 통하지 않을 때가 된 것이다. 이미 자민련이라는 바람을 한번 경험했던 대구·경북 유권자들이기에 현재의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뚝뚝하고 자신의 견해를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대구·경북민들은 결국 지난 총선 때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말없이 20대 총선을 기다린 셈이 됐다.

2016-04-06

새누리당 막장 공천과 대구민심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새누리당 막장 공천에 대구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과 비박간 계파싸움, 살생부와 당내 여론조사 결과 유출 등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던 새누리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이 스스로 목을 치게 하는 등 유독 대구에서만 공천전횡을 휘두르는 추태 공천의 끝장을 보이며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낙하산과 내리꽂기 공천 후에도 승복하던 과거의 지역민심과는 달리 새누리당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게다가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레임덕 방지와 퇴임 후를 대비한 `호위 무사`들이 대구의 이익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는 등 새누리당 표밭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그동안 대구는 낙하산 공천과 내리꽂기 공천에도 이의를 달지 않고 새누리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당선시켰다. 이러다 보니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국회의원들로부터 임명직 국회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유승민 의원이 탈당해 본격적인 `친유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야당에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전하며 대구지역 교두보 마련에 기대감을 가지고 총력전을 펼치는 등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과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재현된 낙하산 공천에 대해 `새누리당이 해도 너무한다`는 지역민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표심 변화가 꿈틀거리는 가운데 최근 새누리당에서 공천 학살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하라`고 공문을 보내는 등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행태를 보이며 새누리당 역풍에 부채질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반납은 조원진 의원이 지난 26일 대구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탈당한 당협에서 “박 대통령의 사진은 걸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촉발됐다.이에 대구시당에서는 `새누리당이 비용을 지출하고 제작해 당협 사무실에 배포한 사진은 엄연히 정당 자산`이라며 반납 공문을 발송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일어났다.새누리당이 막장 공천, 내리꽂기 공천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사진 반납 등 온갖 추태를 보이면서 대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지난 27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월 4주차(21일에서 25일까지) 리얼미터의 대구·경북지역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주차 70.0%에서 56.0%로 무려 14.9%p가 떨어졌다.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의 지지율은 29.1%로 3주차 18.6%에 비해 10.5%p가 올랐다. 대구·경북지역의 통상적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70% 전후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50%대로 하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 고사작전`과 유 의원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에 따른 표심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대구지역은 지금까지 새누리당 공천장이 곧 국회의원 당선증이라는 공식이 통했다.이번 총선도 유승민, 주호영 등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역과 김문수와 김부겸이 맞붙은 수성갑을 제외하고 대부분 `박근혜 키즈`들이 공천장을 받았다. 그동안의 투표성향을 보면 이들 대부분은 당선될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높다.또다시 대구가 전국적으로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대구시민의 똑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6-03-30

청춘들이여 희망을 가져라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이제 봄 기운이 완연하다.눈 위에서 꽃을 틔우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지 오래됐고, 도로가나 공원 주변 곳곳에서 개나리가 노란자태를 뽐내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봄이 왔기에 더욱 반갑다. 봄을 시샘하듯 아직 한 두차례의 꽃샘추위가 오겠지만 결국 봄을 이기지는 못하는게 세상의 이치다.이렇듯 돌고돌아 오는 봄은 대학가에도 예외가 아니다. 봄의 기운과 더불어 올해 갓 들어온 새내기 신입생들도 나름대로 삼삼오오 모여 이 강의실, 저 강의실 등을 옮겨 다니며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아직은 수강신청이 낯설고, 교수의 강의가 제대로 적응이 안 될 시기지만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익숙해 질 것이다.하지만 요즘 대학가에는 과거처럼 활력이 넘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 낭만 등을 한창 즐겨야 될 신입생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리라.특히 지역의 경우 수년째 GRDP가 꼴찌를 맴돌고 있는데다 경기불황과 맞물려 대학졸업과 동시에 백수대열에 들어가니, 심지어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다반사에 이를 정도다. 졸업을 하면 부모눈치에다 용돈정도는 스스로 벌어야 하니, 아예 필요하지 않는 휴학 등으로 시간을 버는 꼼수가 난무하는 게 현 대학가의 실정이다.사정이 이러하니 학생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졸업을 하면 그들을 사회에서 받아줘야 하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이 모두 기성세대들의 탓이다.하지만 학생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차근차근 열심히 하면 반드시 목표가 달성된다라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이것도 안되면 차차선 이라도 이룰 것이라고.지역에서도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지역의 대표적인 성공케이스가 대구공항이다. 과거 수십억원의 돈을 투입해 국제공항이 된 대구공항은 이후 경기불황 등의 직격탄을 맞아 손님이 급감, 무늬만 국제공항으로 전락했다. 국제공항이지만 부정기적인 전세기 취항외에 변변한 국제선 하나 없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공항이었다.하지만 몇 년전 저가항공사가 취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티웨이 항공사를 시작으로 여러항공사가 취항하면서 공항이 붐비기 시작했다. 급기야 공항이용객이 늘어나면서 200만을 돌파했고, 올해에는 250만을 목표로 순항중이다.이런 상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차례 관계당국이 군과 항공사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또 있다. 대구 가창초등학교다. 과거에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폐교위기까지 갔었으나 새로운 교장의 부임과 교육청의 노력덕분에 이제는 학생수가 급격히 늘었다.입소문이 알려지면서 심지어 타시도의 학생까지 몰려 이제는 전학을 오기 위해서는 상당기간을 대기해야 대는 상황으로까지 발전, 성공사례로 다른 학교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장기간의 불황으로 힘든 대구 유통가에도 성공사례는 있다.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모다 아울렛이다. 아울렛 매장으로서 전국적인 호황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모다 아울렛은 지역유통의 대표적 성공사례다.황량한 성서공단에다 모텔만 즐비한 이 동네가 유통상권의 활황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매일 수많은 구매자가 몰려 이 일대는 유통의 메카가 돼 다른 매장이 계속 생기는 것은 물론 인근 가게 등도 덩달아 북적여 엄청난 부가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이외에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바뀐 예는 많다.즉 불가능이라는 마음의 벽을 넘어 노력하고, 연구할 때 길은 열리는 것이다. 지금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렵다 할지라도 냉정히 이성을 가지고 찬찬히 살펴보면 길이 보인다.젊은 청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부디 낙담하지 말고, 끓는 피로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도전과 모험정신을 가지기를 권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신학기 새내기 학생들이여, 희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2016-03-25

잔인한 계절 `봄`?

▲ 윤희정 문화부장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노래하듯 봄은 정말 잔인한 계절인 걸까?땅속에서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 깨어 뛰어나온다는 경칩이 지났지만 꽃샘추위는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며칠 째 물러갈 생각을 않는다. 농부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농기구를 정비하는 손놀림이 바빠지고 봄을 재촉하는 매화, 봄까치꽃, 변산바람꽃은 막 꽃망울을 터트렸는데도 말이다.날씨 뿐 아니다. 경제, 정치, 남북관계 등 시국도 춥기는 마찬가지다.장기적인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과 장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지는 가운데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뒤숭숭하고 사상 최대 규모로 전개되는 한미 키리졸브합동훈련,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장사포 발사로 남북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경색 국면으로 치닫는다. 유엔의 본격적인 대북한 경제제재는 북한을 어디로 튈지 모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이렇게 사회 모든 분야가 불안하면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쟁과 불안이 만성적으로 내재화된 세대 2040세대(1967~1996년생)는 여전히 삶이 불안하고 현실에 비관적인데, 국내외적 정세변화 때문에 그 불안감과 비관적 현실 인식은 가파르게 깊어지고 있다.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기획하고 엠브레인이 지난달 26~29일 수행한 조사 결과를 4년 전의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2년 2월 조사에서 2040은 42.0%가 `내 삶은 안정돼 있다`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2.6%로 줄었다. `내 삶은 불안하다`는 응답이 58.0%에서 67.4%로 9.4%포인트 증가했다. 20대(69.1%), 30대(67.8%), 40대(65.8%) 모두가 불안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다.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2040에서 `희망이 크다`는 답변은 4년 전 68.0%였지만 이제는 43.5%로 확 줄었다. `희망이 없다`가 32.0%에서 56.5%로 늘었다. 20대의 경우 4년 전 `희망이 크다`는 응답이 74.0%였다가 이번에는 `희망이 없다`가 51.9%로 돌아서는 등 20·30·40대 모두 부정적 응답이 우세한 쪽으로 역전됐다.이상화(1901~1943) 시인이 나라 잃은 슬픔을 피를 토하듯 절규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엘리엇의 `잔인한 봄`과 오버랩된다.“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중략)”일반적으로 많은 시인들은 봄을 `밝음 탄생 생명 이상 기쁨` 등 긍정적이며 희망적 이미지로 표현하지만 엘리엇의 봄과 이상화의 봄은 전혀 딴판이다. 올해의 봄이 바로 그렇다.삼라만상이 새로운 기운에 감싸인 계절이며, 확연히 달라진 세상을 보여준다. 문학작품이나 미술에 나타나는 그 묘사는 생동하는 세상을 보여주며, 환희의 음률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기도 한다.시인들이 그려내는 황홀한 시 작품처럼 다양한 변화가 내포된 2016년 `봄`을 기대하는 건 너무 막연한 꿈인 걸까?봄비로 잠든 뿌리를 흔들어 생명을 일깨워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잔인한 달`로 불리는 4월이 오기 전에 보이지 않는 현실의 벽에 빛이 넘치는 변화가 오면 좋겠다.정오를 알리는 힘찬 관악기들의 연주 소리의 활기참이 있고, 호박색 노란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봄의 그런, 눈부신 경치라도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빛나는 햇살과 맑은 새들의 노래 소리를 따라 부르며, 겨우내 얼어 부풀은 보리밭을 밟거나 포도넝쿨 가지를 자르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농부들의 밝은 얼굴을 만날 수 있고, 연두빛으로 물든 수양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면사포 쓴 봄처녀가 사뿐히 걸어오는 그런 행복한 봄이 올해도 변함 없이 와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6-03-16

`야만시대(野蠻時代)`로의 회귀

▲ 안재휘 논설위원신문 펼치기가 두렵다. 텔레비전 켜기도 무섭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호랑이의 공격에 맞서 피투성이가 된 어미 곰, 먹지도 자지도 않고 열심히 알들을 돌보다가 죽어가는 가시고기 이야기가 한없이 부끄러운 추악한 인간사들이 연거푸 사회면을 장식한다. 낯선 칼잡이들이 나서서 정치권이 공언해온 개혁 약속 모두 엎어버리고, 조변석개의 살생부 칼춤을 추는 야만의 장면들이 속속 정치면에 대서특필된다. 맨발로 탈출한 인천의 16㎏ 소녀, 냉동상태로 발견된 부천 초등학생, 미라 여중생에 대한 끔찍한 기억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듣도 보도 못한 참극이 또 드러났다. 친부와 의붓어미가 만 6살 사내아이를 영하 12도의 엄동설한에 옷을 발가벗겨 욕실에 감금한 채 표백제나 찬물을 퍼부었단다. 그리고 20시간 동안이나 울부짖는 아이를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단다. 하찮은 미물 사이에서조차 유례를 찾기 힘든 해괴망측한 비보는 귀를 씻고 싶게 한다.`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새로운 공천제도의 시발점을 기대하던 국민들의 여망은 완전히 무너졌다. 궤변으로 범벅이 된, 앞뒤 아귀조차 맞지 않는 이유들을 주렁주렁 매단 `공천학살극`이 연일 정치권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서`라는 전제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분명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과정`의 비민주까지 용허하지는 않는다. 옆구리에 칼을 차고 으스대는 민주주의는 진짜가 아니다.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인적청산` 여론은 추잡한 패거리정치의 단골 먹잇감이다. 정치무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인들을 솎아내고 싶어 하는 민심에는 허물이 없다. 그러나 패거리정치를 주도하는 정치꾼들은 `인적청산` 여론을 악용하여 `차도학살(借刀虐殺)`의 칼춤 판을 만들어내는데 능란한 선수들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새 인물 발탁`이라는 꼼수로 `제 사람 심기`를 획책하는 일인데, 대중은 곧바로 알아내지 못한다.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별해 해산시킨 헌법 제8조 4항이 또다시 전문가들 입줄에 오르내린다. 이 조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돼있다.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악착같이 계속되고 있는 여야정당의 야만적 공천행태는 명백히 `비민주적`이다.20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여당은 “무능하고 위험한 좌빨들에게 정권을 넘길 것이냐”고 보수성향의 민심을 위협할 것이다. 야당은 “독재정치로 회귀하고 있는 수구꼴통들에게 나라를 계속 맡길 것이냐”고 진보민심을 겁박할 것이다. 정치꾼들의 눈에 유권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몇몇 장난질만으로도 홀라당 넘어가는 문문한 존재들일 따름일 것이다. `컷오프`를 당하고 무소속으로 살아난 사례는 결코 흔하지 않다.`공천혁명` 실현은 무기한 연기됐다.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장담하다가 공천과정에서 오만 능멸을 당하면서 체면이 한껏 구겨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심중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절차적 민주주의`에 닿기는커녕 속 보이는 당쟁만 거듭해온 새누리당 공천은 유권자들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패권주의 청산을 위한 읍참마속을 감행한 더불어민주당 공천과 어떻게 달리 투영될 것인가.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일은 자식이 부모를 해치는 일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패륜(悖倫)이다. 4월 총선 권력쟁탈전에 넋이 빠진 정치권은 인간의 탈을 쓰고 저질러서는 안 될 악행들이 버젓이 횡행하는 위태로운 사회 병증에 대해 모든 역할을 포기했다. 한없이 깊어지고 있는 정치불신의 끝가지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지를 찾아낼 것인가. 그야말로 `말세(末世)`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우리는 지금 `도덕과 질서가 타락하고 규범이 무너진 세태`의 늪 한복판에 빠져 있다.

2016-03-15

총선 아닌 `지방`선거와 정치허무론

▲ 임재현 편집부국장20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포항에서도 당내 공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는 선거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포항시청 8층 브리핑룸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여당 예비후보들의 경우 당내 선거 전 초반에 앞다퉈 배포하던 정책공약 자료들이 막바지에 들면서는 고발장을 첨부해놓은 비슷한 두께의 폭로 기자회견문으로 바뀌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사안의 절박성과 수사를 통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경우도 많은 반면 마치 난타전을 유도하는 듯한 동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본 선거에 들어가기 전 당내 예비후보 간 고소ㆍ고발로 상징되는 과열 양상은 특히 경북권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이유는 뿌리 깊은 일당 독주 체제 때문이다. 승자 독식도 이런 승자 독식은 없다. 중앙당에서조차 경선의 룰도, 당론도 정하지 못하고 계파 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의 후보들에게 당내 선거전의 하루하루는 정글과 같은 딜레마이다. 당내 기여도는 `커녕` 평소 지역구를 다지며 지역의 발전에 기여해온 성과가 공천심사위원들이 손에 쥐어든 평가표에 빈칸이나 채울 수 있을지 조차 회의적인 상황이다. 낮과 밤의 세계가 다른 `돌아온 탕아`이건, 화려한 관운의 출세주의자이건 따지지도 않고, 하여간 낙점만 받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판세가 뒤집어진다. 이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천증만 손에 들면 이후 선거는 없는 거나 다름 없다.후진 정치를 `섰다판`으로 비아냥거리는 데는 도박과 유사한 속성을 강조하는 의도도 있지만 판이 깨지면 자성은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선거의 세태도 담겨 있다. 이러한 경북의 정치 풍토에서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 유리하게 활용하는 지역발전 전략은 늘 딴 동네의 그림 속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입을 모아 수도권의 중앙 집중을 성토하지만 기실 지역민은 소탐대실의 쳇바퀴를 돌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서울대 학생회관에 내걸린 시구를 패러디 해서 `누가 지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 들어 충청을 바라보라`고 자조하고 싶은 심정이다. 충청은 대권 구도와 정당 간 경쟁을 활용한 덕에 이제 수도권에 편입된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지금 지방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더 이상 총선이 아니다. 그냥 또 하나의 지방선거일 뿐이다. 이런 경우 지방이란 단어는 중앙에서 마치 저 아래를 내려보듯 내뱉는 변방과 촌스러움, 협소함을 상징한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너도나도 권유하던 SNS는 이미 마타도어의 시장판이 된지 이미 오래다. 가점을 줘가며 정치신인으로 우대한다고 했더니 선거 초반부터 황색언론을 줄줄이 동원해 네거티브 전략부터 구사하는 품이 구태 정치인은 저리 가라다.이런 회의론에 대해 진보진영은 정치허무주의라고 지적할 것이다. 국민이 관심을 버리는 동안 집권여당은 국가를 마음대로 주무를 것이라고. 5공이 `3S`(스포츠, 스크린, 섹스)로 그랬다면서. 하지만 언론에 대해 `국회 내의 다툼만 너무 부각시켜 정치 허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만 보더라도 일련의 정치허무론은 문제가 있다.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여야가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진영논리의 참호 속에서 맞선 상황에서 `본질`에 천착해 보도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보 진영에게도 책임이 많다. 제도 정치권을 견제할 세력인 시민사회계도 마찬가지다. 빙하기나 다름 없는 침체기에서 총선연대를 할 수도 없을 뿐이거니와 설사 낙선운동을 해봤자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 국민의 외면만 받을 것이다. 이 점에서 참여연대 출신 송호창 국회의원의 출마 포기 선언을 단순한 당내 불만의 표출이라고 굳이 평가절하하고 싶지만은 않다.결국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방선거 수준인 지금의 총선을 정치 개혁하려면 제3의 정치세력화라는 신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워대다가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저 사람 어느 캠프에 있었더라`면서 곱씹어봐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선거를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

2016-03-09

SNS선거의 명(明)과 암(暗)

▲ 이창형 정치선임기자(국장)매번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신문기자들로서는 선거가 곧 `지옥`이다. 기자생활 동안 선거를 수십여 차례 치르고 나면 명이 수십년 단축된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경우 기자들 또한 지연·학연·혈연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기사는 토씨 하나 잘못돼도 시비가 된다. 중립성이 가장 큰 요체다.정치부를 담당하는 기자는 새누리당 공천경쟁을 위한 경선을 앞두고 궁여지책 끝에 카카오톡을 선택했다. 본사와 서울, 대구 등 각 네트워크망을 연결하는 정치담당 기자들과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원활한 취재를 위해서였다. 정보보안의 의미도 있다. 같은 공간내 다른 기자들과는 선거와 관련된 대화 만큼은 입을 다문다. 선거판에서는 말이 참 무섭다. `아` 하면 `어`가 되고, `어` 하면 `아`가 돼서 급속도로 퍼진다.카톡은 이미 여의도 정치에서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단체방을 개설해 의원과 보좌진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의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카톡을 비롯한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는 현대 선거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청년층의 정치참여가 이번 선거처럼 활발한 것 또한 그들의 주 소통공간이 SNS이기 때문이다.외국에선 오래전부터 SNS가 `제3의 선거운동본부`로 자리잡았다. 2008년 당시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를 영입해 페이스북을 본 딴 자신의 선거운동 사이트를 열었다. 오바마는 이 SNS를 통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올리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 전역으로 퍼진 대통령 후보의 소탈한 모습은 많은 지지자들을 양산했고 이는 연대로 이어져 공화당 매케인 후보를 꺾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 오바마는 “진정한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인터넷은 그런 활동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그런데 국내에서는 SNS가 선거의 가장 큰 폐해를 유발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특정인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넘어 병폐로 와닿고 있는 것이다.본 기자의 페이스북 친구는 3천여명 가량이다. 정치부 담당을 오래 하다보니 정치인 친구들이 많다. 선거철이다 보니 선거관련 글이 도배를 이룬다. 기자의 대학생 아들은 정치인들이 선거관련 글을 올리면 무조건 친구를 끊는다고 한다. 단순히 자신을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면 페친으로서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준다. 감동스토리가 있으면 응원의 댓글도 단다. 하지만 일부는 상대후보를 헐뜯고 사실확인도 안된 풍설을 포장·재포장해서 사실인 양 페친들을 현혹하고 있다.일부 인터넷신문 매체의 폐해도 SNS상에서 횡행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한 기사를 싣고 이를 SNS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SNS가 활성화되기 전 이들 매체의 유일한 노출창구는 홈페이지였다. 그러다보니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소·고발된 대부분의 사례가 SNS상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전국 인터넷신문은 2014년 기준으로 5천877개다. 2004년 286개에서 10년만에 20배 이상 늘었다. 홈페이지조차 없는 인터넷신문이 1천501개(25.6%)나 된다.문체부는 지난해 8월 인터넷신문의 설립 요건을 보완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했다. 신규 등록을 하려면 5명 이상 취재·편집 인력의 상시고용 여부를 증명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역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매체도 1년 내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된다. 무분별한 인터넷언론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후보측 관계자들의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사이비 인터넷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총선정국에서의 SNS는 가히 이전투구의 장이 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SNS 상에서 `도깨비 뿔`을 숨긴 채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는 `작자`들이 적지않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6-03-02

포항철강공단의 슬픈 자화상

▲ 김명득 편집부국장“아, 성과급 400~500% 받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네요. 이제 다시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겠지요….”지난주 포항철강공단에서 만난 모 업체 L이사가 불쑥 던진 말이다. 요즘 포항철강공단이 예전 같지 않다. 1~4단지 내 공장 곳곳이 문을 닫았거나 아예 가동을 멈춘 곳이 수두룩하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철강불황 여파 때문이다.포항철강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76개(344개 공장)입주 업체 가운데 휴폐업 한 곳이 17개사에 달하고 이들 업체 대부분이 현재 경매절차를 밟고 있거나 아예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겉으로 드러난 포항철강공단의 모습도 활기를 잃었다. 철강제품을 가득 싣고 달리는 화물차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인데, 우렁차게 들리던 공장의 기계소리는 가동을 멈추었는지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중견기업 이상은 버틸 여력이 있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자생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이 생사(生死) 기로에 놓여 있다.“철강경기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 휴폐업 업체는 더욱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 철강관리공단 관계자의 말이 섬뜩하게 들린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포항철강공단의 전성기는 지난 1990년을 기점으로 전 후 4~5년쯤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출입하던 그 당시엔 그야말로 철강제품이 없어 못 팔던 시절이었다. 철강시황이 워낙 좋다보니 스크랩(고철)업체들도 덩달아 많은 돈을 벌어 대표가 포항시에 장학금을 수억원씩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에도 포항철강공단은 오히려 팽팽 돌아갔다. 그 당시 다른 도시들은 다 죽는다고 아우성쳤지만 포항만큼은 호황을 누렸다. 포항시내의 밤거리는 불야성을 이뤘고 유흥가마다 흥청거렸다.철강시황이 좋다보니 근로자들이 설이나 추석명절에 받아가는 보너스도 두둑했다. 기본상여금에 특별상여금, 성과급 등 지급할 수 있는 명분은 다 붙여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기본 봉급 이외에 받는 돈으로 개인 비자금(?)까지 몰래 만드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지금 정년을 앞두고 있는 50대 중·후반의 고참 직원들은 그런 호시절의 향수를 한번쯤 그리워할 것이다.그 당시엔 공단 업체를 방문해도 큰 부담 없이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식사 한 번 하자는 말도, 저녁에 술 한 잔하자는 말도 흔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업체를 방문하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전화 한 번 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럽다. 매일 비상회의와 긴급 회의에 참석하느라 파김치가 된 임원이나 간부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철강공단 업체들이 내보낸 근로자 수가 776명에 달한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직원들을 내보낼지 알 수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대근무자보다 사무직원들이 더 불안해 하고 있다. 더욱이 `임원(임시직원이라고 빗대어 하는 말)`들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다. “사주가 언제 집에 가라고 할지 몰라요. 임원이나 간부들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고, 이제까지 다닐 수 있는 것도 다행이지요…” 모 업체 L이사가 한 말이 무척 맘에 걸린다. 그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전화하기조차 겁이 난다. 혹여 전화하더라도 “L 이사님 그만 두셨습니다”라는 말만큼은 제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활기 잃은 포항철강공단에는 온갖 슬픈 자화상이 매일매일 그려지고 있다. 요즘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들리는 곳이 바로 포항철강공단이다.

2016-02-24

가족의 질서 회복

▲ 정철화 대구경북부 부장병신년 새해는 벽두부터 유난히 시끄럽다. 총선을 앞둔 정치판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렇다고 치지만, 무엇보다 친자를 끔찍하게 살해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불거져 온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보관한 아버지,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여 가까이 집안에 방치한 아버지 등 차마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다각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가정해체로 가족의 질서가 깨진데서 그 원인을 찾는 사회학자의 진단이 주목을 끈다. 최근 일련의 잔혹한 아동학대 사례들이 이혼가정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전통적으로 가족의 질서를 유지했던 아버지의 권위와 위엄이 약화되고 자녀를 왕같이 떠받드는 과잉보호적 가족질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가정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고 어릴 때부터 원하는 대로 모든 게 이뤄지는 자녀중심적 가정환경은 이기적인 인간을 키워낸다. 이기적인 인간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 등 사회성이 부족해 이해와 배려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결혼을 통한 가정을 유지하기 더욱 어렵다. 최근 가정해체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특히 이기적인 인간은 사회전반에서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괴물과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정부는 지난주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아동 학대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기관별 임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가해자의 엄격한 처벌과 피해 아동의 육체적 심리적 치료를 강화하는 등의 강력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런 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입법 등 사회전반적인 안전시스템이 당연히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정신병자같은 아버지들로 인해 건강한 가정을 지키는 대다수 아버지들의 권위에 또 하나의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현대 가족사회에서 가뜩이나 약화된 아버지의 권위가 완전히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 가장들에게서 펭귄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남극에 사는 펭귄 아버지는 어미가 알을 낳자마자 발위에 올려놓는다. 엄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나고 아빠 펭귄은 두 달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꼼짝도 않고 혹한을 견디며 알을 품는다. 마침내 먹이를 구해 돌아온 엄마는 뱃속에 저장해온 양식을 토해 새끼에게 먹인다. 두 달 가까이 꼬박 굶은 아버지 펭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새끼를 돌보는데만 여념이 없다. 눈보라와 폭풍 속에서 시달려 체력을 소진하고 영양실조마저 겹친 아버지 펭귄이 이제 먹이를 찾아 나선다. 굶주림에 비틀대며 필사적으로 걷지만 다리에 힘이 빠져 미끄러지고 나뒹굴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아버지 펭귄은 흔히 부성애(父性愛)의 상징으로 곧잘 인용된다. 아버지 펭귄의 자식에 대한 무한사랑은 요즘 같은 비정한 아버지들과 비교되지만, 달리 말하면 `과잉보호`다. 현대 아버지들 역시 자식에게 모두 걸기를 하다시피하며 `과잉보호`에 내몰려 있다. 자식교육과 가족부양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쏟아붙고난 아버지들의 미래는 어떨까.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 돈도 없고 과잉보호로 키워놓은 자식들에게 외면당한 채 병든 육신을 이끌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는 노년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펭귄의 처참한 몰골과 너무도 닮아 있다.아버지들이 강요 당하는 과잉보호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족의 질서를 회복하고 가정해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6-02-17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는 정치신인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본격적인 선거철이다. 대구지역은 2일 현재 12개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56명이 등록, 평균 4.7대 1을 기록 중이고 경북도 15개 선거구에 59명이 등록해 3.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예비후보는 야당과 무소속 후보를 제외하면 대부분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는 인사들로 포진해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여당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 대부분은 정치신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저마다 새 피를 수혈해야 여당의 체질 개선과 변화, 혁신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비후보에는 대구·경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친박, 진박 인사들도 포함돼 본선거에 앞서 당내 경선전이 오히려 치열한 상황은 역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경선전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해 내면서 일부는 과로로 입원하기도 하고 일부는 갑작스러운 일정 강행에 따라 몸의 면역체계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하기도 한다. 이는 아침 6시 지역구내 주요 지점에서의 출근인사부터 초·중·고교 동문회와 일가친척의 모임까지 챙기고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초대받지 않은 각종 모임까지도 무조건 찾아가는 등 거의 밤 12시까지 무려 18시간이나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다.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새누리당 당내 경선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들이 있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정치브로커가 그 장본인. 매번 선거때가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몇번의 선거를 치른 예비후보들은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지만, 대구 경북지역에서 당협이 구성되지 않거나 명목상 존재하는 지역은 이들 정치브로커들의 주된 공략처가 되고 있다. 이들은 조직이 없는 정치신인들에게 접근해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신과 함께 했던 광역·기초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당선이 보장된 사조직으로 지원하겠다고 장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면 다른 경쟁자에게로 간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하면서 악성루머를 빌미로 무조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주된 특기다.정치신인들로서는 거부하게 되면 이른바 경선전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온갖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이들의 특성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조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조직을 대신하는 데다 당선 득표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악성루머에 따른 감표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정치신인들이 그들을 수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또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당내 경선 통과가 바로 본선에서 당선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처럼 인식돼 온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은 새누리당이 오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방식을 국민여론조사 반영률을 70%까지 높여 놨기 때문에 정치브로커들이 더욱 활개를 치게 만드는 환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조직과 각종 단체의 명단을 동원해 행사 등에 정치신인들을 인사시킨다는 명목으로 끌고다니고 당선후 논공행상 형식으로 자신의 조직원에 대한 반대급부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그 반대급부에는 광역, 기초의원 비례대표 임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이다. 이같은 결과는 이들 광역·기초의원들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각종 이권 개입에 동원돼 결국 이들 조직을 더욱 비대하게 만들며 계속되는 선거에서 또다른 정치신인들을 먹잇감으로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돈선거가 난무하던 시절부터 기승을 부려온 정치브로커들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언제쯤 이런 정치브로커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신인들이 마음 편안하게 소신껏 자신의 능력을 보이면서 선거운동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2016-02-03

대구시 전기차 시대의 의미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대구시가 마침내 전기자동차 시대에 첫발을 뗐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기자동차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온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대구 교통연수원에서 전기택시 시승식을 가지는 등 본격적인 대구 전기자동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은 배터리 부분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어 대구시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로 이동하는 추세에 있어 대구시가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지자체 가운데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업계 선두주자 테슬라를 시작으로 닛산, BMW, 벤츠, 기아 등에 이어 애플도 미래먹거리로 점찍는 등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물결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업계 가운데 가장 선도기업인 테슬라는 한번 충전으로 482㎞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3을 출시했으며, 부품도 새로운 개념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뛰어넘는 편의성과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큰 반향을 주고 있다.기존의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양산차 부품에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하는 방식이어서 무게가 무거워지며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성능이 개선되고, 관련 부품 기술이 개발되는 등 전기차에 대한 기술은 급속도로 향상되고 충전시설이 확대된다면 향후 전기자동차은 눈부신 고성장을 보일 것이 뻔하다.게다가 글로벌 전기자동차 선도기업인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의 관련 중요 특허를 모두 개방해 전 세계 많은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기존의 시장을 대체하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이 가세해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면 글로벌 자동차시장 패러다임은 순식간에 바뀌게 될 것이다.전기차 관련 시장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 초대형 도시에서 세컨드카로 사용되는 소형차 부문에서 순수 전기 자동차(BEV)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2020년까지 15% 정도의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독일 운전자의 80%가 일일 운행거리 70㎞ 이하, 95%가 200㎞ 이하이어서 세컨드카로 사용될 경우, 전기자동차의 1회 충전시 운행거리 문제가 실질적인 구매의 제한 조건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세계 각국 정부들도 앞다퉈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의 높은 구입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덴마크, 일본, 프랑스, 중국, 미국, 영국 등은 전기자동차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전기차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2~3년 이내에 전기차의 총 소유비용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에서도 2014년까지는 전기차가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등 전기자동차 시대는 이미 활짝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구시는 지난해 르노자동차와 미래형 자동차부품산업 육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시험용 전기화물차 4대를 우선 제작해 시범운행할 계획이다. 특히,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2천대 보급을 목표로 우선 올해 전기택시 50대와 상반기에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200대를 보급하고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시내 일원 40여 개소에 충전기 60기(급속 및 중속용)를 설치하는 등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로 부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충전시설 부족 등 인프라 문제와 배터리 문제, 효율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은 향후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전기자동차가 침체한 대구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6-01-27

도청 앞마당의 푸른 소나무가 돼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경북도청 앞마당에는 푸른 소나무가 있다. 도청을 바라보고 좌측에 5그루, 우측에 6그루 등 총 11그루의 소나무가 오랜 풍상을 견뎌낸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도청 직원들을 비롯, 방문객 등을 맞이하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도청의 수문장으로 십여 년 이상 도를 찾는 방문객에게 푸른 자태를 알리며,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곳에 히말라야 시더가 심겨져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태풍 매미로 히말라야 시더가 뿌리째 뽑히면서 소나무로 대체됐다. 이 소나무들은 적어도 60~70년 된 소나무로 청송 등 북부지역에서 도청 앞마당으로 옮겨졌다. 한 그루당 돈으로 환산하면 5천만원이 넘어가는 귀한 몸값이다. 이 나무들은 최근 안동 신청사로 옮겨 심겨졌고, 다음달 도청이 이사하면 대구시대를 접고 안동에서 새로운 손님을 맞을 전망이다. 이 터에는 기존 소나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한 소나무들이 대체돼 심겨졌다. 이 소나무들은 도청을 찾는 민원인에게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소나무와 같이 `푸르고 청정한 기상을 품고 있어라`는 관상수 이상의 뜻이 배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지난 몇 년 동안 도청을 출입한 결과 도청은 이 소나무의 기상을 이어받지 못했다고 보여진다. 올해도 도청은 연초부터 산하기관장의 여직원 성추행사건 등이 불거진 것을 비롯, 최근 몇 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문경 체육관 붕괴사고 등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의 중심에는 도청 공무원이 하나같이 개입됐다. 수천명의 공무원이 모든 것을 초탈한, 득도인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사건마다 개입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련의 사건으로 전례없이 도청의 수십명 공무원들이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한번쯤 생각할 대목으로, 이 부분들이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갔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나름대로 징계 등 일벌백계 했다고 했지만, 많은 공무원들조차 징계수위를 이해못하고 있는 등 조직의 기강해이를 감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청 상층부는 잘못된 부분을 그저 쉬쉬만 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만 하지말고, 추후에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그리고 지난해 도청노조 또한 시끄러웠다.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게 본분이나, 자유게시판 등 글을 보면 노조가 계파중심으로 귀족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게시판 등에는 “노조가 언제부터인가 본분을 망각하고, 귀족화되어 인사권 등을 휘두르고 있고, 힘없는 조합원을 무시한다”는 내용들이 상당수 이어졌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노조는 도청 집행부를 견제해야 되나, 도의회만 견제하는 등 스스로 집행부화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의회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입법팀 등 전문직 채용시마다 반대했지만, 도청 집행부 조직개편에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의회 직장협의회를 폐쇄하는 등 조직약화를 꾀했다고 지적했다.즉 도의회의 직장협의회를 경북도청 노조 본부로 귀속시킴으로써 노조 스스로 집행부 기관임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또 도청 하위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본연 업무이나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권력기관화 되어가고 있다는 말들이다. 이외에도 상당한 말들이 자유게시판을 떠돌고 있는 등으로 보아 노조활동도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공무원노조라 많은 한계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노조의 존립이유를 한번 더 생각하면 해답이 보인다.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구성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다.이제 도청이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신도청시대에는 과거의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전정앞의 푸른 소나무처럼 좋은 기상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2016-01-20

새로운 꿈

▲ 윤희정 문화부장또 한 해가 갔다. 새해 벽두에는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한다. 절기의 바뀜을 통해 새로운 성찰과 다짐을 하며 더 높은 비전을 추구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우주의 질서정연한 운행을 대하면서 경천(敬天)과 겸손을 배운다. 인류는 역사에 대한 깊은 인식과 후대에 대한 책무감에서 추상같은 정의(正義)를 내세우면서 전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고 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를 벗어나고, 다가올 위기를 미연에 막기 위한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진한 부분이다. 남은 임기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고 했지만 너무 막연하다. 올해 첫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내수 보완 대책을 집중 시행하라고 지시했지만 국민들의 주머니가 얼마나 썰렁한 지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 기대를 하건, 친구에 기대를 걸든, 직장에 기대를 두든, 일반적으로 기대 혹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경우의 수는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현실이 암울하거나 비관적이어서 그 현실을 견디기 위한 공상적 차원의 그림이 무의식적으로 필요한 경우이다. 둘째, 현실이 그런대로 만족스럽지만 그 현실을 그대로 그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의 희망과 기대와 전략이 필요한 경우이다. 셋째, 현실이 아주 만족스러워서 그대로 안주하고 싶지만 내면으로부터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서 현재의 안정된 환경과 행복을 좀먹을 것 같을 때 의식과 무의식을 최대한 동원해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하며 그 현실의 행복을 지켜나가는 경우이다. 우리들은 지금 이 세 가지 차원의 어느 하나에만 속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란 단순한 해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복합적 맥락과 관계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무력감과 좌절의 아우라가 수시로 자극하고, 내면과 외면의 경쟁적 상황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하지만 안정적 존재감의 이면에 동전의 양면과 같이 언제라도 상주할 태세를 갖추고 찾아오는 불안이라는 불청객과 동거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가 아닐까.“마흔 살은 다부지게 일할 나이오늘로 두 살을 더 먹게 됐네.도소주는 뒤에 마셔도 좋지만늙고 병들기는 남보다 빠르네.세상살이는 어떻게 힘차게 하나?살림살이는 가난을 꺼리겠는가?은근하게 한 해의 일 다가오는데매화도 버들도 생기가 돋네.”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이 1461년 새해에 지었다는 `새해 첫날`이라는 시다. 세종에서 성종대까지 문병(文柄)을 장악했던 학자였던 서거정에게 해가 바뀌어 마흔두 살이 됐다. 그 시대 그 나이 사람에게도 새해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도소주(屠蘇酒)는 설날에 마시는 술로 나이 많은 사람이 뒤에 먹는다. 그 술을 뒤처져 마시자 남보다 빨리 노쇠해가는 자신을 느끼며 불안해진다. 세상을 어떻게 기운차게 헤쳐 나갈 것이며, 가난은 또 어떻게 견딜 것인가? 착잡해진다. 누가 그런 불안을 잠재워줄지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래도 불안보다는 희망이 앞선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한 해의 여정, 그 은근한 기대를 곧 꽃을 피울 매화의 움트는 생기와 발랄함에 걸어 본 것이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평)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열면서 희망 가득한 소망과 포부를 다부지게 외쳐보자. 그것은 엄동설한이지만 여름의 열기를 느끼게 해줄 것이고,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마저 경이롭고 때로는 즐길 수 있도록 도전과 모험, 위로와 발견, 경탄과 경외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서거정 시 `새해 첫날`에서 보듯이, 현상이 암울하더라도 `생동을 품고 있는` 자연, 그 자연이 주는 희망을 보면서, 새롭게 향기로운 꿈을 엮어보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

2016-01-13

다시 병신춤을 춥시다

▲ 임재현 편집부국장연말연시를 보내며 저마다 청산유수의 건배사를 쏟아냈지만 `병신년(丙申年)`의 대목에서 대부분 매끄럽게 넘어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33번째 간지, 병신. 이런저런 생각에 궁금증이 발동해 육십간지를 찾아 봤다. 미래의 어느 해엔가 아이들처럼 장난끼 있는 반응이 나올 경우는 9번째와 54번째의 간지 정도였다. 다시 인터넷을 열어보니 벌써 새해는 여야와 좌우에서 쏘아대는 진영의 악담들이 판치고 있었다. `(새해는)친노+친박이 병신 된다`는 식이다. 얼른 노트북을 덮었다.장애인들을 비하하는 이 단어를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함부로 얘기했다가는 큰일이 난다. 정작 우리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워 해야 할 `병신`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두번째 설명에 해당된다.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돌려라며 행패를 부리는 재벌집 딸, 고려를 침략한 몽고군이나 된 듯 만만한 기사나 폭행하는 간장집 부자가 이들이다. 새해의 그 좋은 덕담을 멈칫할 정도로 두 글자가 불편했던 이유가 이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분명 지나치다. 이 말에 대한 이물감의 뒤에는 신체적 장애를 아직도 `루저`와 동일시하는 오래된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칠칠치 못한 수준의 행동 또는 처신, 세심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상대에 대한 결례의 수준을 넘어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부류들에 대한 반감의 심리기제도 작동하고 있다.신체적 장애를 생각해보자. 소설 `객주`만 보더라도 근대 이전, 특히 조선은 온갖 장애의 나라였다. 보부상들이 규율을 어긴 동료인 `동무(同務)`에게 사형(私刑)을 가한 결과로 발뒤꿉이 절단된 경우는 약과이다. 정형학을 비롯해 외과가 취약한 동양의학 체계 아래에서는 사소한 외상조차 곧 장애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러한 악순환은 서양의술을 선발대처럼 앞세운 식민주의가 이땅에 진출하기 전까지 암흑세계처럼 이어졌다.장애인에 대한 대우는 그 사회의 선진화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복지정책에서도 가장 앞섰던 세종대왕은 1418년 즉위 원년에 의창의 곡식을 빌려주는 환창을 우선 나눠주라고 명하기도 했다. 반면 히틀러는 장애인을 열성의 피를 가진 게르만인으로 여기고 유태인, 성적 소수자, 집시에 앞서 가장 먼저 학살 대상으로 정한 경우이다. 나치가 첫 번째로 저지른 체계적 대량범죄인 이른바 `T4작전`의 악행은 지금 인류의 이름으로 고발되고 있다. 지난해 9월2일에는 30만명의 장애인을 추모하기 위해 베를린의 티어가르텐공원 4번가에 기념관이 개관됐다. 나치는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치사량의 모르핀을 투여해 장애인들을 학살하고 종전 때까지도 병자와 함께 방치해 숨지게 했다.이제 극단적인 장애인 학대는 저개발국이나 분쟁지역에 국한돼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만만한 사람이나 계층을 깔보는 우리 마음 속의 장애, 사회적 장애는 여전히 재앙처럼 도사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을 천시하는 우리 자신도 저마다 `루저`이다. 과거 장애인이나 빈자들이 차지하던 소외의 자리에는 이주노동자와 청년 백수들이 제 의지와 무관하게 밀어넣어졌다. 하지만 `수도권 시민`에 비하면 `지방의 주민`은 여전히 `디스에이블드`(disabled)요, 흙수저들도 마찬가지다.대학 때 읽은 문순태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꺼내어 봤다. `기구한 인생유전`이란 부제 그대로, 공옥진의 이야기는 온갖 개인적 불운과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 남동생은 벙어리였고 손수 키운 조카는 곱추였다. 별세한 뒤 아이돌그룹 2NE1 멤버의 고모할머니였다는 사실이 유일한 호사처럼 느껴질만큼 곤궁 속에 살았다. 하지만 그는 춤 속에 그 많은 천대와 아픔을 담아 이웃의 마음을 울렸다. 새해에는 우리도 한번 그 병신춤을 춰보자. 2016년이 아무리 어렵다지만 이웃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이제 온전한 `병신년`을 마음껏 기원하자.

2016-01-06

청산해야 할 `혼돈의 정치`

▲ 이창형 정치선임기자(국장)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나는 친이도 친박도 아니지만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임기 동안 존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여성대통령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했다.`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때문에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는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워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옛날 같으면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할 수 있는 섬뜩한 표현이다.하지만 한국의 2015년을 되돌아본다면 이 글귀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기도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속이 시원할 수도 있다.홍준표 지사가 `안쓰러운 여성대통령`이라고 편을 들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진박(眞朴, `진실한 사람+친박`의 줄임말) 인사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도를 넘고 있고 박 대통령 또한 이같은 편가르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다시 `진실한 사람`에 대해 언급했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란 말이 있다”면서 “무엇을 취하고 얻기 위해 마음을 바꾸지 말고 일편단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라고 `진실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이후 나온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을 놓고 이른바 박심을 등에 업은 총선 입후보예정자들은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날개를 단 격으로 행동하고 있다.현수막에 박 대통령과 함께 한 사진은 필수이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홍보물과 연설문을 만들고 있다.출마의사를 밝힌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저조하고, 상대후보의 높은 장벽을 뚫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여기저기 지역구를 기웃거리는 부류들도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만 팔면 공천을 받고 당선될 것이란 오만이 가득차 있다.대구·경북에 `카스트제`가 상륙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진박(眞朴)-중박(中朴)-망박(望朴)-비박(非朴). 브라만(사제)-크샤트리아(군인)-바이샤(농민ㆍ상인)-수드라(노예)로 구성된 인도의 신분제 카스트 제도와 닮았다는 의미다.박 대통령의 돌직구 발언을 무조건 비판할 생각은 없다.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연설에서 `가슴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며 경제 안건 처리를 호소했었다. 2주 뒤 국무회의에서는 발언 수위를 `호소`에서 `심판` 수준으로 높였다. 경제·민생 안건의 국회 표류를 비판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꼴찌 성적표를 받은 19대 국회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시점·형식·내용의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여야 공통의 시각이다.국무회의에서 출마할 장관들을 앉혀 놓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모양새를 옳다고만 할 수 있을 것인가. 국정 비효율의 책임은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에게도 있다. 게다가 공기업 등의 기관장들도 너도나도 출마하겠다며 사퇴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이 박심을 업은 `진실된 사람`인 양 포장되고 있다.정치권도 더 이상 청와대발 과격발언의 표적이 될 빌미를 제공해선 안된다.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지도부 간 협상은 결국 31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주요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송구영신 해야 할 이 시기에 우리의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따갑다.그런 의미에서 대구·경북은 더 이상 중앙위주의 정치놀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을 무시하고 정치놀음·권력놀음에 빠진 사람들이 설치고 있는, 그런 놀음의 마당을 더 이상 제공해선 안될 것이다.대통령과 정권에 용비어천가를 부르면 만사형통하는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 내년 총선은 그런 시대적 소명을 위한 심판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혼용무도의 `혼돈`을 청산하는 길이다.

2015-12-30

스타가 사라진 포항 스틸야드

▲ 김명득편집부국장 포항은 축구도시다. 포항을 일컬어 철강(포스코), 해병대, 과메기도시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가장 자긍심이 와 닿는 명칭은`축구`다. 그 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강한 도시다. 인구 53만 도시에 축구클럽팀이 150여개에 달하고 국내 최강의 프로축구팀 포항스틸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축구도시 포항에 스타급 선수들이 자꾸 팀을 떠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구단주인 포스코의 전사적인 원가절감 전략(?)에 맞춘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만 하다. 애지중지 키워놓은 스타를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팀으로 훌쩍 넘겨주니까 말이다.포항스틸러스는 걸출한 프랜차이즈 스타 한 명을 또 잃었다.포철동초-포철중-포철공고-영남대를 나온 김승대(24)다. 그는 최근 2개 시즌 동안 포항이 자랑하는 제로톱 전술의 핵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는 폭넓은 플레이를 통해 18골·12도움을 기록했다. 그를 대체할 선수는 현재 포항구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를 스틸야드에서는 볼 수 없다. 무척 아쉽다. 팬들을 위해 일년 만이라도 더 뛰어줬으면 좋으련만….김승대는 내년 시즌부터 포항 레전드 출신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중국 옌볜FC로 옮긴다. 이에 앞서 포항은 이명주라는 스타를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으로 이적시켰고, 공격수 고무열과 플레이메이커 신진호도 방출했다.축구는 팀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스타가 있어야 관중들이 몰리고, 구경하기에 제 맛이 난다. 스타가 없는 경기는 관중을 모으기가 무척 힘들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유럽 프로축구리그의 명문 축구팀 바로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 맨유, 맨시티, 첼시 등이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유명스타를 영입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한 명의 스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이 어우러져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열광하는 팬들이 있기에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만큼 스타 한명을 배출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포항의 자랑이었던 영플레이어 계보가 내년 시즌에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포항은 K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탄탄한 유스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화수분 축구`를 구사했다. 화수분 축구의 결정체는 3년 연속 영플레이어상 수상이었다. 2012시즌 이명주(당시 신인왕)를 시작으로 2013시즌 고무열, 2014시즌 김승대가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하면서 다른 구단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기도 했다.이들이 스타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황선홍 전 감독의 탁월한 조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내년 시즌부터는 포항의 화수분 축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 아쉽다.새로 부임한 최진철 감독의 전략시스템이 궁금하다.최 감독 역시 당장 경기에 투입시킬 수 있는 외국인 용병을 선호하지, 검증되지 않은 포항 유스출신 신인을 기용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또 포항의 유스시스템 출신을 팀에 합류시킨다 해도 모두가 이들 처럼 스타로 성장해 줄지도 의문이다. 이제 최 감독에게는 새로운 시련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당장 내년시즌 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출전권부터 따내는 일이다. 포항에서 맞는 그의 첫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질지도 모른다.포항의 프랜차이즈인 영 스타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열광했던 팬들은 이제 누굴 응원하러 스틸야드를 찾아야 하나. 스타가 사라진 스틸야드의 잔디는 푸르기만 한데….

2015-12-23

조직력의 극대화

▲ 정철화 대구·경북부장2015년 한해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황선홍 감독의 눈물이 무척 인상에 남는다. 황 감독은 지난달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나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1990년대 선수로 뛰며 포항 전성기를 이끌었고 2011년 감독으로 다시 돌아와 5년 동안 선수들과 함께 열정을 쏟았던 스틸야드를 떠나는 석별의 정이 너무 컸을 것이다.황 감독은 선수 시절의 기량도 탁월했지만, 감독으로서 역량이 더욱 돋보였다.황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리그 3위와 ACL출전을 시작으로 2012년 FA 우승컵 우승과 리그 3위, 2013년 한국 프로 축구 최초로 2관왕(FA컵과 리그 우승)에 오르는 등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다.이같은 성적은 최악의 조건에서 거둔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모그룹의 지원축소로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타구단으로 떠나보냈고 용병마저 영입하지 못했다. 국가대표급 선수 한 명 없이 자체 육성한 유소년 출신으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용병 없이 국내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던 2012, 2013년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황 감독은 포항에 올 때까지 초보 감독에 지나지 않았으나 포항에서 탁월한 지도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 명감독 반열에 올라섰다.황 감독이 포항에서 감독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부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전환, 세밀한 패스워크 등 `황선홍식 전술`을 꼽고 있다. 이는 세계 축구의 추세로, 대다수 프로팀이 구사하는 전술이어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황 감독의 비법은 바로 조직력을 극대화해 전술의 완성도를 높인 지도력에 숨어 있다.손자(孫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병법서로 오자(吳子)병법이 있다. 손자병법이 대적(對敵) 병법이라면 오자병법은 대아(對我) 병법이다. 곧 적을 이기기 위해 우리 쪽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치중하고 있다.오자병법은 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 조직 상하간 인화(人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을 부국강병의 요체라 했다. 군주가 백성을 부릴 때 반드시 먼저 상하의 화합을 꾀한 뒤 대사를 도모하면 실패가 없다고 했다.전쟁에서 이기는 다섯 가지 내인으로 도(度·국력), 양(量·물력), 수(數·병력), 비(備·무력), 분(憤·심력)을 들었고 이 가운데 심력이 으뜸이라 했다. 즉 인간의 공명심(명예)을 자극하면 능히 천하무적의 연예(練銳), 즉 최정예 부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이 병법서 대로라면 황 감독이 재임하는 동안 포항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다섯 가지 내인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 이 상태로 전쟁을 치르면 팀의 자금력이 포항보다 못한 일부 시민구단을 제외하고 이길 수 있는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황 감독은 심력에 초점을 맞췄다. 황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당시 황 감독은 많은 경기를 하면서 기술적, 전술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데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결정 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특히 명문팀들과 경기를 할 때 더욱 그러했다는 것. 황 감독은 이를 팀의 전통과 정신에서 우러나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라고 설명했다.황 감독은 이 기운을 팀 정신에 불어 넣었다. 황 감독은 재임 기간 라커룸에 `우리는 포항이다`란 글귀를 항상 써놓았다. 국내 K-리그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축구 명가의 선수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축구 명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으며, 명가의 전통을 계속 이어갈 것을 독려한 것이다.선수들은 `우리는 포항이다`는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고 조직의 목표를 향해 서로 화합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최정예의 강한 군대로 거듭났다.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이 강한 군대를 만들고 기적을 일궈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간 인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015-12-16

대구 정치권 고유명사 `친박`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잘못 사용하지만, 의미가 고유명사로 굳어진 것들이 많다.40대 이후 세대에서 나이를 물을 때 가끔 사용하는 연배라는 말이 있다.연배의 한자어는 年輩로 같은 나이인 동년배(同年輩)를 뜻하고 예외로 어떤 정도에 도달한 나이를 일컬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학자들이 이야기한다. 결국, 나이를 물을 때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또 `파이팅`이라는 말도 한국에서만 `아자아자`와 같이 사용하는 감탄사로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나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굳이 의미를 찾자면 `힘내자`로 순화된 것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처음 한국에 오는 영어권 국가 사람이나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한국인들의 파이팅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고 한다. 웃으면서 싸우라고 하니 말이다.하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감탄사로 자리 잡아 보통명사다.기자들이 기사작성 때 주로 사용하는 노트북(notebook)은 랩톱 컴퓨터(laptop computer)로 검색해야 한다. 만일 구글에 노트북이라고 치면 공백만 나온다.물론 일부 국가에서 노트북이라고 말해도 제품이 정확히 이해 되지만, 이는 한국에서 랩톱 컴퓨터로 처음 나온 제품명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즉 우리가 아는 노트북은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일반 컴퓨터 즉 테스크 탑이 아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역시 랩톱을 한국화한 단어가 됐다.최근에 정치권에는 또 다른 고유명사가 등장한지 오래다. 이른바 `친박`이다.`친박`이라는 용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시절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듣기 이전부터 친 박근혜계라는 말에서부터 서서히 등장했고 나중에는 정치기사에서 이를 줄여 `친박`이라는 말로 굳어졌다.여기에다 최근에는 진짜 친박이라는 `진(眞)박`과 원래부터 친박이라는 `원(原)박`, 친박 서열로 따지자면 멀다는 `먼박`, 본인이 원해서 친박이라는 `원(願)박`, 친박 계열이 밀어주는 친박 인사라는 `밀박` 등등까지 파생된 것도 많고 계속 진화 중이다.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6명과 비례대표 8명 등 모두 14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되면서 제3당으로 이름을 올린 적도 있으니 친박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될 만도 하다.대구 정치권에도 이제 `친박`은 고유명사다.제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군을 보면 새누리당 공천에 뛰어든 인사 대부분이 친박으로 보이고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다.누가 과연 `친박`이고 `비박`인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더욱이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이른바 서울 TK인사들도 저마다 친박임을 주장하고 이의 근거로 청와대 근무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의 직함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대구지역 물갈이론이 일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구에 근거를 둔 정치인사들이 이렇게도 많았나 싶을 정도다.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20대 총선에 출마할 진정한 친박 인사들로만의 간담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돈다.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풍문마저 그럴싸하게 들린다. 일부에서는 5~6명 정도가 진짜 친박이라는 괴명단마저 퍼지는 상황이다.물론 친박인사는 분명히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아 모를 뿐이다.정치부 기자들도 가끔 이같은 친박 여부를 궁금해 할 정도이기에 대구시민들도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고 일부는 정말 친박이 맞는냐고 질문을 해온다.헷갈리게 많은 친박 인사로 인해 토종이 그리워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2015-12-09

새마을운동, 세계인의 희망의 빛이 되기를…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아침을 가꾸세~ 살기좋은 내마을~ 우리손으로 만드세~`1970년대 새벽 6시만 되면 전국 방방곡곡, 골목골목마다 새마을운동 노래가 울려퍼지며 덜뜬 눈을 비비고 일어나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은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빗자루로 함께 골목을 쓸어낸 뒤 새벽밥을 먹고 일터로 나가 열심히 일을 했다.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의 기본적인 정신과 실천을 범국민적·범국가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가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추진한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농촌부터 시작해 공장·도시·직장 등 한국사회 전체의 확대 발전시켜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운동이다.잘 살기 위한 운동인 새마을운동의 역사적인 배경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도시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도·농간 소득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며 농민들의 팽배해진 불만 해소를 위해 추진했던 농촌 중심의 근대화전략으로 1970년 4월22일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 지방장관회의에서 농촌 자조 방안을 연구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면서 시작됐다.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현장을 직접 시찰하는 등 새마을운동을 관리 감독했으며, 1973년부터 새마을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전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켰다.당시 농촌에서는 지붕을 볏짚 대신 슬레이트 또는 함석으로 개량하고 마을 안길에 시멘트로 포장을 하느라 시끌벅적했고 동네 청년들은 새마을 지도자 훈련을 받는 등 환경개선과 영농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하며 농촌을 개혁해 나갔다.이후 새마을운동은 법질서의 준수, 건전소비풍토 조성, 도시녹화, 뒷골목과 가로 정비, 시민의식의 계발, 새마을청소, 생활오물분리수거, 시장새마을운동 전개, 도시환경개선, 낙후지역개발 등 도시·직장·공장까지 확산되어 근면·자조·협동을 생활화하는 의식개혁운동으로 발전했다.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국민적 근대화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은 이제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새마을운동 정신을 전파하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에서 지구촌 50개국 새마을지도자 400여명과 전국 17개 시·도 6천여명 등 국내외 6천400여명의 새마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제2회 지구촌 및 2015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통합대회`가 열려 새마을 국제화에 걸맞은 지구촌 국내외 새마을지도자 간 실질적 교류와 화합, 지구촌 새마을지도자가 함께하는 `신 새마을-공동체` 구축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새마을운동을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표준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결의하는 `2015 대구선언`이 채택돼 국제사회의 공동번영과 저개발국의 빈곤퇴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새마을지도자는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을 직접 실천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에 헌신함과 더불어 새마을정신을 전파하고 자발적인 새마을조직이 결성되도록 앞장서기로 했으며, 협력국 지방정부는 지역사회개발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 이끌어내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협력국 중앙정부는 종합계획과 지원정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키로 했다.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쌓인 경험을 보다 많은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고 봉사단 파견 및 새마을운동 실천 등을 적극 지원하며, 중앙정부는 협력국별 종합계획 수립, 새마을지도자 양성, 시범마을 조성, 그리고 새마을금고 육성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아직도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두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를 근대화로 이끈 정신 문화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지구촌 새마을대회에 참가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는 분명 새마을운동에서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새마을운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빈곤 퇴치의 한가닥 빛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15-12-02

경북대총장 사태, 인내심 갖고 풀어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경북대가 다시 시끄럽다.총장 공석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교수회가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등 학내 내홍의 조짐을 또 다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경북대 총장 공석상태가 장기화되자 최근 교수회측은 총장임용 제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인지,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출을 진행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를 하기로 하고, 부재자투표에 들어갔다.교수회측은 “대법원 판결은 여전히 기약이 없고, 교육부는 재선정을 요구한 채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서 임명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고 “(교수회) 평의회에서는 총장 공석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대학의 향후 진로에 대해 총투표 형식으로 전체 교수들의 총의를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교수 총투표를 추진한 배경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고, 의장단 간담회에서 총장부재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거나 무작정 기다릴 수 없고,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을 평의회에서 다뤄보자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는 것.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교수 20여명으로 구성된 `자율성 수호를 위한 경북대 교수모임`은 이번 투표가 위법이라며 대구지방법원에 총투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수모임은 “교수회가 총투표 시행을 정할 때 평의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데다 1순위 임용 후보자 김사열 교수 등의 의견을 듣지 않아 총투표 강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단과대 교수회는 총투표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법원은 교수모임의 가처분 주장을 받아들여, 투표함 개봉을 불허가 했다. 이렇게 됨에 따라 투표함은 개봉도 못한채 현재 구청에 보관돼 있는 상태다.결국 교수회의 주장은 명분을 잃으면서,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 됐다.문제는 수장이 없이 표류하던 경북대의 사태가 내부분열로 인해 또한번 지역사회에 실망을 안겼다는 것이다.이번 투표와 관련,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학내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총투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었다.사실 교수회의 이번 투표강행은 설득력을 잃었다는게 중론이다.대학 총장을 교수회가 주축이 돼 뽑은 상태에서, 교육부의 제청거부로 총장공석 상태가 길어지자 새로 바꾸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조그만 개인회사도 아니고, 최고의 지성과 학식을 겸비한 대학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단됐다는 것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다.총장부재로 인해 여러 불이익이 있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지만 현재 법적소송중이고 더구나 1심에서 현 김사열 총장이 승소했다. 2심은 내년 3월중에 나올 예정이고 여러 정황상 승소가 거의 확실한 진행중인 사안이다.만약 교수회가 새로운 총장을 뽑아 임용을 받았다면 그후의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당장 김사열 총장후보와 새 후보간의 법적공방이 벌어질 것이며 한 지붕 두 총장후보의 볼썽사나운 분쟁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학교가 어려울수록 구성원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 당장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나무위의 사람을 흔들지 말고, 착실히 지상에 안착하도록 인내심을 갖고 도와줘야 된다.정당한 절차에 의해 그것도 두 번씩이나 총장선거에서 1위를 한 후보를 흔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설령 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미 뽑은 이상 힘을 실어주는게 맞다.더구나 김사열 후보는 정년이 2022년 2월로, 무려 7년 가까이나 남아 있어 이번 재판이 길어지더라도 차기 총장을 연임하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가정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현명한 신하가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경북대 구성원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지혜를 모으고, 인내심을 가지고 현명하게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다시는 이러한 분란으로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고, 과거의 명성을 찾기를 희망한다.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