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앞마당에는 푸른 소나무가 있다. 도청을 바라보고 좌측에 5그루, 우측에 6그루 등 총 11그루의 소나무가 오랜 풍상을 견뎌낸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도청 직원들을 비롯, 방문객 등을 맞이하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도청의 수문장으로 십여 년 이상 도를 찾는 방문객에게 푸른 자태를 알리며,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곳에 히말라야 시더가 심겨져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태풍 매미로 히말라야 시더가 뿌리째 뽑히면서 소나무로 대체됐다. 이 소나무들은 적어도 60~70년 된 소나무로 청송 등 북부지역에서 도청 앞마당으로 옮겨졌다. 한 그루당 돈으로 환산하면 5천만원이 넘어가는 귀한 몸값이다. 이 나무들은 최근 안동 신청사로 옮겨 심겨졌고, 다음달 도청이 이사하면 대구시대를 접고 안동에서 새로운 손님을 맞을 전망이다. 이 터에는 기존 소나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한 소나무들이 대체돼 심겨졌다. 이 소나무들은 도청을 찾는 민원인에게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소나무와 같이 `푸르고 청정한 기상을 품고 있어라`는 관상수 이상의 뜻이 배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지난 몇 년 동안 도청을 출입한 결과 도청은 이 소나무의 기상을 이어받지 못했다고 보여진다. 올해도 도청은 연초부터 산하기관장의 여직원 성추행사건 등이 불거진 것을 비롯, 최근 몇 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문경 체육관 붕괴사고 등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의 중심에는 도청 공무원이 하나같이 개입됐다. 수천명의 공무원이 모든 것을 초탈한, 득도인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사건마다 개입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련의 사건으로 전례없이 도청의 수십명 공무원들이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
한번쯤 생각할 대목으로, 이 부분들이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갔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나름대로 징계 등 일벌백계 했다고 했지만, 많은 공무원들조차 징계수위를 이해못하고 있는 등 조직의 기강해이를 감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청 상층부는 잘못된 부분을 그저 쉬쉬만 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만 하지말고, 추후에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도청노조 또한 시끄러웠다.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게 본분이나, 자유게시판 등 글을 보면 노조가 계파중심으로 귀족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게시판 등에는 “노조가 언제부터인가 본분을 망각하고, 귀족화되어 인사권 등을 휘두르고 있고, 힘없는 조합원을 무시한다”는 내용들이 상당수 이어졌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노조는 도청 집행부를 견제해야 되나, 도의회만 견제하는 등 스스로 집행부화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의회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입법팀 등 전문직 채용시마다 반대했지만, 도청 집행부 조직개편에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의회 직장협의회를 폐쇄하는 등 조직약화를 꾀했다고 지적했다.
즉 도의회의 직장협의회를 경북도청 노조 본부로 귀속시킴으로써 노조 스스로 집행부 기관임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또 도청 하위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본연 업무이나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권력기관화 되어가고 있다는 말들이다. 이외에도 상당한 말들이 자유게시판을 떠돌고 있는 등으로 보아 노조활동도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공무원노조라 많은 한계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노조의 존립이유를 한번 더 생각하면 해답이 보인다.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구성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제 도청이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신도청시대에는 과거의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전정앞의 푸른 소나무처럼 좋은 기상만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