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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정치권 고유명사 `친박`

등록일 2015-12-09 02:01 게재일 2015-1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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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br /><br />대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잘못 사용하지만, 의미가 고유명사로 굳어진 것들이 많다.

40대 이후 세대에서 나이를 물을 때 가끔 사용하는 연배라는 말이 있다.

연배의 한자어는 年輩로 같은 나이인 동년배(同年輩)를 뜻하고 예외로 어떤 정도에 도달한 나이를 일컬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학자들이 이야기한다. 결국, 나이를 물을 때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또 `파이팅`이라는 말도 한국에서만 `아자아자`와 같이 사용하는 감탄사로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나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굳이 의미를 찾자면 `힘내자`로 순화된 것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처음 한국에 오는 영어권 국가 사람이나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한국인들의 파이팅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고 한다. 웃으면서 싸우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감탄사로 자리 잡아 보통명사다.

기자들이 기사작성 때 주로 사용하는 노트북(notebook)은 랩톱 컴퓨터(laptop computer)로 검색해야 한다. 만일 구글에 노트북이라고 치면 공백만 나온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 노트북이라고 말해도 제품이 정확히 이해 되지만, 이는 한국에서 랩톱 컴퓨터로 처음 나온 제품명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가 아는 노트북은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일반 컴퓨터 즉 테스크 탑이 아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역시 랩톱을 한국화한 단어가 됐다.

최근에 정치권에는 또 다른 고유명사가 등장한지 오래다. 이른바 `친박`이다.

`친박`이라는 용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시절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듣기 이전부터 친 박근혜계라는 말에서부터 서서히 등장했고 나중에는 정치기사에서 이를 줄여 `친박`이라는 말로 굳어졌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진짜 친박이라는 `진(眞)박`과 원래부터 친박이라는 `원(原)박`, 친박 서열로 따지자면 멀다는 `먼박`, 본인이 원해서 친박이라는 `원(願)박`, 친박 계열이 밀어주는 친박 인사라는 `밀박` 등등까지 파생된 것도 많고 계속 진화 중이다.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6명과 비례대표 8명 등 모두 14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되면서 제3당으로 이름을 올린 적도 있으니 친박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될 만도 하다.

대구 정치권에도 이제 `친박`은 고유명사다.

제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군을 보면 새누리당 공천에 뛰어든 인사 대부분이 친박으로 보이고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다.

누가 과연 `친박`이고 `비박`인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이른바 서울 TK인사들도 저마다 친박임을 주장하고 이의 근거로 청와대 근무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의 직함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구지역 물갈이론이 일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구에 근거를 둔 정치인사들이 이렇게도 많았나 싶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20대 총선에 출마할 진정한 친박 인사들로만의 간담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돈다.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풍문마저 그럴싸하게 들린다. 일부에서는 5~6명 정도가 진짜 친박이라는 괴명단마저 퍼지는 상황이다.

물론 친박인사는 분명히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아 모를 뿐이다.

정치부 기자들도 가끔 이같은 친박 여부를 궁금해 할 정도이기에 대구시민들도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고 일부는 정말 친박이 맞는냐고 질문을 해온다.

헷갈리게 많은 친박 인사로 인해 토종이 그리워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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