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정 문화부장10월은 정부가 지정한 문화의 달이다. 매년 10월 한 달이 문화의 달이며, 세 번째 토요일이 문화의 날인데, 그 법적 지위는 대통령령이 정한 36개 안팎의 `날`에 속한다. 대등한 국가기념일로는 식목일, 4·19 혁명, 과학의 날, 어린이날, 현충일, 국군의 날 등을 들 수 있다.문화예술의 의미가 `공동체 성원이 가꾸고 만들어가는 여유로운 삶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이를 기념해 구체적으로 공식화하고 많은 부대행사를 곁들여 국민들이 흡족히 삶의 기쁨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힘을 기울여 가히 `문화의 전성기`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자.우리 문화의 정체성 회복이나 우리 문화의 국제화 측면, 그리고 국민들의 삶에 확연한 질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점 등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21세기 사회의 특징은 세계화, 정보화, 지식기반 사회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 변화에 있어서 문화는 새로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자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의 창의성은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을 통한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문화민주주의의 실현과 문화를 통한 삶의 질의 향상 등 사회통합의 기반으로 다뤄지고 있다.그렇다면 우리에게 문화적 공동체와 공동체적 문화, 아름다우며 정서적인 만족을 느끼는 사회는 불가능할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 같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경제문제가 다급해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면 어쩔 수 없다. 다만 문화적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좀 더 작은 단위에서부터, 그러니까 기초지자체보다도 더욱 작은 생활권에서부터 저마다 작은 노력들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일상에서 느끼는 정서적 만족 상태`를 문화적 삶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아름다움, 정신과 마음이 온전히 평온함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힘겹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나 다시 분명한 것 하나는 이렇다. 아무도 힘겹거나 지겨운 하루를 끝까지 감내하려는 사람은 없으며, 이를 벗어나고 내팽개치기 위해 일탈을 시도하고자 한다. 생활양식이란 개념을 조금 좁혀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정신적 행위로 문화의 개념을 조금 좁히면 된다. 거기에서 다시 `아름다움과 정서적 만족`으로, 조금 더 좁히면 이제 `구체적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문화가 일상에 개입하는 일이며, 나아가 문화가 일상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다.문화의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동양에서의 문화(文化)의 어원은 아름답고 빛나게 꾸미는 것이다. 문(文)이란 뜻이 문채(文彩)나고, 아름답고 멋지고 여유로운 것이라면, 화(化)는 그렇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의`문화`는 라틴어의 `cultra`에서 파생한`culture`를 번역한 말로 본래 경작이나 재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서양에서 과학이 발달하고 동양에서 철학 문학이 발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철학과 인간정신을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인식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문화 글로벌시대로 가고 있는 우리에겐 삶의 질을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국가 성장 정책이 우선되거나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불균형 성장 전략 등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불균형의 심화를 가져오게 되고 결국에는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이나 품격 높은 국가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문화의 달을 맞이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정서적 안정감 같은 삶의 질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충족시키는 그런 문화적 삶을 많은 시민들이 향유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경제는 문화를 돕고, 문화융성은 경제를 북돋우는 그런 국가가 바로 선진국이다.
201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