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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라지는 사회

등록일 2016-11-02 02:01 게재일 2016-1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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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곤영<br /><br />대구취재본부 부장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 부장
`재산을 모으되 만석이상 모으지 마라. 나그네에게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과 밭을 사지 마라. 가문에 새로 며느리가 들어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12대 300년 이상 만석꾼으로 일가를 이루면서도 지역민에게 존경을 받아온 경주 최씨 가문의 가훈이다. 이러한 만석꾼 집안의 12대 장손은 그 많은 부동산과 장서를 영남대학교에 기부하는 등 이미 수백년 전부터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지칭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경주 최씨 문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달리 최근 사회지도층과 권력층의 낯부끄러운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갈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 토픽이 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연일 온 나라가 들썩이고 경제계에서는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수사,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한진해운 주식 처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등도 연일 주요 뉴스로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이자 국가 최고의 공권력을 가진 검찰에서는 넥슨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무려 120여 억원의 주식 대박을 친 진경준 전 부장검사를 비롯해 고교동창과 `스폰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터졌다.

사회지도층의 낯 뜨거운 각종 비리 사건은 지역에서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에서는 대구시의원이 동료 의원의 부탁을 받고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수수해 구속됐고 또 다른 시의원은 자신의 건물에 무허가시설을 지어 월세를 받아 지탄을 받았다. 또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대구지법 서부지원장을 역임한 변호사는 전관예우의 맹점을 이용해 대구지법 사건을 수임했고 퇴임 전 포항지원장으로 근무한 변호사도 수임제한을 벗어나 대구지법 사건을 수임하는 등 1년간 114건의 사건을 수임받고 상당히 높은 비율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들의 행태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09년 자사제품인 참소주를 수돗물과 암반수를 혼합해 제조했음에도 버젓이 참소주 팩과 페트 제품에 `100% 천연암반수`로 표시해 지역민들을 속였던 향토기업인 금복주는 올해 결혼했다는 이유로 여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하고 거부하면 조직에서 따돌리거나 직급에 맞지 않는 일을 시키는 등 지난 50여 년간 결혼한 여성은 모조리 퇴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평균급여가 2천만원 초반대인 대구백화점의 구정모 대표는 중간정산 퇴직금 39억여 원을 포함해 무려 42억7천만원을 챙겼다. 서한은 영업이익이 34%나 감소했는데도 등기이사 누적 보수는 2억9천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가 인상했고 화성산업 등기이사도 누적 보수로 한 해에 1억3천398만원을 챙겼다. 연봉이 2천만원대에 불과한 대구지역 근로자 평균 임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수년째 전국 최하위권인 상황인 가운데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는 인색하면서 자신들은 억대의 연봉을 챙겨간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부모의 재력과 능력으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녀와,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부족한 자녀를 지칭하는 수저계급론이 젊은층은 물론 지역 전반에 퍼지며 더욱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사라지고 일명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이 고착화되는 형국이다. 이런 사회는 희망이 없다. 우리 사회가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층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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