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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재해다

등록일 2017-04-19 02:01 게재일 2017-04-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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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 편집부국장
▲ 정철화 편집부국장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각기 경제와 사회, 복지, 교육, 안보 등 나름의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하며 치열한 득표전을 벌이고 있다. 여러 공약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미세먼지` 공약이 눈길을 끈다. 후보들 마다 방법론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데는 대동소이하다. 그중에서도 한 유력후보가 내놓은 미세먼지를 국가의 중요한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는 공약이 돋보인다.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헌법상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헌법 제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재해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지는 대부분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지만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까지 스며들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3년 미세먼지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환경청은 미세먼지의 개념에 대해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먼지 가운데 지름이 10㎛보다 작은 먼지(머리카락 지름의 약 1/5~1/7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흙먼지와 식물의 꽃가루 등과 같이 자연발생적인 것도 있지만 인위적 발생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일러나 발전소에서 석탄이나 경유, 중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경유 자동차와 벙커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 인위적인 발생원이다.

환경청이 집계한 2012년 미세먼지 오염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연소 65%, 비도로 이동 13%, 도로이동 12%, 생산공정 6%, 에너지산업 연소 4%, 비산업연소 2% 등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연소공정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 분석대로면 공업단지가 있고 화물차량 진출입이 많은 도시이면서 선박이 집중한 항만도시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환경청이 지난 2012년 국내 주요 도시별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울산과 부산, 인천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는 포항과 당진시 등이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미세먼지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포항철강 공단업체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을 나몰라라 하고 있고 행정기관 역시 지도, 단속을 게을리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한 업체는 쇳가루 분진이 날리는 원료야적장을 40여 년이 넘도록 그대로 사용해 왔고 그동안 행정기관으로부터 3차례나 시정명령을 받고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를 다량으로 발생시키며 대기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재해로 인정한다면 이 사업장과 이를 지도 단속해야 하는 국가 기관은 모두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엄하게 져야 한다.

맑고 깨끗한 공기는 인류의 공동자산이자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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