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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 RDF,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김명득 편집부국장“포항시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이 원안 가결됨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0분께 포항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광경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항시 생활폐기물에너지화(RDF)사업이 마침내 그 역사적인 첫 단추를 꿰게 됐다. 그동안 5명의 담당 과장이 바뀌며 숱한 난관(難關)을 헤치고 이날 드디어 그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듣기에도 생소했던`RDF`라는 단어와 처음 접했던 시점은 지난 2008년 4월로 기억된다. 포항시가 가장 현안이자 골칫거리인 생활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로부터 RDF사업을 처음 제안 받아 추진할 때였다. 이후 무려 8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이 사업을 처음 맡았던 당시 최규석 청소과장(퇴직)은 무려 3~4년 동안 이 업무에 매달렸으나 끝내 성사시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아픔을 맛봤다. 이어 한일도(현 남구청장) 청소과장이 부임해 오면서 한동안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결국 흐지부지 됐고, 후임 정철영(현 시립도서관장) 과장이 오면서 현 RDF사업의 기본 골격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정 과장은 1년 반 이상을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등 중앙부처를 수없이 방문하면서 이 업무에 매달렸다. 이후 이 업무를 잠시 맡았던 이점식(현 복지환경국장) 청소과장은 RDF사업의 중요성을 인식,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이르렀고, 이어 바톤을 이어받은 최규진 청소과장은 이점식 복지환경국장과 함께 업무의 연속성을 갖고 진행한 끝에 이날 시의회로부터 동의서를 얻어냈다. 또 지난 2012년부터 청소과에 부임해 4년 가까이 이 업무를 맡아 온 전유학 시설계장의 노력도 컸다.필자는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 봐 왔고, 포항시의 행정이나 업무가 느슨해 질 때 쓴 소리도 많이 했다. 돌이켜보면 한편으로 이들 실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들의 고생과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오늘의 이런 결과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이날 시의회의 가결 선포로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대표 출자자인 포스코건설과 미래에셋도 이제 한숨 돌리게 됐다. 포항시 역시 앓던 이를 뺀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이달 중에 포항시와 포스코건설 간의 실시설계 협약 체결에 이어 사업자시행자 지정, 내년 2월 실시설계를 마무리하면 내년 4월 착공하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30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 10월이면 준공하게 된다. 그야말로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포항시가 이런 과정을 헤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당장 급한 문제가 해당 사업장 인근의 제철, 인덕, 청림동 등 RDF 사업 반대주민들의 민원해결이다. 이날도 해당지역 주민들은 포항시의회를 찾아 격렬히 항의하며 가결선포를 끝까지 저지했다.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가결선포가 2시간 넘게 지체되기도 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대기 오염물의 원료화 유입을 막기 위해 재활용품 선별 공정을 추가하기 위한 전 처리 시설을 보완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 포항경실련 등으로 부터 불공정 독소조항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한국환경공단과의 위수탁 협약서 보완문제, 출자 철회가 우려됐던 (주)미래에셋자산운용사의 지분과 관련, 특정 목적의 매각 금지 등이 숙제로 남아있다. 포항시가 이 모든 문제를 매끄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화직전의 호동 쓰레기매립장 문제가 해결되고, 또 호동 매립장 산등성이 곳곳에 쌓여있는`베일`처리도 일단락된다는 것이다. 무려 1천29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포항 최대 현안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빌어본다.

2015-06-03

건강한 가정의 회복

▲ 정철화 문화체육부장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이 만들어져 있다. 가정은 늘 행복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날들을 만들어 의미를 되새기는 게 아닌가 싶다. 가정은 혈연관계의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조직체이다. 가정에서부터 직장, 회사, 정치, 경제, 시민, 노동, 문화사회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기초로 하는 전체 사회로 확장되어 간다.현재 우리 사회에는 무수한 갈등 구조가 존재한다. 여야와 좌우, 계파, 세대, 노사간 등 사회 이해관계 집단간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서로 반목하고 심지어 온갖 저주와 악담을 쏟아내는 혼란스런 사회를 살고 있다.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포기와 이혼율 증가 등 가정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부부의 인연으로 이뤄지는 가정이 항상 대화가 있고 서로 소통하며 원만한 관계가 이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그런 가정이 드문 것 같다. 통계 수치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해체된 가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내 주변에도 동창, 선후배 중에 온전하게 가정을 유지하는 것보다 깨어진 가정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다.건강한 가정, 행복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지탱해주는 튼튼한 뿌리이다. 가정해체나 가정파탄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과 통한다. 사회전체적인 갈등 구조 해결에 앞서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는 일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가정이나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갈등 구조는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던 때부터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한결같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며 한 마지막말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소서”였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용서와 사랑이였다. 성경은 관용의 학습을 가르치고 있다. 관용은 이웃의 허물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덮는 것이고 관용의 실천은 용서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비의 힘을 강조한다. 자비는 자신보다 남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인간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동물과 다른 점은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질서를 지킬 줄 안다는 점이다.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지속적으로 이기심을 억제하고 배려와 양보를 학습하며 사회성을 길러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사회성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학교 교육과 사회활동 등을 통해 완전한 인격체를 완성시켜 간다.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는 일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인 것이다.그렇지만 건강한 가정을 지켜가는 일도 그리 쉽지 않다. 부부간, 고부간, 부모 자식 등 수 많은 갈등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끝내는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도 이해와 배려의 원리가 작동된다. 다양성의 이치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결혼은 화성인과 금성인의 만남이다. 자라온 가정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입맛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 부부는 애초부터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매사 싸울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다. 대부분 가정이 나와 다르니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인 변화를 강요하게 되면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상대에게 바라지 말고 내 것을 내어 주겠다고 마음만 바꾸면 된다. 건강한 가정이 회복되면 올바른 인성의 자녀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 조성의 기틀을 닦는 일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건강한 가정 회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2015-05-27

대구 국회의원 의리 없다?

▲ 김영태대구본부 부장최근 야권 일각에서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의리가 없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발단은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실시하거나 의정보고 유인물을 지역민에게 일일이 발송한 데서 비롯됐다. 의정보고 유인물에는 국회에서의 의정 활동과 지역구 예산배정 내용 등 해당 국회의원들의 치적과 지역구 행사에 참여한 자신의 사진물이 대다수로 꾸며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점을 부각하는 내용이다. 의정보고회 역시 화상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임을 알리는 데 촛점이 맞춰졌다. 이는 1년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한 의정보고회이고 유인물이기 때문일 게다.문제는 이들 의정보고회와 유인물에 한두명을 빼곤 단골손님이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예비후보자는 물론이고 후보자들의 각종 유인물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사진으로 도배됐던 것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시기에 이들 의정보고회 유인물이 제작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이어 KY 수첩 파문, 연말정산파문,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4월께 34%대로 급락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유인물에서 박 대통령의 사진이 빠진 채 제작된 것 아니냐는 심증이 가는 대목이다.특히 부동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도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께 65%에서 51%로 14%포인트 급락했고,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38%로 동반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 4월29일 전국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4곳에서 모두 석권한 이후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다..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6~8월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으로 36%를 기록한 것과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39% 등 두 차례뿐이다. 그리고 대구 국회의원들이 의정보고회 유인물을 제작한 시점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시점과 일치한다.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대구의 상징인 의리를 무색케 하는 유인물`이라는 등의 시니컬한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내년 총선에 나서는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자 홍보물은 사뭇 다를 것이라는 얘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저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는 사진을 경쟁하듯이 내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대구에서 완성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적임자라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홍보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옛날 중국 제나라의 주인이 없어지자 인근 나라에서 권토중래를 하던 관중과 포숙은 서로 빨리 제나라 수도로 진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포숙과 함께 제나라로 향하던 소백을 죽이기 위해 관중은 미리 길목을 지키다가 독화살을 날렸지만 소백의 허리띠에 맞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 결과 관중은 처형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지만 포숙은 관중을 중용하도록 천거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제나라 중신들에게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인물을 천거한 것일뿐”이라며 관중과의 의리를 지켰다. 이후 관중은 제나라 제상에 올라 춘추 5패 중 한사람으로 기록될 정도로 정치를 잘했다고 한다.어려울 때도 변함없는 의리를 지킨 관중과 포숙의 고사를 따르진 못했다 해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의리가 없다느니 하는 소리는 곧이곧대로 믿고싶지 않다. 미우나고우나 지역민을 대표하는 일꾼들이니 말이다. 다만 총선을 눈앞에 둔 조바심에 자신의 치적 홍보에 마음 바쁜 탓이었으리라 치부하면서도 왠지 입맛이 씁쓸해지는 요즘이다.

2015-05-20

학운위 본질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처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결산심의가 있었는데 지난 연도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이 대다수라 그냥 넘기고, 졸업앨범 심의는 교장이 조달요청 계약을 통해 앨범을 제작하고자 한다고 하고 6학년 부장이 들어와 이러저러한 앨범이 있는데 심의하라며 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의견은 논의도 못하고 거수투표로 했습니다. 수련회 건도 다른 의견은 토론의 대상도 되지 못하더군요. 안건을 심의하기에 앞서 교장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니 무슨 심의가 되겠습니까? 처음 회의라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시간을 끌었더니 난리들입니다. 끝나기가 무섭게 위원장이 식사 대접한다고 먹으러 가자네요. 시간없다고 ××들 하더니…”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한 한 학부모위원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보면 한 마디로 교장의 입맛대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위원들은 제대로 교장을 견제도 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가 모두 이렇게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도 학교운영위가 제대로 운영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까?최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각급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임원의 임기를 현행 `임기 1년에 계속 연임`에서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이에 대해 일부 관련단체에서는 “유착 및 특혜소지 차단 운운하며 학교 운영위원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시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구(字句)를 문제 삼아 딴죽을 거는 모양새다. 이번 조례개정은 학운위의 투명성 제고와 공평한 기회 제공, 학운위 임원의 장기 연임으로 인한 유착방지와 특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근거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학교운영위원장에 대해 연임 횟수 제한,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지역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유착방지`라는 표현은 당시 권고사항에 포함된 내용이며, 시의회 학운위 조례개정에서도 사전에 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국민권익위에서 학교운영위원장에 대해 연임 횟수 제한,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유착방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그동안 학교장을 견제해야 할 학운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게다.학교에서 학운위원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모금행위가 이뤄지거나, 교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학운위를 구성하는 등 편의적 방편으로 악용하거나, 심지어는 학교발전기금을 빼내 교사들의 운동복 구입이나 술을 마시는데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학운위는 엄연한 법적기구로 학칙 제·개정, 학교 예·결산, 학교 교과의 운영방법, 교과 도서 및 교육자료 선정, 학교 급식에 관한 사항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심의 또는 자문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교장은 학교 운영에 관한 거의 모든 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학운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학운위가 사실상 학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견제장치인 셈이다.학교운영위원회가 설립 전까지만 해도 교장은 사실상 학교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학운위가 설립되면서 민주적인 학교운영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던 학교의 의사결정에 학부모들이 참여할 길이 열린 셈이다. 학교는 우리들의 아들과 딸들이 꿈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장이다. 따라서 학교가 바로 서야 우리 아이들이 바로 서게 된다. 이런 학교를 바로 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학교운영위원회이다. 학운위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인정신을 가지고 견제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2015-05-13

경북도 對 언론정책 바꿔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경북도가 추구하고 있는 대 언론정책에 문제가 있어 향후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다.경북도는 광역자치단체로 1년 예산만 하더라도 7조가 넘어가는 대단위 기관이다.이러다 보니 경북도에 출입하는 언론만 하더라도 60개가 넘는 등 방대하고 언론홍보예산만 100억원대가 넘어가는 등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인터넷언론과 페이퍼 신문 창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북도 등록 언론사도 증가될 전망이다.하지만 이러한 홍보예산이 하나의 기관을 통해 질서정연하게 집행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두푼도 아니고 엄청난 액수의 시도민 혈세가 어느곳에서 어떤 용도로 집행되고 있는지 경북도 담당자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더더구나 경북도 간부와 언론의 친소관계에 따라 고무줄잣대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의 시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경북도 언론홍보예산중 매년 10월경 다음해 예산으로 편성하는 당초예산에 비해 실국별로 편성된 운영비지출이 특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이 운영비는 해당 국과장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으로 출입언론사에 일괄적으로 배정하지 않고, 국과장과 친분있는 언론사에 일방적으로 배정하는게 큰 문제점이다.경북도는 각 실국의 실정에 맞게 예산을 집행하라는 의미에서 해당 국과장에게 권한을 줬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이러다보니 일부 언론사는 본연의 업무인 출입기관에 대한 올바른 홍보와 건전한 비판대신 국과장의 방을 찾아다니며 광고에 목을 매는 등 언론사 본질과는 동떨어지게 활동하고 있다.언론사 출입기자가 할부 책장사처럼 비춰지고 있고, 경북도는 이러한 홍보비로 언론을 교묘히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실례로 홍보비라는 예산으로 언론을 길들여, 한해동안 건전한 비판기사가 한 꼭지도 나오지 않고 있는 언론도 부지기수다.즉 홍보비로 언론사의 목을 죄, 언론을 좌지우지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지가 이미 오래됐다.또 언론사간의 홍보비 편차문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일부 대형 언론사는 경북도에 과도한 예산을 요구하고 있고, 비슷한 규모의 언론도 로비능력에 따라 예산배정의 편차가 극심하게 드러나는 문제점도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은 결코 어려운게 아니다.언론홍보예산을 국과장에 주지않고 언론홍보부서인 대변인실에서 언론사의 사세에 맞춰 합리적으로 배정해 버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요즘은 한국ABC협회에서 매년 신문 잡지 등 출판물 발행부수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국가도 정확한 언론의 발행부수를 몰라 많은 문제점이 있었던 점을 파악, 언론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ABC협회를 창립해, 어느정도의 근거가 나와있는 만큼, 제대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지난해 퇴임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언론홍보예산과 관련,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경북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구시가, 여러 정책들에 대해서 경북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언론홍보정책에서 졌다는 점은 자인한다”는 말을 남겼다.즉 실국장이 상당한 권한을 갖고 언론을 통제하다 보니, 경북도는 그만큼 비판보다는 홍보용기사가 많이 생성되는 등으로 인해 대구시가 상대적으로 많은 손해를 입었다는 의미다. 한번 곱씹어 봄직하다.여하튼 경북도도 향후에는 친소관계에 따라 언론사에 홍보비배정을 하는 관행을 끊고, 제대로 된 원칙에 따라 예산배정을 하기를 당부한다.

2015-05-06

이제 진짜 포항을 말해보자

위기론은 매우 이중적인 단어이다. 예를 들면 한 회사에서 리더는 사원들에게 조직 안팎에 닥친 위기를 부각시켜 더 강한 노동강도와 원가 절감의 당위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원이 조직의 위기를 지적하면 이는 윗선으로부터 분발의 각성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마치 노조 활동을 부추기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이는 포항에도 마찬가지다. 이젠 새삼 그 근거를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포항이 위기를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따지고 보면 `포항 위기론`이 뜬금 없다고 받아들여질 만큼 호시절이던 시기에 이 논란에 불을 당긴 장본인은 허대만 새정련 지역위원장이었다. 당시는 재선에 성공한 정장식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 위기론 주장의 요지는 포항의 인구가 정체·감소하고 철강 업종 일변도의 고착화로 미래 전망이 불안하니 지역전체가 긴장하자는 것이다. 여당이 독식하는 포항의 정치판도에서 그 의도를 두고 마치 정략적인 `외곽 때리기`처럼 비춰졌던 `휘슬 블로워`(Whistle blower)류의 문제제기는 결국 10여년이 지나 탁견이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때도 허 위원장은 위기론을 제기했다가 시장의 측근과 엉뚱한 난타전에 휘말렸으니 적잖이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그렇다면 왜 우리는 포항에 대한 걱정을 공론화함으로써 지역발전의 에너지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포항의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항의 위기를 거론하면 마치 정치인들에게 낙제점을 줘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처럼 내몰렸기 때문이다. 요순우탕(堯舜禹湯) 시절에도 우국지사는 있었거늘 화끈하게 내뱉고 보는 포항의 기질이 유독 정치인들에게는 조심스러워지는 기제가 포항에는 작동돼 왔다. 이는 할 말은 하고 봐야 하는 포항의 지식인 지층이 이런저런 이유로 엷어지거나 여러 세력에 편입된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마치 장사를 하듯 단체를 운영한 문제 인사들을 제때 솎아 내지 않은 원죄는 포항의 시민단체 전반을 여전히 암흑기에 머물게 하고 있다.포항의 미래와 운명이 직결된 포스코에 대한 담론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포항과 포스코는 함께 인생의 길을 가듯 희노애락(喜怒哀)과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세월을 보내왔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며 마치 거울 앞에 선 듯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양자 간에는 건전한 소통의 말길이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았다. 민족기업이자 국민기업인 포스코에게서 미동하던 위기의 촉감은 국민의 전위에 선 지역민들에게 가장 먼저 감지됐었다. 이런 소통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형성돼 있었더라면 포스코에 대한 지역의 애정 어린 염려는 여론이 되어 국가 전체로 공유될 수도 있었다. 그랬더라면 문제에 대한 진단과 조치는 검찰이 나선 지금의 엄혹한 상황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동원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포스코에는 지역사회와 무릎을 맞대고 앉아 처해진 형편을 털어 놓고,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며 이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포스코가 지금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국제 경쟁력 회복이 관건이다. 따라서 원가 절감을 위해 지역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포항시가 중심이 돼 시민을 설득하는 방법도 모색해봐야 한다. 또 지역의 중대 현안을 논의할 플랫폼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포항지역발전협의회를 명실상부하게 복원해 포스코의 재도약을 위한 민·민 간 합의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도 더 이상 상상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이미 거론한 바 있지만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포항 출신으로서 보수성이 남다른 대구에 전입해 지역의 혁신을 촉구하는 쓴소리를 쏟아낸데 이어 아예 `진짜 대구를 말해줘`를 발간했다. 이어 고향을 위해 `포항, 이제 어떻게?`까지 펴냈지만 아직 진짜 포항에 대한 말들은 많지 않다. 이젠 정말 포항을 얘기해볼 때가 됐다.

2015-04-29

한국정치에서 난민은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리비아 해안에서 난민 950명이 탄 배가 지난 18일 밤 전복됐다. 생존자는 28명에 불과했다.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꾸는 난민들은 지리한 내전을 이어온 리비아와 시리아,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출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교롭게도 난민선이 전복하던 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구조하는 이탈리아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과 국제사회가 이바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도 “지중해는 무덤이 아니라 바다”라며 EU로 향한 난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한국의 정치상황만도 버거운데 국제난민 문제를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이탈리아 총리는 “리비아의 안정은 단지 몇 차례의 공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리비아에 평화가 깃들도록 하고, 제도를 안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검은 돈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판을 검찰수사와 같이 몇차례 물리적인 공습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기대는 특히 한국 정치에서 무용지물이다.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접하는 국민들은 우리 정치를 국제분쟁의 불씨격인 리비아의 반군보다 못한 집단으로 경멸하고 있다.그런 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야말로 무기력한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반군의 행태와 다를 바가 뭐 있을까?국민들은 이 엄중한 한국 정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그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학습효과가 반복되면서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정경유착의 고질병은 한국 현대사 내내 암세포의 변이를 거듭하면서 불치병이 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추론해 본다.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했다. 대통령이 출국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여야가 총리 해임안 제출을 놓고 대립했다. 총리가 결백을 주장하며 버티다 사퇴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이 귀국하고 총리 사퇴를 처리한다. 새 총리가 누가 될 것인가가 또다른 핫 이슈가 된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다. 야당은 수사결과가 `꼬리자르기`라고 수용을 거부한다. 특검논의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정국을 맞는다. 그리고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다.그렇다면 우리 민생을 파탄내고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한국정치판의 게릴라들은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 몇차례 공습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면 정녕 여의도에는 평화가 깃들 수 없는 것인가. 선관위가 궁여지책 하나를 내놓았지만 돈 안드는 정치는 불가능한가란 의구심만 든다.정치후원금의 `제3자` 또는 `쪼개기` 의혹이 불거지자 인적사항이 기재되지 않거나 부실 기재된 돈을 전액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안이다. 나름 정치후원금의 양성화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틈을 촘촘하게 막는다고 정치판에서 돈이 사라진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그것이 제도적인 안정화의 시도라면 과감한 정치개혁방안의 즉실행, 나아가 김영란법의 빈틈없는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마지막은 효과적인 협력이다. 사안마다 분노만 쏟아낼 뿐 돌아서면 망각하고 체념하는 우리 국민의식이다. 선거가 왜 있는 것인가. 그런 암적인 존재를 척결해 우리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키고 되찾아야 하는 과정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명심하고 결행해야 한다. 효과적인 협력은 시대를 거스르는 악행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그 해결책을 일치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러운`정치판에 의한 난민신세를 면한다.

2015-04-22

세월호의 교훈

▲ 정철화 문화체육부장내일은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돼 이 비극의 아픔은 더욱 컸다.온 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던 이날 참사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아침 회사에 출근해 TV화면으로 사고현장을 지켜보았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서 현재까지 살고 있고, 고교 때 항해학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바다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고 또 다른 사람보다 바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이날 세월호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에게 “승객들을 거의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고 해역의 기상상태가 매우 양호했고 육지가 바로 보이는 연안이었고, 더욱이 야간이 아닌 대낮이었고, 사고 직후 인근 해안마을의 어선들이 대거 출항해 구조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뱃사람들에게는 불문율이 있다. 선장은 선박과 선원의 안전한 항해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선박이 침몰하는 경우 선장은 선원 또는 승객에게 하선 명령을 먼저 내린 뒤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하는 게 상식이다.세월호 선장은 당연히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책임을 다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침몰하는 배속에 내팽개친 채 도망을 나와버리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구조상황은 여기서 끝나버렸다. 우리는 어린 생명들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다.세월호 참사 1년이 됐다. 이 사고를 통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국가 재난대비시스템과 사회안전망,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책임을 게을리했을 때 얼마만큼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눈으로 확인했다.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사, 선박 인허가 및 정기검사, 출입항관리, 해상교통관제센터, 각종 해난구조업무를 전담하는 해양경찰과 정부의 재난 지휘체계 등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제적 선진국을 자부했지만,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회안정망은 부실 투성이었다.정부는 뒤늦게 해양경찰청을 해산하고 재난을 총괄지휘하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생활안전을 실천하지 않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우리의 안전불감증은 거의 중증에 가깝다. 우리의 무감한 안전의식을 적절하게 지적한 사례가 있어 인용해 본다. 1899년부터 5년간 고종의 궁내부 고문관으로 일했던 미국인 샌즈라는 사람이다. 그는 무슨 일을 할 때 위험에 걸릴 확률이 20%, 위험에 걸리지 않을 확률을 80%라고 가정하면, 미국 사람은 위험에 걸릴 2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를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위험에 걸리지 않을 8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위험을 곧잘 무릅쓴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은 `왜 하필 내가`라며 위험에 잘 대처하지도 않지만, 설령 위험에 걸리더라도 재수나 팔자소관의 운명 탓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다.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형 기상재앙, 자살폭탄테러를 비롯해 우리의 일상 생활주변은 수 많은 안전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고,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한 사람의 안전부주의가 많은 인명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시대에 살고 있다. 80%의 행운보다 20%의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겠다.

2015-04-15

포항시장 두번 물 먹인 총리실

▲ 김명득 편집부국장지난달 31일 역사적인 포항 KTX 개통식장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축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개통식 현장에서 다른 내빈들의 축사를 들으면서 내심 초조하게 기다렸으나 끝내 그의 호칭은 불러지지 않았다.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잔칫날 손님들을 잔뜩 불러놓고 주인공이 말 한마디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축사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도 그는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으며 남은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포항시의 수장이 잔칫날에 축사를 하지 못한 굴욕적인 사례가 또 하나 있다. 지난 2011년 6월 30일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착공식장에서다. 당시 박승호 포항시장도 단상에 한번 올라가지 못하고 내빈들과 함께 발파 버튼만 누르는 `들러리` 역할만 하고 돌아왔다. 그날 행사 주관도 국무총리실이 총괄하다보니 김관용 경북지사의 환영사에 이은 김황식 국무총리의 치사로 끝났다. 광역단체장(도지사)만 축사자에 포함됐고, 자치단체장(시장)은 아예 의전 서열에서조차 제외된 것이다. 자존심 강한 박 시장이 그냥 있을리 만무했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착공식이 끝난 뒤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지역 행사인 만큼 자신이 축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냐”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을 홀대하는 국무총리실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모른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박 전 시장의 즉각적이고 과격한 반응과는 달리 이강덕 시장이 이날 보여준 행동들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개통식에 이어 대구까지 갔다 오는 시승 행사에는 비록 참석하지 않았지만 방송국의 인터뷰까지 응하는 등 겉으로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 본 공무원과 일부 시민들은 “어쩌면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참, 속도 좋다”라는 등 안타까움을 대신 표현했다. 또 일부에서는 이 지경까지 오도록 내버려 둔 포항시 해당부서의 의전섭외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모든 의전을 국무총리실이 주관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손 쓸 수조차 없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자세와 의지가 부족한게 아닐까.전·현직 두 시장의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무총리실에 직격탄을 날리며 격분한 박 전 시장, 속으로 분(憤)을 삭이며 겉으로 애써 태연한 척 한 이 시장. 전·현직 두 시장의 상반된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까.어떤 모습이 시민들에게 이상적으로 비쳐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총리실이 지방자치단체인 포항시를 얕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총리실이 을(乙)인 포항시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개통식 전날에도 포항시 관계자들이 총리실이나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에 시장이 축사를 할 수 있도록 애원하다시피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단번에 묵살 당했다는 것. 53만 포항시의 수장이 잔칫날 시민들을 초청해 놓고 축사 한마디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겸손한 시장이라고 하지만 개통식날 포항시의 수장이 받은 예우치고는 너무나 초라하고 궁색한 것이다.총리실의 입김이 그리 대단하고 막강한가. 중앙정부가 말로만 지방자치를 외칠뿐 아직도 자치단체를 평가절하하거나 하찮은 하부조직으로만 보고 있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낮은 자세가 아니라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것이다.포항의 전·현직 두 시장이 총리실로부터 두 번씩이나 홀대(?) 받았다. 그것도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말이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더 지켜봐야 할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2015-04-08

시·도의원들의 반값 부동산 수수료 쾌거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시·도민을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의미 있는 조례를 의결했다.바로 이른바 `반값 부동산 수수료`로 불리는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를 쾌거에 가깝게 통과시킨 것이다.먼저 경북도의회는 지난달 26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부동산 거래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중개 수수료를 반값으로 줄이는 내용의 `경북도 주택의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키고 행정자치부 보고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4월 중 공포·시행하기로 했다.이어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도 같은 날 대구시가 시의회 제232회 임시회에 제출한 `대구시 부동산 중계수수료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안건심사에서 원안가결로 통과시켜 오는 2일 본회의로 상정했고 별다른 이상 없이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이 같은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반값 부동산 수수료 조례 의결은 상당한 의미가 있게 됐다.이는 이번 시도의회의 개정안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는 그동안의 `상한 요율제`로는 소비자와 중개사 간 분쟁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던 만큼, `고정요율`로의 변경을 요구하는 등 국토부 권고안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공인중개사협회 대구·경북지부도 대구시와 경북도의 입법예고 및 각 상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반대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이에 따라 애초에는 대구·경북 광역의원들이 상당한 이익집단이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협회의 강한 반대로 인해 원안 가결을 할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밖에 평가되지 않았다.시·도의회 상임위원회 측도 이번 조례를 거의 만장일치로 `시·도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통과시켰다는 후일담까지 나오고 있어 진정한 시·도민의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내자 시민과 사회단체 등은 광역의회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시·도의원들의 역할론도 상당한 힘을 더 얻게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더욱이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조례의결은 국토교통부의 권고를 받아 전국의 17개 시·도가 개정을 추진했지만, 결과를 도출한 곳은 대구와 경북을 포함해서 전국에서 4개 시·도에 불과한 것에도 쾌거에 가깝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이들 광역의회는 지역 내 공인중개사협회의 상당한 압력에 주춤하는 것으로 보이는 등 쉽지 않은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이런 상황에서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의결한 조례에는 현행 임대차 최고요율 거래구간인 3억원 이상을 6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매의 경우도 최고요율 거래구간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해 그만큼 시 도민들의 부담을 경감시켰다.예를 들어 지역에서 6억원 주택을 매매할 경우 현행 최고 540만원의 중개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3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3억원 주택을 임대차하면 현재는 중개 수수료가 최대 240만원이지만 이번 조례가 시행되면 12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그래서 일명 반값 중개 수수료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또 다른 쾌거를 기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이번 조례안 의결에 참여했던 한 대구시의원은 “이제 부동산중개사 표는 다 날아갔다는 일부 의원들의 푸념아니 푸념도 있었지만 대구시민들에게 떳떳한 광역의원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며 전하기도 했다.대구시의원과 경북도의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 이 같은 의미있고 쾌거에 가까운 조례가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2015-04-01

임금인상은 내수경기 회복 마지막 카드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최근 한국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에서는 각종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으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소비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도 임금 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요청했으나 경제계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모양새다.물론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 속에 재계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들은 생각은 많이 다르다. 국민들은 정부의 임금인상안에 대해 재계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가 기업으로 더 몰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실제로 각종 사회지표를 보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으로 부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이 12.2% 늘어나는 동안 근로자들이 받은 실질임금 상승률은 3분의 1 수준인 4.3%에 그쳤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을 기업이 챙긴 것이다.한국 기업들은 2008년 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저축률은 2007년까지 15% 내외로 10위 정도였지만 2008년 16.8%로 7위로 상승한 이래 계속 올라 2013년 21.5%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가계의 저축률은 2013년 3.8%로 20위로 하락했다. 늘어난 이익을 기업이 대부분 챙기는 등 `임금 상승 없는 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구조로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지역경제계는 어떤가? 수도권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재계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 온갖 방안을 해보는데도 지역 경제계는 이에 대해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듯하다.대구의 경우 근로자 월 급여액은 235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평균 임금 283만원 보다 약 48만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근로시간도 타지역보다 평균 3.3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높은 근로 강도에 매년 지역출신 청년 근로자들은 하나둘씩 대구를 떠나면서 근로 현장에는 50대 이상 근로자들이 80%를 차지하는 등 갈수록 고령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동종업계 중에서 낮은 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는 지역기업에 취직할 젊은이들은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역 기업들은 근로자 처우개선에는 눈곱만큼 양보할 의향이 없으면서 청년 근로자 부족에 대한 대책만 요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를 열고 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지난해 지역 모 기업체 사장이 푸념 아닌 푸념을 풀어놓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좋아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했더니 며칠 후 동종업계 오너들로부터 “너만 직원들 원급을 올려주면 우리는 우야라고? 어린X이 제멋대로 한다”며 욕만 먹었다고 했다.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오너가 회사는 적자인데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회사가 적자인데 인재를 육성한다고 매년 직원들을 해외에 연수를 보냈을 리도 없다.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야 할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해외 연수를 시켜주는 기업인에게 칭찬이 아닌 핀잔을 주는 지역 기업인들의 풍토가 잘못된 것이다.지금 정부에서 노동생산성에 맞춰 실질임금을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침체된 우리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정부의 친기업정책으로 기업들은 사실상 특혜를 누려왔다. 이제는 기업이 임금 인상과 투자 등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인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5-03-25

신임 대구상의회장에 바란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제22대 대구상공회의소 신임회장이 선정됐다.현 김동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익 THK 진영환 회장이 합의추대됐다. 이에 따라 19일 진 회장이 대구상의회장에 취임한다.당초 회장을 놓고 진 회장과 삼보모터스 이재하 회장이 격돌했으나, 선거 3일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대구상의 회장자리는 대구경제를 대표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지역기업인의 총의를 냄과 아울러 정책건의 등을 할 수 있는 대구경제계의 최고 어른자리다. 이렇다 보니 선거때마다 잡음이 있어온게 사실이다.과거 제 16대, 17대에서는 채병하 전 대하합섬 대표이사와 권성기 전 태왕그룹 회장이 박빙의 대결을 벌였다. 그동안 추대되던 분위기에서 양보없는 표 대결로 지역경제계가 분열된 것을 비롯 시장개입설, 주먹다짐 등 상당한 파장이 있었다. 이렇다 보니 지역경제계는 표대결보다는 합의추대형식으로 가 선거에서 벌어지는 각종 후유증을 줄이고 경제계가 단합해 침체된 대구경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었다.신임 상의회장은 경제인을 아우르고 지역경제계의 버팀목으로 경제회생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언론을 비롯 각종 단체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와의 소통에 앞장서서 쓴소리도 듣는 등 사회적통합을 위해서도 일정 역할을 해야한다.이에 따라 신임 회장은 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현 김동구 회장은 소통부재의 상의회장 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는 상의회장에 선임된 이후 3년동안 언론과 도 그 흔한 간담회조차 한번 갖지 않고 결국 퇴임하게 됐다. 아마 이 기록은 상의가 생긴이후 최초의 기록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보통 지역 기관장은 취임후 언론과의 간담회를 통해 기관장으로서의 자신의 철학이나, 경제적(정치적) 견해, 업무의 방향, 중점 추진시책 등을 설파한다.하지만 김 회장은 취임인사는 고사하고 한 차례의 언론간담회 없이 물러나게 됐다. 취임후 언론은 신임회장에 수차례 브리핑이나 간담회 등을 열고 상의회장으로서 철학을 듣는 기회를 가질 것을 주문했으나 `좀 정리된 후에, 다음번에 등으로` 요리조리 피하다 결국은 하지 못했다. 실무진도 수차에 걸쳐 간담회 등을 건의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김 회장은 아버님의 뒤를 이은 기업가이자 상의회장으로 처신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혹여 구설에 오르는 게 두려워 언론과의 만남을 꺼려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상의회장은 개인의 자리가 아닌 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각종 기관장이 민원인이나 이해관계인 등을 만나는 것은 개인적이 아닌, 공적인 기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또 상의는 최고 민간경제단체로서 민감한 현안문제에 대해 성명서나 논평 등을 발빠르게 밝히고, 언론에 배포하는 등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게 도리다. 하지만 그동안 대구상의는 대구공항 문제 등을 비롯 민감한 지역경제문제에 대해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성명서나 대구상의의 입장을 듣는데도 각종 내부단계를 거치며 시간을 지체하는 등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또 인사 등에서도 역동적으로 하지 못해 상당한 기간 옛 물이 흘러가는 등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보여진다.물론 김 회장은 상의회장으로서 자신의 개인적인 돈으로 상의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무리없이 상의를 이끌어 오는 등 공 역시 많은게 사실이다.하지만 상의는 계나 동창회처럼 친목단체가 아니다. 말 그대로 지역 기업인들이 모여 지역경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고 회장은 이들 기업인의 수장역할을 해야한다.신임 회장은 가진자보다 힘없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좀 더 신경쓰고 기업인들의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역할에 앞장서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2015-03-18

창포사거리를 지나며

▲ 임재현 편집부국장포항에 살면서 북구의 창포사거리를 지날 때 마음이 불편한 적이 많았다. 도로를 중간에 두고 서로 동·서편에서 마주보고 선 이곳의 아파트에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압축돼 있다. 쭉 뻗은 탑상형의 상위 중산층 거주 아파트와 그 맞은편의 공공임대아파트.`탑`에 사는 이들은 바깥 출입도 드물고, 그나마 차를 타고 다니니 별로 볼 일이 없다. 하지만 건너편의 삶은 거리에 그대로 펼쳐진다. 주민 가운데 소외계층이 많으니 사거리 여기저기서 팔다리에서부터 다운증후군까지 온갖 장애 유형을 볼 수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북한이탈주민들도 이제 이곳의 어엿한 주류가 됐다. 단지에 가까워질 수록 대낮부터 취해 있는 쓸쓸한 이들도 흔치 않게 보인다.어느쯤에서부터인가 이런 삶의 실제가 내 눈과 마음에 비춰지지 않기 시작했다. 쭉 뻗은 도로여서 운전 중 과속차량을 주의해야 하는 곳 정도로 입력 데이터가 바뀐 것일까? 간혹 수입맥주를 싸게 살 수 있는 대기업 소매점이 있는 곳에 불과한 걸까?그런데 며칠 전 이곳을 지나다가 다시 예전 이 거리의 진면목이 생생히 보이기 시작했다. 봄으로 옮겨가는 계절 외에는 바뀐 것은 없다. 그런데도 그 대형소매점의 계산대에 늘어선, 풍요로운 `탑`주부들의 대열 속에서 마치 유태인 격리거주지인 `게토`를 빠져나온듯 남루한 입성의 건너편 주민들의 표정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어떤 일이 있었나?그렇다. 나는 요며칠 A.J.크로닌의 책을 읽었다. 고교 시절 처음 읽은지 30여년만에 다시 읽은 소설 `성채`(城砦). 그리고 처음 듣고 역시 그 세월이 지나 읽게된 `천국의 열쇠`가 준 자각의 선물이었다. `성채`는 이제 마흔여덟이 된 그 소년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을 묻는 빈칸을 한결 같이 메우게 해줬지만 늘 미안한 은인과 같았다. 내게 일독을 권하며 빌려준 동네 형에게 책을 돌려주지 않고 간직하다 잃어 버렸던 그 오랜 미안함 만큼이나….`성채`는 불의에 참지 못하는 정의감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휴머니스트 의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초임지인 탄광촌의 조합 소속 의사로서 부조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좌절한 뒤 런던으로 건너가 잘 나가는 `속물 엘리트`로서 한때 부초 같은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이 `의협심 있는 청년의사`로 돌아오길 갈망하던 멘토인 아내의 죽음을 전후해 예의 길로 돌아간다. 이 책에 감동한 소년은 한때 의사의 길을 걸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수맹`(數盲)이나 다름 없는`과락`(科落)급 수학 실력에 깨끗이 접었다. 하지만 당시 순수했던 감성에는 시시한 불의를 멀리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며 올바른 길을 가겠다는 인생의 다짐이 불도장처럼 찍혔다. 내게 이 책이 준 감동은 준 건 크로닌이 전업작가로 나서기 전 의사로서 겪은 바를 소설에 담았기에 더 컸었다. `천국의 열쇠`도 신교와 구교의 갈등 속에서 일찍 인생의 파란을 겪은 크로닌이 20세기 초반 중국 선교에 파견된 치셤신부를 통해 문화와 문화, 종교와 종교의 화해, 그리고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따지고보니 30여년 만의 이같은 독서 회귀는 절박함의 끝에서 택한 궁여지책이었다. 최근 기자직을 유지하기에 필수불가결한 소명의식이 많이 옅어졌다. 그냥 신문사에 다니는 샐러리맨이 돼가는 느낌이랄까. 이런 슬럼프에 직접적 계기가 있었다. KTX 포항 개통일을 둘러싼 기사 때문이었다. 공무원과 갈등 관계에 놓이더라도 고속열차가 3월 31일이 아닌 4월 2일부터 여객을 수송한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의 의도는 엉뚱하게 해석됐다. 심지어 “한 이틀 늦어지면 어떻느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는 포항시가 아닌 `괜히 긁어 부스럼낸다`는, 나를 향한 것이었다. `좋은 것이 좋다`는 지역의 평균주의와 미덕을 당의정처럼 바른 공범강요에 압박을 받는 듯한 지난 몇주였다. 차라리 이럴거면 `호외요 호외`를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니던 신문팔이소년과 기자가 다를 게 뭐 있는가라는 자괴감에 휩싸였다.다행히 이런 수렁 속에서 나는 한권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 일생에 한번은 더 읽을 터인데 그때 부디 `성채` 앞에 부끄럽지 않기를, 그래서 내게도 또 다른 천국의 문이 열리기를….

2015-03-11

희망의 3월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했던 그는 지난달 말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치러진 대선 때 2차 결선 투표에서 52.6%로 당선됐다. 최근 퇴임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한 결과, 그의 지지율은 65%에 달했다. 당선 때보다 퇴임 때의 지지율이 더 높은 것이다.그는 취임 직후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자신이 살던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 농장에서 아내와 함께 지금도 살고 있다. 여가시간에 직접 트랙터를 몰며 국화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팔기도 했다. 월급은 1만4천달러로 이 가운데 87%는 자신이 속한 프렌테 암플리오 정당과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월 100만원 남짓 돈으로 생활한 것이다.취임당시 신고한 재산목록은 1천800달러짜리 1987년형 폭스바겐 비틀 1대뿐었다. 아랍의 부호가 그의 비틀 승용차를 100만달러에 사주겠다고 제의했었지만 거절했다.최근 우루과이 서점가에서는 무히카의 전기 `조용한 혁명`(La Revolucion Tranquila)이 베스트셀러로 떠올라 화제가 됐다. 이 책은 무히카가 군사독재정권 시절 좌파 무장조직의 게릴라로 활동하던 시절과 14년에 걸친 교도소 생활 등을 담았다. 조만간 1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지금의 자택에서 부인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농사꾼으로서의 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셈이다. 그의 퇴임소식을 접한 SNS상에는 “이런 멋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한다”는 소망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3월은 시작의 달이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경칩을 앞두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희망이다. 입학시즌에 각급학교의 시끌벅적한 활기가 먼저 봄을 알린다.입학식 때만 되면 오래 전 이어령 교수의 서울대 입학식 축사내용이 기억난다. 그는 “대학생이 된 여러분을 축하하는 이 자리에서 나는 `떴다 떴다 비행기`의 평범한 그 동요를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싶다”고 운을 뗐다.“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이 교수는 “우리 역사책에는 하늘을 날려고 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옛사람의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서양에는 비행 실험을 하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미치광이조차 없는 땅에 태어난 우리에게도 하늘을 나는 꿈은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향해 `날아라`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면 이 비행기는 뜨기만 하고 아직 날지는 못하고 있다. 날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비행기`를 `우리 학교` `우리나라`로 바꿔볼 것을 권했다.입춘이 지나면서 우리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첩을 대문에 붙였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막연히 행운을 빌지 않았다. 큼지막하게 글자만 써 붙인 염치없는 분들이 아니었다. 옛날 입춘에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 각자 선행의 공덕을 쌓았다. 야밤 개울에서 징검다리를 놓고,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솥을 두고 오기도 했다. 그래서 입춘은 `入春`이 아니라 `立春`인가 보다. 지극정성으로 `봄을 세운다`는 뜻이다.봄은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새봄을 맞기 위해서는 지극정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박근혜정부가 지난달 25일로 출범 2년을 맞았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과 야당도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새해들어 첫 해외순방인 중동 4개국 방문에 나선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시장만 생각해 갖고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이라 발전을 못한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도 `정치의 개학`인양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구호만 있고 체감은 없다는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정책 결정과 집행이 훈훈한 봄바람처럼 와 닿아야 한다.환경운동의 일대 경각심을 일깨운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출판한 `침묵의 봄`은 독특하다. 이 책의 원제목은 `Silent Spring(조용한 봄)`이다. 봄이 왔는데도 새가 울지 않는, 그래서 `조용한`가상 상황에 대한 서정적 묘사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같은 `침묵의 봄`이 아니길 소망한다.

2015-03-04

왕릉길 걷기

▲ 황재성 경주본부장경주에서 생활을 한 지 8개월째다. 경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차량을 없앴다. 25년 동안의 도시 기자 생활에서 심신이 지친 나머지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해 피곤함의 악순환이었다. 그러던 중 경주로 옮겨 오면서 결심한 게 바로 `걷기`이다. `걷기예찬` 등 관련서적이 쏟아지는 등 걷기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는 추세에 맞춰 나 자신과 `걷기`에 새끼손가락을 건 것이다.특별한 일이 없으면 걸어서 다니다 보니 이제 먼 거리가 아니면 걷는 습관이 생겼다. 약속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일찌감치 나서다 보니 스스로 겸손해지는 맘도 덤으로 얻었다.이렇듯 이제는 하루에 꼭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만 `밥값`을 한 것처럼 맘이 편하다. 이래서 철학자 칸트가 매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걷기를 해서 `칸트시계(칸트가 걸으면 5시로 생각함)`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경주는 걷기에 참 좋은 도시이다. 천년고도 특성상 건물의 높이와 용적률이 높지 않은 `곡선의 도시`인데다 교통유발 요인을 가진 다중복합시설도 없어 관광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차량 통행량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도심의 경우 출발점에서 20~30분 걷다 보면 역사문화유적지가 나타나 걷는 길이 밋밋하지가 않다.걷기는 혈액순환 촉진, 체지방 감소, 골밀도 유지,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증가, 성인병 예방 등 운동 효과를 뛰어넘어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 삶의 빠른 속도에서 잠시 쉬기, 함께 걷는 사람의 품성과 인격을 살펴 볼 수 있는 등의 혜택도 안겨 준다.지난달 31일 경주시청 출입 언론사 기자와 최양식 경주시장, 김남일 부시장을 비롯한 시청 간부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이재호 기행작가의 안내와 설명에 따라 경주 낭산 신문왕릉→사천왕사지→선덕여왕릉→황복사지 3층석탑→연화문 당간지주→진평왕릉으로 이어지는 가칭 `왕릉길`을 걸었다. 참가자들이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으로 수학여행 온 학생처럼 작가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물으면서 잠시나마 서로의 `마인드`를 비비며 걷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날 가장 많은 것을 얻은 사람은 최 시장인 듯 싶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중앙부처 요직을 두루 거쳐 행정자치부 제1차관을 지낸 뒤 2010년 7월부터 시장직을 맡고 있는 최 시장은 `세계의 새천년 비젼` `한국의 들꽃과 전설` `서양 고지도를 통해 본 한국` 등을 출간했을 정도로 역사문화에 조예가 깊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최 시장이 기행작가와 다른 측면에서 왕릉과 유적지 등에 대해 설명까지 곁들이며 선두에서 걸어 문화관광도시 시장으로 충분한 자격과 가치(?)가 있음을 간적접으로 홍보하는데 주효했던 것이다. 추운 날씨에 방송장비를 든 직원에게 장갑을 벗어주는 모습에서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경북도지사를 꿈꾸고 있는 최 시장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한나절이었다.어린 시절 가장 많은 추억이 등하굣길에 서려있듯 자신을 내보이고 상대를 읽고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바로 길(걷기)이다. 그래서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기는 인간이 인간이 되게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이런 의미에서 이날 왕릉길 걷기에 동참한 이들은 최 시장을 기억할 것으로 짐작하면서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처럼 경주에도 `왕릉길`이나 `황금길`등을 만들고 덤으로 주요 유적지를 연결하는 `걷기 길`을 개설, 전천후 관광·휴양·탐방객을 맞길 제안해 본다. 또 석굴암-불국사 간 도로를 `러브로드`로 명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구불구불해 남녀가 나란히 차에 앉아서 내려오면 서로 비비대면서 화해하고, 사랑이 두터워지는 그런 효과를 나타내는 곳으로`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여기에다 특정 코스에서 경주 실정을 잘 아는 시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들이 순번을 정해 안내와 해설을 맡는다면 전국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길은 문화를 만들고, 도시를 가치있게 만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를 탄생시킨 아테네의길. 프랑스 예술문화의 꽃을 피운 카페골목,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 등을 교훈 삼아 볼 필요가 있다.켜켜이 역사가 쌓인 경주를 걷다가 보면 갑자기 영감((靈感)이 떠오르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경주시가 추구하는 `힐링도시`가 되지 않을까.

2015-02-25

설 명절의 진화

▲ 정철화 문화체육부장내일이 설날이다.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설빔을 나눠 가지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이다.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할 설 연휴가 마냥 기껍지 못한 현실이다. 설 연휴 과도한 가사 노동과 시댁 식구들간 갈등으로 며느리들은 대부분이 심각한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연휴 시작 전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해 설 연휴가 끝나면 앓아눕는다. 이 과정에서 남편들이 잘못 대처했다간 부부싸움으로 폭발하거나 심하면 이혼으로까지 확대된다.우애로워야 할 형제들은 부모부양이나 재산상속 문제 등으로 서로 다투고 혼기를 놓쳤거나 취업을 못한 자녀들은 집안 어른들 보기가 민망하다며 아예 집을 떠나버린다. 경기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장들은 제수와 선물 준비 등으로 버겁다. 더욱이 고부간 긴장을 완화하고 아내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현대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는 현실이고 보면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명절 전통문화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세대들은 이같은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아마도 유교적인 의식을 가진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갈림길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어릴 적부터 경로효친의 유교문화를 몸에 익히며 자라 집안의 명절과 제사의식, 부모공양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어른 세대의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거나 연로해 문중이나 가문 대소사의 결정권을 물려받은 상태이다.베이비부머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명절이나 경로효친, 예의범절 등의 전통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체성이고 글로벌 경쟁력이라고 믿고 있지만 갈수록 그런 믿음이 옅어지고 있다.설 명절은 씨족, 부족사회에서 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했던 농경산업시대에 만들어진 전통문화풍습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미풍양속이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세계화,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설날이 신라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선시대 경로효친의 유교문화가 더해지면서 우리 민족의 최고의 전통문화로 발전해 왔듯이 그 시대의 보편적 기준에 맞게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제사상의 지방이 사진을 거쳐 테블릿PC 초상화로, 제수 음식 또한 떡 대신 피자, 수정과 대신 커피를 놓아도 좋다. 조상들에게 생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게 하는 것도 어른에 대한 공경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유교방식의 복잡한 상차림 격식에서 벗어나 때와 장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는 등 시대적 편의성에 따르는 것이다.또 글로벌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제사지내는 장소도 반드시 종가여야 한다는 격식에서 탈피해 가족간 해외여행지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 세대들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세대들이다. 생전에 부지런히 해외 감각을 익혀 놓았기 때문에 자식들이 해외 어느 곳에서 제사상을 차려놓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으니 장소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문화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나 행동양식이다. 불편이나 고통을 수반하는 명절 문화는 현대인들의 보편적 가치 기준과 맞지 않다. 명절이나 제사의 전통은 조상과 음식을 매개로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애를 돈독히 하는 가족문화로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지켜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인 우리의 전통을 계승해 가기 위한 세대간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2015-02-18

베이비붐 세대의 슬픈 자화상

▲ 김명득편집부국장 며칠 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중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세월의 무상함을 피할 수 없는지,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앞이마가 훤하게 드러났고, 눈가에 주름도 꾀 깊어 그동안 겪은 온갖 풍상을 얼굴로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린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래 애들은 다 컸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응, 군대 갔다 와서 지금 놀고 있는데 취직이 안 돼 걱정이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자식을 대학만 졸업시키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벌써 집에서 빈둥빈둥 논지가 2년이 넘었는데, 직장 구할 생각을 안 해 정말 미치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넌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어디 취직자리 좀 알아 봐줄 수 없나”라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 친구는 요즘 집사람과 함께 자식 취직걱정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라고 했다.요즘 50~60대 부모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라고 생각된다.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대학은 필수고, 직장까지 챙겨주고, 결혼까지 시켜줘야 부모가 자식한테 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시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다. 흔히들 말하는 `베이비붐`세대가 겪는 똑같은 고민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과 같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활고를 책임지고, 자식 공부시키는 일, 노부모 모시는 일, 온갖 가정사를 다 챙겨야 하는 고달픈 일상이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이 같은 현실을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다. 결국 퇴근 길 소주잔을 기울이며 애환을 달랠 뿐이다. 어쩌면 이 시대의 마지막 `슬픈 세대`이기도 하다.이들 베이비붐 세대 가장들은 요즘 집에 가서도 큰 소리 치지 못한다. 집사람의 입김이 워낙 세진 것인지, 아니면 나약해진 자신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정에서조차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많이 벌어주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각박한 봉급쟁이인 이들 세대들은 이제 설 곳이 없다. 직장에서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정년을 하고 직장을 떠났다. 그나마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상당한 행운아다.요즘 들어 처, 자식한테도 부쩍 눈치가 보인다. 혹여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면 밥 달라고 하지도 못한다. 차라리 굶는 게 훨씬 편하다. 집사람의 잔소리가 더 스트레스다. 절친이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어디 나뿐만 겪는 일이겠나.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슬픈 일상이다.베이비붐세대는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유신독재와 고도의 경제성장,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공 시대를 거쳐, IMF경제위기를 온 몸으로 겪은 `굴곡의 세대`이자 `위기의 세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6·3세대와 386세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도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다. 문화적으로도 찬밥신세다. 텔레비전을 켜도 그들이 보고 즐길 만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도 그들의 마음이나 그들의 욕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신나는 일이 없을까 하고 다시 밖으로 눈을 돌려봐도 이들이 갈 만한 공연장 하나, 쉴 만한 쉼터 한 곳 없는 게 현실이다.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일했건만 처, 자식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비운의 세대, 20여 년 월급쟁이 생활 끝에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구조조정 세대인 것이 이들의 현주소다.그래도 필자는 조금 나은 편이다. 돈을 못벌어 줘서 집사람으로부터 비록 구박을 당하지만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찬밥신세가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2015-02-11

시민 바보는 어려운가?

▲ 김영태대구본부 부장 최근 아들이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입대 100일 휴가를 3박4일 일정으로 집에 왔다. 아들에게 전해 들은 병영문화는 정말 진일보돼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선임들의 구타나 얼차려 등은 찾아볼 수가 없고 동기들이 한 내무반에서 생활하며 저녁식사 이후 선임들의 이유없는 내무반 방문도 금지됐단다. 겨울철 제설작업도 폭설로 차량을 이용한 작업이 어려울 때만 전 장병이 모두 나가 일손을 돕는다고 했다. 심지어 병영에 국방부 직통의 `해피콜` 전화가 비치돼 금지사항을 강요할 경우에는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병영문화 선진화가 곳곳에서 이뤄진 셈이다.그래도 부대 내 몇 가지는 개선될 사항이 남아 있어 아들 녀석이 상관 면담시 동기들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서면으로 건의한 결과, 부대장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개선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부대장의 군인다운 결단이 돋보였지만, 일순 걱정이 앞섰다. 고참들의 왕따 아닌 왕따가 이어질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건의한 이유를 묻자 아들 녀석은 “고생은 우리 동기에서 끝나고 후임들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3년 뒤 동생도 입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집단 왕따를 각오하고 건의를 했다”며 씩 웃었다. 건의하기 전 신병훈련소 동기들에게 일일이 다른 부대도 같은 현상인지를 꼼꼼히 묻고 조사까지 했단다. 그 결과 일부 선임은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이등병의 `고자질`에 고까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몇몇 선임들은 그동안 본인들도 개선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격려를 했단다.휴가 나올 때 가지고 나온 배낭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선임이 손에 들려 준 것이라고 자랑했다.누군지도 모를 후임들까지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이 흐뭇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아들 바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너무나 잘 자란 아들의 모습이 기뻤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난해 6·4지방선거가 끝난 5일 후인 6월9일 김범일 전 대구시장이 체결한 이상한 협약에 생각이 미쳤다. 김 전 시장은 그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가 특혜시비를 우려해 반대 뜻을 표명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경ICT협동조합과 소프트웨어융합산업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상호협력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체결식에 대경경자청측이 참석을 거부하자 대구시는 수성의료지구 기반조성만을 담당해 산업용지 분양과는 상관없는 대구도시공사를 깜짝 출연시키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이를 근거로 ICT협동조합에 속한 여당 국회의원의 남편은 대구시와 대경경자청에 수성의료지구의 산업용지를 분양가 이하로 달라는 외압까지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김 전 시장은 당시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지지 속에 당선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이런 협약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수상한 협약이란 비난을 자초했다.이 협약으로 인해 후임인 권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경경자청 역시 곤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분양을 요구하는 이가 여당 국회의원의 남편이기 때문이다.당시 김범일 대구시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물론 협약자체는 대구시의 명품 소프트웨어 단지조성을 통해 지역 소프트웨어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외견상 특별한 하자는 없다. 그러나 담당 기관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업무협약을 강행한 김 전 시장의 행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이 김 전 시장은 이런 중차대한 상황을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대구시의회가 지난해 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이우환미술관`은 반드시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했다니 말문이 막힌다.정치권에 눈치 보지 않고 욕을 먹더라도 오로지 시민만을 바라보는 `시민 바보`가 되기는 어려웠을까.

2015-02-04

남부권 신공항은 영남경제권 공동발전의 단초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밀양과 가덕도를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보이던 남부권 신공항이 마침내 입지 타당성 용역조사에 합의해 영남경제권 발전에 단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지난 19일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지사들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남부권 신공항의 성격·규모·기능 등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을 통해 결정하도록 일임했다. 이 과정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시 독자 추진 등 강수로 나오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강력하게 반박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회동을 통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루며 1천300만 영남인의 공동발전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이날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공동성명을 통해 신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신공항의 성격, 기능, 규모 등 입지선정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은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도록 일임키로 했다. 정부가 용역발주를 조속히 추진하되 용역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합의했고 5개 시·도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유치경쟁은 하지 않기로 했다.대구, 경북을 비롯한 4개 시·도와 부산시의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백지화되며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던 남부권 신공항 사업이 5개 시·도지사의 합의로 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해 그나마 다행이다.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많다. 5개 시·도가 합의했음에도 부산은 아직도 신공항이 가덕도로 결정되지 않으면 독자노선을 걷겠다며 공공연하게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말로만 추진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 신공항이 백지화되는 아픔을 안겨준 수도권론자들이 호시탐탐 영남권 신공항 무산을 위한 여론몰이 기회를 엿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득실에 따라 신공항을 정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밀양에 영남권 신공항에 입지하기 위해서는 4개 시·도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대구와 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시도가 똘똘 뭉쳐서 밀양이 가덕도보다 어떤 점에서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 밀양은 접근성, 항공수요, 공항건설 비용 등 신공항 건설의 핵심요소에서 가덕도보다 우위에 있다. 접근성을 보면 영남권의 주요 도시를 1시간대 내로 연결할 수 있는 반명 가덕도는 영남권의 끝자락에 있어 영남권 5개 시도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항으로서 명분을 잃고 있다. 항공수요도 2020년을 기준으로 밀양은 1천52만명으로 추산되지만, 가덕도는 903만명으로 밀양에 비해 약 149만명 정도 적다.가장 중요한 영남경제권의 항공화물을 보면 영남권 전체 항공화물의 64%가 구미와 포항 등 경북지역이 차지하는 반면, 부산은 6%에 불과한 수준이고 건설비용에서는 밀양은 11조1천200억원, 가덕도는 20조500억원 정도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신공항 건설에 또 다른 가장 큰 적은 수도권 중심론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신공항은 영남권 분열과 수도권론자 반발에 매몰되며 결국 경제성이 없다는 발표하며 백지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다시 백지화의 아픔을 겪어서는 안된다.최근 수도권의 모 언론에서는 5개 시도 단체장들의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앓던 이빨 하나를 빼고 봉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이명박 정부 당시 경제성 문제로 국토부에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고 운운하며 힘을 빼고 있다. 국토부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최근 국토부에서 용역기관을 1개로 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시에서는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다수의 외국 용역기관에 검증을 받아보는 등 이미 사전에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4개 시·도는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3개의 외국 용역기관 선정을 요구하고, 동시에 국토부에게는 로드맵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남부권 시·도민이 원하는 것은 국제선 직항로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기능과 역할을 하는 관문공항으로 영남권 공동 발전을 이뤄낼 인프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남인들의 단결이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2015-01-28

갑질공화국에서 탈출하자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연초부터 갑질논란으로 나라전체가 뜨겁다. `땅콩회항`으로 가진자의 갑질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한 이후 이 여파가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재벌 딸 조현아는 이 사건으로 졸지에 차가운 영어의 몸이 돼 버렸다. 자신도 이처럼 사태가 급박하게, 중대하게 돌아가 경천동지할 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갑질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화룡점정은 당연 `땅콩회항`이 찍었다. 마흔살 넘은 철부지 `로열패밀리`의 헛발질로 촉발된 이 사건은 개인에서 회사로, 그리고 국토부와 검찰까지 이어지는 등 나라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은 갑질공화국이 돼 버린지 오래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이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가진자의 갑질은 그동안 늘 존재해 온게 사실이다.사실 갑질은 우리나라 전체에 깊숙이 박혀있는 내장병이다. 과거 반상이 구별되던 시대에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연하다 나라가 민주화된 지금까지도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기관을 비롯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주와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든 전 분야에 광범위하게 침투돼 있다.국가기관 간에도 갑질 논란이 뜨거울 정도다. 가장 힘있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지방정부는 그 아래 또다른 하위 기관에 대해 갑질 연결고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단 정부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옥죄고 하청업체는 또다른 작은업체에 보고 배운대로 갑질을 대물림해주고 있는 실정이다.프랜차이즈 점도 마찬가지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필드의 묘미를 느끼게 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크린골프 기기 제조·판매업체인 골프존의 횡포가 도마에 올랐다. 골프존은 골프인구의 증가와 함께 가장 단 시간에 거대회사로 이름을 올린 곳 중의 하나다. 골프존의 횡포를 참다못해 전국 5천여 사업자들이 거대기업인 골프존에 대항하는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골프존 본사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었다.이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거리에 나선 것은 골프존은 공룡처럼 배를 불려가는데 반해 업주들은 갈수록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골프존의 무분별한 기기판매에 스크린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툭하면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돈을 뜯어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기 퇴직자의 창업으로 인기를 모았던 골프존이 더 이상 희망의 창업이 아니라 눈물의 바다가 돼 버린 것이다. 이 또한 약자를 상대로 한 대표적인 갑질의 하나다.최근에는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갑질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보육교사가 체중을 실어 아이를 구타하는 충격적인 화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급기야 국회까지 나서 관련입법 마련에 나섰다.또 식당에서 알바생의 서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음식을 엎고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알바생이 장갑을 끼고 음식을 서빙했다는 이유였다. 이 알바생은 약자로서 대꾸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하는 장면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앞서 백화점 고객이 점원과 주차관리원을 꿇어 앉혀놓고 벌을 세우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갑질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알려진 사건은 그나마 여론형성으로 어느정도 마음의 상처를 보상받을 수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오죽하면 대통령까지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여러곳에서 갑질없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했겠는가. 오래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금방 확 끓어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지말고 냉정한 이성으로 갑질문화를 바꿔야 한다.특히 권력이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진자, 부리는 자들의 갑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갑을법을 철저하게 되짚어 보고 갑질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