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갑질논란으로 나라전체가 뜨겁다. `땅콩회항`으로 가진자의 갑질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한 이후 이 여파가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재벌 딸 조현아는 이 사건으로 졸지에 차가운 영어의 몸이 돼 버렸다. 자신도 이처럼 사태가 급박하게, 중대하게 돌아가 경천동지할 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갑질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화룡점정은 당연 `땅콩회항`이 찍었다. 마흔살 넘은 철부지 `로열패밀리`의 헛발질로 촉발된 이 사건은 개인에서 회사로, 그리고 국토부와 검찰까지 이어지는 등 나라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은 갑질공화국이 돼 버린지 오래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가진자의 갑질은 그동안 늘 존재해 온게 사실이다.
사실 갑질은 우리나라 전체에 깊숙이 박혀있는 내장병이다. 과거 반상이 구별되던 시대에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연하다 나라가 민주화된 지금까지도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기관을 비롯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주와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든 전 분야에 광범위하게 침투돼 있다.
국가기관 간에도 갑질 논란이 뜨거울 정도다. 가장 힘있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지방정부는 그 아래 또다른 하위 기관에 대해 갑질 연결고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단 정부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옥죄고 하청업체는 또다른 작은업체에 보고 배운대로 갑질을 대물림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점도 마찬가지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필드의 묘미를 느끼게 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크린골프 기기 제조·판매업체인 골프존의 횡포가 도마에 올랐다. 골프존은 골프인구의 증가와 함께 가장 단 시간에 거대회사로 이름을 올린 곳 중의 하나다. 골프존의 횡포를 참다못해 전국 5천여 사업자들이 거대기업인 골프존에 대항하는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골프존 본사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거리에 나선 것은 골프존은 공룡처럼 배를 불려가는데 반해 업주들은 갈수록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골프존의 무분별한 기기판매에 스크린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툭하면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돈을 뜯어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기 퇴직자의 창업으로 인기를 모았던 골프존이 더 이상 희망의 창업이 아니라 눈물의 바다가 돼 버린 것이다. 이 또한 약자를 상대로 한 대표적인 갑질의 하나다.
최근에는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갑질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보육교사가 체중을 실어 아이를 구타하는 충격적인 화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급기야 국회까지 나서 관련입법 마련에 나섰다.
또 식당에서 알바생의 서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음식을 엎고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알바생이 장갑을 끼고 음식을 서빙했다는 이유였다. 이 알바생은 약자로서 대꾸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하는 장면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앞서 백화점 고객이 점원과 주차관리원을 꿇어 앉혀놓고 벌을 세우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갑질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알려진 사건은 그나마 여론형성으로 어느정도 마음의 상처를 보상받을 수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여러곳에서 갑질없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했겠는가. 오래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금방 확 끓어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지말고 냉정한 이성으로 갑질문화를 바꿔야 한다.
특히 권력이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진자, 부리는 자들의 갑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갑을법을 철저하게 되짚어 보고 갑질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