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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

▲ 윤희정 문화부장“국왕과 태자는 세 가지 일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한다. 첫째 교만하고 방자하여 불경(佛經)의 묘한 이치를 배워 마음의 근본을 구제하려 하지 않는 것. 둘째 탐하고 집착하여 빈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않는 것이니 재물을 백성들에게 고루 나눠 재산의 근본을 바로 닦지 않는 것. 셋째 색욕의 쾌락을 멀리 떠나 걱정과 번뇌의 감옥을 버리고 사문이 되지 못해 온갖 괴롭고 어려움을 없애는 몸의 근본을 닦지 못하는 것이다.”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원형에 가깝고, 샘물처럼 맑아 감명을 주는 `법구경` 속 부처의 설법이다. 최근 종료된 새누리당의 포항시장 여성우선공천 논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는 `쌍요품` 중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이 떠올랐다. 쌍요품이란 사람이 지혜롭게 사는 길에서 요긴하고 귀중한 게송을 서로 짝을 지어 대구로써 선악을 밝혀 놓은 가르침이다.“그러나 보살은 나는 곳마다 왕이 되어서도 이 세 가지 일을 버리고 도를 닦아 마침내는 부처가 되는 것이니라. 첫째 젊어서 공부하여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을 교화하는데 열 가지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 재물로써 빈궁하고 곤란한 이에게 보시하여 대신과 장수와 관리들이 백성과 같이 골고루 즐겁게 하는 것이며, 셋째 항상 목숨은 덧없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생각하고 사문이 되어 도를 닦아 괴로움의 인연을 끊음으로써 다시는 생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그리고 부처는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지붕 덮기를 허술하게 하면/비가 올 때는 곧 새는 것처럼/뜻을 굳게 조심이 행하지 않으면/탐욕은 곧 마음 뚫고 나오나니/지붕 덮기를 빈틈없이 잘하면/비가 내려도 조금도 새지 않듯/마음을 단단히 단속하여 행하면/탐욕은 아예 일어나지 않으리라”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여성 우선추천 30%를 명문화 했지만 사실상 휴지가 됐다. 여성 우선 공천지역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경선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배경에는 투명공천이 아닌 밀실공천, 새누리당 중진들의 자기 몫 챙기기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을 깼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포항시장 예비후보 중 한 명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포항시장 선거가 중앙의 정치적 작위적 개입 없이 시민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해 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과연 새누리당은 앞으로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신뢰받는 대표 정당으로 무언가 `실전용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까. 이번 여성 우선 공천 지역 확대 철회 과정을 보면서 포항 시민들은 새누리당의 비정상적인 행보를 향해 `말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수동적인 대중`에서 `능동적인 개인`으로의 변화다. 많은 남성 후보 지지자들이 상경, 선거구민의 뜻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해 얻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시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공천방식이며 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승리할 것이라 믿은 결과다.다시 `법구경` `쌍요품` 중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으로 가보자. 인도의 법구 스님은 뜻을 굳혀 조심하고 마음을 단단히 단속해 행해야만 탐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썼다. 이 내용은 성별, 나이, 종교, 직업, 학식, 지위를 초월해 어느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정치인들이 이 게송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이번 새누리당의 여성우선공천지역 철회를 보면서 우리는 남성 후보들의 입장에 설 수도 있고, 여성 후보의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또 남성 후보 지지자들을 현명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당의 방침에 반발하는 영리하지만 이기적인 집단이라 폄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후보자들이 평소 많은 베품의 공덕을 쌓았는가, 많은 이들이 칭송할 덕성을 닦았는가에 달려 있다.

2014-04-04

포항스틸러스, 명문구단이라 할 수 있나

▲ 김명득 편집부국장요즘 포항스틸러스의 선전이 눈물겹다. 뛰어난 외국인 용병 한 명 없고, 베테랑들이 다 빠진 상태에서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용병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감독만이 안다. 그래서 요즘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타들어 가는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6일 전주에서 우승후보 전북현대를 3-1로 완파한 포항 선수들. 그것도 그동안 벤치를 지키고 있던 선수들이 출전해 거둔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지난 22일 수원삼성과의 홈경기에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과 지난 1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ACL조별리그 3차전 중국 산둥루넝과의 홈경기 또한 기적에 가깝다. 전반 11분 신광훈이 핸들링 파울로 퇴장당하고 1골을 먼저 내줬고, 10분 후 김재성이 핸들링 파울로 또다시 1골을 내줘 0-2로 벌어진 상태에서 10명의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사실상 힘들겠다 싶었던 경기가 종료휘슬과 함께 2-2의 스코어로 바뀌었다. 포항은 이 경기에서 패했더라면 남은 경기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이에 앞서 지난 11일 ACL조별리그 2차전인 태국 부리람과의 원정경기도 마찬가지. 이 경기 역시 김태수와 김승대의 골로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23분 부리람에 1골을 허용하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비록 2-1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용병이나 노련한 베테랑이 없는 얇은 선수층으로 어떻게 긴 여정의 ACL리그나, K리그 클래식을 치러낼지 걱정이다.포항은 올 시즌도 외국인 용병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또 한번의 기적을 노린다. 모그룹 포스코의 긴축경영으로 비싼 용병을 데려올 수 없고, 몸값이 오른 황진성, 박성호, 노병준 등 베테랑들은 모두 내 보냈다. 물론 그 뒷 배경에는 지난해 재미를 톡톡히 본 포항 유스출신들에게 한가닥 기대를 거는 이유도 있다.하지만 `무모한 도전`이다.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용병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외국인 용병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이라는 것. 실력이 뛰어난 용병을 갖고 있는 수원삼성, 전북현대, FC서울, 울산현대 등은 용병의 활약이 곧 우승이라는 공식을 내놓고 있다.황 감독의 `쇄국축구`가 올해 또다시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리그 감독들은 포항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유독 포항만 만나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것이다.올 시즌 초반 포항은 고무열, 배천석 등 골잡이들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전력상 우승후보군에 속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승대의 활약이다. 그는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려 포항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것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간판인 이명주가 있지만 월드컵에 차출되거나 부상당하면 그 자리를 과연 누가 메울 것인가.포항의 올 시즌 목표는 ACL 제패라고 한다. 열악한 현실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이상적인 `장미 빛`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투자가 없으면 성적도 없는 것이 프로세계의 냉혹한 진리다. 없는 살림에 국내파로 지난해 더블을 달성했으니 올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은 어리석은 짓이다. 좋은 선수를 데려와 얇은 선수층을 보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시즌 초반의 상승기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포항은 누가 뭐라해도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투자가 뒷받침 돼야만이 진정한 명문구단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언제까지 명문구단 행세만 할 것인가.

2014-03-28

귀거래(歸去來)

▲ 정철화 사회부장6·4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다. 지역의 심부름꾼을 손수 선택하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다. 지역민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해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지만 그 지위에는 항상 권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역의 많은 후보자들이 각기`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읍소를 하지만 실제`권력`을 차지하고 싶다는게 더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어렵게 얻은 지위와 권력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이고 세번이고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은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쟁취한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기보다 언젠가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언젠가 내려놓을 권력이면 내려올 때, 물러날 때를 판단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사는 권력을 놓친 아쉬움보다 큰 허물 없이 임기를 마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말이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 모든 지도자들의 업적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떠나면 치적만 남지만 계속 권력을 쫓아가면 치적은 대부분 희석되고 잘못된 점들이 주로 기억된다는 말이다.귀거래(歸去來)란 말이 있다. 관직을 그만두고 시골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이 41세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유래한 말이다. 권력에서 물러날 때 흔히 인용된다.귀거래의 대표적인 인물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꼽는다.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2번의 대통령 임기를 끝냈을 때 종신 대통령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군부의 힘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었지만, 그 막강한 권력을 시민들게게 돌려줬다. 세계 역사속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했고 그래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를 통해 새롭게 권력을 얻거나 떠날 사람이 수없이 생겨나며 지역의 정치 구도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이 가운데 그동안 지켜온 권력을 내려놓고 귀거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우리 지방자치는 민선 5기를 거치면서 문제점이 하나 둘 지적되고 있다. 특히 단체장 3선 연임이다. 3선 단체장에 대한 피로감, 권력의 장기화에 따른 기득권 세력들의 득세, 3선 시작과 함께 찾아오는 레임덕, 행정효율성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특정정당의 독점적 지배구조를 가진 영호남지역의 단체장 임기는 4년이 아니라 12년이란 말이 나온다. 12년간 권력 독점구조가 이뤄지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급속한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최근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3선 연임 제한을 추진 중이고 전남 목포시장에 출마한 홍영기 예비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 3선 연임제한 청원`을 제안했다.청원 이유로 “재선 8년이면 후보자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다”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2년이나 한다면 그것이 독재가 되고 고인 물이 돼 썩기 쉬운 것”이라고 들었다.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역은 김관용 도지사를 비롯해 6명의 기초단체장이 3선 연임에 도전중이다. 반면 3선 연임의 권력을 내려놓은 단체장은 김범일 대구시장과 박승호 포항시장, 김복규 의성군수 등 3명에 불과하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이들의 권력 내려놓기는 이유야 어떻든 다른 지도자들과 차별화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변화의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자치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바란다.

2014-03-21

대구시장은 대구시민 손으로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명심보감에 `순천자(順天者)는 존(存)이요, 역천자(逆天者)는 망(亡)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의미로 세상사가 순리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3개월이 채 남지 않은 6·4 지방선거도 순리대로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민의 바람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거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최근 시민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대구시장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대구시장 선거에 무심했던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낙하산공천으로 내리꽂던 때와는 달리 지역 출신의 대구시장 후보들이 6명에 이르는 등 제대로 장이 섰기 때문이다.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김범일 대구시장의 3선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되며 지역 국회의원과 전직 국회의원, 구청장을 지내다가 사퇴한 인사, 여성계 인사 등 새누리당 예비후보 6명과 민주당, 무소속 각 1명 등 8명이 출마를 선언하며 치열한 경쟁구도가 전개되고 있다.권영진 예비후보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시민들과 만남의 장을 이어가고 대구발전을 위한 공약으로 일자리 50만 개 창출, 도시 용도지구·지역 전면 재수정, 대구교육 혁신 등을 내세우고 있다.배영식 예비후보도 매일 새벽 시간에 인력시장과 전통시장을 방문해 `새벽밥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등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광폭 행보를 하고 있으며 공약으로 남부권신공항 건설, 안심연료단지 이전,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시 신청사건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오랫동안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주성영 예비후보는 침체한 대구시를 살리기 위한 각종 경제와 환경 등 8개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만나 침체한 대구를 발전시킬 방안들에 대해 조언을 듣는 등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지난 12일 공식적인 출마선언으로 본격적인 경선에 참여한 조원진 국회의원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이번 선거를 대구 미래를 고민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구청장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이재만 예비후보는 현장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며 `대구 888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시민들에게 평가받는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여성인 심현정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4일부터 시민들을 만나 민생의 소리를 직접 듣는 `민생 찾기-김밥투어`를 시작하고 대학가를 찾아 일자리 창출과 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시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그러나 예비후보들이 컷오프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대구시민들을 깔보는 시선으로 전략공천, 차출설 등으로 대구시장 선거 판도를 흐리고 있다. 최근에는 TK 친박인사인 최경환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대구시장 후보들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대구시장 후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주성영 예비후보는 “당 원내 지도부가 친박 핵심인사를 전략 공천할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다니는데, 더이상 선거판을 흔들지 마라”며 최경환 원내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다른 예비후보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번 선거는 `공천=당선`이라는 그동안 지역 선거 분위기를 확 바꾸겠다는 것이 예비후보들과 시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며, 그동안 중앙무대에서 찍어준 인물을 대구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찍어준 전철을 과감하게 끊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대구시민들이 원하는 `지역출신 대구시장`선출이 순리임을 새누리당은 알아야 할 것이다.

2014-03-14

초심 잃지 않는 목민관을 기다린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무릇 벼슬이란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국리민복을 위해 대리 행사하는 자리다. 관직은 영원히 소유할 대상이 아니다. 구한다고 해서 뜻대로 얻어지는 자리도 아니다. 주인인 백성의 뜻에 따라 임시관리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공직자의 마음가짐이 이와 같아야 그 자신은 물론 나라가 평안하다.”다산 정약용의 명저로,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직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까지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목민심서의 서문이다.베트남에는 국부로 숭앙받고 있는 호치민 기념관이 있다. 그가 사망한 후 정부는 그의 시신을 영구보존한 후 일반국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 까지 그의 사후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자로 국가를 위해 헌신, 살아있을때 국민의 추앙을 받은 것은 물론 사후에는 그의 시신이 관광자원이 돼 국부를 벌어들이고 있다.그는 생전에 `나는 국가와 결혼했고, 일평생 아니 죽어서도 나라와 국민만을 위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머리위에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바로 목민심서였다. 호치민은 이 책을 수십, 수백번 죽을때까지 읽었다고 전해진다. 목민심서는 어떤 책인가.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의 행동, 처세, 마음자세 등을 담아낸 글로 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필독서다.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통과의례인 선거가 9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목민관을 꿈꾸는 후보들은 저마다의 자질, 경력, 철학 등을 내세우며 시도민으로부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북에는 도지사, 도교육감을 비롯 23개 시군에서 크고 작은 목민관을 선발한다.목민관중 중요하지 않을곳이 없겠지만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곳은 경북도지사와 경북교육감이다.도지사는 김관용 현 지사에 권오을 전 국회의원, 박승호 포항시장 등 3파전이 예상되고, 교육감은 이영우 현 교육감에 이영직 전 영주교육장이 자웅을 겨룰것으로 보인다.김 지사는 8년동안 도정을 이끈 경험을 바탕삼아 마지막으로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 교육감은 재선 포함 5년 2개월여간 교육청을 이끌며 각종 실적을 쌓은 것을 필두로 시도민에게 대미장식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여기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이력도 모두 화려하다. 권 전 국회의원은 3선 의원에다 국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했고, 박 시장은 경북도 고위간부를 거쳐 포항시장을 8년간 역임해 최고 목민관이 돼도 부끄럽지 않은 경력들이다. 교육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 교육감은 재선 교육감으로 말이 필요없는 커리어를 갖고 있고, 이영직 후보도 교사, 교육국장, 교육장 등 교육계에서의 화려한 경력으로 교육감에 손색이 없다.이들 후보가 모두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선출직 후보들은 큰 일을 앞두고 하늘의 별도 따줄듯이 낮은 자세를 연출하다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기고만장해 백성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도처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후보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고싶다. 크고 작든 목민관에 선출되면 초심을 잃지말고, 선거전에 들어가기전의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해달라는 것이다. 자신의 영달보다 주민의 아픔과 고통에 더 귀 기울이고, 교만하지 말며, 물과 같이 아래를 향해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태국의 수도 방콕시장을 역임한 잠롱 스리무앙은 재직시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손꼽혔다. 태국처럼 정치적 혼란이 심한 국가에서 그의 존재는 빛나는 별이었다. 시장에 당선된 뒤 봉급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퇴직연금과 부인이 운영하는 국수가게 수입으로 삶을 살며 무한한 사랑으로 주민을 대했다.이번 목민관 선거에서는 잠롱 같은 인물이 나와,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3-07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각료들

▲ 이창형 서울지사장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웃기는 비유법`을 자주 쓰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그같은 발언을 따라 웃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언중유골이 가득차 있는 작심 발언인 것이다.박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을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돗개 정신을 언급한 것이다. 또“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이러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거든요”라고도 했다. `불어터진 국수`는 제 때 통과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의미한다.유머를 빗댄 화법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대통령의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비유화법이지만 메시지는 더 강하다. 웃고 넘길 유머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이 강렬하게 묻어있다.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화와 공공부문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창조경제와 내수 활성화`등 3대 추진전략 실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내각에서 즉시 실천되는 일은 없었다.비정상의 정상화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신속한 입법이 뒷받침돼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국정과제 법안의 절반 가까이가 평균 300일 이상 표류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각료들이 국회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내각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지 부처가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은 경우가 없다. 항상 사후 약방문 격이다.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만 봐도 그렇다. 사고발생 3일 전인 지난 14일 박 대통령은`법질서 및 안전분야` 업무보고에서 안전수칙, 안전관리 매뉴얼, 규격제품 사용 등을 적시하며 특단의 노력과 대책을 주문했다. 당시 경북동해안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부처는 제설작업에만 목을 매었을 뿐 붕괴사고는 관심 밖이었다.새누리당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26%, 민주당 12%로 나타났다. 여당이 두 야당을 압도하고 있지만 `지지정당 없음`이 22%인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있는 것이지 새누리당이 잘한다는 의미가 아닌 셈이다.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적극 옹호했다. “청문회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원래 실력있는 사람인데 쫄아서 그랬다”며 임명을 관철시켰다.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60~70%는 개각의 필요성을 들고 있다. 중도하차한 윤 전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이 부지기수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집권 2년차, 속도감을 높여야 하는 국정개혁에 뒷짐만 지고 있는 국무위원을 대통령이 계속 감싸안아선 안된다. 지난 1년간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이 가장 낮았던 때는 지난해 1·4분기에 기록된 42%였다. 인사검증이 제대로 안돼 국무총리부터 장관 후보자까지 줄줄이 낙마한 즈음이다.박 대통령은 취임초기 자신의 호칭을 당분간 `박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언론에서 자신의 영어 약칭으로 `PP(프레지던트 박)``GH(근혜)`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애칭을 만들어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년이 지났지만 애석하게도 박 대통령에겐 특별한 애칭이 없다.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라고 했지만 대통령 혼자서만 바쁜 1년이었다.

2014-02-28

선거는 축제 한마당

▲ 서인교 대구본부장6·4 지방선거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광역단체장17명, 기초단체장 225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천888명, 시·도교육감 17명을 선출하는 매머드급 선거다.대구는 기초의원 116명(비례 14명 포함),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30명(비례 3명 포함), 시장과 교육감 각 1명, 경북은 기초의원 284명(비례 37명 포함), 기초단체장 23명, 광역의원 60명(비례 6명 포함), 도지사, 교육감 각 1명 등 525명의 리더를 뽑는다.선거에서 마지막 승자가 되려면 상대방과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도 이겨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승리라 할 수 있다.전쟁처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선거판을 국회의원들은 다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집단이기주의 내지 그들의 권력욕 때문은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고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단체장 3선 임기를 단축하는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법을 만들고, 나라 예산을 편성·감독하는 국회의원은 일관성, 연속성보다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직책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연임은 국회의원보다는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에게 허용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그들은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로서, 야전사령관으로서 지역민을, 국민을, 지역발전을, 나라발전을 끌어가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실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차기 대선을 위해, 김범일 대구시장은 연일 쏟아지는 여론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후보들로 몸살을 앓다 결국 차기 시장 도전을 포기했다. 경북 도내에는 기초단체장인 이중근 청도군수가 후배양성 등의 이유로 도전을 포기했고, 박승호 포항시장 역시 3선 도전을 포기하고 경북도지사 선거로 말을 바꿔 탔다.김범일 대구시장의 불출마선언은 대구시장 선거를 달구고 있고, 경북도지사 선거 역시 박승호 포항시장이 권오을 전 국회의원의 고군분투 양상에 가세하면서 서서히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권오을 후보는 젊은 도지사를 캐치프레이즈로 23개 시군을 순회하며 차별화된 제스처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 후보는 “공천후보 경선은 새누리당 당원은 물론 300만 도민의 축제”라며 “인격은 서로 존중하되 정책에 대해 치열한 토론과 상호비판을 통해 도민의 복지 증진과 발전을 위한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박승호 후보는 “경북의 새로운 도약과 300만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며 경북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는 도민이 즐기는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며 “화합하고 존중하는 선거, 즐거운 선거로 도민의 사랑을 받고 경북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다만 박 후보가 “공약과 비전은 곧 다시 달려와 발표하겠다”고 말해 경북지사 후보로서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이에 대해 김관용 현 경북도지사는 “혼자 가면 단순한 길이 되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되는 만큼 항상 300만 도민과 함께 가겠다”면서 “정치가가 아닌 현장의 야전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김 지사의 나이를 이유로 들며 출마불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3선출마에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역의 맹주로서, 행정의 야전사령관으로서 김 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않다. 그가 더 커진 역할과 무거워진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며 소통할지 지켜볼 일이다.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는 우리에게 축제이고 잔치이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를 모두가 어깨동무하고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경험하고 싶다.

2014-02-21

정치지도자의 덕목

▲ 윤종현 편집부국장부처님 말씀이다. 모든 화(禍)는 혀(舌)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는 말을 할 때 신중하게 정제된 용어를 사용하라는 경구(警句)다. 다시 말해 부적절한 언행, 즉 잘못된 `혀 놀림`은 다시 자신의 입으로 되돌아와 설화(舌禍)를 당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부적절한 발언,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과 지도자들은 부지기수다. 중요한 것은`설화`를 일으킨 당사자는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특히 정치인이 실언과 망언을 할 경우 정계에서 퇴출당하고, 공직자는 그 직(職)에서 경질되는 등 그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언론과 국민은 설화를 일으킨 인사에 대해 `무뇌(無腦) 소유자`라는 오명을 붙인다. 그리고 선출직의 망언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선거 때 표로 철저히 `응징`한다.신라 천년 고도 경주가 방폐장 유치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 중심에는 국내 전력사업자인 한수원(주)과 지역 지도자들이 있다. 따라서 한수원 본사 건립 등 후속 사업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 지역 지도자들이 시민의 `여망`에 따라 성실히 수행해 주기를 기대했다.그러나 당시 정권 실세이자 지역 국회의원인 정종복씨가 그 방향을 흔들어 지금까지 분란이 되었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채 추진되고 있다. 결국 정씨는 총선에서 두 번 낙마, 정계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민의(民意)에 반하는 지도자의 말로는 처참하다는 사례가 분명히 있는데도 현재 경주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은 이를 못본 듯 행동하고 있다. 한수원 본사 사택, 사무공간 사업추진에 있어서도 두 지도자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사무공간 제공자인 김일윤 전 의원과 `정치적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두 지도자들은 지역경제활성화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가 되니 걱정이다. 더욱이 한수원 사택 입지마저 시민사회의 여론수렴 없이 지난 연말 정수성 국회의원 주도하에 결정됐고, 공천을 앞둔 시장은 말 한마디 못하고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였다.정 의원은 또 지역기관장, 관변단체장, 상공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신년교례회장에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서라벌대학 문제를 이슈화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가 이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이란 절대적 무기를 가진 자신이 경주의 정치적 맹주이자 무소불위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던 모씨는 “군사정부 때도 지역 국회의원이 이같은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현역인데도 집권당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공천자 `손동진`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금품사고`로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지도자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여서 될 일인가. 주민을 대변하고,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회의원이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격(格)에 맞지않는 행보다.국내 정치인 중 가장 신중한 언사를 구사하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수 기름사고에 있어 윤진숙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관련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해직조치했다. 본받아야 할 태도다.다산 정약용은 “백성이 관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가 백성을 위해 있어야 한다.언제나 백성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애국애민의 실천에 앞장서라”고 했다. 경주를 이끄는 두 지도자는 어떤 경우라도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나 군림하는 자세는 주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4-02-14

개방적인 대구, 폐쇄적인 포항?

▲ 임재현 편집부국장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 나타난 8도의 인심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영남인들의 인성적 특징은 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하지만 의(義)를 중요시하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남 안에서도 부산·경남인들은 비교적 사근사근한 편이니 대구·경북인들이 영남적 기질의 원형에 더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사람은 성격이 시원시원하나 급한 편이며, 내륙인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진중해 해륙(海陸)의 상반된 풍토적 기질을 반영하고 있다.특히 대구사람들은 분지의 지형 만큼이나 보수적이며, 심지어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마 여기에는 경상감영을 둔 대구를 도회지로 보는 여타 영남인들의 부러움과 시기도 뒤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 안에서 도시 성장세의 정체 위기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면서 부정적 폐쇄성에 대한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아마 그 담론의 정점을 굳이 꼽는다면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의 고언(苦言)을 들 수 있다.대구경북연구원장으로 고향에 돌아온 홍 총장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대구의 유지들 앞에서 고언을 쏟아냈다. 핵심은 `밀라노 프로젝트를 비롯해 영호남을 망라한 역대 정권이 대구에 굵직굵직한 성장동력을 제공했지만 민관학이 모두 과거의 영광을 과신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 하는 일마다 꼬였다`는 것이다. 작심한 대경연구원은 아예 단행본 `이제 대구를 말해줘`를 발간해 대구는 물론 다른 시군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대사를 힘겹게 넘어오며 중앙의 모순이 투영된 지역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이다.그리고 몇 년 후 이웃도시 포항에서 발간된 책이 `포항, 이제 어떻게?`이다. 홍철 총장이 포항의 작가와 학자 등 세 사람과 함께 진행한 오랜 연찬의 결과인 이 책도 철강도시로 번영을 이룬 포항의 그늘에 도사린 문제점과 해법을 제시하는 데 맞춰졌다. 요약하자면 `포항이 철강산업 일변도에 머물러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차세대 성장산업을 미리 갖추지 않으면 한국의 피츠버그가 될 것이며, 도심공동화와 오염된 동빈내항으로 상징되는 도시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포항이 경북 제1의 도시라는 위상에 우쭐해 울산, 경주, 영덕 등 인근 지역과 민간 교류 등의 차원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고립되며, 지자체간 역내 공동발전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경고도 빠트리지 않았다.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접한 두 도시의 현실과 고민, 해법을 담은 자기 지역 성찰의 결과는 달랐다고 할 수 있다. 대구는 경기 침체와 각종 사고라는 잇단 대재앙이 엄습한 위기감 속에서 상당한 반향의 양만큼 일정한 성과도 있었으니 그 상징은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시킨 일이다. 또 영호남의 벽을 넘기 위한 시도는 달구벌 대구의 `달`, 빛고을 광주의 `빛`을 조어한 `달빛동맹`을 성사시켜 민간과 지자체간 교류를 넘어 경제협력의 지평을 예고하고 있다.이에 비해 포항은 달랐다. 당시의 위기론은 지역에서 그리 많은 동조자를 모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포스코는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오늘의 위기에 이르렀으며, 포항 경제에 대한 걱정도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부권 도청 시대가 임박해 있는데도 경북도지사와 포항시장의 정치 역학은 도내 유권자의 36%가 거주하는 동남권의 제2 도청사 염원을 여전히 홀대하고 있다. 스스로도 힘을 모아야 난제를 풀어가겠지만 포항과 경주, 영덕과 울진을 협력케 할 수 있는 개방성과 리더십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소통과 통섭의 담론, 그 갈망은 인간과 사회, 지구와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감과 성찰의 결과에서 비롯됐다. 대구가 현실 타개를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듯이 포항도 해양의 관문이라는 개방성을 회복·확대해야 한다. 대구와 포항, 경북이 서로 더 협력하면 `교토-마이즈루항`의 개명(改名)사례처럼 `대구-영일만항`의 시대로 상징되는 발전의 계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2014-02-07

권오준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들

▲ 김명득 편집부국장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포스코는 지난 16일 제8대 회장에 권오준 기술총괄사장을 최종 선택했다. 그는 오는 3월14일 주총이 끝나면 `위기의 포스코호`를 구하는 선장을 맡아 향후 3년 동안 거친파도와 싸우며 험난한 항해를 해야 한다. 지난 1986년 리스트에 입사한 이후 오로지 `기술 외길`만 걸어온 그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8년만 하더라도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7조1천730억원으로 잘 나가던 포스코였다. 그런데 불과 5년만에 영업이익이 3조7천36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부채비율도 60%에서 87%로 훌쩍 높아졌다. 2008년 이전에는 부채규모가 9조~11조원대 였던 것이,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30조원 이상을 넘었다.무분별한 인수가 그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2007년 23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 기준 71개사로 늘었다. 이렇게 계열사를 늘린 결과 매출은 2007년 31조에서 2013년 61조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조원 수준이던 것이 3조원대로 50% 이상 떨어졌다. 물론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권 내정자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과제가 바로 경영정상화다. 하지만 안팎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안에서는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독점구조가 깨졌고, 밖으로는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포스코의 대표 기술이 된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자동차강판·전기강판 같은 고부가가치 강과 신소재 개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염수(鹽水·소금물)에서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도 그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포항과 비슷한 미국의 철강도시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철강박사다. 피츠버그의 US스틸이 몰락하는 과정들을 생생히 지켜 봐 왔고, 그래서 포스코를 정상화시키는 방법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포스코는 이제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지난 17일 내정자 신분으로 첫 출근하면서 “포스코를 국민에게 존경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말과 “향후 30년간 포스코를 먹여 살릴 최고의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한 말에 대해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고 기술만이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그의 지론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권 내정자가 임기중에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는 일이다. 이번 새 회장 추천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동안 거론됐던 인물만 10여명이 넘었고 차기 회장은 `대통령의 수첩`속에 있다는 등 온갖 잡음과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이런 행태들이 모두 정치적 외풍 영향 때문에 생긴 것들로 보인다. 어찌됐든 `승계카운슬`이 가동돼 그나마 정치적 외풍이 차단되고 내부인사가 발탁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그래서인지 포스코의 독자 승계시스템이 어느정도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4명의 회장을 연속 내부에서 발탁하는 전통을 세운 점도 고무적이다. 역대 7명의 회장 가운데 김만제 전 회장을 빼고는 모두 포스코맨이다. 하지만 전임자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모두 불명예스런 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했다.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도 권 내정자가 넘어야 할 난제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정치적 외풍에 내둘리지 않는 포스코만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앞으로 3년 후인 오는 2017년 3월, 포스코맨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퇴진하는 그런 회장의 모습이 보고 싶다.

2014-01-24

감사와 나눔

▲ 정철화 사회부장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진다.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렵고 세상의 인심은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 새해 벽두부터 남의 험담보다 덕담을, 시기나 질투보다 배려와 인정을 나누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기불황과 일자리부족, 실업자 양산,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 등 우울한 소식들뿐이지만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포항에서 `감사와 나눔`이란 싹이 움트고 있으니 그나마 살맛 나는 세상의 희망을 품게 한다.지난해 박승호 포항시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나눔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됐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이바지한 공로로 교육부로부터 전국 최초 `인성교육도시` 동판 수상, 교육부 `인성교육 우수프로그램 No1`으로 선정됐다.이 운동은 `감사`를 생활화하면 마음속에 불평이나 원망이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이 생겨나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조성된다는 이론이다.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면 자연스럽게 `나눔`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게 된다. 포스코 직원들이 급여 1%를 떼어내 기부하는 `1% 나눔운동`과 전직원들이 매주 셋째 주 토요일에 자발적으로 지역 자원봉사에 나서는 `나눔의 토요일` 등은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폐지를 주워 모은 돈 10만 원을 포항시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채옥순(82) 할머니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했다.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불고 있는 나눔의 문화가 정치권에는 예외였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인들의 일체 기부행위를 못하도록 묶어 놓았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의 기부는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정치인 출신의 세계적인 기부왕으로는 흔히 미국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를 꼽는다. 그는 시장에 취임하면서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뒤 12년 재임 동안 이 약속을 지켰고 시장 판공비도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을 하면서 650억 원의 사비를 썼고 미국 사회에 무려 2조 4천억 원을 기부, 미국 역대 10대 기부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시장이기 이전에 4조8천억원의 재산가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우리나라에도 블룸버그에 버금가는 통근 정치인 기부왕이 있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얼음과자 행상을 하며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기간의 월급을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살집과 일부 재산을 제외한 전재산(당시 331억4천여만원)을 사회에 기부했다.공원식 경북관광공사 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두 번째 자전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 전액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에 앞서 경북도 정무부지사 퇴직금과 첫 번째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도 포항시장학회에 기부하기도 했다.장기 출신으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했던 이강덕 전 해양경찰청장은 청장 재임기간 받은 급여 전액을 해양경찰관 자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통큰 기부가의 대다수가 기업가 출신의 재력가인데 반해 이 전 청장은 순수 공직자출신이란 점에서 기부의 의미가 남다르다.포항은 지금 정치지도자와 기업체 근로자, 기초수급자 할머니와 같은 가난한 기부천사에 이르기까지 감사와 나눔의 마음들이 하나 둘 모아지고 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며 “우리 사회가 서로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를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했다.포항은 철강산업과 새마을정신 운동으로 조국근대화의 싹을 틔운 곳이다. 포항에서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난 감사와 나눔문화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기 기대한다.

2014-01-17

새로워 지는 것

▲ 윤희정 문화부장또 해가 바뀌었다. `새해`가 왔다. 새해라는 단어는 `새 출발`이나 `새로운 각오` 같은 긍정적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요즈음 분위기는 이 새해라는 단어를 그렇게 희망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 경제 침체라든가, 온갖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갈등의 사회상들,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의 압력 같은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이 수많은 난관들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를 의심케 한다. 그리하여 가까운 미래에 좀 더 안정되고 생동감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어두운 전망에 빠져드는 듯하다.하지만 좀 거창하게 말한다면 삶이라는 덩어리, 역사나 문화 같은 것들은 겉으로는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리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들은 혼돈 속에서 조급한 기대와 실망의 교차를 반복하는데 이미 지나치게 익숙해 있는지도 모르겠다.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연도를 맞이할 때는 연하장을 주고받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중국에서는 10세기부터, 서양에서는 15세기 독일에서 유행됐다는 설도 있지만 결국은 찾아가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나 덕담을 적어 보내면서 새해를 함께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꿈과 소망도 다르고 갈 길도 다르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두를 위해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각자 소망의 크기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겠지만 내일을 향한 첫발걸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명저 `소유냐 존재냐`에서 새로운 사회의 기능은 새로운 인간, 즉 성격 구조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인간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1. 완전히 `존재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소유`를 기꺼이 포기한다.4. 자기가 현재 존재하는 곳에 완전히 존재한다.5. 축재와 착취로부터 생겨나는 기쁨이 아니라 베풀고 공유하는 데서 생겨나는 기쁨을 누린다.9. 감상적 사고가 아닌 냉철한 사고능력과 더불어 사랑의 능력도 발달시킨다.11. 자기 자신 및 동료들의 완전한 성장을 생(生)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12.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양과 현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21.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는 운명에 맡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삶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최선을 다해 사는 삶은 너무도 만족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일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따위의 걱정이 커질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다.새해가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성찰의 부족` 때문이며 이제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고, 가까이 그리고 멀리 이루어야 할 일들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던 독일의 자유주의 신학자 알버트 슈바이처는 “현대의 문화적·사회적 구조는 파국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며 거기에서 생겨나는 것은 단지 `과거의 르네상스보다 훨씬 대규모적인 르네상스`일 뿐이다. 그러므로 절멸(絶滅)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신념과 태도로 우리들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그렇다. 새로워지는 것, 이것이 희망을 향한 출구에 시나브로 다가가는 길 아니겠는가. 우리는 옛부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을 써왔다. 이 말에서 신라(新羅)라는 나라 이름이 만들어졌다. 멀리 갈 것 없이 `신라정신`에서`길`을 찾으면 된다.

2014-01-10

지방선거 앞두고 옥석 잘 가려야…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2014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던 내년 지방선거 열풍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새해가 되며 지역 언론마다 올해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이다.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지역 곳곳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시민들은 후보자들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 등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 도입 후 20여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이다.올해 치러지는 선거는 오랫동안 침체해 있던 대구가 10여년 만에 경제 부흥의 기초가 다져지는 등 여러 면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요한 시기이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민들이 소통하고, 힘을 모아 대구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현재 대구시장 후보들은 자천 타천 후보만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현직인 김범일 시장과 주성영·배영식 전 국회의원, 조원진·서상기 국회의원 등 정치권 후보와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김재수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권영진 여의도 연구소 부원장, 이인선 경북도 정무부지사, 이재만·윤순영·이진훈 구청장, 심현정 여성시민운동가 등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군까지 포함하면 대구시장 후보는 넘쳐난다.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의 하향식 공천의 꼬리를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그동안 지역은 중앙당에서 후보를 낙점해서 내려 보내면 대구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이유로 표를 찍어줄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로 흘러왔다. 그러나 6·4지방선거가 그동안 중앙에서 공천한 후보에 찬반형식으로 치러지던 방식과는 다르게 시장 후보들이 넘쳐나는 등 지역민의 선택이 폭이 넓어지며 상향식 공천의 여건이 마련되는 등 지역 정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하지만, 최근 수도권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직도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은 누구나 공천을 주면 당선되는데 무엇하러 경선을 하려고 하느냐?`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앙에서 찍어서 내려주는 인물은 싫다`는 지역민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하향식 공천을 운운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대구·경북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치권의 하향식 공천과 단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치 불신의 시작은 폐쇄적인 하향식 공천제도에서 비롯됐다. 현재의 중앙당 중심의 하향식 공천제도는 지역민에게 당에 대한 불신감만 키울 뿐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때 국민과 당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정당의 후보를 결정해야 정치도 살고 국민도 정치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지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중앙당의 전략공천, 국회의원들의 밀실 공천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방식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 되어야 한다.변화와 발전의 중대 기로에 서 있는 대구를 이끌어갈 침신한 대구호의 선장을 뽑기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진정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일할 참신한 인물에 대한 선택권은 시민들에게 있다.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인정이 끌릴 것이 아니라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어떤 후보가 대구시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대구의 미래를 선도할 역량이 있는 인물을 시장으로 뽑아야 후손들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점을 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

2014-01-03

남자답게 나서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내년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와 예비후보자들이 지역 곳곳을 누비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대가 왔다. 내년 6월은 매 4년마다 열리는 지방선거축제의 장으로, 광역단체장을 포함해 시장 군수 도의원 기초의원 등을 합쳐 경북에서만 370여명이 단체장이나 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저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이때에 현 단체장을 비롯해 후보자 등이 아직도 자신을 추대해 주기를 바라며 정치권과 윗사람 등의 눈치를 살피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이가 있어 답답하다. `튀어나온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에 따라 최대한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결단을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제 결정의 시간이 왔다고 판단된다. 자신이 살아온 이력, 앞으로의 포부, 주민을 위한 철학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후 후보로 나설 결심이면 적극적으로 주민과 공천권자 등에게 자신을 어필해야 될 시점이다.현재 대구 경북지역 최대의 관심사는 경북도지사, 대구시장 등 광역단체장의 3선여부와 각 시군구의 단체장을 누가 꿰어차느냐에 대한 것이다.경북도지사 후보에는 현 김관용 지사의 압도적인 인지도와 지지도 속에 출마선언을 한 권오을 전 의원이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사후보에 늘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이철우 국회의원이다. 그는 재선 국회의원이자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한 전력이 있는 등 도지사후보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도지사출마에 단서를 달고 있다. 현 김관용 도지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에 출마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김 지사가 도정업무를 열심히, 너무 잘했고, 과거 지사님을 모신 자신이 지사를 배신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 김 지사의 핸디캡은 나이이나 아직 건강하고,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고령의 연세에 대통령을 시작한 만큼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의원의 말에 공감가는 바가 적지않다. 하지만 이 생각에 이해못할 부분도 있다. 도지사는 300만 경북시도민에게 안정과 행복, 번영을 주기 위한 막중한 자리이지, 선배공무원을 배려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도민에게 강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사명감의 자리이지, 개인적인 친분을 들어 출마하거나 안하거나 할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즉 사인간의 정리를 앞세워 눈치를 볼 자리가 아닌 만큼 공과 사를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무에 사사로운 감정을 이입시키는 모양새다. 정말로 김 지사에 대한 보은의 생각이 있다면 `이번에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배수진을 쳐 버리면 어떨까.반면 권오을 전 국회의원은 현재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경북을 누비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아직은 김 지사에게 인지도와 지지도 등에서 게임이 안되는 족탈불급의 존재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걸고 각 행사장을 돌고 있다. 그는 이제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만큼 각 후보자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말고 여론앞에 당당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물론 권 후보는 과거 3선 국회의원에 국회 사무총장 등 화려한 전력이 있지만 지금은 거의 백수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잃을 게 없기때문에 우선적으로 치고 나올수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막강한 현 지사를 상대로 출사표를 던진 후 각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용기있고, 사명감어린 행동으로 보여진다.앞으로 선거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알수 없지만 주민들은 많은 후보군중에서 어느 후보가 지역 주민을 위해 도움이 될지를 듣고, 보고싶어한다. 예비후보들도 더이상 눈치보지 말고 남자답게 소신있는 결단을 하기를 바란다.

2013-12-27

북에는 침묵하는 정치권

▲ 이창형 서울지사장국내 한 언론매체가 2013년 국내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많다는 것이다. 북한 장성택 숙청,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유출 의혹, 북한 3차 핵실험 등.한반도는 자의·타의를 떠나 `북풍(北風)`에 여전히 민감하다. 북풍을 둘러싼 남북한 관계는 바로 동북아 정세로 직결된다. 신냉전 시대에서 북한의 움직임이 그런 의미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요 변수인 것이다.하지만 최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국내상황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활동을 놓고 북한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당리당략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 어디에서도 적시에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국회내부에서는 장성택 처형을 놓고 경쟁적으로 자신의 정보우위력을 앞세우려는 의원들 뿐이었다.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북한 동향을 먼저 언론에 발표하기 위한 경쟁까지 빚어졌다. 언론은 해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 마치 팩트(Fact)인양 속보경쟁에 나섰다. 종편들은 물 만난 듯 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 보도했다.하지만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말 잘하는` 정치권은 이번 사태 초기 정당이든 의원 개인이든 어떤 의견도 주장도 내놓지않았다.지금 SNS상에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왜 침묵하는지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장성택 개인의 문제를 넘어 마구잡이식 개인처형이 일상화되고 있는 북한의 공포정치에 희생되고 있는 북한동포들에 대한 범세계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미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드러낸 행위`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국내 정치권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침묵했다.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만 했고, 여야는 국정원개혁에 장성택 사건을 끌어들이는데만 급급했다.이 눈치 저 눈치 살피던 정치권은 뒤늦게 `인권`운운하며 북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의 모습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었고, 이것이 과연 21세기 현대 문명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할 말을 잊게 만들 정도”라고 북한을 비판했다.하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장성택 사건을 대야 공세 수단으로 이용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두는 척 하면서 야당 비판에 목소리를 더 높였다.국회의원 개인으로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장성택 처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UN의 즉각적인 조사와 개입을 정부에 촉구했고, 김진태 의원이 북한인권법제정 릴레이 시위에 합류한 것이 전부다.국내 현안에는 감초처럼 나서 훈수를 뒀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 논평이 나오자 마지못한 듯 “지극히 비상식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것도 이메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 초기까지 어떤 논평조차 내놓지 않았다.장성택 처형이 연말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맞다. 정부로서도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분석과 대응이 먼저다. 그렇다고 북한을 겨냥해 뼈있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주변국 눈치만 보고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특별히 정치권은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는 물론, 암살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막말도 가리지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쳐온 야권은 왜 북한문제에 대해서만 유독 침묵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2013-12-20

새마을 바람, 건강에도 분다

▲ 서인교 대구본부장근면·자조·협동이 근간인 새마을 정신이 일반인의 건강 분야에도 접목된다. 경북도가 2014년부터 건강 및 보건의료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건강에 이로운 환경을 조성해 지역간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맞춤식의 건강한 마을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우선 건강마을 조성 방법이 새마을 운동 전개와 흡사한 점이 흥미롭다. 경북도에 따르면 사업 원년인 내년에는 준비단계다. 건강 취약지역 선정, 마을건강위원회와 협의체 운영 등 지역사회 진단 및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기반을 조성한다. 실천단계는 2015년부터다. 주민건강 지도자 양성, 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건강서비스 제공, 건강 친화적 환경 개선으로 걷기코스 정비, 경로당 환경개선 등의 사업을 벌인다. 2016년을 기점으로 실시하는 확산단계는 주민 주도형 건강증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지역 건강 네트워크 조직을 활성화한다. 최종 목표는 건강 새마을 사업 확대로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이 운동은 세부적으로 근면형, 자조형, 협동형, 창조형으로 나눠지며, 23개 시·군 331개 읍면동 중 각 5개 마을씩 20개 마을을 선정해 24억원을 투자한다.새마을 운동에서 따온 이름으로 사업명을 붙인 것도 이색적이다.근면형 사업은 고령화 사회에 따른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 영역으로 뇌졸중 심근경색증 암 아토피 천식 등 관리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와 현재 증가추세인 치매예방 관리를 위한 치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자조형은 건강 행태 개선을 통한 예방 중심의 통합 건강관리로, 마을 단위의 금연·절주·영양·신체활동 등 건강습관을 실천토록 해 건강행태위험요인에 대한 적극적 예방관리로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협동형은 지역사회의 보건복지문화체육산림 등 다양한 부문과의 연계협력강화로 건강한 환경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에 중점을 둔다. 생활터 중심의 주민밀착형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창조형은 지역 특성 및 주민수요를 반영해 차별화된 사업으로 지역특화 사업 및 IT 기반 유비쿼터스 건강검진 체계로 질환별 재택관리와 맞춤형 셀프케어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건강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새마을 운동의 3대 정신에 창조형까지 더해진 형국이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정부 방향이 혼재된 모양새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이 운동의 목표는 무병장수하자는 것이다. 사실 경북도의 2012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주요지표를 보면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비만율 11위, 흡연율 12위, 점심 후 칫솔질 실천율, 자살사망률 각 13위, 남자 흡연율 14위, 연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 양호한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 운전 시 안전벨트 착용률은 15위, 걷기 실천율은 16위로 전국 꼴찌이다. 그만큼 경북도의 건강 지표는 심각하게 나쁘다.이같은 건강지표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복지정책과 맞물린 경북도의 건강 새마을 조성 사업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그동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을에 체육공원을 조성해 각종 운동기구 설치와 찜질방 운영 등 건강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특히 찜질방은 얼마지나지 않아 이용자 감소로 흉물화되고 있다. 수도료, 전기료 등 운영비 충당이 어렵기 때문이었다.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다 해도 혼자 해선 안된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강한 의지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국민 건강에 이는 `새마을 바람`을 산뜻하게 살려낼 수 있다.

2013-12-13

정국안정은 권력구조 개편뿐

▲ 윤종현 편집부국장대한민국의 고질병을 손꼽는다면 제일 먼저 정권 교체 이후 `정치 반란`이다. `정치 반란`이라 하면 대선 이후 야당이 신 정권 출범에 축하보다`딴지`를 걸어 새 정부의 축을 흔들며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다. 대한민국 경제력이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정치 수준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도 인정할 것이다. 국회 내에서도 선진정치를 위해 정치개혁특위 등 기구를 만들었지만 성과물은 극히 미미하고 정당간 정략적으로만 활용했다. 이때문에 국내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고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특히 기성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때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간과하는 것 같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그리고 정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한다. 야당의 경우 차기 정권을 잡으려는 수단이 아주 비신사적이라는 것을 최근 일련의 행위에서 알 수 있다. 민도(民度)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 수준에 맞추지 못하고 후진성을 표출하고 있다.2000년 이후만 봐도 대선후에 야당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정국을 무한대결의 장으로 몰았다. 정쟁에 있어 국민은 철저히 무시당했고, 피해 또한 국민이 입었다. 노무현 정부 때 친박은 노 정권을 공격했다. 지난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때 53일간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했다. 이어 현 정부들어선 야당이 대통령을 두고 `귀태 후손`이니`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정치 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식으로 `정권공격사`는 무수하다.대표적인 사례가 MB 정부 출범과 함께 터져 나온 것이 광우병 문제다. “소(牛)하고 정권하고 무슨 관련성이 있느냐”는 때늦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야당과 좌파세력이 광우병을 이용해 국가 전체를 흔든 사례다.특히 `대선 불복`이란 제목이 적절할 것 같은데, 야당 측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치 공세를 1년간이나 끌며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종교계까지 가세해 대통령`퇴진 운동`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를 주도하는 일부 종교계 성직자들의 사고와 국적이 대한민국인지 `북한`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다. 적어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 북한이 엄연히 우리의`주적`인 것은 분명한데, 이를 망각하는 종교계의 행태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게됐다.적어도 선진 정치를 하려면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은 대안제시는 않고 기존 권력에 흠집을 내 무너뜨리려는 전술로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 한다. 한국의 경제력이 선진국에 진입했고, 그 과정에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잣대가 또한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불량 정치권`은 모르는 듯하다. 이런 식의 정치권 논리와 종교계 주장에 부화뇌동할 국민은 없다.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와 대통령 퇴진 운동도 그렇다. 건전한 정당이라면 국정원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제안하는 것이 더욱 호소력이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를 마치 현 대통령이 사주해 국정원이 개입한 것 처럼 몰아세우니 한심하다. 야당이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면 증거를 확보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문제를 질질 끌면 국민으로부터 역풍을 맞게된다.정치학자들은 정치발전과 국가안정을 위해 새로운 정치모델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을 하려면`권력구조개편`만이 유리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은 국민이 권력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새 길을 만들어야 한다.

2013-11-29

포항철강산업대전의 아쉬움

▲ 김명득 편집부국장포항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이른바 국내 3대 철강회사인`빅3`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철강공단 1~4단지에는 300여개의 철강업체들이 입주해 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제품은 국내 생산의 약 30~40%를 차지한다. 포항을 통하지 않고서는 감히 철(鐵)을 논할 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난 15, 16일 이틀동안 철강도시 포항에서 아주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포항에서는 처음 열린 박람회 성격의`2013 포항철강산업대전`이 바로 그 행사다. 본사가 주최한 이번 철강박람회에는 빅3사 뿐만 아니라 세아제강, OCI, 포스코켐텍, 조선내화, 제일테크노스, 현대종합금속, 융진 등 30여개 업체가 참여해 각사의 제품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홍보했다. 이 행사를 통해 포항시민들은 철강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철강공단업체들의 생산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체험을 한 것이다.이곳을 찾은 상당수의 시민들은 포항철강공단에 이렇게 많은 철강업체들이 있고 이처럼 다양한 철강제품들을 생산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날 행사장을 둘러 본 한 시민은 “포항에 산 지 25년이 넘었지만 이런 행사는 처음 구경해본다”면서“철강공단에는 단순히 철강제품만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전시된 각양각색의 철강제품을 보고나니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고 했다.이번 행사를 위해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으나 역부족을 느낀다. 처음 접해보는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며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마지못해 참여한 업체도 여러 곳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번 행사를 통해 미흡하고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하고 더 알찬 준비를 해야겠다는 숙제를 던졌다.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돋보이게 한 것은 포항철강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상을 준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히 생산 현장이나 연구소 등에서 회사와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한 그들을 찾아 격려하고 보답해준 것에 대해 작은 자부심도 느낀다. 상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그들의 희생이 오늘날 포항경제를 지탱해 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권용덕(37) 연구원은 LG전자 DAC연구소에 근무하다 고향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고 한다. 시상식 때 꽃다발을 들고 찾은 아들 형욱(5)군과 아내, 부모님들의 축하를 받은 그는 “지금까지 일상 중에 가장 행복하고 보람찬 일이었다”며 “앞으로도 기술연구개발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9년8개월 동안 오로지 회사제품의 품질향상에 노력해 온 김영학(45) TCC동양 생산본부장,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파 온 김달삼(49) 시노펙스 전무이사, 14년째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는 황인석(53) 조선내화 노조위원장 등 그들의 헌신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또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한금 류호창 대표와 씨알-텍 노선희 대표, 류호문 전 건설부 산업입지국장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포항철강공단이 존재하지 않았을까.한편으론 진작에 왜 이런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준비기간, 눈 코 뜰새없이 바쁘게 준비해 준 업체 관계자들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기업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꺼이 참여해 준 업체 관계자들에게 뒤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당신들이 포항경제를 책임지는 진정한 일꾼들이요,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 머지않아 포항철강공단의 철강경기도 살아 날 것이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지금이 그 내리막이고 밑바닥이라 생각하자. 자, 이제 오르막을 향해 힘을 내자. 그리고 파이팅 하자.

2013-11-22

소통의 리더십

▲ 정철화 사회부장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쓰는 단어 중의 하나로 소통(疏通·Communication)을 꼽을 수 있다.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지방정부와 의회, 노사, 조직 상하, 부부, 고부간 등 곳곳에서 소통부재란 말이 자주 들린다. 소통은 `트다`의 疏와 `연결하다`의 通이 합쳐져 막혔던 것을 터서 물과 같은 것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게 한다는 의사소통이라는 말로 주로 쓰인다. 소통은 단순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공감을 얻어내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출발한다.소통부재는 대개 나만 옳고 남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많은 지도자가 자신의 사고나 가치관은 옳고 국민 다수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소통부재가 돼 독단, 독선에 빠지게 된다. 독단이나 독선에 빠진 지도자의 공통된 특징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만이 모두 정의라는 착각에 빠져 잘못을 지적하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 들거나 아니면 복종을 강요한다. 소통부재 현상이 발생하면 오해와 불신을 낳고 결국에는 대립과 갈등, 파국에 이르게 된다.여야 정치권의 소통부재로 인한 갈등과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관심 밖으로 제쳐 두고 최근 포항에서도 소통부재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포항시 집행부와 시민 대표기관인 포항시의회 간에 소통이 막혀 불통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올 들어 양덕승마장사업에 이어 최근 음폐수처리장사업 표류, 강철왕 제작 무산 건으로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들 사안에 대한 두 기관의 첨예한 시각차이에서 소통부재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통부재의 중심에는 항상 시정의 수장인 박승호 시장이 표적이 되고 있다.시의원들은 박 시장이 의회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에 박 시장은 정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의회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고 항변한다. 서로 자신들의 의견이 옳다고 우기며 상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소통부재의 모습이다.재선의 박승호 시장은 `강력한 추진력`의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과 독선은 양날의 칼이다. 소통을 통해 시민 다수의 공감을 얻으면 강한 추진력으로 박수를 받지만, 반대가 되면 독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박 시장이 재임 중에 추진한 포항운하사업과 감사나눔운동은 강력한 추진력이 빛을 발휘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박수를 받고 있다. 생태환경 복원 및 무너진 인성교육의 대안이라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독선의 징후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선은 혼자서 선택한다는 뜻이다. 포항시정이 어느 순간부터 시장의 독자적 판단만 있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시민대표기관인 시의회나 언론의 지적마저 오히려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하기 일쑤이니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할 여지는 더욱 없다. 질책을 두려워한 대다수 공직자들이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독선은 복종을 강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방해해 결국 자정능력을 잃은 죽은 조직을 만들게 된다. 박 시장이 그동안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뤄놓은 많은 성과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포항시장과 포항시의회는 지역을 이끌어가는 지방 자치단체의 양대 축이다. 이제 더는 서로의 잘못만 따지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2013-11-15

포항운하에 핀 스틸의 꽃

▲ 윤희정 문화부장`창의성`이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화, 지방화 시대에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는 지역문화 발전과 예술진흥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효과적으로 결집시켜 정착해 나가는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그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오히려 돈을 들여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그 지역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사 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의 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그 나물에 그 밥`인 문화 파괴적인 사례도 빈번했다. 살고 싶은,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를 한마음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지역문화의 원형과 뿌리를 찾아 그것을 지역민의 현재의 삶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요즘 포항운하에는 철을 재료로 한 재미있고 친근한 조각 작품들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의 문화인자인 철을 매개로 한 예술축제인 `2013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신화로 맴도는 아득한 고대의 연오랑·세오녀 이야기에서부터 파이넥스 공법으로 세계 철강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오늘날 포스코의 성공신화에 이르기까지, 포항문화는 유독 철과 관련이 깊다.삼국유사에는 신라 아달라왕 때 연오와 세오는 한반도의 문화와 문명을 일본에 전파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 시대에도 철을 만드는 기술은 한 나라의 부국강병을 견인하는 기간(基幹)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본으로 건너간 연오랑은 철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신기술의 비법을 지닌 신라시대의 뛰어난 대장장이였을 것이다.`신철기 시대의 대장장이`라는 주제로 포항의 시공간에 걸친 철의 문화적 코드를 미술의 맥락에서 풀어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지역의 문화를 바탕으로 산업 생산에서 창의적 문화 생산시대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로 읽혀진다.더욱이 40년 만에 생명의 물길을 튼 포항운하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예술축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시대의 대장장이, 산업매체인 철을 문화와 예술로 담금질해낸 포항운하의 조각가들이 바로 21세기 신철기 시대의 연오랑, 세오녀가 아닐까 싶다.지역이 희망이다. 기초과학이 튼실하지 못하면 첨단과학을 꽃 피울 수 없듯이 지역문화의 원천인 지역 예술의 샘이 고갈되면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지역문화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를 조성하고 문화의 창조, 교류, 향유하는 순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과 기반을 서둘러 마련할 때다.무엇보다 도시는 인간 삶의 터전이기에 도시환경은 인간의 삶의 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도시 곳곳에 맑고 푸른 자연이 함께 하고 매력적인 문화공간과 쾌적한 보행자거리가 이어지며 역사적 흔적과 숨결을 간직한 옛것들과 참신하게 디자인된 새로움이 어우러지는 도시, 크고 작은 쉼터와 공원이 즐비한 활기차고 낭만적인 모습과 그런 내용의 도시를 시민들에게 안겨주어야 한다. 살맛나게 쾌적하고 머물고 싶은 도시의 밑그림을 하루 빨리 그려 넣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 고유의 문화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처럼 특색 있는 지역의 고유 모델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하면 이것이 한국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며 관광상품이고 지역이 가질 수 있는 창조 경제의 밑그림일 것이다.지난 2일 40여년 만에 포항시민들의 오랜 숙원인 포항운하의 물길이 새롭게 열렸다. 생명과 포항문화의 속내로 가득 채워진 포항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포항운하에서 펼쳐지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201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