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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들

등록일 2014-01-24 02:01 게재일 2014-0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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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 편집부국장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포스코는 지난 16일 제8대 회장에 권오준 기술총괄사장을 최종 선택했다. 그는 오는 3월14일 주총이 끝나면 `위기의 포스코호`를 구하는 선장을 맡아 향후 3년 동안 거친파도와 싸우며 험난한 항해를 해야 한다. 지난 1986년 리스트에 입사한 이후 오로지 `기술 외길`만 걸어온 그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8년만 하더라도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7조1천730억원으로 잘 나가던 포스코였다. 그런데 불과 5년만에 영업이익이 3조7천36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부채비율도 60%에서 87%로 훌쩍 높아졌다. 2008년 이전에는 부채규모가 9조~11조원대 였던 것이,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30조원 이상을 넘었다.

무분별한 인수가 그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2007년 23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 기준 71개사로 늘었다. 이렇게 계열사를 늘린 결과 매출은 2007년 31조에서 2013년 61조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조원 수준이던 것이 3조원대로 50% 이상 떨어졌다. 물론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

권 내정자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과제가 바로 경영정상화다. 하지만 안팎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안에서는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독점구조가 깨졌고, 밖으로는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포스코의 대표 기술이 된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자동차강판·전기강판 같은 고부가가치 강과 신소재 개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염수(鹽水·소금물)에서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도 그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포항과 비슷한 미국의 철강도시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철강박사다. 피츠버그의 US스틸이 몰락하는 과정들을 생생히 지켜 봐 왔고, 그래서 포스코를 정상화시키는 방법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포스코는 이제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7일 내정자 신분으로 첫 출근하면서 “포스코를 국민에게 존경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말과 “향후 30년간 포스코를 먹여 살릴 최고의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한 말에 대해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고 기술만이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그의 지론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권 내정자가 임기중에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는 일이다. 이번 새 회장 추천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동안 거론됐던 인물만 10여명이 넘었고 차기 회장은 `대통령의 수첩`속에 있다는 등 온갖 잡음과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이런 행태들이 모두 정치적 외풍 영향 때문에 생긴 것들로 보인다. 어찌됐든 `승계카운슬`이 가동돼 그나마 정치적 외풍이 차단되고 내부인사가 발탁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서인지 포스코의 독자 승계시스템이 어느정도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4명의 회장을 연속 내부에서 발탁하는 전통을 세운 점도 고무적이다. 역대 7명의 회장 가운데 김만제 전 회장을 빼고는 모두 포스코맨이다. 하지만 전임자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모두 불명예스런 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했다.

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도 권 내정자가 넘어야 할 난제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정치적 외풍에 내둘리지 않는 포스코만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앞으로 3년 후인 오는 2017년 3월, 포스코맨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퇴진하는 그런 회장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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