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웃기는 비유법`을 자주 쓰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그같은 발언을 따라 웃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언중유골이 가득차 있는 작심 발언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을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돗개 정신을 언급한 것이다. 또“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이러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거든요”라고도 했다. `불어터진 국수`는 제 때 통과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의미한다.
유머를 빗댄 화법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대통령의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비유화법이지만 메시지는 더 강하다. 웃고 넘길 유머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이 강렬하게 묻어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화와 공공부문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창조경제와 내수 활성화`등 3대 추진전략 실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내각에서 즉시 실천되는 일은 없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신속한 입법이 뒷받침돼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국정과제 법안의 절반 가까이가 평균 300일 이상 표류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각료들이 국회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내각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지 부처가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은 경우가 없다. 항상 사후 약방문 격이다.
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만 봐도 그렇다. 사고발생 3일 전인 지난 14일 박 대통령은`법질서 및 안전분야` 업무보고에서 안전수칙, 안전관리 매뉴얼, 규격제품 사용 등을 적시하며 특단의 노력과 대책을 주문했다. 당시 경북동해안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부처는 제설작업에만 목을 매었을 뿐 붕괴사고는 관심 밖이었다.
새누리당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26%, 민주당 12%로 나타났다. 여당이 두 야당을 압도하고 있지만 `지지정당 없음`이 22%인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있는 것이지 새누리당이 잘한다는 의미가 아닌 셈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적극 옹호했다. “청문회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원래 실력있는 사람인데 쫄아서 그랬다”며 임명을 관철시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60~70%는 개각의 필요성을 들고 있다. 중도하차한 윤 전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이 부지기수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집권 2년차, 속도감을 높여야 하는 국정개혁에 뒷짐만 지고 있는 국무위원을 대통령이 계속 감싸안아선 안된다. 지난 1년간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이 가장 낮았던 때는 지난해 1·4분기에 기록된 42%였다. 인사검증이 제대로 안돼 국무총리부터 장관 후보자까지 줄줄이 낙마한 즈음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초기 자신의 호칭을 당분간 `박 대통령`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언론에서 자신의 영어 약칭으로 `PP(프레지던트 박)``GH(근혜)`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애칭을 만들어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년이 지났지만 애석하게도 박 대통령에겐 특별한 애칭이 없다.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라고 했지만 대통령 혼자서만 바쁜 1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