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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 지는 것

등록일 2014-01-10 02:01 게재일 2014-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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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정 문화부장

또 해가 바뀌었다. `새해`가 왔다. 새해라는 단어는 `새 출발`이나 `새로운 각오` 같은 긍정적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요즈음 분위기는 이 새해라는 단어를 그렇게 희망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 경제 침체라든가, 온갖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갈등의 사회상들,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의 압력 같은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이 수많은 난관들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를 의심케 한다. 그리하여 가까운 미래에 좀 더 안정되고 생동감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어두운 전망에 빠져드는 듯하다.

하지만 좀 거창하게 말한다면 삶이라는 덩어리, 역사나 문화 같은 것들은 겉으로는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리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들은 혼돈 속에서 조급한 기대와 실망의 교차를 반복하는데 이미 지나치게 익숙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연도를 맞이할 때는 연하장을 주고받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중국에서는 10세기부터, 서양에서는 15세기 독일에서 유행됐다는 설도 있지만 결국은 찾아가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나 덕담을 적어 보내면서 새해를 함께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꿈과 소망도 다르고 갈 길도 다르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두를 위해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각자 소망의 크기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겠지만 내일을 향한 첫발걸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명저 `소유냐 존재냐`에서 새로운 사회의 기능은 새로운 인간, 즉 성격 구조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인간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1. 완전히 `존재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소유`를 기꺼이 포기한다.

4. 자기가 현재 존재하는 곳에 완전히 존재한다.

5. 축재와 착취로부터 생겨나는 기쁨이 아니라 베풀고 공유하는 데서 생겨나는 기쁨을 누린다.

9. 감상적 사고가 아닌 냉철한 사고능력과 더불어 사랑의 능력도 발달시킨다.

11. 자기 자신 및 동료들의 완전한 성장을 생(生)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12.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양과 현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21.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는 운명에 맡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삶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은 너무도 만족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일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따위의 걱정이 커질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다.

새해가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성찰의 부족` 때문이며 이제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고, 가까이 그리고 멀리 이루어야 할 일들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던 독일의 자유주의 신학자 알버트 슈바이처는 “현대의 문화적·사회적 구조는 파국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며 거기에서 생겨나는 것은 단지 `과거의 르네상스보다 훨씬 대규모적인 르네상스`일 뿐이다. 그러므로 절멸(絶滅)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신념과 태도로 우리들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새로워지는 것, 이것이 희망을 향한 출구에 시나브로 다가가는 길 아니겠는가. 우리는 옛부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을 써왔다. 이 말에서 신라(新羅)라는 나라 이름이 만들어졌다. 멀리 갈 것 없이 `신라정신`에서`길`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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