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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 명문구단이라 할 수 있나

등록일 2014-03-28 02:01 게재일 2014-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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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 편집부국장

요즘 포항스틸러스의 선전이 눈물겹다. 뛰어난 외국인 용병 한 명 없고, 베테랑들이 다 빠진 상태에서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용병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감독만이 안다. 그래서 요즘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타들어 가는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6일 전주에서 우승후보 전북현대를 3-1로 완파한 포항 선수들. 그것도 그동안 벤치를 지키고 있던 선수들이 출전해 거둔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지난 22일 수원삼성과의 홈경기에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과 지난 1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ACL조별리그 3차전 중국 산둥루넝과의 홈경기 또한 기적에 가깝다. 전반 11분 신광훈이 핸들링 파울로 퇴장당하고 1골을 먼저 내줬고, 10분 후 김재성이 핸들링 파울로 또다시 1골을 내줘 0-2로 벌어진 상태에서 10명의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사실상 힘들겠다 싶었던 경기가 종료휘슬과 함께 2-2의 스코어로 바뀌었다. 포항은 이 경기에서 패했더라면 남은 경기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ACL조별리그 2차전인 태국 부리람과의 원정경기도 마찬가지. 이 경기 역시 김태수와 김승대의 골로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23분 부리람에 1골을 허용하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비록 2-1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용병이나 노련한 베테랑이 없는 얇은 선수층으로 어떻게 긴 여정의 ACL리그나, K리그 클래식을 치러낼지 걱정이다.

포항은 올 시즌도 외국인 용병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또 한번의 기적을 노린다. 모그룹 포스코의 긴축경영으로 비싼 용병을 데려올 수 없고, 몸값이 오른 황진성, 박성호, 노병준 등 베테랑들은 모두 내 보냈다. 물론 그 뒷 배경에는 지난해 재미를 톡톡히 본 포항 유스출신들에게 한가닥 기대를 거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이다.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용병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외국인 용병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이라는 것. 실력이 뛰어난 용병을 갖고 있는 수원삼성, 전북현대, FC서울, 울산현대 등은 용병의 활약이 곧 우승이라는 공식을 내놓고 있다.

황 감독의 `쇄국축구`가 올해 또다시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리그 감독들은 포항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유독 포항만 만나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것이다.

올 시즌 초반 포항은 고무열, 배천석 등 골잡이들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전력상 우승후보군에 속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승대의 활약이다. 그는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려 포항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것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간판인 이명주가 있지만 월드컵에 차출되거나 부상당하면 그 자리를 과연 누가 메울 것인가.

포항의 올 시즌 목표는 ACL 제패라고 한다. 열악한 현실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이상적인 `장미 빛`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투자가 없으면 성적도 없는 것이 프로세계의 냉혹한 진리다. 없는 살림에 국내파로 지난해 더블을 달성했으니 올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은 어리석은 짓이다. 좋은 선수를 데려와 얇은 선수층을 보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시즌 초반의 상승기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포항은 누가 뭐라해도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투자가 뒷받침 돼야만이 진정한 명문구단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언제까지 명문구단 행세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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