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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마을 유감

▲ 이창형 서울지사장지난달 23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안전행정부로부터 급한 오찬간담회 참석 통보를 받았다. 지역발전정책관과의 간담회란 사실만 확인했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필참` 주문이었다.정책관은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를 누차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이 제2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시민의식 개혁운동이긴 하지만 저개발국가에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공유한다는 의미임을 누차 설명했다.기자들은 안행부가 새마을운동의 정의를 이같이 설명하려고 긴급하게 기자들을 소집했느냐며 불평을 쏟아냈다.그러나 안행부가 간담회를 급조하다시피 마련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며 제2의 새마을운동을 제안한 취지의 부연설명으로 보인다.왜냐면, 박 대통령의 제안 이후 여야는 새마을운동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민주당은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혹평했다. 민주당은 `새마을운동은 유신 이념의 실천도장`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을 언급하며 “국민은 박 대통령이 말하는 새마을운동 부흥을 또 다른 10월 유신, 과거 회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몰아부쳤다.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국민을 계도해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그런 자세와 정신적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하며 “성장동력을 새로 찾아야 하는 게 사실인데 새마을운동과 같은 각오도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정치권이 격한 대립을 거듭하자 새마을운동의 주무 부처격인 안행부가 그 성격을 바로잡고자 나선 셈이다.그러나 아쉬운 점은 정부부처가 지나치게 요란을 떨고 있다는 점이다.정부는 대통령의 제안 이후 유관 부처별 사업계획을 잇따라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유정복 안행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상북도 등 지구촌 새마을운동 관계기관과 현장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정부청사에서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략보고회`를 개최했다.보고회에서는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추진방법이 발표되고 내년 4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새마을지도자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이미 발상지인 경북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 차원의 새마을에는 관심도 보이지않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는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봇물을 이루고 있는 정부부처의 요란한 전시성 짙은 계획발표가 새마을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있는 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원론적으로 보면 새마을운동이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은 시대적으로 적절하다.그러나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순수성이 보장되지 않는 관 주도의 공동체 운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 또한 시대적인 인식이다.새마을운동은 1980년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회장 등을 지낸 전경환씨가 1988년 새마을중앙회 공금 7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면서 국민 뇌리속에 부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당시 새마을 중앙본부는 어떤 정부부처보다 막강한 힘(?)을 자랑했고 결국 새마을정신을 퇴색시켰다는 점에서 외형상으로만 제2의 새마을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2013-11-01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대하며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올해 한국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 챔프인 삼성라이온즈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LG를 차례로 이기고 올라온 두산이 8년 만에 다시 자웅을 겨루게 됐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대구구장에서 1,2차전을 치른 뒤 잠실구장에서 3,4,5차전을 치른 후 다시 대구구장에서 6,7차전을 치르게 된다. 지난 2011, 201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면서 전무후무한 3연패의 위업을 노리는 삼성라이온즈의 연고지인 대구에서는 벌써부터 야구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등 지역민들의 야구사랑은 뜨겁다.그러나 한국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최고 명문구단인 삼성라이온즈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프로야구 원년부터 돌이켜보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삼성과 두산의 전신인 OB는 프로야구 첫해인 1982년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겨루는 등 그동안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 만났다. 삼성과 OB의 한국시리즈 첫 대결을 본 국민이라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할 것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5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3-3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는 9-0으로 두산에 완승을 거두며 첫 챔프의 꿈을 부풀렸다.하지만,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OB 마무리 박철순의 벽을 넘지 못하고 5-3으로 패했고 이어 4,5차전까지 내리 내주며 벼랑에 선 삼성은 6차전에서 4-3으로 앞서 희망의 실낱을 잡는듯했으나 9회초 삼성 에이스 이선희 투수가 OB 김유동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맞으며 쓸쓸하게 원년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이후에도 삼성은 번번이 챔피언 문턱에서 주저앉는 등 우승에 목이 말랐다.2001년 다시 두산과 한국시리즈 챔프를 놓고 재 격돌을 벌인 삼성은 20년 만에 첫 우승의 한을 풀 기회를 잡았으나 두산의 기적 같은 경기력에 또다시 쓸쓸하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당시 삼성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지만, 한국시리즈 뚜껑을 열자 삼성은 3차전까지 1승2패로 밀렸고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패하며 결국 우승컵은 두산에게 돌아갔다.삼성은 이듬해인 2002년, 21년 만에 첫 챔프에 등극하게 된다. LG와의 경기 6차전에서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홈런에 이어 마해영의 결승 솔로포로 승리하며 21년 만에 챔피언에 오른 삼성은 대구시민들과 함께 감격을 나눴다.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거머쥔 삼성은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두산과 다시 만나 확실하게 설욕을 했다. 당시 김응룡 감독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초보 사령탑 삼성 선동열 감독이 탄탄한 투수진을 앞세워 1차전부터 총력전에 나서며 두산을 4경기 만에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후 2011, 2012년 연속 우승으로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삼성 팬들은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나 만나 1승2패로 뒤진 삼성이 지난 2011~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세를 몰아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3연패의 위업을 쌓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 지으며 3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느긋한 반면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체력적으로 지쳐 있고 준플레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한 경우는 9차례 가운데 두 차례뿐이어서 확률적으로도 삼성이 앞선다는 평가다.그러나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에 오른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바로 두산이다. 지난 2001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당시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인 삼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만큼 팀 컬러가 우직한 두산을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지역 연고구단인 삼성이 한국시리즈 3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2013-10-25

상조문화 변해야 된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바야흐로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은 드없이 맑고 깨끗하며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지난 여름이 유난히 덥고 지루했기에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가을이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더운 여름날 열대야와 모기와의 전쟁으로 잠도 설치고 출근한 샐러리맨들은 이 좋은 가을에 흠뻑 빠져야 한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장으로 가뜩이나 힘든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것.며칠전 샐러리맨들이 주축이 된 모임에 갔다. 친목모임이 그렇듯 처음 정치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는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러다 결혼, 장례 등으로 화두가 이동했다.누구나 한번씩은 치러야 할 인륜의 대사를 앞두고 있지만 밀려드는 경조사 고지서로 힘든다는 것이었다. 힘든 여름을 이겨낸 후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새도 없이 9월부터 시작된 청첩장이 10월이 들자마자 쏟아져 고민이 깊다고 했다.한 공무원은 “9월달에 경조사비로 100만원이 나갔다. 이번달도 아마 10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월급의 3분의 1이 부조금으로 나가다보니 모자라는 돈은 현금서비스를 받아 채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또 다른 회사원은 “솔직히 말해 가을과 봄철에는 날라오는 청첩장이 버겁다. 한 열흘정도 휴가를 가 차라리 모르고 싶은 심정도 한번씩 들때가 있다”고 말했다. 멀리 떠나 모르면 뒷날 상대방을 봐도 미안한 마음이 적어 부담감이 가볍다는 것.다른 참석자는 “가을에는 청첩장이 많고 겨울이 들면 부고장이 쏟아진다”며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므로 면역기능이 약한 노인들이 겨울에 많이 사망한다며 그럴듯한 이유까지 댔다. 그는 신문의 화촉이나 부고면을 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했다. 지역의 여러곳에서 근무를 한 만큼 아는 사람이 많고 특히 상사나 원청업체 관계자의 경조사는 반드시 가서 얼굴도장을 찍어야 하기때문이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중의 후환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이때 한 참석자가 조용히 하나의 소신을 밝혔다. 경조사비는 1만원이 적당하다는 것. 1만원은 크게 부담이 되지않아 주는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는 만큼 자신이 볼때는 적정금액이라는 것이다. 이 친구는 “기관장의 경우 판공비에서 직원 경조사를 충당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중간직의 경우 고스란히 자기 용돈에서 나가기 때문에 경조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우리나라의 상조문화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지인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여러사람이 힘을 모아 도와준다는 원래취지가 변색됐기 때문이다.최근 들어서 금액이 너무 과도하게 인상됐고 해당자들도 과거에 부조했던걸 이번에 회수해 한몫잡겠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조직의 장들도 현직과 비현직에 있을때 들어오는 부조금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자녀의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도 종종 눈에띄고 있다. 이 웃지못할 해프닝에 우리나라가 당연 주연이다.또 결혼식이나 장례시 행사장이 붐벼 자기세를 과시하려는 풍조도 개선되야 한다. 수많은 화환과 북적거림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겠다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잘못된 전통이다. 구미 선진국들은 집안행사 시 가족과 친지 등이 조촐하게 참여해 행사를 치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이런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돼야 한다.품앗이에서 시작된 경조사비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인 만큼 과시나 허례가 아닌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가 담긴 경조사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본다.

2013-10-18

경북도와 몽골 울란바타르시, 신뢰로 상생

▲ 서인교 대구본부장경북도가 문화융성시대를 표방한 새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성공리에 마친 데 이어 세계 7대 자원 부국인 몽골 울란바타르시와 또 다른 친교에 나섰다.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2013 엑스포도 1996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본계획 수립부터 1998년, 2000년, 2003년, 2011년 등 경주세계문화엑스포 4회와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한 끝에 이번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경북도는 몽골 울란바타르(UB)시와도 지난 2007년 농업분야교류를 시작으로 2010년 9월 지적 업무 교류의향서를 체결했고, 2011년 11월에는 몽골 울란바타르시 토지국장 일행이 경북 도청을 방문해 몽골 도시개발 사업 투자설명회를 했다.특히 2011년 12월 KOICA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몽골 UB시 토지종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에 경북도와 지역기업이 참여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경북도 UB 도시개발 추진단이 울란바타르시를 방문해 양 도시 간의 도시개발 교류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4월 민·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5개 팀 26명으로 구성된 몽골 UB도시개발 추진단 발족과 7월과 8월에 10명, 20명 등 총 30명의 몽골 공무원 연수 등으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이어왔다.또 경북도는 최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시를 방문, `경북도-UB 도시개발분야 교류협력 발전방안`이란 주제의 포럼을 공동 개최하고, 도시·건설분야 인적교류와 기술·장비수출, 경북업체 몽골 개발사업 참여 등에 협력하기로 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이 같은 성과는 경북도와 울란바타르시가 과거부터 신뢰를 쌓아오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북도 공무원들의 역할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경북도는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를 포함한 지역으로 한국의 역사와 혼이 뿌리 깊은 고향이다. 대한민국 11명의 대통령 중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도민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이를 바탕으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KOICA, UN 등과 함께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해외교류 사업을 펼쳐 새마을 운동 세계화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이번 포럼에서는 경북도가 몽골 특유의 게르촌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위해 KOICA에 사업계획을 제출, 적합판정을 받은 소규모 오수처리시설사업(사업비 44억원)에 경북기업과 몽골기업이 공동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또 경북도 홍보관 등 건립 때 몽골 측 부지 무상제공, 몽골 공무원 경북도 연수실시, 몽골 NGO 단체와 경북도 새마을자원봉사센터 등 민간단체 간 교류를 확대하고 경북도의 건축·도시건설업자가 몽골투자 및 진출하면 울란바타르 시청의 적극 지원 등을 심도있게 논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이번 포럼을 통해 얻은 성과는 먼저 양 지방정부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교류 및 연수지원 등의 협력사업 확대로 지방외교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이재춘 경북도 건설도시방재국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의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건설경험 등을 몽골에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된 만큼 앞으로 몽골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게르촌 정비, 캠퍼스타운 건설 등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의 새마을세계화 운동과 연계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해 경북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이자 새로운 지방외교의 성공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하늘과 땅과 사람은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더 많은 국가와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모두의 상생을 신뢰로 이뤄가길 기대한다.

2013-10-11

전시성 행사와 경찰

정상호 편집부국장끔찍한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금전문제로 차남이 엄마와 형을 살해하고 귀갓길 여고생이 생면부지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안타깝게 숨지는 등 잇단 강력사건에 일반인들은 놀랍고 불안하다.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잡힌 차남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에 두 사람의 실종신고를 할 정도로 대담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시신이 발견 될 때까지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강원랜드에 수십차례 드나들었고 이로 인해 수천만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도박이 10억대의 건물을 소유한 엄마와 형을 살해하는 패륜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셈이다.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경기도 하남의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과 초등생 자녀를 둔 40대 초반의 범인은 평범한 직장인 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한방만 터뜨리자며 경륜에 빠져 수천만원을 탕진하면서 무고한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범으로 돌변했다. 주말마다 경륜장을 찾으며 2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전세금을 빼 빚을 탕감하고도 경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한다.신용불량자로 금전적으로 쪼들리자 돈도 빼앗고 성적 호기심도 있어 숨진 여고생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여고생이 완강하게 저항하자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지만 결국 범행 열흘 만에 덜미가 잡혔다.범행을 저지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도박 중독자라는 점이다. 허황된 한탕주의를 쫓던 이들은 마침내 가족을 살해하고 어린 여고생의 목숨마저 앗아간 것이다 딸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하남 여고생 사건 처럼 밤길에 여학생과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기 때문이다.피살된 여고생도 버스정류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집으로 가던중 범행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치안 사각지대는 도처에 있다. 부모들은 빈발하는 강력범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율방범대와 협력하여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 아동을 상대로 귀갓길 안심 서비스를 해주는 경찰서비스도 생겼다.사전에 112나 경찰서 상황실로 연락하면 집까지 동행해 안전하게 귀가시켜준다는 것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대책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지는 미지수다.새 정부 들어 경찰은 4대악(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근절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4대악 근절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와 관련한 경찰관들의 투고와 캠페인 등 보여주기식 활동도 덩달아 넘치는 것 같다. 물론 경찰이 하는 중요한 일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출근 시간 교차로에 차량 소통을 돕기보다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평상복 차림의 경찰관들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다.일반인들의 체감 치안은 경찰이 여유롭게 각종 전시성 행사에 치중해도 될 만큼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 인력은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하는데 정작 필요한 곳에서 경찰 보기는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도심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있지만 단속을 하는 경찰은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사에 경찰력을 낭비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본업에 충실하는 경찰의 모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게 힘든 여건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대다수 경찰관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13-10-04

홍길동 그리고 혼외자(婚外子)

▲ 윤종현 편집부국장조선시대 허균이 지은 최초 한글 소설`홍길동전`을 읽으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길동의 아비는 조선국 세종대왕 때 청렴강직한 재상이었고, 당대의 영웅이었다. 일찍 벼슬 길에 올라 직위가 한림(翰林·조선시대 예문관 검열의 별칭)에 이르러 그 명망이 조정에서 으뜸이었다. 임금께서 그 덕망을 높이 여겨 벼슬을 이조판서와 좌의정까지 봉했다.그런데 그의 자제할 수 없는 욕구를 본부인이 받아들이지 않자 몸종 춘삼과 원앙지락(鴛鴦之)을 했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길동`이다. 길동이 자라면서 재주가 비상하여 한 말을 들으면 열 말을 알고, 한 번 보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길동이 18세가 된 7월 보름날 홀로 탄식했다. “옛사람이 이르길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다고 하였는데,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세상 사람이 가난하고 천한 지라도 부형(父兄·아비와 형)을 `부형`이라 하는데, 나만 홀로 그러지 못하니 내 인생이 어찌 이러할까.”권력은 정권 변화기에 국민들이 심심할까 봐 꼭 대형 뉴스를 내놓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홍길동전과 유사한 최고 `막장 드라마` 한 편이 제작되고 있다.제목을 달자면 `채동욱과 혼외자`,`청와대와 채동욱의 막장 싸움`,`청와대, 채동욱 들어내기` 등이 적절할 것 같다. 제작자는 조선일보로, 주인공은 청와대와 채동욱 검찰총장, 조연은 채 총장의 자로 거론되는`임 모`군으로 보자. 투자자는 이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끄는 민주당쯤 되겠다.이 드라마가 유료사이트였다면 5천만 관객(국민)이 한번은 로그인할 정치`대박물`일 것이다. 일면 대한민국의 현실과 정치수준을 드러낸 부끄러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특히 외국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인증 샷`을 받는 조롱거리가 됐지 않았나 한다.이번 사단의 배경을 되짚어보면 정권변화와 검찰과의 관계다.건국 이래`권력과 검찰은 한몸이다`는 것에 여(與), 야(野) 모두 부인할 수 없다.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에 국정원 대선개입 여부와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법처리가 발단이 됐다.신 권력 입장에서는 검찰이 원 원장을 기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 체제는 권력과 야당 양측에게 생색 내는 `줄타기 사건처리`를 했고, 그것이 화근이 됐다. 야당이 대선무효가 될 수 있는 부정선거라고 정치적 공세를 펴는 바람에 신 권력 측에서 노골적으로 채 총장에게 화살을 겨냥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는 과정에 채 총장의 혼외자 문제가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 떠오르면서 정치문제로 비화된 것이다.아직도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채 총장을 감싸고 돌고, 검찰 정보가 야당에 흘러간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개 주민등록 허위이전,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것이 많았다. 채 총장의 경우 검찰총장이 되기 전에도 혼외자 가 있다는 소문은 심심찮게 나돌았고, 여야나 정보기관에서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채 총장을 극찬하면서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문제가 청문회 과정에 거론됐다면, 채 총장의 입지는 어떻게 됐을까.조선일보가 혼외자 문제를 보도했을 때 채 총장이 “내 애가 맞다. 어쩔래”하고 맞받아 치고 사퇴를 했다면 오늘의 상황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채 총장은 이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법적대응을 하고있다. 이러니 청와대가 개입하고 야당,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는 이전투구가 된 것이다.채 총장과 청와대가 출연하는 `막장드라마`를 보노라면 `홍길동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부형을 나 홀로 부형으로 부르지 못하는데…”

2013-09-27

포항철강공단의 우울한 추석

▲ 김명득 편집부국장“추석이 다가오지만 명절기분이 영 안 납니다. 고향 갈 생각도 없고요….”포항철강공단 내 모 업체 근로자 최모(43)씨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철강경기 침체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잔업에 야간수당, 그리고 명절마다 두둑하게 주는 보너스 때문에 살판났는데, 요즘엔 기껏해야 고향 갈 차비 정도(30만원) 밖에 안준다고 투덜댄다.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최 씨는 이번 추석에 고향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포항철강관리공단이 올 추석을 앞두고 공단 내 90개 업체를 대상으로 상여금 지급현황을 조사한 결과, 58개사가 2만~30만원 미만의 선물만 지급한다고 한다. 50%이하의 상여금이나 20만~80만원의 격려금을 주는 업체는 32개사, 상여금 100%를 주는 업체는 14곳뿐이다.6~7년전만 하더라도 상여금 200~300%에 특별보너스까지 얹어주는 업체가 수두룩했다. 그러던 것이 불과 2~3년전부터 철강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여금을 주는 업체가 크게 줄어들고 10만원 미만의 선물로 떼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죽겠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은 자동차관련 업종이나 강관업체는 정상적인 상여금에 푸짐한 선물도 마련했다. 요즘 공단에서 잘 나가는 S사의 한 직원은 “어려울 때 받아보는 상여금과 선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맙게 느껴진다”며 “상여금이 없는 다른 회사 친구들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건설과 조선경기 침체로 아예 판매망마저 끊겨버린 후판업체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J사의 김모 부사장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직원들에게 주는 추석 상여금을 안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고향 갈 때 부모님께 드릴 선물 값은 줘야지….”라며 한숨 지었다.IMF외환위기를 극복했던 포항철강공단이 이번에는 무척 힘겨워하고 있다. 세계 철강경기가 너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공단 내 270여개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는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경영사정이 어려운 일부 업체는 구조조정 등 극단적인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공단업체마다 생존전략을 짜놓고 하루종일 비상대책회의다. 수출과 판매량이 줄다보니 재고량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을 놀릴 수도 없고,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생존문제가 요즘 화두다. 지난주 만난 J업체 모 임원은 건설, 조선경기 침체로 제품판매량이 절반이상 줄었다고 한다. 사장 이하 임원들은 매일 아침 비상회의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장보기 민망해서 발버둥치는 흉내라도 내 보는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H사 모 이사도 요즘 바늘방석이다. 재고량이 쌓여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추석 이후가 더 걱정된다고 털어놨다.자금사정이 괜찮은 대기업들이야 어떡하든 이 위기를 버텨내겠지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문제다. 사실상 존폐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철강공단 내 상당수 업체가 업종전환을 서두르고 있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업체도 있다.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포항철강공단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다. 공단업체 가운데 76%가 이번 추석에 가동을 중단하고 쉬기로 했다. 그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상여금을 두둑하게 받아 고향가는 이들은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워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찡그린 얼굴로 고향에 갈 수는 없잖은가. 고향가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웃으면서 가자. 즐거운 귀향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09-13

과메기 공천의 수모

▲ 정철화 사회부장추석이 가까워지고 있다. 추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고향이다. 고향은 생물학적으로 어머니 뱃속이고 지리학적으로 어머니 뱃속에서 처음 태어난 장소이다.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 우리는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한다. 누구나 언제나 돌아가고픈 곳, 지쳤을 때 생각만 해도 고단한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아 주는 곳이 바로 어머니의 품, 고향이다. 오는 10월 30일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재선거는 고향 이야기로 막이 올랐다. 현재까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9명이 등록했고 후보등록 예상자도 5명이 더 있다. 야당 후보까지 합치면 무려 16명이 선거전에 참여 중이다.이 선거는 그동안 고향을 지켜온 고향파와 뒤늦게 고향을 찾은 귀향파간`애향심`에 관한 기싸움으로 막이 올랐다. 고향파들은 지역에서 큰 인물들이 지역 문제를 더 잘 알고 지역민들을 제대로 섬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귀향파들은 중앙무대에서 쌓은 많은 경험과 인맥, 전문지식이 지역 문제를 더 잘 해결해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향파의 논리대로면 학교졸업과 직장생활을 포항에서 하면서 포항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 지역민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언정 지역 현안에 대한 중앙정부차원의 해결능력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양쪽 모두 논리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상대의 흠을 나무라기보다 고향 사람끼리 따뜻한 어머니의 품으로 보듬어주는 아량이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출마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각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로 어느 한 사람이 선택되더라도 지도자로서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후보자 한 사람 한사람의 힘만 빌려도 능히 포항을 전국 최고의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갖게 해준다. 그래도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고 이는 유권자들의 몫이다.이번 재선거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총선과정의 불미스런 일로 상처난 포항시민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특정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투표행태가 주된 원인이다. 새누리당의 계파공천과 후보자 자질 검증실패, 후보자의 부도덕성은 그다음 문제이다.유권자들이 정당의 잘못된 공천을 과감하게 표로서 질책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국 포항은 `과메기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 스스로 자초한 일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재선거만큼은 정당의 부당한 공천을 경계하고 지도자의 도덕성과 자질, 품격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새누리당 또한 계파 세 불리기나 자기 사람 심기식의 공천은 경계해야 한다. 공정한 공천기준을 적용해 가장 합당한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 도덕성과 청렴성, 참신성,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고루 갖춰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후보자를 대표자로 세우는 공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적인 공천방식의 틀을 깨고 `새누리당이 어떻게 이렇게 혁신적인 공천을 할 수 있을까`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후보자들 역시 공명선거 실천의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 선거법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각종 반칙이 난무하게 된다. 이번 재선거도 후보자들이 난립,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부당경쟁의 소지가 매우 크다. 또 다시 지난 총선의 재판이 될까 매우 염려스럽다. 이제는 `과메기 공천`의 비웃음을 떨쳐내야 한다. 포항시민과 정당, 후보자들이 함께 역대 가장 모범적인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거듭 다져야 할 시점이다.

2013-09-06

대한민국, 문화강국의 가능성

▲ 윤희정 문화부장문화 예술의 나라로 지칭되는 프랑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파리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예술성 짙은 건축물에서 탄성을 내지르곤 한다. 불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프랑스어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나는 프랑스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 문화 예술이 갖는 역사와 깊이가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외양적인 것과 내재적 가치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프랑스의 문화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한 것이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열두 개의 대로는 데카르트의 철학이 그 바탕이며, 일률적으로 세워놓은 것 같지만 찬찬히 다가가 보면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다양성을 넌지시 내미는 일반 주택은 낭만파적 사고와 초현실주의, 혹은 계몽사상 등 철학과 서로 연관돼 이뤄진 결과다.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터키에서 열리는 `이스탄불-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국내 최초의 문화박람회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아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주제로 과거 동로마제국과 오스만투르크의 수도였던 문화역사도시 이스탄불에서 열린다.1천 년 전 이미 세계를 향해 열려 있던 글로벌한 도시, 서라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동서양 문화의 중심지에서 직접 선보임으로써 한국 문화 브랜드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에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과 과학의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공연과 전시가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세계적으로 다양한 박람회가 있고 그 중에서도 산업박람회가 대표적이지만 문화를 주제로 한 것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유일하다. 지난 1998년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6차례 열리는 동안 외국인 108만명을 포함해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건축공학, IT, 금속공학 등 오늘날 인류의 산물도 곁들이고 있다. 그야말로 시공간을 넘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의 삶의 흔적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모아놓고 있다.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경북도는 목표 관람객 수를 250만명으로 잡고 있다. 한국에서 가는 관광객 2만여명을 빼고 나머지 248만명을 모두 외국인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들에게 경주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제적으로도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 2천 808억,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천256억~1천82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고용 유발 효과도 5천219~7천619명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렇게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문화엑스포는 전시회나 박람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문화엑스포는 한국이라는 상품을 마케팅하고 시장에 선보이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컨셉과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한류(韓流)와 신라예술, 신라정신을 결합한 독특하고 부가가치 높은 한국적인 상품을 만들어야만 세계인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신비의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줄 진정한 문화 유산이 아닐까. 신라정신 속에는 위대한 예술뿐 아니라 뛰어난 사상도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줄 아는 화랑정신이 있고, 마지막 한 명까지 설득해 친구로 만드는 화백정신, 그리고 종교 간의 갈등 없이 유교, 불교, 도교 등 3교를 끌어안는 화합정신이 삼국통일의 저력이고 천년 왕국의 잠재력이었다. 그 위대한 신라의 철학을 오늘에 승화 발전시킨다면 문화관광 선진국으로 앞서가는 저 프랑스를 따라잡는 문화강국 한국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2013-08-30

대형 유통업체 현지법인화 당연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우리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팔과 다리가 자주 저리고, 오랫동안 앉았다가 일어서면 어지럽기도 하다. 가끔 가슴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거나 답답할 때도 있다.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질환 가운데 가장 무서운 병은 버거씨병이다. 버거씨병은 피가 제대로 몸에 돌지 않아 손, 발이 썩어 들어가고, 심할 경우 절단해야 한다.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 지역의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지고, 이는 결국 도산으로 이어져 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직장을 잃는 등 지역경제 전체가 피폐해진다.최근 지역의 경제지표를 보면 대구의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의 서민들은 여전히 살기가 어렵다고 푸념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아 대구를 떠나고 있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새롭게 투자되어야 지역 내에 부가가치가 생성되는데, 매년 수조원의 지역자금이 유출되니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지역자금 유출의 가장 큰 주범은 지역에 입점해 있는 대형 유통업체이다. 대구에는 홈플러스와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31곳이나 입점해 있다. 이들 대형유통업체들은 매년 3조원의 지역 자금을 서울로 올려 보내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십억원이 매일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대구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입점할 경우, 조례를 통해 지역 금융 이용(현금매입 15일 이상 지역은행 유치 및 직원급여이체율 90%)과 지역 생산제품 매입(매출 대비 매입 20% 이상), 용역서비스·인쇄 지역 발주(70% 이상), 지역 우수업체 입점(1개소 2업체), 지역민 고용창출(95% 이상), 영업이익 사회환원(순이익 5% 이상), 물가안정 추진실적(가격할인 판매실적) 등 7개 항목에 대해 지역기여도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통업체에선 `본사 중심의 물류시스템을 비롯해 주거래 은행, 정규직 인재채용 등 모든 권한이 본사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2012년 매출이 7천33억원인 롯데백화점은 지역금융권의 평균잔액이 20억원, 직원급여이체비율 13%(314명 중 4명), 지역생산품매입 4,6%, 고용비율 76.1%에 그치고 있고, 롯데아울렛도 지난해 1천8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직원급여이체율 0%, 지역생산품매입율 9.3%, 지역민고용비율 55.9%, 기부금 1억1천만 원에 불과하다. 3천10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현대백화점도 평잔액 23억원, 직원급여이체율 14%(114명 중 16명), 지역생산품매입 3.9%, 고용비율 55.8%, 기부금 2억2천만원 등에 그치고 있고, 6천277억원의 매출을 올린 홈플러스는 평잔액이 점포당 200만 원으로 확 줄여 매출 발생 즉시 서울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매출액 6천480억 원을 올린 이마트도 직원급여이체율이 33.8%, 용역발주비율 42,1%, 인쇄물 전량 본사 제작, 기부금은 9천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며,롯데마트와 코스트코홀세일도 마찬가지이다.이에 반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입점하는 신세계는 일찌감치 현지법인화를 선언해 대구시의 지역기여도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인화가 추진되면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인재채용, 협력업체 육성, 지역상품 판로확대 면에서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지방자치단체는 추가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현지 채용에 따른 지역민의 고용 증대를 꾀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매년 수조원의 지역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법인화가 답이다. 신세계 현지법인화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언론이 합심해 대형 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를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이다.

2013-08-23

단체장 3선 바람직한가, 생각해 볼 때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내년 6월 전국적으로 열리는 기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아직 선거까지는 9개월여의 기간이 남아있으나 현직 자치단체장은 수성을 목표로, 후보군들은 단체장을 꿰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선단체장은 한 지역의 장으로서 산하 조직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한번 당선되면 4년동안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각 후보자들은 생사를 걸고있다. 현행법상 단체장은 4년의 임기를 세 번할 수 있는, 즉 3선까지 출마가 가능해 최장 12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하지만 민선이 시작된 후 20년이 넘은 현재 `3선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여긴다.기초 광역 할 것없이 단체장은 지역단위의 인지도가 중요해 한번 당선된 후 다른 마음을 먹지 않으면 내리 3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롱런은 누구에게도 바람직 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선이후 사업자체에 신선도가 떨어져 단체장이 별 의욕없이 밋밋한 행정을 펼치며 추진력이 급감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새로운 인물로 새바람을 불어넣어 시·구정에 동력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또 자치단체장이 장기집권하면 한번 인연을 맺은 제 사람이 끝까지 중요보직을 독점해 행정폐해가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처음부터 단체장의 코드에 맞지않거나 한번 눈밖에 난 사람은 단체장의 임기내내 한직을 맴돌아 공직생활에서 밀려나버리기도 한다.현재 지역에는 3선에 도전하는 광역단체장은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경북도교육감 등 3명이다. 기초단체장은 달서구, 동구, 중구, 남구 등 4명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선을 할 가능성이 많다. 광역 기초를 포함하면 무려 7명이 내리 3선으로 12년간 롱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현직 단체장은 수년동안 지역민과 밀착, 자연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이 가능해 신진들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않다. 3선 단체장이 많아지는 이유다. 현직 프리미엄에 밀려 패기와 능력을 겸비한 후보자라도 챔피언벨트를 획득하기가 결코 쉽지않은 구조 때문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까지만 제한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시민 이모(48·수성구 시지동)씨는 “단체장 3선은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능력있는 단체장이라도 재선에 성공, 8년정도 하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장기집권에 반대했다.달서구의 한 재선 구의원은 “재선이후에는 새로운 내용이 안 보이더라. 그저 밋밋할 뿐으로 의욕이 현저이 감소했다”며 “단체장 임기는 재선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실제 대구의 경우 북구청장이 내리 3선을 해 내년 6월 구청장 임기가 만료된다. 북구청장의 경우 3선 단체장으로서 12년째 구정을 맡다보니 새로운 활력이나 의욕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있다. 지난 3~4년동안 구청장은 그 흔한 언론과의 공식 간담회 한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소통불통이었다. 언론과의 소통은 구정을 언론에 알리기도 하고 협조도 구하는 자치행정 업무의 기본인데도 말이다.시중엔 공무원을 하려면 북구청에서 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부구청장이 구청 업무를 챙기고 있어 다행이라는 말도 한다. 의욕없는 수장아래의 직원들은 그만큼 생기가 없다는 방증으로 충분한 사례가 될 듯하다.능력이 뛰어나면 재선에 성공, 8년동안 열심히 일해 기반을 닦아놓으면 된다. 8년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다. 우리도 미국 대통령제처럼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까지로 제한해 신진들의 공직진출 기회를 앞당기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가 됐다고 본다.

2013-08-16

한국정치의 `좌정관천(坐井觀天)`

▲ 이창형 서울지사장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최근 국내 정치권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그는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뜻의 사자성어`좌정관천`(坐井觀天·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과 비유했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에 퇴행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최 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 전경련 최근호에 실은 기고문에서 “스스로를 좁은 우물에 가두고 그 속의 개구리가 되어 자족하려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요동치든 아랑곳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만감을 드러냈다.새정부 들어 연이은 경제민주화 입법안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재계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만 한국정치의 퇴행을 우려하는 대다수 국민적인 목소리와 별반 다르지않다고 본다.얼마 전, 지역의 한 초선 국회의원은 현재의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 또한 국회의원 뱃지를 갓 단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대칭선상에선 동료, 나아가서는 선배정치인들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면서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사자(死者)가 현실정치를 압도하고 있다. 캐캐묵은 과거가 우리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함몰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서 민생은 실종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기자로서, 수개월째 지리한 정쟁의 정치를 접하고 있는 필자지만 지금 국내정치상황은 지리한 장마와 다를 바 없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증발과 관련, 검찰수사와 특검을 놓고 극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의 국정조사 증인신청 문제, 4대강 논란 등등.과거 정치행위에 대한 검증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이해관계인을 제외하고선 이들 이슈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가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회의적이다.정치의 최종 지향점은 국민행복이다. 국가발전도 국민행복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초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사자를 불러세운 과거의 정치에 함몰돼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사늘하다 못해 증오가 압도하고 있다. 진화가 아니라 퇴행의 정치가 불규칙한 장마전선과 같이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동북아 외교문제도 난제다. 8월이면 되살아나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망령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성명전만 되풀이하고 있다.축구 대회 한·일전과 관련한 일본 각료의 “한국인 `민도(民度)`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론` 거론 등에 우리정부의 대응은 몇줄의 성명과 논평이 전부다. 8·15광복절이 다가올 수록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관계는 급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간단체를 앞세워 또 시위만 벌일 것인가.그런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의해야 한다. 방어적인 한·일관계가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이면서 선제적으로 현안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봄 일본을 공식 방문, 대중 정책·북한문제 등 현안을 논의키로 한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우리경제는 지금 위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대내적으론 1천조의 가계부채, 1천조의 공공부채가 쌓여 있다.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청년실업은 넘쳐나고 노사관계는 여전히 파행적이다. 우리의 생존조건을 결정지어 온 동북아의 정치지형 또한 요동치고 있다. 이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한국 정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은 `질문`이 아니다. `국민적 분노`다.

2013-08-09

경북도 새마을 세계화사업 새 원조모델되길

▲ 서인교 대구본부장“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씩씩하면서도 명랑하게 불러야 하는, 그 옛날의 새마을 노래다. 새마을 운동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대한민국 농촌의 현대화를 위해 시작된 범국가적 잘살기 운동으로 확산했다. 근면자조협동의 기본정신으로 농촌의 근대화 환경개선, 지역 균형발전, 의식개혁을 목표로 농촌을 근대화시킨다는 취지로 1971년부터 전국적 범위에서 전개된 정부 주도의 풀뿌리 지역사회 개발운동이다.어릴 때 아침마다 마을과 학교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던 새마을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래도 새마을 불씨는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새마을운동이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요즘들어 관심을 끌고있는 것이다.새마을운동 하면 경북도를 종주도라 할 수 있다. 발상지가 경북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북도가 새마을 운동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36년간의 일본 식민지 시대 직후 전쟁과 분단, 기아와 가난속에서 새마을운동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제일의 빈곤국이자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것이다. G20 서울정상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개발` 의제를 제안, 단순한 재정원조 방식을 벗어난 `개도국의 자생력 배양을 통한 빈곤해소`라는 새로운 원칙을 내세워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 지역에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저개발국가의 빈곤퇴치를 위한 지역사회개발 모델로서 세계 속에 한국형 공적원조모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새마을 운동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느덧 경북도는 세계만방으로부터 새마을운동을 전수해달라는 구애를 받고 있다.경북도는 지난 2005년부터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마을회관 건립, 안길 포장, 새마을 회관 신축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마을 숙원 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아프리카로 옮겨 새마을 세계화 사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KOICA와 협력해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 새마을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등 UN과 공동 노력해 경북형 원조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경북도가 희망의 새마을 녹색 깃발을 아프리카, 아시아 오지에 휘날리며 경북형 새마을운동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문덕호 외교부 아프리카 중동 국장은 지난 18일 경북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아프리카 중동 외교 방향`이란 주제의 특강을 통해 “경북도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새마을세계화사업이 UN 및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 새마을 세계화사업이 중앙정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경북도 새마을 현장을 찾아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새마을 운동을 필리핀에 전수해 달라`고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새마을 운동은 단순 일회성 원조를 넘어 현지 주민의 자립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선진국형 원조사업과 크게 차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특징덕분에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도국 정부의 관심과 전수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미스터(Mr.) 새마을`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경북도의 경북형 새마을운동세계화사업이 세계인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새로운 원조방식의 모델로서 굳게 자리매김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2013-08-02

병영캠프 참사가 남긴 것

▲ 정상호 편집부국장정말 안타까운 죽음이다. 피지도 못한 꿈 많은 고교생 5명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에 희생되고 말았다. 그들 중 2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들을 구하다 숨졌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부모들, 친구를 잃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 이번 사고는 이들에게 평생 지울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방학을 앞두고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이 설렘과 기대속에 떠난 사설 해병대 캠프가 친구와 영원히 이별하는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러나 사고 조사 과정에서 하나둘 드러나는 진상들은 이번 사고도 예견된 인재라고 한다. 구명조끼도 안 입은 학생들을 동네주민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바다에 들어가도록 한 교관의 어이없는 지시부터 아이들이 실종되고 20분이 훨씬 넘어서야 해경에 신고한 늑장대응은 참사를 부른 직접적 원인이다.어떻게 이런 캠프에 학교측은 2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보냈을까.학교측은 체험캠프 계약을 유스호스텔과 맺었지만 유스호스텔은 여행사와 운영계약을 하고 여행사는 다시 개인사업자에게 학생들에 대한 훈련을 맡겼다고 한다.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진 다단계식 계약과정은 캠프운영의 부실로 이어질게 뻔하다.아니나 다를까 인명구조 자격증조차 없는 교관들이 학생들의 수상활동에 배치됐고, 아이들이 위험에 빠져 파도에 휩쓸려가는 데도 호루라기만 불며 직접 구조에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학교측이 계약과정에 캠프운영의 실질적 주체가 누군지,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사설 해병대캠프의 부실한 실상을 사전에 제대로 검증 해보았더라면 학생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현장에 있었던 인솔교사들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학생들이 훈련을 받을 동안 교사들은 사설 해병대 캠프측만 믿고 숙소와 식당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아무리 캠프측이 훈련에 지장을 주니 현장에 오지 말라 했다지만 해병대캠프는 사고위험이 상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솔 교사 중 한 사람이라도 훈련 현장을 지켜보며 만약의 사고에 대비했더라면 학생들의 희생을 줄였을지 모른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극기훈련이란 명목으로 병영체험 캠프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 학생들까지 가세하고 교육당국마저 일선학교에 참가를 권유하는 등 수요가 늘면서 사설 병영 캠프가 난립하게 됐다.사고가 난 지역의 교육청에서도 일선학교로 병영캠프에 참여하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교원단체는 주장한다.체험 캠프는 학교교육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교과 위주로 진행되는 학교생활에서 얻지 못할 소중한 경험들을 친구들과 나누고 함께 맛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병영캠프에 다녀온 학생들 중 일부는 극기훈련 일색의 프로그램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학생들이 갈만한 체험프로그램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되묻는다. 체험캠프의 다양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다.물론 프로그램 선택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만약 사고가 난 학교에서 해병대 캠프 선정을 학생들의 의사는 반영하지 않은 채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정했다면 이번 사고는 거기서부터 잉태된 셈이다.교육당국과 학교는 지금의 학생들이 60, 70년대 학생들과 다른 스마트 세대임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학생들의 각종 교육활동과 관련 그동안 모든게 일방 통행식으로 결정이 이뤄졌다면 이제부턴 학생,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학교행정이 필요하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교육현장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2013-07-26

소현세자, 백성이 행복한 나라로

▲ 윤종현 편집부국장조선 왕조는 권력 다툼으로 500년을 보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이 권력 다툼은 왕권이 그 중심에 있었고 이 과정에 피를 나눈 부자지간, 형제간 등 천륜(天倫)을 파괴하는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가세한 것은 외척들이나 유력 가문들이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편을 가르는 등 권모술수가 넘쳤다.어찌보면 오늘의, 아니 해방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국이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이 속에서도 조선 왕조나 당시 권력층은 공히 `백성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기조를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정치권도`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참 묘한 생각마저 든다.그런데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의 삶의 질이나 `행복체감지수`는 기대치 이하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돌이켜보건대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한 역사적 인물은 조선왕조 때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昭顯世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현세자는 아버지 인조와 권력 다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씨왕조 권력 잔혹사의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서 우리는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비정함을 확인할 수 있다.소현세자는 13살에 차기 왕위를 계승할 세자(世子)에 책봉됐다. 하지만 그는 1637년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에서 인조의 굴욕적인 항복이 있자 자청하여 동생 봉림대군(훗날 효종) 및 척화파 대신들과 함께 중국 심양에 인질로 잡혀갔다. 이후 9년 동안 심양에 머무르면서 단순한`인질`이 아닌 `외교관`의 역할을 했다.그는 청(淸)이 조선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담판을 짓거나 막는 등 정치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청은 조선과의 문제에 있어 인조가 아닌 그와 해결하려 했다. 이로인해 조선의 왕권이 둘로 나눠지는 양상을 가져왔다.더욱이 그는 이 같은 외교 솜씨를 발휘하는 한편으로 그는 서양문물에 심취하여 천주교 신부인 아담 샬과 친교를 맺고 지냈다. 특히 그는 심양에 있는 동안 서양의 천문학, 수학 등을 접하면서 선진문물을 체험했다. 그런데 이 학습이 그의 명(命)을 재촉하는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당시 인조와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들은 소현의 이 같은 활동을 친청(親淸)행위로 규정하고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조정은 대부분 친명반청 세력들이 충돌하고 있었고, 인조 역시 삼전도 굴욕에 대한 청의 반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그런데 9년간의 인질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소현은 청에서는 배운 서양문화를 인조에게 소개하면서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조는 삼전도 치욕을 씻어주는 정책이 아닌 철저한 친청주의가가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그를 멀리하기 까지 했다.그런데 소현은 환국 2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의 온몸이 새까맣게 변하는 등 독살시비가 있었지만 조정과 소현의 부인인 강빈은 혼란을 막기위해 사인(死因)을 덮는 정치력을 발휘해 일단락시켰다. 그 때 그의 나이는 혈기 왕성한 34세다.한편으로 봤을 때 소현이 인조로부터 왕위를 계승해 권좌에 올라 자신이 구상한 개혁정책을 폈다면 조선은 물론 오늘의 우리나라가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소현 구상은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청과 맞을 수 있는 대안으로서양문물 도입뿐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세웠을 것이다.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가관이다.정치권은 국민에게 행복을 주기는 커녕 혼란과 갈등으로 몰고가고 있다. 막말보다 더한 저주성 발언, 패거리 정치 등 하는 짓거리는 신물날 정도로 역겹다. 368년 전 소현은 분명히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꿈궜다. 일국의 왕자가 인질로 잡혀간 타국에서도 위민정치를 구상했는데, 현재 정치권은 행복이 아닌 실망을 주는 일로 일삼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3-07-19

갑과 을의 新성장론

▲ 김명득 편집부국장갑(甲)과 을(乙)을 굳이 대변하자면 갑은 `많이 가진 강자`, 을은 `약자 또는 갑의 눈치를 보는 자`로 규정하면 될 것 같다. 포스코에너지의 `라면상무`를 계기로 터진 갑과 을의 주종관계가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파문`사태로 이어지면서 우리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주종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을의 항변`이 시작된 것이다.대기업·중소기업, 외주사·프랜차이즈 본사·대리점 등으로 이어져 온 갑과 을의 위계질서는 그동안 깨기 어려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저지른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이나 모 제과업체 대표의 호텔 직원 막말 파문으로 갑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그런데 몇 년전부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수직적인 갑을관계의 벽을 허무는 일들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선두주자가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취임하면서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함께 동반성장을 해야 대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포스코 그룹사에서 그런 불미스런(라면상무)일이 발생해 당사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런 갑을관계를 타파하려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다. “갑은 가진 것을 조금 더 내놓고 을과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정부도 여기에 발맞춰 갑을관계를 바꿔보려는 정책적 대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최근 대한상의, 삼성, 포스코,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산업혁신3.0`운동이 그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 재계가 산업혁신3.0에 나서는 것은 갑을의 구태를 벗고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 네트워크를 업계 전체로 확산시켜 상생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특히 포스코의 상생전략이 눈에 띈다. 포스코는 성과공유제 확산을 2·3차 협력사로 확산하기 위해 동반성장 투자재원을 1천600억원에서 총 2천100억원으로 늘렸다. 여기에는 14개 포스코패밀리사들도 함께 동참한다. 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을과 함께 상생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지난달 24일 신(新)윤리경영을 선포하고, 기업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경영`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이제 기업이 결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국제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혼자로는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뿌리처럼 얽혀 있는 계열, 패밀리사, 중소기업과 어우러져야 비로소 성공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미국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에 일고 있는 갑을관계에 대해 “비단 한국만이 겪는 일도 아니고 좀 더 많은 논의가 돼야 하겠지만, 이렇게 공론화하는 사회는 그리 많지 않다.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라는 증거”라고 했다.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갑질`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갑과 을의 주종관계 폐해를 오랫동안 겪어온 한국인의 피해의식이 SNS를 타고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갑과 을이 아닌,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숙된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만든게 아닐까.포스코그룹에서 촉발됐던 갑을관계가 서로 상생하는 전화위복의 사회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포스코가 펼치고 있는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中企와 동반성장)이 갑을관계를 청산하는 신(新)성장의 롤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07-12

최선의 선택

▲ 정철화 사회부장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5분만 더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본능적 욕구에 맞서 그래도 일찍 일어나 운동이라도 좀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온 종일 크고 작은 선택의 반복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출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라고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고,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순간순간 이뤄지는 크고 작은 선택의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선택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고, 준비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100%의 합당한 선택은 없다. 개인적이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오늘 내린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력이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뉴얼이 있다면 선택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내셔널지오그랙픽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150번의 선택의 상황에 놓이고, 이 가운데 올바른 선택은 겨우 5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를 예측한 올바른 선택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미래를 완전하게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역사의 위인들인 남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선배나 어른들의 경험담을 전해 들으며 지혜를 쌓는다. 조각조각 모아진 삶의 지혜와 경험들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이런 지혜를 통해 닥쳐올 미래의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그에 대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무지한 바보이거나 무모한 객기, 둘 중 하나이다.포항지역 최대 이슈가 됐던 포항시립승마장 사태가 좋은 예이다. 이 사업은 공정률 90% 상태에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이런 결말은 사업이 결정되기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 사업예정지였던 동해면과 상대동에서 주민반대가 있었다. 아무리 친환경 시설로 짓는다고 해도 시민들은 여전히 악취가 나는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집단민원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포항시의회 역시 집단민원해결을 사업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하며, 민원가능성을 예견했다.승마장사업의 보편성도 문제였다. 시정의 원칙은 대다수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공익성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승마인구는 여전히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 인구 250여만명의 1%에 불과하고, 포항의 승마동호인클럽 회원수 역시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극소수를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양덕초등학생들의 등교거부라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무라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강한 추진력`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운하사업, 감사나눔 운동 등에서 박 시장의 추진력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는 생태환경 복원 및 무너진 인성교육의 대안이라는 시민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체 시민들의 보편적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강한 추진력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박 시장은 잘못된 선택임을 뒤늦게 깨닫고, 과감하게 사업백지화를 선택했다. 이 선택 역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양덕주민과 시민단체, 지역 체육인들의 상당수가 반기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심사숙고해 선택을 했다면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이상 잘못된 선택으로 지역이 혼란과 갈등을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3-07-05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내년 6·4 지방선거를 1년여를 앞두고 대구지역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이 대구시장에 도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3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김범일 현 시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인물은 없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사석에서 “나보다 좋은 사람이 나선다면 언제든지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3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이에 반해 조원진 의원은 “대구시를 이끌 수장으로는 이제는 관료출신을 배제하는 것이 맞다.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 좋은 인물을 발탁해 침체한 대구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한다. 대구의 변화를 위해서는 좋은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지역 의원들의 생각이다”며 새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새 인물론의 이면에는 그동안 대구는 문희갑 전 시장을 비롯해 조해녕 전 시장, 현 김범일 시장 등 20여 년간 관료출신이 대구시장을 하면서 대구가 침체되고 활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현 대구시장의 3선에 대해 회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지난달 대구지역 한 종합일간지가 대구 시민 500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한 결과, 김범일 대구시장의 3선에 대해`그만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자가 63.1%였고 `한번 더 하는 것이 낫다`는 대답은 23.3%, `잘 모르겠다`는 13.6%로 조사됐다. 그러나 김 시장의 업무 수행 평가에서는 응답 시민의 51.6%가 `잘한다`고 대답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 시장의 3선에 회의적인 대답이 더 많은 것은 `피로감` 때문으로 분석된다.김 시장의 3선 반대에는 김 시장의 관료주의와 대구의 장기 비전 부재와 소통 부재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3선 시장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뒷짐을 질 것이 뻔해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하지만, 김범일 현 시장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인물은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누구도 선뜻 대구시장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고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도 김 시장의 아성을 깨뜨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김 시장에 대한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업무 수행 평가에서 51.6%가 `잘한다`고 대답해 응답자의 반수 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시장은 재임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보다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충실해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지난 2010년 7월 민선5기 출범 당시 지역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렵고 수도권 집중, 서해안 중심의 국토개발 등 내륙도시의 한계에 봉착했었다.이에 김 시장은 2011세계육상대회, 2012 전국체전 등으로 시민들을 하나로 결집했고 국가산단, 테크노폴리스, 첨복단지 조성, 유망기업 유치 등 지역 현안사업을 본격 추진해 신성장 동력 육성의 기반을 마련했다.이 가운데 기존의 3공단, 서대구공단 등 630만 평의 산업용지가 있지만 대기업 등을 유치하려 해도 산업용지가 없어 기업유치가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취임 후 국가산단, 테크노폴리스 등 새롭게 약 690만 평의 공업용지를 확보해 대기업 등 유망기업 유치확대 등을 통한 대구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한 성과를 거뒀다.1년여를 두고 벌써부터 물밑에서 후끈 달아오른 대구시장 선거가 김범일 대구시장의 3선과 새인물론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대구시장이 되던지 대구 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는 인물이 대구시장이 되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2013-06-21

마이스터고가 성공하려면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지난 2010년 국내에 마이스터고가 도입된지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올해 졸업생의 전국 평균 취업률은 92%를 기록했고 지역 마이스터고는 95%에 달했다.약 5%의 미취업은 취업이 됐으나 객지생활이나 현장에 대한 적응부족, 군입대 등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임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것이다. 과거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20~30%선에 머물렀던 게 고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숫자임에 틀림없다.마이스터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켜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해당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하려는 고등학교이다.이 전 대통령은 대학진학이 턱없이 높은 국내교육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마이스터고 공약을 내걸었고 첫 졸업생은 기대에 부응했다. 취업자 비율도 높지만 질도 기대이상이다. 대학 졸업자도 들어가기 힘든 대기업(27%)과 공기업(16%)은 물론이고 12%는 탄탄한 중견기업, 45%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마이스터고 학생들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고교 시절부터 소질과 적성을 찾아 기술교육을 받으면 높은 취업의 벽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마이스터고의 지원동기도 과거 특성화고 지원과는 크게 달랐다. 과거에는 인문계고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않거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특성화고를 지원했으나 이제는 충분히 인문고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우선으로 마이스터고에 진학하고 있는 것.하지만 초창기 이러한 성공적인 데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 마이스터고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모델이 된 독일직업학교를 비롯,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국내의 마이스터학교와 독일 등 선진국의 직업학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우리나라는 고교 3년동안 기업에서 원하는 이론과 실무공무를 시켜 취업을 이루게 하는게 목표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우리와는 판이하다. 독일은 초교를 졸업한 후 성적에 따라 베루프슐레라는 우리의 중고교에 해당하는 직업학교에 간다. 이곳에서 공부한 후 더욱 전문적인 공부를 원할 경우 파크슐레라는 직업전문학교(우리의 전문대학에 해당)에 가서 공부한다.중요한 건 현장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다. 1주일에 2~3일은 학교에서 배우고 2~3일은 현장(기업)에서 실무를 익힌다. 이때 많은 돈은 아니지만 기업에서 급여도 받는다.즉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업에 먼저 채용이 된 후 들어가는 선취업 후입학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 확립은 사회적으로 강한 중견기업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일 등 유럽에는 대기업보다 강한 중소기업이 수십만개에 달해 이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또 한가지는 임금이나 대우 등이 대졸자에 비해 낮지않아 학생이 직업학교를 선택하는데 큰 망설임이 없는 사회적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직업학교를 나와 그 분야의 마이스터로 성공하면 대학을 나온 일류 엘리트에 비교해도 손색 없는 대우가 직업 명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도 마이스터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보다 강한 중견기업이 많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학생들도 무조건 대기업에 가기보다는 자신의 특기분야인 중견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된다. 모든 학생들이 대기업을 희망해서는 마이스터고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그리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마이스터고를 지원하는 정책은 이어져야 할 것이다.

2013-06-14

청와대가 편한 곳?

▲ 이창형 서울지사장박근혜 대통령은 `썰렁유머`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박 대통령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자신의 방에서 물건을 찾는 상황의 연극배우 오디션 얘기를 하면서 “한 사람은 허겁지겁 온갖 서랍을 다 열어가며 물건을 찾는 상황에 몰입했고, 또 한사람은 방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자신이 찾는 물건이 없자 방문을 닫고 그냥 나갔는데 누가 선발됐을까요?”라고 물었다.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하자 대통령은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평상시와 같이 자연스러운 후자의 배우가 선발됐다고 답했다. `썰렁유머`지만 박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는 손짓이라도 하는 제스처를 좀 보여달라”는 한 풀(Pool) 영상취재기자의 주문에 “인위적인 것 보다는 자연스런 것이 어울리지 않느냐”며 이같은 유머를 소개한 것이다.박 대통령은 5월 초 미국방문후 해외 언론으로부터 `아시아의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대처 총리의 별명을 이어받은 셈이다. 원칙에 철저하고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뤄내는 박 대통령의 집념이 대처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그런데 요즘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안에 대해 참모들은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어떤 지침을 주지않으면 `꿀먹은 벙어리`다.정무직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늘공`(늘 공무원 즉 일반직 공무원)은 “청와대처럼 일하기 편한 곳이 없다”고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청와대가 그만큼 편한 곳일까?역대정권 초기 청와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지인들을 만나면 “화장실 갔다가 뭐 볼 틈도 없었다”며 빡센(?)청와대 생활을 회상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노무현 정부 초기 치아 10개를 뽑았다고 했다.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박 대통령은 초기보다는 한시름 덜긴 했지만 여전히 현안은 산재해 있다. 공약가계부에 포함되지않은 신공항건설 등 지역 SOC사업, 원전 비리 및 전력비상,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 밀양 송전탑공사 등등.신공항 문제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별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가 지역 민심이 들끓자 지역공약 로드맵을 별도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원전비리 및 전력문제는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키로 했다가 MB정부 때 드러난 사실이란 청와대 쪽의 반응이 나오자 돌연 취소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이같은 현안만 보더라도 참모진들은 대통령의 `말씀`이 없으면 방향타를 잡지못하고 허둥대거나 아예 침묵하고만 있다.참모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워낙 구체적이다 보니 별도의 대책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자발적으로 어설픈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느니 보다 기다렸다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부처에 전달하면 된다는 식일 수도 있다.박 대통령의 지시가 구체적이긴 하다. 매주 또는 격주의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의 평소 발언분량이 1천자를 넘는다. 한때는 1만자를 넘기도 했다. 모두발언을 취재하는 풀기자들도 발언량이 많아 애를 먹기도 한다.하지만, 참모들은 대통령이 어떤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중심이 있는지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 100일을 넘기고서도 대통령의 철학을 읽지못하고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면 `미숙아`일 뿐이다.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제스터가 아니라 참모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는 `자연스러움`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취임 100일간 눈코뜰새가 없었다며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이라고 말했던 박 대통령의 마음을 참모들은 이제 읽고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201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