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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좌정관천(坐井觀天)`

등록일 2013-08-09 00:01 게재일 2013-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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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서울지사장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최근 국내 정치권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그는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뜻의 사자성어`좌정관천`(坐井觀天·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과 비유했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에 퇴행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 전경련 최근호에 실은 기고문에서 “스스로를 좁은 우물에 가두고 그 속의 개구리가 되어 자족하려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요동치든 아랑곳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새정부 들어 연이은 경제민주화 입법안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재계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만 한국정치의 퇴행을 우려하는 대다수 국민적인 목소리와 별반 다르지않다고 본다.

얼마 전, 지역의 한 초선 국회의원은 현재의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 또한 국회의원 뱃지를 갓 단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대칭선상에선 동료, 나아가서는 선배정치인들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면서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

“사자(死者)가 현실정치를 압도하고 있다. 캐캐묵은 과거가 우리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함몰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서 민생은 실종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기자로서, 수개월째 지리한 정쟁의 정치를 접하고 있는 필자지만 지금 국내정치상황은 지리한 장마와 다를 바 없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증발과 관련, 검찰수사와 특검을 놓고 극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의 국정조사 증인신청 문제, 4대강 논란 등등.

과거 정치행위에 대한 검증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이해관계인을 제외하고선 이들 이슈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가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회의적이다.

정치의 최종 지향점은 국민행복이다. 국가발전도 국민행복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초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사자를 불러세운 과거의 정치에 함몰돼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사늘하다 못해 증오가 압도하고 있다. 진화가 아니라 퇴행의 정치가 불규칙한 장마전선과 같이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동북아 외교문제도 난제다. 8월이면 되살아나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망령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성명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축구 대회 한·일전과 관련한 일본 각료의 “한국인 `민도(民度)`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론` 거론 등에 우리정부의 대응은 몇줄의 성명과 논평이 전부다. 8·15광복절이 다가올 수록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관계는 급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간단체를 앞세워 또 시위만 벌일 것인가.

그런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의해야 한다. 방어적인 한·일관계가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이면서 선제적으로 현안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봄 일본을 공식 방문, 대중 정책·북한문제 등 현안을 논의키로 한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는 지금 위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대내적으론 1천조의 가계부채, 1천조의 공공부채가 쌓여 있다.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청년실업은 넘쳐나고 노사관계는 여전히 파행적이다. 우리의 생존조건을 결정지어 온 동북아의 정치지형 또한 요동치고 있다. 이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한국 정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은 `질문`이 아니다. `국민적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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