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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그리고 혼외자(婚外子)

등록일 2013-09-27 02:01 게재일 2013-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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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현 편집부국장

조선시대 허균이 지은 최초 한글 소설`홍길동전`을 읽으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길동의 아비는 조선국 세종대왕 때 청렴강직한 재상이었고, 당대의 영웅이었다. 일찍 벼슬 길에 올라 직위가 한림(翰林·조선시대 예문관 검열의 별칭)에 이르러 그 명망이 조정에서 으뜸이었다. 임금께서 그 덕망을 높이 여겨 벼슬을 이조판서와 좌의정까지 봉했다.

그런데 그의 자제할 수 없는 욕구를 본부인이 받아들이지 않자 몸종 춘삼과 원앙지락(鴛鴦之)을 했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길동`이다. 길동이 자라면서 재주가 비상하여 한 말을 들으면 열 말을 알고, 한 번 보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길동이 18세가 된 7월 보름날 홀로 탄식했다. “옛사람이 이르길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다고 하였는데,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세상 사람이 가난하고 천한 지라도 부형(父兄·아비와 형)을 `부형`이라 하는데, 나만 홀로 그러지 못하니 내 인생이 어찌 이러할까.”

권력은 정권 변화기에 국민들이 심심할까 봐 꼭 대형 뉴스를 내놓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홍길동전과 유사한 최고 `막장 드라마` 한 편이 제작되고 있다.

제목을 달자면 `채동욱과 혼외자`,`청와대와 채동욱의 막장 싸움`,`청와대, 채동욱 들어내기` 등이 적절할 것 같다. 제작자는 조선일보로, 주인공은 청와대와 채동욱 검찰총장, 조연은 채 총장의 자로 거론되는`임 모`군으로 보자. 투자자는 이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끄는 민주당쯤 되겠다.

이 드라마가 유료사이트였다면 5천만 관객(국민)이 한번은 로그인할 정치`대박물`일 것이다. 일면 대한민국의 현실과 정치수준을 드러낸 부끄러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특히 외국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인증 샷`을 받는 조롱거리가 됐지 않았나 한다.

이번 사단의 배경을 되짚어보면 정권변화와 검찰과의 관계다.

건국 이래`권력과 검찰은 한몸이다`는 것에 여(與), 야(野) 모두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에 국정원 대선개입 여부와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법처리가 발단이 됐다.

신 권력 입장에서는 검찰이 원 원장을 기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 체제는 권력과 야당 양측에게 생색 내는 `줄타기 사건처리`를 했고, 그것이 화근이 됐다. 야당이 대선무효가 될 수 있는 부정선거라고 정치적 공세를 펴는 바람에 신 권력 측에서 노골적으로 채 총장에게 화살을 겨냥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는 과정에 채 총장의 혼외자 문제가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 떠오르면서 정치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아직도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채 총장을 감싸고 돌고, 검찰 정보가 야당에 흘러간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개 주민등록 허위이전,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것이 많았다. 채 총장의 경우 검찰총장이 되기 전에도 혼외자 가 있다는 소문은 심심찮게 나돌았고, 여야나 정보기관에서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채 총장을 극찬하면서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문제가 청문회 과정에 거론됐다면, 채 총장의 입지는 어떻게 됐을까.

조선일보가 혼외자 문제를 보도했을 때 채 총장이 “내 애가 맞다. 어쩔래”하고 맞받아 치고 사퇴를 했다면 오늘의 상황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채 총장은 이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법적대응을 하고있다. 이러니 청와대가 개입하고 야당,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는 이전투구가 된 것이다.

채 총장과 청와대가 출연하는 `막장드라마`를 보노라면 `홍길동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부형을 나 홀로 부형으로 부르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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