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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현지법인화 당연

등록일 2013-08-23 00:24 게재일 2013-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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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

우리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팔과 다리가 자주 저리고, 오랫동안 앉았다가 일어서면 어지럽기도 하다. 가끔 가슴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거나 답답할 때도 있다.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질환 가운데 가장 무서운 병은 버거씨병이다. 버거씨병은 피가 제대로 몸에 돌지 않아 손, 발이 썩어 들어가고, 심할 경우 절단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 지역의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지고, 이는 결국 도산으로 이어져 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직장을 잃는 등 지역경제 전체가 피폐해진다.

최근 지역의 경제지표를 보면 대구의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의 서민들은 여전히 살기가 어렵다고 푸념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아 대구를 떠나고 있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새롭게 투자되어야 지역 내에 부가가치가 생성되는데, 매년 수조원의 지역자금이 유출되니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지역자금 유출의 가장 큰 주범은 지역에 입점해 있는 대형 유통업체이다. 대구에는 홈플러스와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31곳이나 입점해 있다. 이들 대형유통업체들은 매년 3조원의 지역 자금을 서울로 올려 보내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십억원이 매일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입점할 경우, 조례를 통해 지역 금융 이용(현금매입 15일 이상 지역은행 유치 및 직원급여이체율 90%)과 지역 생산제품 매입(매출 대비 매입 20% 이상), 용역서비스·인쇄 지역 발주(70% 이상), 지역 우수업체 입점(1개소 2업체), 지역민 고용창출(95% 이상), 영업이익 사회환원(순이익 5% 이상), 물가안정 추진실적(가격할인 판매실적) 등 7개 항목에 대해 지역기여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통업체에선 `본사 중심의 물류시스템을 비롯해 주거래 은행, 정규직 인재채용 등 모든 권한이 본사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2012년 매출이 7천33억원인 롯데백화점은 지역금융권의 평균잔액이 20억원, 직원급여이체비율 13%(314명 중 4명), 지역생산품매입 4,6%, 고용비율 76.1%에 그치고 있고, 롯데아울렛도 지난해 1천8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직원급여이체율 0%, 지역생산품매입율 9.3%, 지역민고용비율 55.9%, 기부금 1억1천만 원에 불과하다. 3천10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현대백화점도 평잔액 23억원, 직원급여이체율 14%(114명 중 16명), 지역생산품매입 3.9%, 고용비율 55.8%, 기부금 2억2천만원 등에 그치고 있고, 6천277억원의 매출을 올린 홈플러스는 평잔액이 점포당 200만 원으로 확 줄여 매출 발생 즉시 서울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매출액 6천480억 원을 올린 이마트도 직원급여이체율이 33.8%, 용역발주비율 42,1%, 인쇄물 전량 본사 제작, 기부금은 9천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며,롯데마트와 코스트코홀세일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반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입점하는 신세계는 일찌감치 현지법인화를 선언해 대구시의 지역기여도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인화가 추진되면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인재채용, 협력업체 육성, 지역상품 판로확대 면에서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지방자치단체는 추가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현지 채용에 따른 지역민의 고용 증대를 꾀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매년 수조원의 지역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법인화가 답이다. 신세계 현지법인화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언론이 합심해 대형 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를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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